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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중국유통지도 속의 대만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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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중국유통지도 속의 대만 기업

[中國探究] 인문, 지리, 역사를 아우르는 전 방위적인 연구 필요해

유통개혁이 절실할 수밖에 없는 중국정부

혈액순환은 인체의 기능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혈(造血)이라는 핵심기능과 더불어 이 혈액을 순환시키는 혈관의 작용 또한 못지않게 중요하다. 조혈기능이 아무리 왕성해도 순환기능을 담당하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급성 혹은 만성질환으로 이어지는 것이 인체의 생리이다. 시장의 기능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상품의 생산이 급증하여도 이를 최종소비자에게 이르기까지 교환되고 분배되는 과정인 유통의 발전 없이는 건전한 시장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중국경제는 비약적인 발전을 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조혈기능과 순환기능의 불균형에서 야기된 만성질환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계획경제 시기에 고용증대를 목적으로 지나치게 세분화된 유통단계는 내부적으로 수많은 변종단계를 낳았고 거미줄처럼 얽힌 변종구조는 저질, 모조품이 기생할 수 있는 습지를 제공하고 있었으며, 특정지역 출신들로 이루어진 중국식 '카르텔'과 지역이기주의는 혈관 벽에 쌓인 중성지방처럼 상품의 원활한 보급을 가로막았다. 이 때문에 중국정부는 유통관리 개혁을 통해서 체질개선을 꾀하고 있고, 지금까지 중국을 생산기지로 삼고 있던 주변 투자국들은 이러한 변화와 또 다른 시장의 기회를 감지하고 새로운 전략을 수립했는데 이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은 바로 해협 건너편의 대만 기업들이었다.

▲ 19일 중국 장쑤성 동남부에 위치한 난통시에 개장한 롯데마트 중국 100호점인 룽왕치아오점 ⓒ뉴시스

중국시장의 전망은 유통이라는 '시장의 지도'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 중국정부는 2012년 7월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유통관리 개혁방안'을 계기로 유통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유통관리 개혁방안의 기본 골자는 유통추적 시스템구축, 지적재산권 보호, 지역유통기업 독과점행위 단속, 외자기업과의 합자를 통한 세계화 추진 등인데, 세부실천 사항을 종합해보면 중국유통시장에서의 주요 문제점인 제조업에 대한 유통업의 절대 우위상황, '중국식 카르텔'의 횡포, 유통단계의 과도한 세분화에 의해 발생한 비용증가와 이 단계에서 파생된 폐해를 줄여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며, 이를 통해 유통효율을 제고하고 궁극적으로 내수 소비 진작으로 연결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정부 최대과제 중의 하나인 도농 간의 격차해소 방안 중의 하나로 성향일체화(城鄕一體化)를 진행함에 있어서, 낙후된 농촌의 유통을 개선하는 목적으로 추진하던 만촌천향(萬村千鄕)프로젝트의 가속화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중국 농촌의 상품유통이 낙후되어 농민들이 고충을 겪는 것을 자조적으로 三不(不方便, 不安全, 不實惠: 편리하지 못하고, 안전하지 못하며, 실속 없는)이라고 부르던 것 등을 타파하기 위해 2005년부터 실시한 만촌천향 프로젝트는 정부의 자금지원으로 도시의 체인점, 슈퍼 등 유통기업에서 시작하여 농가점(農家店)이라는 이름으로 농촌까지 연장시켜 일반 소매품을 판매하고 농산품 수매를 담당하는 역할을 부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데, 실시 3년 만에 전국 250만 개 농가점을 통해 전국 현급(縣級)지역의 75%를 커버하고, 2009년에는 향진(鄕鎭)의 80% 이상, 촌(村)의 65%까지 보급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여기까지는 중국로컬기업과 중국정부가 추진해야 할 일종의 체질개선인 것이다.

