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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것은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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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것은 '선거'"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4/08] 성균관대 서중석 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제 18대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이슈와 정책이 보이지 않는 이번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무관심이 커지면서 일부에선 투표율이 역대 최저가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역사학자인 서중석 교수는 최근 자신의 저서에서 선거는 우리 민족의 역동성을 이끌어온 원동력이었다며 한국을 이끌어 온 선거의 힘을 강조합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성균관대 사학과 서중석 교수를 초대해 우리 현대정치사에서 선거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선거의 의미와 그 중요성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성균관대 서중석 교수입니다. 서중석 교수는 1948년 충남 논산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에서 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79년부터 1988년까지 동아일보 기자로 활동했고 현재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역사문제연구소 소장을 거쳐 현재는 고문을 맡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1980년대 민중의 삶과 투쟁>, <한국현대민족운동연구>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한국현대사 60년> 등이 있으며 최근 <대한민국 선거이야기>를 펴냈습니다.

박인규 :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디어 내일 18대 총선이 벌어지는데요. 일각에선 10년만의 보수정권 탄생 이후 처음 치러지는 총선이다, 건국 60주년에 이뤄지는 총선이다. 여러 가지 의미부여를 하고 있는데요, 현대 한국사를 전공하신 분으로서 이번 총선의 의미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프레시안

서중석 :
흔히 지난 10년간을 진보세력이 집권한 10년이라고 평하고 있죠. 그런데 지난번, 작년에 치러진 대선에서는 보수세력에게 표를 몰아준 아주 드물 정도로 보수세력이 많은 지지를 받은 선거였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선거에서는 계속 보수세력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표를 몰아줄 것이냐. 그렇지 않고 지난번에는 보수세력에 표를 줬으니까 이제는 국자가 균형있게 이뤄져나갈 수 있도록 보수세력을 견제하는 힘을 실어주는 투표에 보다 더 초점을 맞출 것이냐. 이 점이 이번 총선에서 중요한 판가름을 갖게 할 것 같고.

또 하나는 지난 10년 진보세력의 정치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남북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말 남북관계가 현저하게 변화됐거든요. 우리가 분단된 지 60년이 된다고 합니다만 이렇게 남북관계가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이번 총선을 계기로 남북관계까 계속 그 방향으로 가는게 좋으냐, 그렇지 않고 보수세력이 주장하는 것처럼 전면 재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냐, 이런 문제도 이번 총선에서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 같습니다.

대운하 같은 것도 역시 이번 총선과 깊은 관계가 있는데요, 보수세력 내지 지금 이명박 정부 쪽에 큰 표를 몰아주게 되면 대운하 추진은 훨씬 수나롭게 될 거고, 그렇지 않고 견제세력이 많이 등장할 수 있게 해주면 그만큼 대운하는 어렵게 되는 것 아닌가. 여러 가지로 이번 선거는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대한민국의 앞날에 굉장히 중요한 갈림길이 될 수 있는 총선이란 말씀이신데요. 실제로 보면 정책이라든가 이슈가 실종됐다는 말도 있고요. 또 정치, 정당 부문에서도 예를 들면 자유선진당이라든가 친박연대라든가, 정당정치가 사라졌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정당정치가 활성화돼야 된다고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실제로는 정책선거도 사라지고 정당정치도 사라졌다는 비판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봐야 될까요?

서중석 : 선거 하면 연상되는 게 정책대결이다. 공약싸움이라고 얘기할 수 있고, 또 정당정치, 정당 간의 대결이라고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요 근래 선거에서는 그 점이 어떤 면에서 실종된 거 아니냐는 우려마저 들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된 제일 큰 요인은 몇 년 전부터 경제제일주의랄까 성장우선주의적인 사고방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경제만 발전시키면 된다, 성장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 앞에서는 정책이라든가 이런 것이 얼굴을 들 수 없는 거죠. 무조건 경제발전 시킬 수 있는 방식만 찾아내면 되는 것이다. 이런 식의 주장이니까요.

