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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매는 MB, '나침반'부터 교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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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매는 MB, '나침반'부터 교체하라"

한반도브리핑 <91>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려면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막다른 골목에 꽉 막혀있다. 6자회담이 순항하고, 북한과 미국이 주고받기식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과는 대조되게 남북관계는 당국 차원의 아무런 대화도 없이 지난 4월 이후 문제만 쌓여가고 있다.

급기야 금강산에서 관광객이 총에 맞아 숨지는 사고까지 벌어지면서 남북간의 불신은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11일 '전면적인 대화'를 역설한 대통령의 국정연설마저 북한이 거부함으로써,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출구가 없는 골목에 막혀버리고 말았다. 남북간에 아무런 채널도 없다는 통일부 당국자의 고백처럼,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는 비공식 대화 채널도 막혀 있다.

이처럼 남북대화가 꽁꽁 막힌 상태에서 화해·협력의 상징이 되어야 할 금강산 관광이 남북 불신의 대결장이 되어 버린 것은 어쩌면 충분히 예상되었던 일이기도 하다. 현 정부의 대북 구상인 '비핵·개방·33000'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가 이미 있어왔고, 그 결과까지도 예상되어 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금강산 사건이 발생하자 대응조차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하는 것을 보면, 남북관계만이 아니라 청와대의 외교안보 라인도 꽉 막힌 길에서 헤매고 있는 듯하다.

사실, 남북관계에서 나타난 현재의 위기보다 더 큰 문제는 정책을 집행하고, 이를 책임져야 할 외교안보 라인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교안보 라인이 막혀있다면, 앞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지금보다 더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출구가 있는 미로 앞에 서 있는 것이라면 얼마간의 헤매임 끝에 출구를 찾을 수 있겠지만, 이건 아예 막혀있는 길이라 담장을 타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보인다.
▲ 후보 시절 판문점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을 북한 군인이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첫 단추를 잘못 채웠다면

현 정부가 이처럼 막다른 길에 처하게 된 근본 이유는 모두 알고 있다시피 '6.15공동선언', '10.4 정상선언'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유보한 데 있다. 아니, 엄밀히 말자하면 이명박 정부는 두 선언을 부정했다.

두 선언을 21세기의 '통일 대강(大綱)'으로까지 평가하는 북한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태도는 남북관계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자, 대결을 강요하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비록 지난 11일 국회 연설에서 과거의 합의를 나열하며 '전면적인 대화'를 주장했지만, 북의 입장은 싸늘하다 못해 독설로 가득찬 반응이었다. 북한은 "아랫것들이 떠들어오던 것을 되풀이 한 것",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라는 평가에 더해, "과거의 합의들과 뒤섞어 론의하자는 것은 선언의 의의를 약화시키고 그 리행을 회피하려는 가소로운 잔꾀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쏘아 붙였다.

이미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유신 독재자가 외세의 반통일책동에 추종하면서 민족분렬영구화책동에 미쳐 날뛰던 35년전의 그 시기를 방불케 하고 있다"며 과거의 극단적인 냉전 대결 정책과 다를 바 없다고 규정했었다. 북한의 이러한 반응은 지난 4월 이후부터 지속되어 온 것으로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신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의 남북관계가 말해주듯, 그리고 북한의 반응에서 엿볼 수 있듯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첫 단추가 잘못 채워졌다. 기존의 합의들을 부정하고, 이미 낡고 무용지물이 된 '선(先)핵폐기'론에 기초한 정책은 미국 부시 행정부 초기의 대북정책과 닮아있다. 부시 행정부의 '선핵폐기' 정책이 실패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역시 실패가 예정되어 있는 셈이다.

더욱이 북미간 주고받기식 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로 한 걸음씩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선핵폐기'에 기초한 대북정책은 더 이상 설 자리조차 없는 것이다.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진 것을 인정하지 않고, 아래 단추들을 억지로 채워 맞추다 보면 결국은 보기 흉한 차림새밖에는 남지 않는다. 이미 김영삼 정권 시절에 경험한 일이다. 그리고 지금 금강산 사건에서 경험하고 있듯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출구를 찾지 못하고 헤매는 수밖에 없다.

막힌 길을 돌아 나오려면

현재의 남북관계는 6.15 선언 이후 최악의 상태로 평가된다. 물론, 6.15 선언 이후에도 남북관계가 순항만 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2005년 조문파동과 대량의 탈북자 입국 사건으로 한 동안 남북관계가 꽉 막힌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와 지금이 비교되는 것은 막힌 길을 고집하지 않았던 것에 있다. 즉, 당시의 경색 국면에서는 6.15 선언 이행이라는 첫 단추를 잘 채워 놓고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막힌 길을 돌아 나왔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막힌 길을 돌아 나오기 위해서는 첫 단추부터 새로 채우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지금 당장은 보수세력에게 비판을 받는다고 할지라도, 그리고 자신의 공약이 헝클어진다 할지라도 다른 길을 생각하기 어렵다.
▲ 필자 정영철 소장 ⓒ프레시안

첫 단추를 잘 채워 남북관계가 진전된다면, 공약을 수정했다고 비난할 사람은 많지 않다. 남북관계의 경색보다는 발전을 바라는 사람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금강산 사건 같은 일에 대책 없이 발만 동동 구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 가지만 더 지적해보자. 막힌 길을 돌아 나와 제대로 된 길을 가기 위해서는 나침반을 새 것으로 교체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통일부의 위상이 추락하고, 남북관계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고, 외교의 관점에서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수없이 많이 비판되었다.

지금이라도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첫 단추를 제대로 채우기 위해서는 통일부가 그걸 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 금강산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결국 남북간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풀 수 있는 창구와 경험은 통일부밖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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