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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공약 이행 벌써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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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공약 이행 벌써 걱정된다

[기고] 민주통합당, 역사 퇴행 책임지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정권교체에 실패한 민주통합당은 역사퇴행에 책임지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 여러 여론조사를 통해 정권교체를 지지한 국민이 65% 안팎까지 이르지 않았던가. 이는 새누리당 이명박 정권의 극에 달한 비리 부패상과 민생 파탄 때문이었다. 정권교체를 희구하는 국민 여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유력했던 안철수 후보가 사퇴했고 막판엔 진보정의당의 심상정 후보와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후보도 스스로 물러났다. 민주진영의 명실상부한 대표선수 자리를 아무런 조건 없이 민주통합당에 몰아준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통합당은 패배했다. 정권교체를 희구해 온 다수 국민의 실망과 좌절은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후보, 의원직 유지와 친노 임명직배제 외면은 안이한 태도

선거란 후보, 정책, 정당, 그리고 구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정치학계 선거연구자들의 통념이다. 첫째, 문재인 후보는 국회의원직도 그대로 유지했고 주변에서 모두가 주문한 이른바 '친노 486'의 임명직 배제선언을 외면했다. 안철수 후보와 과연 이기는 단일화를 했느냐에 대해서도 시비가 일었지만 그것은 별개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1997년 김대중 후보의 동교동계 임명직 포기선언이나 2002년 노무현 후보의 정몽준 후보 껴안기를 생각해 보면 문재인 후보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복지와 경제민주화 등 위장적 진보성향 정책, 실천가능성 검증했어야
"문신은 지울 수 있어도 DNA는 바꿀 수 없어"


둘째, 정책에서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별 차별성이 없었다. 민생, 일자리, 복지, 경제민주화, 남북대화 등의 중요한 정책과 공약에 대해 웬만한 전문가들도 변별력을 갖지 못했다. 오히려 박근혜 후보가 언론플레이를 잘해 정책홍보에서 우위에 있었고 진보성향의 정책을 선점했다. 선전과 사탕발림에 능한 경쟁후보를 견제하는 방법은 실천가능성을 검증하는 일이다. 박근혜 후보가 제아무리 진보성향의 정책을 내놓고 흔들어댄다 해도 그것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전략화했어야 했다.

미국의 저명한 한국학자인 시카고 대학의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지난 11월 말 워싱턴 소재 우드로 윌슨 센터에서 열린 대북정책 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대북정책은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것이 제대로 실천되기 어려울 것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보다 별로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매우 상징적으로 눈길을 끄는 언급을 내놓았다. "사람이 문신은 지울 수 있지만 DNA는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문신은 선거 때 내놓는 정책공약이고 DNA란 기본철학과 정체성이다. 박근혜 후보가 단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어서가 아니라 오랜 동안 한나라당의 중심인물로서 보수진영의 적통을 이어 온 터에 기본철학이 그 울타리를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얘기였다.

선거 때 이기기 위해서 무슨 짓인들 못하겠냐고 하지만 나는 박근혜 후보가 상징색깔을 빨강으로 정하는 걸 보고 다시 한번 '꼼수'란 단어의 의미를 실감했다. 새누리당 쪽에서 그렇게도 비난하고 공격해 대던 이른바 '좌빨'과 '종북세력'이 존재한다면 그들의 색깔이 빨강인 줄은 다 안다. 전통적으로 사회주의 세력의 브랜드가 붉은 장미와 적기(赤旗)와 적군(赤軍)과 적색노조(赤色勞組)이다. 그런데도 이번 대선에서 박 후보 진영은 빨강 목도리와 빨강 점퍼로 거리를 누비고 다녔다. 그들이 사회주의 혁명에 나섰단 말인가.

나는 박근혜 정부가 최소한 사회주의적 장점만을 가미하는 혼합정책(mixed constitution)에 눈 뜨기를 바란다.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야기한 사회경제적 난치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그렇게 해주어야 한다. 대선 과정에서 내놓은 정책공약만 그대로 이행해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원내대표인 이한구 의원은 벌써부터 공약의 수정을 말하고 있다. 완급조절이니 예산상의 제한 등의 이유를 들면서 이행하기 어렵다는 언급을 슬슬 내놓고 있다. 민주진영에 대한 감정적 비방과 편향된 정치칼럼으로 여러차례 물의를 일으킨 윤창중 씨를 수석대변인으로 기용한 것도 박 당선인이 약속한 대탕평인사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벌써부터 드러나는 악성 징조들을 보면서 나는 박근혜 당선인이 최소한 선거 때 국민 앞에 공약한 정책들만이라도 성실하게 그대로 이행해 주기를 요구한다. 주변의 보수진영 울타리를 벗어나 그 DNA를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우리의 민주주의와 선거의 의미를 짓밟지 말기를 간청한다.