거기다가 이번에는 공천이 너무 늦어졌습니다. 그래서 각 정당이나 후보자들이 지역공약이나 정책개발을 하기에는 상당히 시간적으로 어렵게 돼버렸거든요. 거기다가 공천 받은 후보자들이 사실은 정책 같은 걸 주장하는 것보다는 아주 자기한테 유리한 개인적인 연구라든가 이런 걸 더 주장하는 것도 작용했습니다. 그런데 정당정치는 한국 현대정치 60년 간의 가장 큰 숙제라고 볼 수 있는데요, 왜냐면 과거 독재정치를 하던 여당이건 야당이건 개인 중심의 정당으로 돼 있었거든요. 그걸 하루빨리 지양하고 정책정당으로 태어나야 한다. 그걸 선거를 통해서 실증돼야 하는 거라고 얘기들 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번 선거에선 더더군다나 정당이 산산이 분해되는 감도 주고 있고, 도대체 이런 데서 어떤 정당정치를 기대할 수 있느냐. 아주 큰 우려가 들고 그래요.

박인규 : 투표율이 낮은 것도 그런 것과 관련있지 않을까요?

서중석 : 그렇습니다. 인권이나 민주주의, 시민사회 문제라든가 여러 사회변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되면 결국 정책경쟁을 안 할 수 없게 되는 거고 거기에 민주의식이라든가 선거에 대한 남다른 생각을 갖게 되는 건데, 그렇지 않고 그냥 경제만 발전시키면 된다는 사고를 갖게 되면 그건 바로 정치에 대한 무관심, 그런 쪽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되거든요. 나이 먹은 층만 그런 경제제일주의를 갖게 되는 게 아니라 젊은층은 젊은층대로 뭔가 우리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어둡다. 참 직장이라든가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뭔가 돼야 하는데 그런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또 경제제일주의 같은 사고를 크게 갖게 하는 것 같아요. 이건 참 문제가 많은 겁니다.

박인규 : 지금 드러난 현상은 어떻게 보면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랄까요? 정치인들은 좀 심하게 얘기하면 거짓말만 하는 사람이다. 선거 투표해서 뭐하나, 이런 식의 선거 자체에 대한 불신이랄까 무관심이 많은데, 이번에 쓰신 책 '대한민국 선거이야기'를 보면,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 선거라는 게 우리나라 민주주의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어요.

서중석 : 우리 선거가 금권선거 또는 경찰선거, 관권선거, 지역선거 해가지고 많은 비난을 받아왔죠. 그런 비난을 받을 만한 요소는 충분히 있었다고 봅니다. 유권자의식이 실종된 선거도 여러 번 있었다고 지적을 받는데, 그런 점이 사실 없었던 건 아니죠. 그러면서도 선거가 우리 사회를 크게 변화시킨 것만은 저는 부인할 수 없다고 봅니다. 유권자의식이 살아있었던 선거도 여러 번 있었고요. 그래서 이승만 정권이 4.19로 새로운 민주사회로 가게 바뀐다든가, 또는 유신체제가 무너진다든가. 전두환 신군부체제가 변화한다든가 그래서 6월 민주항쟁이 온다든가, 이런 건 모두 다 선거와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거든요. 또 우리의 경우 정치가 선거 빼놓고는 사실 없다시피 해요.

나머지 기간은 집권자들이 통제라든가 행정이라든가 이런 식으로 일을 해나가기 때문에 사실 정치는 선거를 통해서밖에 있을 수 없는 거고. 그래서 선거를 잘 하는 것처럼 중요한 게 없습니다. 더군다나 한국은 시민사회가 성숙되지를 못해왔어요. 지금까지. 그러다 보니 시민사회가 할 역할도 정치사회가 다 해버리는. 교육 하나만 하더라도 대학이라든가 학부형들이 교육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결정해나가는 게 아니라 사실 정치권에서 모든 걸 다 결정해 버리거든요. 영어를 애들한테 조금 가르친다, 많이 가르친다, 초등학생한테 가르친다. 이런 문제도 학부형이나 교육자들이 결정하는 게 아니에요 우리 경우는. 전부 정치권에서 결정해 버려요. 그러니 정치의 중요성이 어떤 면에서는 클 수밖에 없는데, 그럴수록 정치는 선거를 통해서 우리의 경우는 행사할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선거가 중요한 것이죠.

