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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는 제2의 코소보 혹은 파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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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는 제2의 코소보 혹은 파나마?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313> 좌파정부 퇴진 노리는 극우보수

한때 중남미에선 반정부 활동과 대규모 군중시위가 좌파 또는 진보주의 정치인들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최소한 1980년대 초반까진 그랬다. 그런데 최근 들어 좌파 정치인들이 중남미전체를 장악하자 이제 그런 양상이 변했다.

극우 보수를 표방한 특권층들이 볼리비아를 중심으로 에콰도르, 베네수엘라에서 반정부 활동은 물론 과격시위마저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들 보수주의자들이 외치는 건 단 한 가지 '좌파정부 타도'다.

하지만 이들의 이런 노력은 번번이 다수인 빈민층들에 의해 좌절되었다. 보수를 표방하는 이들 부유층들은 과격시위를 장기화할 수 없다는 것도 약점으로 작용했다. 장기간 동안 사회가 불안해지면 이들 가진자들은 결국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래서 기득권층들은 합법적인 방법인 주민투표로 좌파정권의 고립을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남미의 대표적인 빈국(貧國) 볼리비아가 빈부 갈등으로 인해 국토가 분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그 핵심엔 보수를 내세운 부유층들이 자리잡고 있다. 절대다수인 원주민에서 탄생한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빈부의 평준화를 위해 국가자원의 전면 국유화를 밀어붙이자 기득권층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관련 기사 : 암초 만난 모랄레스의 잉카제국 재건 야망 참조)

볼리비아 경제를 좌지우지할 만큼 각종 천연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손꼽히는 산타쿠르스주(州) 지역대표들이 정부의 국유화 조치에 맞서 지역 자치권을 내세우며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은 독립된 새로운 형태의 정부를 세우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 볼리비아 산타크루스 주민투표 개표광경 ⓒ볼리비아 <라-라손>

'볼리비아 주민투표는 좌파정부 고립작전'

이에 따라 볼리비아 엘리트층들과 보수우파인 야권이 주도해 추진된 자치권 주민투표가 지난 4일 전격적으로 실시됐다. 투표결과는 찬성이 85%정도로 나타났다. 이 주민투표를 주도했던 야권과 부유층들은 '압도적인 승리'라고 주장하면서 민심은 자신들의 편이라고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그러나 모랄레스 정부는 '반쪽짜리 투표'였다는 반응을 보이고 "주민 과반 지지 주장은 허위"라고 맞서고 있다. 주민 자치권 투표결과를 인정하지 못 하겠다는 태도다.

이에 대해 볼리비아 선관위는 최근 산타크루스의 투표인수는 93만 6163명으로 집계됐지만 주민 39%가 주민투표에 불참했고 15%가 반대해 실질적으로 45만 2238명의 유권자가 주민자치제에 관심이 없거나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또한 백지 투표와 무효표를 감안한다면 찬성표가 전체유권자들의 과반에 미치지 못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따라서 모랄레스 정부는 주민자치투표가 정국에 미치는 파장은 그렇게 크지는 않을 거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랄레스가 정작 두려워하는 건 볼리비아 내부 혼란을 빌미로 한 외세의 개입이다.

모랄레스가 시종일관 산타크루스 주민투표 배후에 미국이 도사리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건 바로 이런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지 정치평론가들도 현재 볼리비아 사태는 지난 1998년 유고연방에서 자치주로 독립을 선언한 코소보 사태를 연상케 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내란 사태 진정과 민주주의를 확립한다는 명목으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이 개입한 코소보 사태의 재발을 보는 듯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라파스 주재 미 대사가 1994~1996년까지 코소보에 주재했던 필립 골드베르드라는 인물이라는데 주목하고 있다. 이 외에도 미국 정부의 볼리비아 사태 개입설을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미심쩍은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볼리비아가 제2의 파나마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821년 스페인 제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파나마는 콜롬비아의 한 주로 편입이 되었다. 그런데 1903년 미군에 의해 콜롬비아로부터 분리 독립하게 됐고 운하 운영권은 물론 사실상 모든 통치권이 미국 정부의 손에 넘어가게 된 역사적인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중남미 정치권 사정에 정통한 현지 학계 인사들과 일부 언론인들은 "볼리비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건 미국 정부와 베네수엘라의 수리아주 대표들과 에콰도르의 과쟈낄 지역의 우파 정치인들"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들 나라들 역시 좌파정치인이 집권을 하고 있다는 것과 이들 세 도시가 보수적인 부유층들의 본거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볼리비아 산타크루스주가 주민자치를 내세워 독립에 성공한다면 파급 효과는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까지 순식간에 미치게 될 거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학계 인사들은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중남미에서 패권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미국이 좌파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고전적인 수단인 군사쿠데타라는 방식을 포기한 것 같다"면서 " 하지만 보수 우파들을 동원한 합법적인 좌파정부 퇴치운동은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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