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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는 왜 그 사실을 공개했을까?

[기자의 눈] 개성공단 퇴거 사태, 北만 탓해야 하나

북한이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 경제협력 협의사무소에 있는 남측 당국자들을 사실상 추방했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지난 19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핵 문제가 타결되지 않고 문제가 남는다면 개성공단을 확대하기 어렵다"라고 말한 것을 문제삼았다고 한다.

이에 청와대는 27일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정상적인 민간 남북경협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취해진 북의 조치가 개성공단과 남북경협의 안정적 발전에 장애 되는 매우 유감스런 일"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는 북한의 금번 조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며 "남북간 합의사항과 배치되는 북한의 일방적 철수 요구에 따른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당국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조치는 개성공단에 투자를 희망하는 기업들에게 불안감을 줌으로써 개성공단의 발전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북경협은 누가 먼저 흔들었나

북측의 이번 조치는 너무나 감정적인 처사다. 김하중 장관의 발언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어떤 구체적인 액션을 취한 것도 아닌데 굳이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북측도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북측은 코트라, 중소기업진흥공사 등에서 파견된 경협 사무소 내 민간 인력에 대해서는 퇴거 요청을 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에만 국한해 개성을 떠나달라고 했다. 기록으로 남는 것을 막고 언제라도 발을 빼기 위해 구두로만 요청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남측 새 정부가 개성공단에 대해 유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선제 행동을 하는 것은 문제를 더 꼬이게 할 소지가 짙다. 이런 상황에서 남측은 유감을 표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논평의 몇 대목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정부는 진정으로 남북 경협의 안정적인 발전을 원하는가? 남북간 합의사항을 무시한 건 북측뿐인가? 개성공단에 투자하는 기업들은 오로지 북측 때문에 불안해 할까?

북핵문제가 해결 되어야 남북관계를 추진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연계론적 접근방식을 고려해 본다면 그같은 질문에 고개가 가로저어진다.

정부는 개성공단 2단지 개발 등 남북 경협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북핵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간 어렵사리 지켜져 오던 정경분리 원칙을 사실상 폐기한 것이다. 남북 경협의 안정적 발전에 정치적인 조건을 끼워 넣은 것은 남측이 먼저다.

작년 남북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 2단계 개발에 착수하자는 합의문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북측이 남북간 합의사항을 무시한다는 것도 선후가 맞지 않는 얘기다.

개성공단에 투자하는 기업에 불안감을 준 것도 북한이 먼저라고 하기 어렵다. 개성공단 추가 개발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은 북측이 아니라 남측의 통일부 장관이었다. 설마 하던 기업주들에게 불안감을 준 것은 그 때부터가 아니었을까?

'남북간 합의' 운운하는 이명박 정부는 개성공단 2단계 합의는 뒷전으로 하고 나들섬 구상이라는 것을 내놨다. 한강 유역에 인공섬을 만들어 북한 노동자들이 출퇴근하는 공단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조원의 돈이 추가로 들고, 한강과 임진강의 물길을 가로막아 홍수 위험을 높이며, 주변 생태계를 교란할 게 뻔하다. 이런 해괴한 아이디어를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가 북측의 책임을 탓할 명분은 많지 않아 보인다.

왜 둘러대지 않았나

여기서 한 가지 눈길을 끄는 게 있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개성공단 '사태'를 발표하면서 북측이 김하중 장관의 발언을 문제삼았다고 명시했다. 북측에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김 장관에게도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이건 북한 관련 문제에서 보여준 정부의 일반적인 태도와 사뭇 다르다. 이런 발표를 할 때 정부는 대개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는다. 적당히 둘러대거나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하고 북측에 대한 유감 표명에 집중한다.

남측이 북측의 미사일 발사를 비난해서 남북회담이 깨져도, 회담 결렬 자체에 대해서는 별도로 책임을 추궁하는 게 여론이다. 정부도 그런 생리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책임 추궁을 당할 만한 소지를 처음부터 없애 버린다. 나중에 밝혀져도 아니라고 하면 그만이다. 이런 문제는 어디서 확인할 수도 없다. 북측도 아직까지는 남측 새 정부에 대해 조심스럽기 때문에 그것까지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밝혔을까? 홍양호 통일부 차관은 "팩트니까"라고 답했다. 그러나 정부가 모든 팩트를 다 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그런데 왜? 아직까지는 추측만 가능하다. 26일 통일부 업무보고가 그 실마리다. 업무보고서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비핵·개방·3000 구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지만, 실제 알맹이를 보면 지난 정부에서 북한과 합의한 정책을 구체화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통일부에서 남북관계의 부침을 지켜봤던 당국자들에게 언젠가는 꼭 묻고 싶은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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