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고(故) 박왕자씨 피살 사건 발생지점 부근에 북측 군당국이 운영 중인 것으로 보이는 폐쇄회로(CC) TV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이는 박씨의 피살 경위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증폭되고 있지만 북측의 주장과 목격자 이인복(23.경북대 사학과2)씨 목격담 외에는 물증이나 관련 진술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어 주목된다.
13일 현대아산이 공개한 금강산 해수욕장 사진을 확대해 보면 박씨가 넘어갔다는 군사경계선 부근 북측 영내에 CCTV로 보이는 구조물이 세워져 있는 점이 육안으로 파악된다.
현대아산측은 이 구조물의 실체와 용도를 확인해 달라는 연합뉴스의 요청에 "현장에 자주 나간 직원에게 알아본 결과 펜스 뒤에 CCTV 1대가 설치돼 있다"며 "카메라는 펜스와 45도 각도로 남측 해변을 향하고 있었다"고 확인했다.
CCTV는 군사경계선 역할을 하는 녹색 철제펜스 바로 뒤편 북한 영내에 설치돼 있으며 해변으로부터는 100m 가량 떨어져 있다.
군사경계선 너머가 북측 군사지역인데도 철제펜스 부근에는 바로 눈에 띄는 초소가 없는 점에 비춰 CCTV는 군당국의 경계 감시장비일 것으로 추측된다.
CCTV가 실제 가동되고 있을 경우 북측의 감시 대상 지역은 경계선 일대일 개연성이 짙어 박씨가 북측 영내로 넘어간 시각과 장면, 당시 정황 등이 기록으로 남았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재 피살 경위에 대한 북측 주장 등을 재구성하면 치마 차림의 중년 여성인 박씨가 호텔에서 나와 성인 남성의 조깅 속도로 해수욕장과 북측 초소 인근, 사건 발생지점까지를 뛰어다녔다는 계산이 나오는 등 각종 의혹이 풀리지 않고 있다.
반면 사건 현장과 관련해 채집할 수 있는 직접 증거는 목격자 이인복씨의 진술이 유일하며 북측은 우리 정부의 '현장 조사' 요구를 거부한 상태이다.
향후 남북 관계에 중요 변수가 될 수도 있는 이번 사건은 박씨의 피살 경위를 규명하는 것이 핵심사안이라는 점에서 CCTV가 사건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물증이 돼 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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