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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업계가 '한나라당 압승'을 고대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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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업계가 '한나라당 압승'을 고대하는 까닭

[분석]'미분양사태' 앞세워 '규제 무력화' 총력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부동산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에 부푼 주택업계가 국토해양부의 업무보고(24일)가 끝나기 무섭게 26일을 'D-데이'로 잡아 '소원수리'에 나섰다. 국토해양부 장관과 주택업계 대표들과의 조찬 간담회, 주택업계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 등이 이날 잇따라 열린 것이다.

이날 주택업계 대표들이 정부를 향해 쏟아낸 요구들을 한마디로 종합하면,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된 "쓸데없는 규제"들을 새 정부가 모두 폐지, 또는 '사실상 무력화' 해달라는 것이다.

'소원수리'를 정부에 압박하기 위해 주택업계가 내세운 카드는 역시 '미분양 사태'이다. 최근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IMF 사태보다 더 많은 지경이 된 것은 모두 '시장원리'를 무시한 각종 규제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신훈 한국주택협회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IMF 사태 때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10만 채였으나, 최근 미분양은 공식집계로만 12만 채, 또한 업체 이미지를 고려해 축소한 것을 고려할 때 실제 미분양 물량은 20만 채가 넘을 것"이라면서 "현재 주택업체들은 응급실에서 매시간마다 죽어나가고 있는 환자 꼴이 되고 있다"고 업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24일 이명박 대통령을 부산항만공사에 마련된 업무보고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그는 "과거 참여정부 정책을 하루 아침에 백지화시킬 수는 없더라도 그나마 숨통이라도 터 줄 수 있는 일부 규제완화를 빨리, 즉시에 타이밍을 맞춰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것을 자꾸 검토하고 어쩌다 시간이 늦어질수록 부도나는 업체들이 늘어난다"고 경고했다.

"분양가 상한제 실시하는 나라 없다"

선분양제 하에서 주택업체들은 2~3년 전부터 자금조달 등 각종 부담을 떠안고 분양사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시간을 끌수록 부도 나는 업체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택업계에서 구체적으로 정부에 요구하지는 못하지만 '불감청고소원' 식으로 가장 바라는 것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전매금지 폐지'다.

주택업계의 속사정은 뻔하다. 원가보다 훨씬 비싸게 팔아도 투기수요를 일으켜 잘 팔려나가던 '아파트 시장'이 이런 제도들로 인해 '노랗게' 시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업계가 더욱 억울하게 생각하는 것은 공공택지 원가에 비해 엄청난 폭리를 취하며 '땅장사'를 하는 토지공사 등 시행사에 대한 규제는 하지 않고, 분양가 상한제와 전매제한 제도만 도입하니 투기수요도 시들고, 주택업체들이 마음껏 분양가를 높이기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공공의 목적'이라는 이유로 공권력을 동원해 헐값에 토지를 수용해 공기업이 땅장사를 하는 것이 '고분양가'를 초래하는 근본적인 문제인 것을 업계에서도 알지만, 이 문제를 건드리지 못하는 현실에서 주택업체들의 이윤 폭만 줄이는 것은 참을 수 없다는 속내다.

신훈 주택협회회장도 "OECD 회원국 중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분양가 상한제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와 전매제한제도가 도입된 배경을 안다면 이런 요구들을 정부가 바뀌자마자 내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파트 선분양 제도 등 전세계에 유래없는 특혜제도를 유지한 채 '왜 우리나라만 분양가를 규제하느냐'는 주장은 볼멘소리로 들린다.

지난 1999년 정부가 IMF사태로 건설경기가 위축되자 아파트 선분양 제도는 그대로 둔 채 분양가만 자율화시켰다. 하지만 그 이후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는 택지비와 건축비 등 원가와 적정이윤을 반영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주변 아파트 시세에 맞춰 책정돼 왔다는 것이 2년 전 한국토지공사가 공공택지 조성원가를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게다가 수도권 등 인기지역의 경우 전매제한도 없이 방치하다보니 분양가 자율화는 투기수요와 상승작용을 일으켜 아파트 시세와 분양가를 서로 끌어올리는 현상이 지속된 것도 사실로 확인됐다.

원가보다 훨씬 부풀려진 분양가가 기존 아파트 시세보다 낮으면 신규아파트의 가격이 주변 아파트 시세에 맞춰 오르고, 신규아파트 분양가가 기존 아파트 시세보다 높으면 주변 아파트 가격이 신규 아파트 가격을 따라 오르는 식으로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켜 아파트 가격 거품을 주도해 온 것이다.

