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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없는 공무원의 끝없는 자기부정

[시론] 혁신도시 추진과 국토부, 그리고 감사원

참여정부가 전국 각 지방에 성장거점을 구축하겠다며 시작한 혁신도시 사업이 엉터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것도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건설교통부 후신)가 최근 청와대에 제출한 보고서에 이실직고한 내용이라고 한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부정하다

국토부가 혁신도시 건설과 관련해 예상되는 문제점과 대응방안을 정리해 보고한 바에 따르면, 우선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에 따른 연간 부가가치 증가효과를 3배 이상 부풀려 발표했다고 한다. 공공·민간 자본을 합쳐 무려 43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서 나오는 부가가치가 고작 3000억원으로 산정됐는데도 이 부분을 은폐한 것이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더 한심하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혁신도시로 이전할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하면서 두 가지 주요 이유를 들었다. 우선 혁신도시 조성원가가 인근 산업단지 분양가보다 2∼6배나 높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높은 토지보상비와 기반 시설비 등으로 인해 주택 분양가도 올라가 미분양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전기관 직원들이 가족동반 이주를 희망하지 않아 인구유입이 저조할 우려도 있다고 했다.

특히 공기업 민영화와 통폐합으로 인해 혁신도시 규모의 축소가 불가피하며, 청사신축비 자체조달이 어려운 기관들이 2조9000억원의 국고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는 사실도 적시됐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혁신도시 사업은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며, 보고서는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문제점을 다각도로 검토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곧이곧대로 믿어달라는 건가!

감사원 "3개 기관 합작 사기"

한편 감사원은 건교부(당시)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토연구원 등이 합작으로 혁신도시의 경제 효과를 뻥튀기했다고 밝혀 사법처리의 불가피성을 시사했다.

일례로 지난 2005년 균형발전위가 발표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경제적 효과는 일자리 13만 3000개와 부가가치 4조원이었다. 하지만 감사원은 최근 작성한 내부 보고서에서 지방에 창출될 일자리 수는 기관과 협력업체가 많이 옮겨갈수록 또 가족들이 많이 따라갈수록 많아지는데, 동반 이주율 100%를 가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토지공사의 표본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족은 42% 이하, 협력업체는 16%만이 이주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균형위가 용역을 준 대학연구팀이 경제적 효과가 고작 일자리 3만여개, 부가가치 3000억원이라는 의견을 보고했지만 채택되지 않은 것도 드러났다.

나라 망치는 '영혼 없는 공무원'

국토부의 전신인 건교부가 중심이 돼 작성한 혁신도시 관련 허위평가서는, 국책 과제라면 기대 효과를 짜깁기해서라도 통치자의 구미에 맞게 시나리오를 만든 후 강력하게 밀어붙여는 공무원의 속성을 여지없이 드러낸 추함의 극치다.

그러고 보니 지난 1월 당시 국정홍보처 직원들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행한 발언이 생각난다. 인수위 보고서에서 국정홍보처 간부들은 스스로를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영혼 없는 공무원'으로 정의했다. 자신의 판단은 없고 오직 프로그램 된 대로 움직인다면 목표를 무조건 파괴하는 '터미네이터'와 다를 게 뭐 있나! 그래도 국정홍보처 간부들은 솔직하기나 했다. 대체 이 사람들은 뭔가?

혁신도시, 어찌 하오리까?

새 정부는 이미 혁신도시사업을 포함한 지역균형발전정책에 대한 수정 작업에 착수했다. 문제는 이처럼 근원적으로 문제가 있는 프로젝트를 계속해야만 하느냐다. 아니면 어느 시점에서 어느 수준으로 수습하느냐가 관건이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 등 후유증 역시 골칫거리다. 토지보상 협의율이 금액 기준으로 78.1%에 달할 정도란다. 게다가 이미 풀린 돈이 2조4300억원이나 된다니 그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일도 간단치 않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벌써부터 사업 축소를 걱정하면서 혁신도시 건설의 큰 기조는 유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민들의 집단행동 움직임 조짐도 보이고 있다. 지자체와 주민들을 정부가 어떻게 설득하느냐도 중요한 절차다.

그나저나 정말 큰일이다. 이렇게 영혼 없는 사람들이 포진해 있는 부처에서 한반도 대운하 같은 막중한 프로젝트를 핸들링 한다니.

감사원의 無靈魂은 도가 더해

더 한심한 무영혼(無靈魂) 공무원 집단은 바로 감사원이다. 혁신도시 청사진이 허위투성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감사원은 팔짱을 낀 채 사업진행을 수수방관했다. 정황 상 당시 정권과의 코드 맞추기를 위한 명백한 직무유기 혐의가 짙게 풍긴다. 더욱이 엄정한 회계감사로 국고를 보전할 헌법상 책무이자 권한을 스스로 저버렸다.

이 같은 사실을 새 정부 들어서 인지했다고 해도 역시 코드 맞추기의 틀을 벗어날 수 없다. 공공기관 이전을 포함한 지방개발 정책을 재검토하라고는 새 집권자의 주문에 맞장구 친 것이니까.

그러고 보니 감사원이 내놓은 몇 건의 감사결과나 감사 착수 발표 사안 중엔 새 정권과의 코드 맞추기 냄새가 풀풀 풍기는 것이 즐비하다. 지난 1월 발표한 남북협력기금 전면 감사계획이 그렇고, 지난달 전격 착수한 공기업 특별감사 역시 마찬가지다. 공교롭게도 감사 착수 시점이 참여정부 인사들에 대한 퇴진 압박이 가중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표적감사 시비가 나올 것은 뻔한 이치.

그런데 한번 보자. 전윤철 감사원장은 참여정부 때 임명된 인사 아닌가! YS시절(공정거래위원장)부터 DJ정부(기획예산처 장관 및 대통령 비서실장,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를 거쳐 노무현 정부(감사원장 및 연임)에 이르기까지 승승장구해 온 전 원장은, 이제 또 다시 코드가 다른 새 정권에까지 코드를 맞춰 관직을 유지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도 그렇지, 오버가 너무 심하지 않은가. 서울 삼청동 감사원 뒤뜰에 서 있는 돌마패 로고가 한없이 가벼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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