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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디렉트는 종합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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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아트디렉트는 종합예술"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3/19] 디자이너 문영희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국내 패션계의 최대 행사인 '2008 춘계 서울 패션위크'가 지난 월요일 개막했습니다.특히 이번 행사에는 세계 패션과 유행의 중심지인 프랑스 파리의 파리컬렉션에 13년째 참여하고 있는 디자이너 문영희씨가 함께 해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디자이너 문영희씨를 초대해 2008 춘계 서울 패션위크의 자세한 내용과 함께 디자이너 브랜드 마케팅을 비롯한 패션의 산업적 가치와 경쟁력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디자이너 문영희씨입니다.

문영희씨는 성균관대 불문과를 졸업했고 이화여대 산업디자인 대학원에서의상학을 공부했습니다.1960년대 말 국내 의류회사인 화신 레나운의 수석 디자이너를 거쳐 74년 기성복 브랜드인 문부틱을 설립했습니다.1986년 파리에 진출했고 1994년 문영희라는 이름의 패션법인을 설립했습니다. 1996년부터 세계 디자이너들이 꿈꾸는 최고의 무대 파리 컬렉션에 13년째 참여하고 있으며 2002년 파리 마레지구에 부티크를 개설해 활발한 작품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박인규 : 바쁘신데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월요일부터 2008 춘계 서울 패션위크가 열리고 있는데요, 이게 매년 열리고 있는 행사죠? 어떤 행사인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문영희 : 서울컬렉션이라는 타이틀로 1년에 두 번 열리는데요. 봄과 가을. 봄에 열리는 건 가을, 겨울 컬렉션이고. 가을에 열리는 건 봄, 여름 컬렉션을 하고요.

박인규 : 지금 봄에 열리는 컬렉션은 올해 가을 겨울것을 미리 보는 거군요

문영희 : 올해 내년, 08, 09년의 가을 겨울 컬렉션이에요.

박인규 : 문영희 선생님은 주로 파리에서 활동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서울에서 열리는 패션쇼에도 자주 참여하십니까?

문영희 : 잘 참여해야 되는데 좀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오랜만에 들어왔습니다.

박인규 : 제가 알기로는 이번 서울 패션위크에 52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문영희 선생님의 쇼는 언제 열리죠?

문영희 : 3월 23일 일요일 오후 4시에 학여울 세텍에서 열립니다.

박인규 : 52명 중에 좀 문선생님이 잘 아신다든가, 어떤 디자이너들이 참여하시는지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문영희 : 52명 중에 제가 아는 디자이너는 오은환씨, 루비나씨, 여러 분이 있는데 다 말씀드릴 순 없고. 또 제 제자인 디자이너가 이번에도 해요. 제가 경희대학에서 수년 동안 강의했거든요.

박인규 : 사제가 함께 참여하시는 거군요. 월요일부터 했으니까 그동안 패션쇼를 좀 보셨죠? 이번 2008 춘계 서울 패션위크의 흐름을 보면서 올해 가을 전망은 어떻다, 그런 걸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문영희 : 전망이라는 건 트렌드, 유행경향이라고 얘기하는데요. 대개 많은 색깔이 튀어나오고요, 얼마 전까지는 무채색이 많았는데 굉장히 명쾌하고 즐거운 색깔, 굉장히 자연스러운 색깔이 많이 전개되고요. 그리고 옷이 너무 복잡하거나 너무 무겁거나 하지 않고 명쾌한 색깔에 걸맞게 대개 가벼우면서 항상 즐겁고 항상 긍정적이고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실루엣 정도에요.

▲ ⓒ프레시안

박인규 :
패션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파리에서 활동하시다가 국내에 와서 쇼를 하시니까 많은 분들이 궁금하실 것도 같은데, 이번에 발표하는 문영희 선생님의 작품들은 주로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미리 말씀으로 소개가 가능할까요?