박인규 :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이 정치의 방향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런 말씀이신데 네 개 정도를 특히 지적하신 것 같아요. 저 개인적으로는 사실 85년 2.12총선이나 78년 선거는 기억이 나는데, 가장 먼저 56년 대선 총선이 이승만 정권의 향방에 굉장한 영향을 미쳤다. 어떤 측면에서 그런 건가요?

서중석 : 우리가 참 선거가 부정적인 면이 많다는 건 1952년 최초로 치러진 8월 5일 정부통일직선제 같은 경우는 정말 경찰의 선거라고 할 정도로 국민이 모르는 사람이 부통령이 되고 그랬거든요. 한태영씨라는 분이 되고 그랬는데, 그러나 56년 선거쯤 되면 전쟁분위기도 많이 달라지게 됩니다. 일단 전쟁이 끝난 지가 3년이나 되고 평화시대 온 것이거든요. 그러면서 도시가 많이 발전하게 됩니다. 서울 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그러면서 도시민들이 이승만 정부를 비판하고 부정부패, 비리, 이런 것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불만을 토로하고 그런 걸 볼 수 있죠. 또 이승만 독재에 대해서도 그렇고요.

그러다 보니 1956년 선거에서는 도시에서는, 더군다나 서울에서는 자유당이 선거운동을 거의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예컨대 파고다공원에 마이크를 민주당과 자유당이 똑같이 달아놨는데 자유당 것은 듣지 않고 민주당 것만 듣는 식이거든요. 그런 식으로 전체 분위기가 되고 그래서 민주당에서 내건 정치구호. 못살겠다 갈아보자, 이게 아주 굉장한 인기였어요. 그리고 신익희 후보의 한강 백사장에 이삼십만이 모여들고 그랬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승만 자유당 쪽에서는 굉장히 큰 두려움을 가졌죠. 선거결과도 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예컨대 서울에서 68만 명 정도가 투표를 했는데 28만 명이 죽은 신익희 표가 나와 버렸어요. 그런가 하면 이승만은 산 사람인데, 더군다나 대통령이고 국부라는 얘기까지 들었는데 20만 표밖에 나오지 못하고 조봉암 표도 11만 표가 나온 거예요.

사실 개표가 제대로 됐더라면 이승만과 조봉암 표차이가 얼마나 됐을까 의심할 정도로 그 선거에서는 신익희가 살아있었다면 당선이 됐고, 제대로 개표만 했어도 참 알 수 없는 선거다, 이런 얘기를 들은 선거였든요. 이런 56년 선거를 겪고 보니까 이승만과 자유당에서는 이제 60년, 4년 후에 치러질 선거는 무슨 수를 써서든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야겠다. 이승만 대통령은 굉장히 자긍심이 큰 사람이거든요. 자신이 국민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56년 선거 같은 것이 나오니까 60년 선거만은 압도적 지지를 받는 선거로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

박인규 : 말하자면 민의를 좀 조작해야겠다, 그런 거군요.

서중석 : 그런 셈이죠. 그러다 보니 최인규 같은 사람을 내무부장관 시키고, 그래서 경찰 전체가 부정선거에 움직이고 공무원들도 대거 동원대고 하는 속에서 4할 사전투표, 그리고 3인조투표, 완장부대 등장으로 공포분위기 조성, 그리고 대리투표도 아주 많았어요. 거기다 개표할 때는 야당 참관인을 폭력으로 내쫓고 하는 사태가 비일비재 많았어요. 그게 우리가 하는 유명한 1960년 3.15 부정선거거든요. 압도적으로 이승만 이기붕이가 대통령 부통령에 당선됐지만 학생들이 가만있지 않았죠. 그래서 마산이나 전국 각지에서 학생의거가 일어나고 결국 4.19혁명이 일어나고 4월 26일에 이승만 대통령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 사회가 크게 새로 변모할 수 있는 기틀을 잡았어요 4월 혁명으로. 한국사회가 태어났다, 저는 그런 얘기를 많이 합니다. 이승만 시대 참 암울하고 뭐가 되는 일이 없었거든요. 4.19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된 거예요. 새로운 사회로 우리가 발돋움하게끔 한거죠.

