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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사람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37>


거리에서 황당한 발명품을 전시한다는 펼침막을 보았습니다. 황당한 발명품이란 빨대 달린 국자, 조미료통 달린 젓가락, 대접 냄비, 마사지 슈즈, 앞뒤로 신을 수 있는 실내화 등등 기발하면서도 재미있는 발명품들을 말합니다. 이것을 '진도구(珍道具)'라고 한답니다. 진기한 도구의 준말인데 1987년 일본인 가와카미 켄지(川上賢司)라는 사람이 만들기 시작한 황당한 발명품을 말한다고 합니다. 책으로도 출판되어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세계 15개 나라에서 수백만 부나 팔렸다고 합니다.

발명품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면 더 불편하게 되는 도구들도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고정관념을 깨는 이들의 발상은 재미있습니다. 답답하게 반복되는 일상을 뒤집어엎는 이들의 전복적 사고와 괴짜 행동은 우리를 유쾌하게 합니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본래 괴짜의 기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정진홍 교수에 의하면 이들은 복합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명석하면서도 천진한 구석이 있고, 만족스럽게 일하기 위해 게으름이나 명상을 즐기고, 그 뒤에 따라오는 활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답니다. 장난기와 극기, 책임감과 무책임이 혼합된 모순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고, 상상과 공상 현실의식 사이를 오가며 외향성과 내향성이라는 상반된 성향을 함께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개방적이고 감성적인 성향으로 인해 종종 즐거움뿐만 아니라 고통과 역경을 겪는다고 합니다.

그럴 것 같습니다. 열심히 일하기만 하고 책임감과 현실인식으로만 무장되어 있다면 창의적인 발상을 하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창의성과 자발성은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활력소입니다. 당위성과 헌신성으로 이끌어져 가는 삶은 우리를 쉽게 지치게 합니다. 물대포를 맞고도 "온수, 샴푸!"하고 외치는 전복적 상상력을 보고 저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외치는 동안 저항은 축제가 되고 분노와 고통은 즐거움으로 전환합니다.

이런 천진함이 있어야 무슨 일을 하든 여유를 잃지 않으며 해 나갈 수 있습니다. 1037개의 특허를 갖고 있는 에디슨의 발명 방식은 역발상에 기초해서 시작한 것이 많다고 합니다. 레코드판을 거꾸로 돌리듯이 생각하거나 좌충우돌하는 발상을 자주 했고, 천진난만한 다섯 살짜리 아이의 말에도 귀를 기울였다고 합니다. 언제 어디서고 이런 창의적인 사고가 살아 있는 사람이 세상을 활기차게 이끌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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