문영희 : 이건 조금 안 되는 얘기지만 일요일에 컬렉션을 하니까 약간 예고 삼아 말씀드리는 건, 굉장히 제가 자연스럽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내추럴하게 편안하게 입을 수 있지만 자기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개성을 입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표출할 수 있고. 두 번째로 제일 중요한 건 이번에 굉장히 재료, 원단을 굉장히 좋은 원단을 연구를 많이 해서 그냥 평범한 원단이 아니라 원단을 다시 재창조하고 재창조해서 만든 옷들이고요. 그리고 옷의 폼 자체가 기본적인 폼이 아니고 그걸 여러 번 여러 번 연구 끝에 굉장히 정해진 걸 없애버리고 굉장히 자유롭고 그러면서 아트가 겸비되고, 그런 것에다가. 또 참 중요했던 건 색감이거든요. 아까 얘기했듯이 색감이 굉장히 명쾌하고 자유스러우면서도 자연스러워야 되니까, 제가 원하는 색깔들을 전부 아뜰리에에서 다 염색했어요. 기존의 원단 절대 안 하고 원단을 그냥 무채색, 하얀색이나 기바다색깔이라고 해서 원 직조색깔 그대로를 짜서 그대로 다 만들어서 염색했어요. 염색을 해서 만든 게 아니라 다 만들어서 다시 염색하고.

박인규 : 저는 사실 패션에 문외한이라 옷의 모양만 생각했는데 옷감 자체도 문제가 되고 색감도 문제가 되고 굉장히 여러 가지가 종합적으로 고려되는군요.

문영희 : 굉장히 종합적이고 복합적으로 모든 구성을 마쳐야 되거든요. 그 해의 트렌드, 유행경향을 만들어서 리드하려면 원점, 제로에서부터 스타트하지 않으면 문영희만이 갖는 철학관, 역사관, 그리고 자기가 내세워야 할 새로운 창조, 유행의 경향을 합쳐서 컬렉션을 제시해야 되기 때문에 기존 원단을 가지고 그냥 실루엣만 자르고 이래서는 자기가 낼 수 있는 개성의, 원하는 실루엣의 하모니를 맞춰서 던질 수 있는 유행경향의 리더자로는 힘들죠

박인규 : 한 마디로 종합예술이다

문영희 : 네. 종합예술을 창작해내는 사람이죠.

박인규 : 패션디자인이 창작작업이긴 하지만 그것의 산업화에 대한 관심이 국내에도 많은 것 같아요.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 마케팅, 그래가지고 예전에는 옷만 했는데 요즘에는 휴대폰, 자동차 이런 데도 디자이너 브랜드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던데, 외국에서도 그런 것들을 하나의 유행으로 볼 수있습니까?

문영희 : 그건 이미 옛날부터 모든 산업적인 일을 하는 회사에서는 아트디렉터가 항상 중요시. 그 산업에 대한 리더라는 것. 예를 들어 컬러, 질감, 형태, 이런 것에 대한 컨트롤이라고 하죠. 그걸 항상 제시해서 나가지 그냥 그게 없이 빠진 데서 생산체만 갖고 움직이는 건 그 감도 자체가 얕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아트, 예술이 거기 안 들어가 있고 트렌드, 유행의 경향이 안 들어가 있고, 사람들이 뭘 원하는가, 원함이 뭔지 모르고 필수조건에 의해서만 만들잖아요. 지금은 그건 이미 옛날부터 유럽이나 이런 데서

박인규 : 반드시 아트디렉터가 있다.

문영희 : 그렇죠. 아트디렉터가 그걸 제시해서 사람들의 쓰임에서 실질적인 것 플러스, 원하고 쓰면서 즐겁고 자기가 만족하는 만족도를 갖고 있는 제품이라야만 그 수준이라고 하죠. 퀄리티를 굉장히 높은 것으로 보고 있어서 그런 감도가 있는 제품이 세계를 리드하고. 그리고 제일 고급제품으로 치잖아요. 우리나라에는 그게 없었다가 근래에 좀 생기는 게 참 좋은 현상인 것 같은데요.

박인규 : 색감이나 모양이나 그런 유행을 리드할 것을 큰 틀을 제시하는 분들이 아트디렉터다.
그런 것들이 국내에서 최근에 생겨나고 있다. 저는 사실 궁금했던 게 패션쇼에 나온 옷들을 보면 상당히 좋게 말해서 창의적인 모양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저는 저런 옷은 누가 입나, 그런 생각도 했는데. 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이 바로 산업화되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제가 궁금했던 건 아트디렉터라 하면 요즘 휴대폰 회사의 아트디렉터라고 하면 그 분들이 직접 제품을 설계하는 건 아니죠? 큰 틀을 제시한다는 말씀이죠?

