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용연향과 사람의 향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용연향과 사람의 향기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7>


얼마 전 영국의 웨일즈 해변에서 용연향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션 케인과 아이언 포스터라는 두 사람이 발견한 용연향은 약 50kg 정도로 50만 파운드(약 9억 4500만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합니다.

용연향은 향유고래 수컷의 창자 속에 생기는 이물질로 배설된 후 바다에 떠다니거나 해안으로 밀려 발견되는 귀한 향료입니다. 앰버그리스라고도 불리는 용연향은 향료성분을 알코올에 녹여 추출하여 향수를 만드는 값비싼 물질입니다. 그런데 이 용연향은 고래가 오징어를 먹거나 바닷물을 마시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바닷속에 있는 특별히 향기로운 것들을 먹으면서 만든 것이 아닙니다.

천연 동물성 향료인 사향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의 윈난성 · 쓰촨성 같은 높은 산지에서 사는 사향노루에게서 얻습니다. 사향은 사향노루의 향낭 속에 있습니다. 그러나 사향노루 자신은 사향을 찾아다니지 않습니다. 늘 풀을 찾아다니며 살 뿐입니다.

침향도 침향나무의 진에서 얻지만 침향나무는 향기만을 먹으며 자라지 않습니다. 침향나무는 그저 빗줄기와 햇빛으로 자랄 뿐입니다.

사람이 지닌 향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인품의 향기는 향수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특별한 것을 먹고 특별한 생활을 하면서 생기는 게 아닙니다. 훌륭한 사람은 오히려 평범한 모습으로 삽니다. 파트롤 린포체의 말대로 성인들의 비범함은 우리 눈에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반면 야바위꾼이 성인처럼 행세하며 남들을 속이는 비범한 재주에 우리는 잘 속아 넘어가곤 합니다.

(매주 월, 수, 금 연재)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