군웅(群雄)이 할거(割據)하는 춘추전국의 유통시장

중국의 유통을 물량과 금액으로 평가하면 그 규모가 가히 놀라울 정도이다. 그러나 성숙도나 시스템의 완성도 및 연결성을 살펴보면 아직까지 가야할 길이 멀어 보인다. 일단 중국의 슈퍼마켓이나 백화점업의 경우 전국 규모의 리딩 브랜드가 없다. 대부분 특정지역의 특정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고 그 선점 우위가 이어져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양판점의 경우는 1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일명 '까르푸 방식' 이라고 불리는 하이퍼마켓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그런데 그 원인은 의외로 간단한 것이어서, 대형슈퍼나 양판점이 아직까지는 도심에 위치하고 있고 중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되어 신선식품 비중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 디스카운트 스토어, 편의점 등과 공존관계에 있다는 것이 주요한 이유이다. 중국의 체인경영 역사는 10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까지 수닝(蘇寧)과 궈메이(國美)같은 가전상이 갖춘 전국규모 체인 이외 다른 영역에서는 집중도가 아직 낮은 편이다. 중국 토종기업으로서 최대 슈퍼마켓 체인을 가지고 있다는 롄화(聯華)도 실제로는 절대다수의 체인점이 화동(華東)지역에 집중되어 있고, 1995년 중국에 진출하여 월마트를 누르고 중국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던 까르푸도 아직 진정한 의미에서 전국망을 가지지 못했다.

중국의 유통업체가 전국망을 가지기 힘든 이유는 대략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지역소비별 소비습관 차이에 의한 문화적 세분화이다. 유통업체들은 대략 중국을 6개의 방언(方言)을 기준으로 지역을 나누고 있는데, 여기에다 각 지역의 기후 차이와 가치관 차이에서 오는 수요의 격차가 단일한 경영전략으로 대응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중국대륙 유통업계에서 큰 성공을 거둔 대만의 RT-mart(大潤發)는 지역별 수요와 소비자 행동의 관찰과 분석이 성공의 핵심요소였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단순히 기후가 춥다는 표면적 사실을 근거로 화동지역에서의 덕다운 제품 재고를 모두 동북지역으로 올렸지만 정작 동북지역에서의 판매고가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는 의외의 사실이 발견된 것인데, 이는 겨울철 동북지역 실내에 24시간 난방공급을 하므로 실제로는 난방이 없는 남부지역보다 실내에서 착용하는 옷의 두께가 얇았으며, 실내온도가 장시간 높게 유지되므로 오히려 겨울에 별 준비를 하지 않았던 아이스크림의 수요가 높았다는 것이다. 또한 육류를 판매할 때도 동북지역은 큰 덩어리로 잘라줘야 소비자가 만족하며, 광둥지역은 슬라이스로 저미듯이 얇게 잘라줘야 한다는 차이가 한 나라의 세분화된 시장에서 동시에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대만 RT마트의 성공 이면에는 이러한 경험의 축적과 그 경험들을 분석하여 그들만의 중국유통지도를 만들어냈다는 핵심역량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운임의 문제이다. 물리적인 면적과 거리는 자연적인 시장세분으로 이어졌으며 중국은 현재 고효율, 저비용의 운송시스템은 없다고 봐야한다. 그러므로 전국 동일배송의 비용은 상당히 높을 것이다. 여기다가 지역 공급상이 다량 존재하며, 냉장화물차의 부족현상은 유제품과 육류 등의 신선제품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게 만들었다. 앞 절에서 상술한 원인 이외에 중국에서 까르푸 스타일이 정착되는 또 다른 이유는 물류시스템 구축의 코스트가 지나치게 높다는 비용적인 측면에 있다. RT마트의 경우에도 초기진입의 형태는 월마트와 유사한 디스카운트 스토어였지만 중국시장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환경에 자연적으로 적응하여 까르푸 형태로 진화하였다. 이 업체는 식품 비중을 높이는 동시에 쌀, 육류, 과일 등의 식품을 산지에서 직접 구매하여 경쟁자들보다 10~20%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면서 고 물류비용에서 오는 가격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였다.

셋째, 선점 업체 우위가 강한 시장이라는 점이다. 중국의 지역유통업체를 살펴보면 선발 업체들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함과 동시에 값싼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다. 현지 소비자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먼저 이루어져있어서 후발업체가 진출했을 때, 확실한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선점 업체를 추월하기 힘든 구조를 가지고 있다.

중국유통시장을 읽어내는 대만 업체들, 한국 업체들의 나아갈 길은?