박인규 : 56년에 드러난 국민들의 민심이 결국 이승만 정권의 불의를 불러왔고 4.19까지이어졌다. 현대사 가까운 과거를 보면 85년 2.12총선도 굉장히 이른바 바람을 일으킨 선거였는데요. 제가 기억하기에도 그 당시 선거 전에 일간신문들에서는 그 당시 신민당이 한 2,30석 정도다. 실제로 6,70석이 넘었어요. 2.12총선의 의미는 어떻게 보십니까?

▲ ⓒ프레시안

서중석 :
우리나라에서 선거바람이란 말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1971년 선거 때부터가 아닌가 싶어요. 71년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 후보가 부산에서부터 바람을 일으켰거든요. 그런가 하면 서울 장충단에서 엄청난 청중을 동원하고 그렇게 되니까 박정희 후보가 이게 나의 마지막 선거다, 후계자를 키우겠다는 얘기를 장충단 유세에서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선거 전날 방송연설을 통해서도 했고. 그런 것들이 큰 영향을 미쳤어요. 하여튼 그 선거는 바람의 선거라고 얘기하는데, 71년 대통령선거 못지않게 오히려 훨씬 더 바람이 거세게 불어온 것이 바로 85년 2.12총선 아니었냐 그렇게들 얘기하고 있죠.

처음에 학생들은 야당정치인들은 기회주의적인 성격이 있기 때문에 이 선거를 거부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까지 나왔는데, 그게 아니라 야당과 함께 우리 모두가 민주화를 이뤄내는 건 동일목적 아니냐, 똑같이 힘을 합쳐야 하는 거다 해가지고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이죠. 거기다 김영삼 김대중씨에 대한 그 당시 민중들의 지지가 아주 컸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선명야당을 기대하는.

도대체 전두환 신군부식으로 정치하는 게 정치냐. 이런 식의 사고가 은연중에 많이 깔려있었고 경제적으로도 우리가 이만큼 잘 사는데 그런 식의 정치를 우리한테 강요한다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 이러면서 바람이 일어난 것이죠. 그래서 서울 종로가 그 당시 정치1번지라고 했는데 그런 종로에 10만 명 인파가 몰려드는가 하면, 성북에는 정치사형수 부활하다, 해가지고 이철 후보가 바람을 일으키고 이런 식으로 서울과 대도시에서 엄청난 바람을 일으켰죠. 그래서 선거 끝났을 때 제1야당이었던 민한당은 그야 말로 풍비박산나고 말았고 신민당이 제1야당이 되고 그러면서 대도시를 휩쓸어버리는. 서울에서는 그 당시 신민당이 47%나 득표를 한 반면에 여당인 민정당은 30% 내외밖에 못했어요. 그렇게 큰 차이가 났습니다. 엄청난 바람이었어요.

박인규 : 제가 기억하기로도 80년대 전반에 전두환 신군부의 철권통치가 85년 2.12 총선을 거치면서 풀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6월 민주화항쟁까지 이어졌는데요. 일각에선 이런 지적들이 있었습니다. 6월 민주항쟁을 해서 민주화가 됐다고 하는데 살림살이가 별로 좋아진 것 같지 않다. 이런 지적도 있고, 또 하나는 아마 바람에 의한 선거로 따지자면 2004년 총선도 그에 못지 않은, 이른바 탄핵 열풍에 의해서 여당에 과반의석을 몰아줬는데 그 민심이 원하는 바를 정치지도자, 또 정치세력이 말하자면 수습을 못하는 것 같다는 비판이랄까 아쉬움... 어떻게 봐야 될까요 그런 부분을...

