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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반기문 총장 얼굴에 먹칠하려나"

[긴급기고] "대체군복무 재검토, 또 다른 퇴행"

작년 9월 국방부가 발표했던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도 허용 결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보도가 4일 아침 <연합뉴스>에 나왔다.

이후 각 언론들은 '정부 소식통'이라는 모호한 취재원에서 나온 이 기사를 근거로 '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물건너가나'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정부의 정식 발표를 근거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완전한 기사라 할 수 있지만, 그간의 정황을 통해 볼 때 높은 개연성을 가지고 있는 보도임에는 틀림없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대체복무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던 이명박 정부가 이제 본격적으로 그간 진전되어왔던 인권 부문의 성과를 본격적으로 '뭉개기' 시작한 것일까?(☞지난해 국방부 발표 당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의 글)
▲ 이명박 정부가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흘려 인권 부문의 성과를 되돌리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3년 한국의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며 병역거부를 선언했던 강철민 이병 ⓒ연합뉴스

국방부, 결정 '뭉개며' 정권 바뀌기만 기다렸나?

국방부는 과거 결정을 뒤집는 이유로 국민여론을 들었다. 내년 초 시행이 예정돼 있던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가 아직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년 9월 '전과자를 양산하는 현 제도는 어떤 방법으로 든 개선되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안을 제안했던 게 국방부였다.

지금까지 이 문제를 다루는 주무부처인 국방부는 자신의 결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국방부는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으면서, 그 안에 대한 합의를 만드는 토론과 공청회, 연구를 진전시켰어야 했다. 하지만 9개월 가까운 시간 동안 손을 놓고 있다가 이제 와 연구용역이 유찰되었네,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했네 등 무책임한 이야기만 뱉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는 작년 9월 당시 <KBS> 여론조사에서 50.2%가 대체복무제에 찬성했다는 것을 근거로 '병역 이행 관련 소수자의 사회복무제 편입 방안'이라는 걸 발표했었다.

한국의 여러 정황을 고려해 병역거부의 사유를 종교적인 것에 한정하고, 현역 복무기간의 2배에 달하는 기간을 합숙복무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복무 분야 역시 '24시간 근접보호가 필요한 치매노인이나 중증장애인 수발과 등 사회복무자 배치 분야 중에서 난이도가 가장 높은 분야'로 명시했다.

당시 국방부 인력관리팀장이었던 이화석 씨는 한 인터뷰에서 복무 지역으로 논의되는 소록도 등에 가본 결과 "형사 처벌을 감수할 수 없는 신념이라면 결코 택할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병역거부 연대회의가 주관한 토론회에서도 기간이 과도하게 길고, 종교적 사유로 한정된 것에 대한 비판에 답하면서 "이렇게 힘들게 합의를 만들었는데, 국회에서 통과시키려면 이러한 제약이 불가피하다, 이해해 달라"고 말했었다.

그렇게 힘들게 이뤄진 합의였다. 인권의 측면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지난 60여년 동안 감옥행 밖에 선택할 수 없었던 병역거부자들에게 전과자가 아닌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광복 이후 지금까지 1만 3000여 명이 총을 들 수 없다는 신념으로 감옥에 갔다. 그리고 오늘도 그 감옥행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방부의 결정은 '시기상조'가 아니라 충분히 늦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돌이킬 수 없는 시대의 전진이었다.

법원 역시 국방부의 결정을 신뢰했기 때문에, 병역거부로 재판중인 이들에 대한 공판을 2009년 초 이후로 연기하고 있었으며, 미결 수감 중인 사람들에게는 보석을 허가하고 있다. 또 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감옥만 아니라면 3년이고 4년이고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2009년 초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한꺼번에 1000명의 구속자를 만들겠단 말인가

그런데 전과자를 양산하는 현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국방부의 입장은 어디로 가고, 그간 팔짱만 끼고 있다가 느닷없이 "부정적인 여론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시행을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등장해 버렸다.

