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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이제 '종교의 자유'까지 제약하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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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이제 '종교의 자유'까지 제약하라는 것인가

[기자의 눈] 사제단의 시국미사까지 비판하는 <중앙>

<중앙일보>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주최한 '국민존엄 선언과 국가권력 회개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사제단의 시국미사로 촛불 시위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자 이를 경계하고 나선 것.

이 신문은 1일 "성직자들이 불법 부추기는 모양새는 안돼"라는 사설을 내 "종교계 진보단체가 불법 촛불집회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를 우려한다"며 사제단과 시국 기도회, 시국 법회 등을 예고한 YMCA, NCC정의평화위원회, 서울 조계사, 참여불교 재가연대 등을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이 같은 시국행사는 오해의 소지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촛불집회는 이미 식탁 안전이라는 주제를 떠나 반미, 반정부 폭력투쟁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가 법질서를 회복하겠다고 강경하게 나선 것은 이런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은 "이런 판국에 열리는 종교계 시국 집회는 불법시위에 힘을 보태주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서울 시청 앞 광장은 경찰이 불법집회를 원천 봉쇄하고 있는 곳이다. 여기서 시위대와 유사한 주장을 하면서 종교 집회를 여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또 "시위대의 집결 장소를 제공하고 이들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결국 반정부 투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지 않겠는가"라며 "종교 단체로서 이런 결과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현 정부가 독재 정권인가. 지금 국민의 기본권이 유린되는 비상사태인가. 성직자들이 보다 신중하게 판단하고 행동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 1일자 <중앙일보> 5면. ⓒ중앙일보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할 때부터 사제단을 '무책임한 정치 폭로꾼' 정도로 폄훼해온 <중앙일보>의 사제단 깎아 내리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날 사설은 정부의 강경 진압 외에 시민사회의 자발적이고 평화적인 해결도 용납할 수 없다는 이 신문의 '폭력 지향적' 시각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실제로 이날 <중앙일보>는 1면에서 "'극렬소수' 없는 날, 폭력시위도 없었다"는 기사를 내 경찰의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진보연대의 압수수색과 시위물품 및 관계자 체포 등을 찬양하고 나섰다. 5면에 낸 "불법집회 봉쇄했더니 사제단 '매일 미사'"라는 기사 제목에는 '촛불'을 죽이지 못한데 대한 안타까움마저 묻어난다.

30일 사제단의 시국미사는 6만 여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만약 사제단의 미사가 없었다면 경찰은 또다시 물대포와 체포조를 동원해 폭력 진압에 나섰을 것이고 시민들은 맨 몸으로 맞섰어야 할 것이다. 혹은 이 신문이 주장하는대로 조·중·동에 대한 물리적 항의도 이어졌을지 모른다.

<중앙일보>가 비판해온 것은 시위의 폭력성 아니었나. 이 사설에서도 최근의 촛불 시위가 "경찰을 상대로 쇠파이프와 각목을 휘두르는 폭력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하고는 이를 평화적으로 반전시킨 사제단의 시국미사가 "불법 시위에 힘을 보태준다"고 비판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경찰도 인정하듯 이들의 '미사'는 합법이다. 이제는 집회, 시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도 모자라 종교의 자유까지 원천 금지하라는 주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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