서중석 : 6월 민주화항쟁은 우리나라 3.1운동 이후 최대규모의 민주주의 항쟁이었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한 큰 시위였는데, 그러면서 우리가 제일 대통령 직선제를 포함해서 여러 가지 자유를 획득하게 된 거죠. 노래도 이제 마음 놓고 부르게 되고 방송도 마음 놓고 할 수 있게 되고 한 시대가 그때부터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상당히 많이 민주화가 진전된 건 사실이었어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시민의식, 민주주의의식, 인권의식이 그것과 같이 성숙해서 동반돼나간 것이냐, 꼭 그렇게만 얘기할 순 없는 면이 있었죠. 사실 직선제 쟁취하는 건 16년 전 1971년으로 돌아가자는 면이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충분한 민주의식을 수반하지 못한 것이 그 이후 지역주의를 크게 일어나게 하고. 그러면서 민주주의나 인권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지 못하게 만든 그런 사태를 가져온 거 아니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2년 대선이나 2004년 총선은 또 상당히 그런 나름대로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긴 했어요. 예컨대 미디어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많이 했죠. TV토론 같은 게 큰 역할을 했고 선거바람이라든가 이런 게 상당히 불었고 정책대결 같은 것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선거가 끝났을 때 여성들이 비례대표제로 많이 당선되고 했는데, 이건 우리가 1964년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비례대표제가 제역할을 그래도 좀 한 게 아니냐, 그렇게 볼 수 있고. 어쨌든 진보세력이 정치권에 등장한 것도 괜찮게 봐야 할 측면이 있거든요. 3김시대도 좀 끝나야 하지 않느냐, 사람들이 그랬는데 3김시대가 그 선거로 끝났잖아요. 그런 여거 가지 변화를 가져온 건 인정할 만한 점은 있습니다.

박인규 :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이 우리나라 정치과정에 중대한 역할을 했다는 지적을 하셨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작년 대선에서는 이른바 보수정치인인 이명박 후보가 아주 압도적인 차이로 당선되셨어요. 이 지난 대선의 의미를 우리나라 현대 정치사에서 보자면 어떻게 봐야 될까요?

서중석 : 정치라는 건 돌고 도는 것이다, 그런 식의 얘기가 있죠. 한 번은 진보 쪽으로 가다가 그 다음엔 보수 쪽으로 가는 그런 식의 순환이 이뤄지게 마련인데, 작년의 경우는 진보 쪽에서 10년 정도 했으니까 이번에는 보수 쪽으로 가는 게 좋겠다. 그리고 경제성장이 역시 중요한 것 아니냐, 이런 분위기가 많이 작용했어요. 우리 선거에서 보면 장기집권에 대해 상당히 큰 염증을 느끼게 됩니다. 한국사람은 바뀌는 걸 좋아한다 하잖아요.

새것을 좋아한다 이런 얘기도 하고 그러는데 예컨대 56년 선거에 이승만 대통령이 지지를 못 받은 것도 장기집권에 대한 염증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1978년 유신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대통령 쪽인 공화당이 야당보다도 1.1%나 표가 적게 나와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거든요. 결국 그것이 선명야당을 탄생하게 했고 그래서 김영삼 당수가 박정희 대통령과 격돌하게 되는, 그러면서 부마항쟁으로 가게 되는 그야 말로 대드라마가 연출되는 모습을 볼 수있는데, 그때도 너무 오래 집권한 게 아니냐, 이런 것들이 작용했어요.

작년 선거에서도 역시 김대중 정부 5년 노무현 정부 5년이 상당히 길게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장기집권에 대한 염증이 경제성장제일주의, 이런 분위기와 얽혀서 그렇게 보수세력을 지지하는 게 나왔는데 저는 우려되는 측면도 있어요. 성장제일주의라는 건 성장이 당장 잘 안 되는 수도 있잖아요. 근데 그렇게 되면 유권자들이 화를 내면서 뭐가 잘 안 된다, 이런 식의 불만을 갖게 되는 것 아닌가. 또 너무 빨리 요새는 냄비 끓듯이 끓는 식의 인심도 이건 사실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것이다. 한 번 정권을 맡겼으면 일을 할 수 있게끔 해야 되는 건데 조금 있다가 거기에 대한 불만을 느끼게 되는 사태가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저는 이번 정부에 대해서도 좀 들거든요.