그러나 부정적인 여론을 극복하는 주체 역시 국방부 아닌가.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발하고 군복무와 형평이 맞도록 초기에는 좀 더 길고 힘든 일로 대체복무제가 시행된다는 홍보와 토론을 얼마나 했다고 '개선'이 안 되는 것을 우려하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만약 2009년 1월 국방부의 입장이 끝내 바뀐다면 앞서 말한 재판 연기와 보석으로 기다리고 있던 젊은이들은 다시 감옥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촛불집회에서 1000명의 연행자를 만들더니 내년 초 1000여명의 구속자를 만들 셈인가?

문제를 조금 더 근본적으로 보자면, 소수자 문제를 여론조사라는 특정 시기의 의견으로 결정하겠다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발상이다. 동성애, 이주노동자 등의 문제를 여론조사로 결정한다는 게 현실적이라고 보는가? 이미 다수가 어떤 견해를 지지하는 순간 그것은 소수자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사회의 동등한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국가의 역할이다. 국방부가 국민 정서를 고려해 이런저런 제약을 달았지만 결국 '감옥행은 멈춰져야한다'고 결정한 것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정권이 바뀌면 국가의 역할도 바뀌는 건가? 오늘 국방부가 '흘린' 방침은 60여년간 그늘 속에서 묵묵하게 감내했던 병역거부자의 고통과 역사를 무시하고, 정권이 바뀌었으니 그냥 계속 감옥에나 가라고 하는 것에 불과하다.

뒷걸음질 칠 데가 없다

국방부가 대체복무제에 관한 연구용역을 실시한다는 것 역시 이 사안을 뒤집을 수 있는 근거를 찾기 위한 '면피용'이 아닐까 하는 시선을 거둘 수가 없다.

이미 국방부는 2006년 4월부터 1년이 넘도록 '대체복무연구위원회'를 만들어 전문가들을 모아 대안을 도출하고 있다는 논리로 이 문제를 끌어왔다. 유엔의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결정이나 소위 '개인통보 결정'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물을 때에도 '현재 연구중'이라는 게 국방부의 답변이었다. 그러나 실상 이 위원회는 대체복무제를 반대하는 인사들이 편파적인 비율로 참여했기 때문에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해산되었다.

그렇기에 2009년 1월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던 제도를 이제와 연구용역을 통해 국민여론을 수렴하겠다고 하는 것은 '뒤집을 이유'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6개월도 남지 않은 지금 필요한 것은 2001년부터 논의된 병역거부 찬반 여론수렴이 아니다. 감옥밖에 없었던 젊은이들에게 어떤 방식의 복무를 주는 것이 사회적으로 적합한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토론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다. 이미 구체적인 복무 분야를 정하고 선발기준을 언급한 작년 안은 그 논의의 출발점이었다.

국방과 군대는 한국사회 인권의 문제에서 가장 후진적인 영역이었다. 그러한 반성으로 국방부는 내부적으로 인권교육을 시작했고, 과거사에 대한 진실을 구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인권 관련 부서를 국방부 내에 설치하는 진전을 보이기도 했다.

부디 국방부가 그간 진전시켜 왔던 인권의 걸음을 돌리지 말기 바란다. 비록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모든 것이 뒷걸음치고 있고, 1980년대 군사독재를 떠올리게 한다지만, 군대는 뒷걸음질 칠 데가 없다. 앞으로만 가야 한다.

오늘 나온 '정부 소식통' '국방부 관계자'의 말 한마디에 감옥행을 앞둔 젊은이들과 그 가족들은 지옥과 같은 시간 속으로 다시 들어가면서, 달라진 소식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병역거부라는 기초적인 인권조차 무시되는 한국 사회는 방한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반기는 분위기와 뭔가 크게 어긋나고 있다.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는 오는 6일(일요일) 10시 30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홍보대사들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만나는 서울 하얏트 호텔 앞에서 정부의 행태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연다. 연대회의는 또 7일(월요일) 10시 참여연대에서 국방부의 대체복무제 원점검토 방침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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