주택은 어디에 공급하든 팔리도록 해야 한다?

미분양 사태에 대한 주택업계의 호소는 분양가 상한제와 전매제한 제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더욱 부각시키는 측면도 강하다. 전국 어느 곳에 어떤 평수의 아파트를 공급하건 정부가 투기를 허용해서라도 '잘 나가던 시절'처럼 팔려야 한다는 '막무가내' 전법인 것이다.

실제로 한국기업평가는 이날 <스페셜리포트>에서 "수도권에 비하여 지방에서의 미분양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으며, 과거와 달리 중대형 평형의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 보고서는 "수도권 미분양의 경우 일시적인 공급과잉 현상으로 하반기 이후 점진적인 개선이 기대되나, 지방 미분양 증가는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어 현재의 미분양 증가가 장기화될 가능성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고서는 "지방의 경우 근본적인 주택수요 기반이 취약한 상황 하에서 적정 수준 이상의 주택 공급이 지속되고 있어 단기간 내에 현재의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수도권의 공급과잉 상태는 분양 관련 제도 변경에 따른 일시적인 영향이 큰 것으로 판단되며, 안정적인 주택수요 기반을 감안할 때, 2008년 하반기 이후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주택협회는 재벌 기업 소속 건설사들이 주축이 된 이익단체이기 때문에 미분양 사태로 별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엄살'을 부리는 측면도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미분양 증가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건설업체의 현금흐름 및 재무구조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A급 대형건설업체에 비하여 BBB급 중견건설업체에 있어 그 영향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업 문외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에 대한 주택업계의 기대

하지만 이미 주택업계의 호소는 먹혀들고 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한국주택협회 등 건설업계 대표들과 이날 가진 조찬간담회에서 '건설업에 대한 문외한'임을 자처하면서 "문외한이기 때문에 오히려 객관적으로 상황에 맞는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외한'이 선의와 객관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노회한' 주택업계의 읍소에 넘어가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정 장관은 주택업계 대표들이 아파트분양권 전매 허용과 일시적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비과세기간 연장(1년→3년), 종합부동산세 적용 대상이 되는 주택 가격 상한 대폭 상향(현행 6억원에서 9억원) 등 각종 조치를 요구하고 나서자, "상황 좀 봐가면서"라는 단서를 달아 화답했다.

정 장관은 일단 "지방 공공택지 아파트에 대한 전매제한 기간을 조속히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장관은 "미분양이 많은 지방에서는 가급적 규제를 빨리 풀겠지만 수도권은 아직 주택시장 안정기조가 확고하게 정착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장의 변화를 보고 단계적, 선별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말해 수도권 규제 완화는 좀더 상황을 지켜본 뒤 하반기쯤 결정하겠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수도권의 경우 현행 10년인 전매제한 기간을 5년으로 낮추달라는 요구에는 일단 난색을 표시한 것이다.

전매제한 폐지, 분양가 상한제 무력화 위한 집요한 요구

이에 따라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지방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주택은 입주 후 전매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지방 민간택지에 대한 전매제한이 오는 6월부터 폐지되는데 이어 현재 5년(중소형),3년(중대형)으로 돼 있는 공공택지 아파트에 대한 전매제한이 분양 이후 입주시점까지 단축될 경우 지방 미분양 물량이 일부 해소될 전망이다.

일단 정 장관은 미분양주택을 분양받았을 경우 양도세를 면제해주고 1가구 2주택 양도세 중과 대상에 포함시키지 말아달라는 요구는 일축했다.

하지만 주택업계 대표들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주택대출 규제를 완화해 달라거나, 재개발·재건축 안전진단 기준과 용적률 규제 완화, 재건축 후분양제와 소형주택 의무비율 완화 등 각종 요구를 쏟아냈다.

특히 주택업계는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기본형 건축비 7∼8% 인상과 자재값 인상분의 반영 주기도 현행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해 줄 것, 각종 연구개발(R&D) 비용 등도 건축비로 인정해줄 것 등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를 무력하시키는 요구를 집요하게 제기했다.

이에 따라 주택업계는 총선 이후 한나라당이 과반수를 획득해 '규제완화'를 위한 법개정의 물꼬가 본격적으로 터지기를 고대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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