박인규 : 경제성장제일주의, 장기집권에 대한 염증 같은 것이 지난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씀하시는데, 반면에 일각에서는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문제라든가 그런 걸 잘 풀었더라면 또 다시 재진입하는 것 아니었겠느냐. 그런 면에서 작년 대선은 진보개혁진영의 실패다, 이런 자기반성 같은 것도 하고 있는데 노무현 정부의 공과 과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 ⓒ프레시안

서중석 :
노무현 정부의 공과는 그야 말로 역사에다가 맡겨야 한다. 저는 역사학자니까 이런 소리를 하게 됩니다만,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측면이 상당히 있다고 봐요. 왜냐면 노무현 정부에서 일어난 일은 상당히 긴 세월을 두고 평가해야 할 문제들이거든요. 당장 효과가 드러나지 않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인권문제라든지 민주주의문제, 또 투명성문제... 우리 사회가 그 사이 많이 투명해졌거든요. 정치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투명해지고 사회 전체가 투명해지는. 그런 면이 있는데 그것도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또 남북관계 같은 것도 과연 이게 좋았느냐 저게 좋았느냐. 이 판단은 몇 년이 지나가봐야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생기거든요. 그래서 저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판단은 너무 성급하게 하는 건 문제다. 다만 우리가 민주주의나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 건 상당히 위험한 요소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그건 선거에 대한 무관심 못지 않게 우리 사회를 어디로 가게 할지 모르는 위험요소를 안게 하고 있는 거거든요. 항상 그 사회를 안전하고 튼튼하게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민주주의 인권, 시민의식이라고 봐야 합니다. 우리 젊은 사람들이 대통령선거보다 오히려 국회의원선거에 더 무관심한 것 같아요. 그런데 나이 먹은 분들은 국회의원선거에 대해서도 대단한 관심이 있습니다. 왜냐면 이런저런 걸로 그 분들은 따지는 게 있거든요. 지역적으로 나하고 연고가 된다든가 해가면서 국회의원선거도 나름대로 중시하는데 젊은 사람들일수록 오히려 국회의원선거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나와 그게 무슨 상관이냐, 후보자 이름도 모르겠다. 그 사람이 뭘 했는지 뭘 공약했는지 관심이 별로 없다는 식의 사고를 갖고 있는데, 사실 젊은 사람들의 운명에 이번 선거처럼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게 없거든요. 남북관계니 대운하니 이런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교육이나 경제라든가 굉장히 많은 산적한 문제들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젊은이의 한 표라는 게 이번처럼 소중할 때가 없을 것이다. 특히 지금 경합지구가 100지구나 되고 있고 40군데는 눈앞을 알 수 없는 초접전지대라고 오늘 신문에도 나고 그랬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한 표를 제대로 행사하는 것. 그거야 말로 우리 역사에서 이렇게 소중한 표가 어딨느냐는 얘기를 들을 만큼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전 그렇게 생각이 됩니다. 아주 중요합니다 한 표가.

박인규 : 중요한 한 표를 다 행사했으면 좋겠고요. 앞으로도 선거는 계속 있을 거고요. 선거와 민주주의 관련해서 마무리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서중석 : 저는 우리 선거가 너무 문제가 있다는 지적보다는 오히려 역동적이고 우리 사회를 변화시킨 큰 힘이 됐다, 여기에 중점을 맞춰서 대한민국 선거이야기도 썼습니다만. 민중들, 우리 서민들에 대한 실리 같은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유권자에 대한 실리 같은 것. 그래서 지금 당장만 생각할 일이 아니라 앞으로 4년 후에는 또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모시킬 것인가, 이런 것 같은 것을 같이 생각하면서 민주주의라든가 인권이라든가 선거의 중요성, 이런 문제들이 우리한테 항상 새롭게 다가올 수 있는 그런 의식개혁이랄까 의식변화,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경제성장도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 않게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삶의 질, 이걸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박인규 : 어떤 의미에서는 국민들이 자신의 한 표를 행사하는 것만큼이나 정치지도자들이 국민의 뜻을 잘 헤아려서 사회의 방향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서중석 :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대한민국 선거이야기'의 저자인 성균관대 사학과 서중석 교수를 초대해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선거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선거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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