선거 구도는 범민주진영 후보들 사퇴로 환상적으로 갖추어져

셋째, 선거를 좌우하는 변수 중 구도는 우리가 경험한 선거사로 보아도 불가항력적 여건을 조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1963년 10월 치러진 대통령선거가 매우 중요한 사례다. 당시 선거 구도는 박정희, 윤보선, 오재영, 변영태, 장이석 후보로 짜여졌다. 투표결과를 보면 △박정희 4,702,640 (46.64%) △윤보선 4,546,614 (45.10%) △오재영 408,664 (4.05%) △변영태 224,443 (2.23%) △장이석 198,837표 (1.97%)로 나타났다. 이 득표 분포의 의미는 무엇보다도 5.16 쿠데타 주모자인 박정희에 대한 반대가 다수였다는 사실이다. 박정희를 반대하는 후보들의 연합정치가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때 이번처럼 야권 후보의 단일화가 이루어졌다면 당선자는 박정희가 아니라 야권에서 나왔음이 분명하다. 야권후보가 모두 하나로 단일화되지 않는다 해도 윤보선이 오재영이나 변영태의 표만 흡수하는 연합정치만 했어도 박정희 당선은 막을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렇게 됐을 경우 그 후의 한국정치사를 상상해 보라. 완전히 다른 역사가 전개됐을 터다.

63년에 비해 역사적 의미는 덜하지만 87년 12월 치러진 대선도 똑같은 경우였다. 당시 후보는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이었다. 박정희의 후예로 민정당 후보인 노태우와 그에 반대하는 야권의 민간인 출신 두 후보가 대결했다. 군정이 연장될 위기를 느낀 야권은 김영삼과 김대중의 후보단일화 운동에 나섰다. 그러나 양김은 누구도 양보하지 않았다. 87년 대선에서 주요 후보의 득표 결과를 보면, △노태우 8,282,738 (36.64%) △김영삼 6,337,581 (28.04%) △김대중 6,113,375 (27.05%) △김종필 1,823,067표 (8.07%) 등이었다. 김종필은 제외하고 양김 단일화만 성사됐어도 군정 연장은 없었다.

두 개의 사례는 모두 선거 구도에서 이미 그 결과가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경험을 보여준다. 이번 대선은 반 박근혜 진영이 후보단일화를 완벽하게 이뤄 냈기 때문에 선거 구도 면에서 질 수 없는 경우였다. 정권교체를 열망해 온 다수 국민과 범민주진영이 실망과 분노를 표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래서다. 그 어려운 선거 구도가 환상적으로 짜여졌는데도 참패한 것이다.

후보-정책-정당 변수는 모두 민주통합당이 책임져야
친노486 규탄"4.11총선 공천은 패거리정치, 대선기획은 밀실야합"

선거 구도 외에 실패의 요인들인 후보와 정책과 정당의 변수가 모두 민주통합당에서 비롯됐다. 민주통합당은 대선 패배의 원인과 책임을 분명하게 규명하고 민주정당답게 응당한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 쉽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을 이번 대선을 값진 교훈으로 삼기 위해서도 치열하게 토론하고 냉엄한 내부 숙정을 거쳐 환골탈태해야 한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모든 인사들과 함께 범민주진영의 정치주체를 재확립하지 않으면 역사퇴행 사태를 막을 길이 없다. 18대 대선에 대한 사후평가 대토론을 개최하고 철저히 책임소재를 가려야 한다.

무조건적 단합은 민주정당이 취할 노선이 결코 아니다. 정치적 과오를 저지른 세력을 숙정하고 혁신한 뒤 새로운 정당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지를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민주통합당 내부에 할거한 패거리정치 주도세력은 뜻 있는 국민들의 규탄하는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들은 이번 대선 뿐 아니라 그 전주곡에 해당하는 4.11 총선 때도 공천권을 행사했던 장본인들이다. 이른바 친노486과 그 배후로 '보이지 않는 손'들이다. 그때도 공천권을 집단이기주의로 휘둘렀기 때문에 국회 다수의석을 새누리당에 빼앗긴 패배를 가져 왔다. 그런데도 인책은커녕 밀실에서 야합구조를 공작해 대통령후보와 당 대표와 원내대표까지 거머쥐었다.

이렇듯 민주통합당엔 패거리정치를 무기로 권력만 행사하고 그 결과에 책임은 지지않는 반민주적 당권파가 온존해 왔다. 이번 대선에서 127명 국회의원 전원이 제 일처럼 열정적으로 뛰지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던 것도 그래서였다. 양대 선거에서 당권파는 동일했으니 그들이 패배를 불러 온 누범인 셈이다.

범민주진영에 참담함을 안겨 준 민주통합당 당권파는 오늘의 이 역사퇴행 사태에 엄중하게 책임지고 정치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 책임정치야말로 민주주의의 본령적 규범일 뿐 아니라 범민주진영과 국민의 분노와 슬픔을 진정시킬 최소한의 처방이다. 정권교체와 민주헌정 확립을 희구하는 국민여망이 성취되지 못한 채 아직 표류하고 있지만 그것을 받들어 줄 정치세력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오늘의 한국적 비극이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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