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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MB 식 대북정책으로는 경제 못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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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MB 식 대북정책으로는 경제 못살려"

"북측, 남측의 대화 제의에 진정성 못느껴"

북한의 대남정책은 2000년에 들어와 '통미통남(通美通南)' 노선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과거처럼 '통미봉남(通美封南)'으로 바뀌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은 국방부의 '불가침조약 준수 및 긴장조성 행위중단 요구' 전통문에 대해 3일 보낸 재답신에서 "군사적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북한 당국이 이런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 깔린 솔직한 심정은 어떤 것일까. 현재로서는 백낙청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가 가장 신뢰할 만한 답변에 근접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백 대표는 이명박 정부 이후 북한 당국의 공식라인은 아니지만 노동당 산하기구의 최고위직 인사와 직접 허심탄회한 대화를 주고 받은 기회를 가장 최근에 가졌기 때문이다.
▲ 백낙청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가 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초래된 남북관계 경색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연합뉴스

백 대표는 지난 2, 3일 이틀간 금강산에서 안경호 6·15 공동선언실천 북측 위원장과 만났다. 민간인 신분인 백낙청 대표와는 달리, 안경호 위원장은 노동당 산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장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북측 인식, 부정적이고 심각한 수준"

4일 백낙청 대표는 서울 서교동 '세교연구소'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북한의 정세인식을 전달하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우려를 토로했다.

백 대표의 첫 마디는 예상했던 대로 "북한은 이미 이명박 정부에 대한 판단을 끝냈다"는 완료형이었다. 안경호 위원장은 남측 정부에 대해 지난해 11월 중순 백 대표가 만났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인식을 보였다는 것이다.

백 대표는 '북측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고,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그나마 백 대표는 남북관계의 경색조짐에 대해 아직까지는 '말 대 말'의 공방이 오가고 있는 수준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하지만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대화'가 필수적이다.

이 점에 대해 백 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북측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감추지 못했다. 북측은 '대화를 제의한 이명박 정부의 진정성'에 대해 부정적인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백 대표도 이명박 대통령이 3일 "가슴을 열고 진정한 대화를 하자"하고 제안했지만, 북측이 그 제안의 진정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에 공감하고 있었다. 진정한 대화가 이뤄지려면 서로 존중하는 대등한 입장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의 태도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기본합의서는 존중하지만,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이뤄진 6·15 공동선언, 10·4 공동선언에 대해서는 "내용에 따라 이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격하시켰다. 백 대표는 '개인 자격으로 합의한 것이 아닌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비핵 ·개방 ·3000' 구상은 북측에 모욕적"

또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1인당 소득을 3000달러로 만들어주겠다는 '비핵 ·개방 ·3000' 구상도 선의의 제안인지 몰라도, 듣는 쪽에서는 대단히 고압적, 일방적인 제안이라는 것이다.

백 대표는 "언제까지 1인당 소득을 몇 달러로 만들어주겠다는 제안은 천민자본주의적 발상"이라면서 "우리는 2만 달러를 넘어 3만 달러로 가는 마당에 너희는 3000달러로 만들어주겠다는 것은 북측에게 모욕적"이라고 비판했다.

백 대표는 북측과의 이번 만남에서 남북 당국의 관계가 경색되더라도 민간교류만큼은 지속적으로 유지하자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6월 서울에서 갖기로 한 6·15 기념 공동행사가 제대로 치러질지 낙관할 수 없지만, 일단 4월말쯤 실무접촉을 하자는 합의는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남북총리회담에서 올해 6·15공동선언 발표 8주년 기념행사를 당국과 민간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에서 열기로 했던 만큼, 남북 당국 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개최가 되더라도 양측 당국 관계자들은 불참하는 '반쪽짜리' 행사가 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MB, 부시의 전철 밟으면 큰일"

한편, 백 대표는 북측의 주장에 공감을 하지 못하는 몇가지 대목도 소개했다. 남북 긴장완화로 북측은 별 덕을 본 게 없는 반면, 남측이 더 많은 덕을 봤다는 주장이다. 안경호 위원장은 "남측이 평화 속에 경제발전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은 북측이 강력한 억지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백 대표는 이러한 '자화자찬'식의 북한의 태도에 구애받지 말고 이명박 정부가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남북관계를 풀어가야 한다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존중하겠다는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은 비핵화만 강조한 것이 아니라 남북교류를 병행한다는 것임을 명심하고, 남북관계가 불안하면 이명박 정부가 이루겠다는 경제발전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백 대표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도 클린턴 정부의 대북 정책을 뒤집었다가 6년만에 대화로 돌아섰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그런 전철을 밟으면 큰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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