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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규모 해저유전 발견은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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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브라질 대규모 해저유전 발견은 해프닝?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311> 뻥튀기 발표 의혹 제기

최근 들어 브라질 연안의 대규모 해저유전 발견 뉴스가 서방 언론들은 물론 한국 경제신문들의 지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일부 언론들은 브라질이 사우디아라비아나 베네수엘라를 능가하는 산유국이 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마구잡이로 보도하는 추세까지 보이고 있다.

그런데 최근 브라질 석유에너지부 내부와 페트로부라스 임원진들 사이에서 이 발표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막연한 가능성을 근거로 성급하게 발표되었다는 자성론이 수면아래서 일고 있어 화제다. 브라질 국영 페트로부라스의 주가만 뻥튀기한 해프닝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브라질 국립석유개발국(ANP)이 서둘러 발표한 대규모 유전발견 이벤트가 페트로부라스 주주총회를 앞둔 시점에서 발표됨으로써 해당 주식을 보유한 해외투자가들과 관련기업 임원들은 두둑한 배당금만 챙기게 됐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 브라질 국영 페트로부라스의 해저유전 시추현장 ⓒ페트로부라스 홈페이지

ANP는 지난해 말부터 상파울루 인근 산토스만과 투피, 주피터, 카리오카 등의 해안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되었다면서 브라질이 세계최대의 산유국이 될 거라는 장밋빛 발표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브라질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부라스는 현재까지 투피(TUPI)지역의 50~80억 배럴의 추정 매장량만을 공식적으로 확인해 놓은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나머지 지역은 수백억 배럴의 매장량은커녕 경제성이 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남미 현지의 에너지관련 전문가들은 대규모 해저유전 발견이라는 빅뉴스를 브라질 석유개발국(ANP)이 독자적으로 발표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ANP는 브라질 석유 및 에너지부의 산하기관으로써 이런 중차대한 발표를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이런 발표라면 석유 및 에너지부 장관이나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국영 페트로부라스의 최고경영자(CEO)였어야 했다는 것이다.

브라질 현지 언론들과 외신들은 이런 기본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일개 국장의 말만 믿고 대규모 유전 발견 설을 앞 다투어 보도했다. 이 발표로 최대의 수혜자들은 영국과 미국의 투자가들이라는 말이 회자가 되고 있을 정도다

현지 전문가들로부터 이와 같은 비난여론이 비등하자 브라질 국영석유 페트로부라스와 브라질 석유 및 에너지부는 절차와 관례를 무시한 일방적인 발표였다고 인정하기에 이른다. 추정 원유 매장량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가능성만을 가지고 너무 성급하게 발표를 서둘렀다는 사실을 고백을 한 것이다.

지휘개통과 관례를 무시한 정치적 이벤트

현지 전문가들은 브라질이 세계 산유국대열의 선두주자가 될 거라고 애드벌룬을 띄운 하롤도 리마 ANP국장을 주목하고 있다. 그는 룰라 정부의 실세이기는 하지만 이 분야의 비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낙하산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따라서 그가 관례와 절차를 무시하고 대규모 유전 발견설을 흘린 건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브라질 석유 및 에너지부의 자료에서 하롤도 리마의 이력을 검색해보면 그는 전기기술자로 브라질 공산당 노조에서 잔뼈가 굵은 정치인이다. 그는 군정 당시 반정부활동을 이유로 체포되어 3년간 감옥에서 보냈고 출옥 후 룰라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합류 선거운동에 주력한 인사였다. 룰라는 이런 그를 대선 승리 후 정부투자기관인 ANP국장에 임명한 것이다.

대규모 해저유전 발견 소식을 발표한 리마는 석유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나 페트로부라스 임원들과 심도 있는 협의를 거치지 않고 가능성만을 전해 듣고 단독으로 대규모 해저유전 발견 사실을 언론에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심지어 ANP 내부 의결조차 거치지 않은 채 대규모 유전 발견 사실을 확인한 것처럼 밀어붙였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브라질 에너지부 장관이나 페트로부라스 임원들이 지휘계통을 무시한 리마의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행보에 제동을 걸 수 없었던 것은 그가 룰라의 실세 정치인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들 석유관련 주무부서장들은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며 벙어리 냉가슴을 앓은 채 구경만 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리마의 성급한 발표가 사실인가와 이 유전들이 과연 경제성이 있느냐 하는 여론이 수면위로 급부상하자 페트로부라스의 세르지우 가브리엘리 회장은 한 TV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통상적인 절차와 관례를 무시한 리마 국장의 신중치 못한 발표를 질책하고 "석유매장량에 대한 각종 자료들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평가한 다음 자세한 내용을 추후 확인해주겠다"고 해명하기에 이른다.

정확한 추정 매장량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리마 국장이 가능성만을 가지고 서둘러 대규모 유전 발견설을 발표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결국 브라질 인근 해역의 심해에 석유매장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그 규모가 소량인지 대규모인지는 자세한 조사를 더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지의 일부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하나의 정치적인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좀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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