1993년 태평양(太平洋)백화점을 필두로 중국에 진출한 대만의 유통업체들은 현재 백화점, 양판점, 슈퍼마켓에서 편의점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업태에 걸쳐 중국 시장에서의 거점을 확보하고 그 범위를 넓히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거론한 RT마트 이외에도 대만 소매업의 선두 기업인 통이(統一)의 통이슈퍼(統一超商)가 슈퍼마켓 체인경영을 위하여 최근 전략을 수정하였다. 진출 초기부터 독자투자 방식을 고수하던 통이는 시장개척 속도를 높이기 위하여 1선 도시에서는 여전히 독자운영을 하고, 2,3선 도시에서는 현지 소매상과 합자하는 방식으로 선회하였다. 일단 통이의 간판을 전국에 올리고 보겠다는 전략이다. 다른 한편으로 통이는 자사의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의 U-마트(優瑪特) 양판점 지분 중 60%를 후난(湖南)성 부부까오(步步高)그룹에 매각하여 양판점 시장에서 퇴출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기도 했는데, 이는 동일시장으로 진출하려는 경쟁상대를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전략적 유연성의 일환이었다. 이외에도 통이의 자회사인 세븐일레븐(7-11)이 상해에서 2011년 100호점을 달성하면서 대만에서 가장 성공한 편의점 사례인 세븐일레븐의 경영모델을 중국시장에 이식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일본의 이세탄에 이어 중국에 두 번째로 입성했던 태평양(太平洋)백화점은 상하이(上海)에서 시작해 청두(成都)-충칭(重慶)-베이징(北京)순으로 진출하여 중국 백화점 업계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으나 2011년 북경의 우커송(五棵松)점 등 두 곳을 폐점하는 등 부분적인 실패를 겪기도 하였다. 하지만 최근 2선 도시로 목표를 선회하여 백화점 업계에서 여전히 강자임을 입증하고 있다. 신광(新光)백화점도 북경 1호점이 2011년 매출액 66억 위안을 기록하면서 매출액 1위를 기록하였었고, 2012년 수저우(蘇州)점을 오픈하면서 전면적인 중국대륙 시장 공략에 나섰다. 또한 신광(新光)은 도시의 소비수준에 따라 운영모델을 다각화하는 등 세부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디스플레이에 있어서는 일률적으로 대만수준을 동일하게 적용시키기로 하였다.

전반적인 중국의 유통업은 백화점의 대형화 추세와 양판점의 하이퍼마켓 스타일로의 변화, 편의점이 대로변에서 출발해 주택가 골목상권으로의 진출, 그리고 1선 도시 보다는 2,3선 도시로의 주력시장 변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추세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이들은 대부분 대만의 업체이며 동종동문(同種同文)의 우위를 넘어서서 '같지만 또 다른' 중국인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자세로 중국시장에 접근하는 매뉴얼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중국의 유통업은 물론 프랜차이즈 경영과 요식업에서 대만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은 결코 언어장벽이 없어서만은 아니다. 대만의 유통업계는 일반적으로 중국시장을 화북(華北),화중(華中),화남(華南),동북(東北) 및 주강(珠江)델타와 태호(太湖)인근지역으로 나누고 있다. 다시 말해, 점포 위치 선정에 있어서의 인문, 지리, 역사를 아우르는 전 방위적인 연구가 선행되어야 성공적인 지역 세분화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고비용의 자체 물류시스템 구축 보다는 공급상 관리를 통한 비용절감의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

마지막 한 가지 사실은 1선 도시 진출에 대한 전략은 최소화하고 2,3선 도시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을 이미 그들은 몇 해 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을 인제 와서야 우리는 그 결과물로 학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 하반기 한국의 롯데마트가 중국에서 최 단기일 내에 100호점을 오픈하였다. 그린 필드방식과 브라운 필드방식을 혼합하였던 롯데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 100호점을 그린 필드방식으로 장수(江蘇)성 난통(南通)에 개점하였는데, 이는 한국의 유통기업도 이제 2,3선 도시에 대한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수많은 국내 혹은 재중 한국기업들이 생산하는 양질의 제품이 외국계 양판점이나 중국 로컬 마트에 입점비, 매대 진열비 등의 비용을 높게 지불해가며 불리한 조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던 시점에서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하겠다.

산화질소(NO)의 투입은 혈관을 확장시켜 혈류량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 어쩌면 현재 중국에서 진행되는 일련의 유통과 물류에 관련된 개혁방안은 좁혀진 혈관처럼 막혀버릴 위험에 놓인 중국의 유통혈관에 산화질소를 투입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혈관에 누적된 중성 지방과 같은 유통의 근본 문제들이 해결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혁의 시기에는 시장의 기회가 적지 않음도 사실이다. 중국의 전역을 직접 답사하고 몸으로 부딪히며 동종의 언어를 사용하지만 단어의 뉘앙스 차이 하나하나 연구한 대만의 유통기업은 스스로 중국의 시장지도를 만들어 내었다. 한국 제품이 중국 내수시장의 방방곡곡으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한국의 유통기업이 앞장서서 남이 그린 그림이 아닌 자신의 그림을 그려 답답한 혈관을 뚫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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