문영희 : 그렇죠. 그리고 아까 말씀하셨듯이 패션쇼의 옷이 그대로 입혀지느냐 하는 것도 입혀지는 건 물론이죠. 입혀지죠. 그리고 그걸 받아서 소화시켜서 즐기는 층도 있고, 그게 자기가 즐길 수 없는 조건인 사람들도 있고. 그런데 일단은 그 트렌드를 한 무더기로 해서 거기서 전부 분산시키죠. 그게 산업화시킬 수 있는 사고를 또 시켜요. 해요. 바지가 이랬던 게 요 정도 좁아지면 보통 사람들이 입을 수 있고 하는 걸 그 맥락에서 다 뽑아내죠. 그렇기 때문에 컬렉션 따로 입는 옷 따로 있는 게 아니에요

박인규 : 파리에서 활동하시지만 한국에는 자주 오시죠?
우리나라 여성들의 패션수준이나 감각이 꽤 높다는 말들을 하던데 디자이너로서 보시기에 어떻습니까?

문영희 : 그건 맞는 말씀이고요. 굉장히 수준도 높고 되게 예쁘죠. 피부도 예쁘고, 몸매도 되게 요즘 젊은 여성들은 굉장히 좋고. 한데 제일 안타까운 건 자기만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능력 을... 그걸 좀 넓은 안목으로 넓게 보고,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고 찾아내서 가면 참 좋겠는데 어떤 게 유행이라고 하면 다 따라서 굉장히 유니폼처럼 입는 게 좀 안타깝고요. 그걸 좀 더 자유분방까진 안 가도 자유롭게, 자기 개성에 맞는 걸 초이스를 잘 해서 입으면 더더욱 아름다운 여성이 안 될까 하는 생각이 있어요.

박인규 : 소비자 입장에서 자신의 개성을 발현시키는 것도 중요한 부분일 테고요. 많은 분들은 우리나라 여성들의 패션감각이나 수준에 비해서 생산자들이 거기 못 따라가는 거 아니냐. 우리나라 여성들의 패션감각을 따라갈 만한 생산자들의 수준이랄까? 못 따라가고 있다는 진단도 내리는 것 같던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문영희 : 그렇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그런데 생산자들이 마케팅에 대한 소스를 잘못 입수할 수도 있겠죠. 그래서 방향이, 소비자들이 이 방향을 원하는데 생산자들이 그 옆방향으로 간다든가 할 경우는 있지만 못 따라가진 않죠. 그걸 해야만 비즈니스가 되는데 못 따라가진 않겠죠. 대신 그 회사의 어떤 아트디렉터가 잘 리드해 주느냐에 따라서 얼만큼 밸류가, 레벨이 있는 제품을 만들어서 소비자가 원하는 걸 부응시킬 수 있느냐는 큰 문제죠. 지금 그런 시스템화는 안 돼 있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산업 자체가. 많이 안 돼 있죠. 아트디렉터를 영입해서 그 사람의 디렉션을 받는다거나 이런 검각은 아직도 기업인이 많이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박인규 : 큰 틀에서의 철학이나 컨셉을 제시하면서 끌어갈 정도의 기본적인 틀이 미비하다

문영희 : 네. 그 회사 나름대로의 캐릭터를 가지고 방향을 제시해가면서 가야 30년이고 100년이고 후에 유명브랜드들 보면 똑같은 컨셉이 있지 않습니까? 딱 보면 이게 어디 것이다 어디 것이다 나오듯이, 그것에 대한 긴 안목으로 사업을 하거나 스타트하지를 않더라구요. 그게 참 안타까운 것 같아요.

박인규 : 제가 이 말씀을 여쭤보는 건 아직 우리나라 의류산업이 그렇게 세계화되진 않았지만, 뉴욕이나 파리, 밀라노 같은... 우리나라 의류산업도 발전을 해서 세계를 상대로 고가의 수출이 필요하다. 그런 말씀을

문영희 : 절실하죠.

박인규 : 그런 부분에서 중요한 것은 아트디렉터랄까 큰 틀에서의 개념이나 방향을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보시는 거로군요?

문영희 : 부족한 것이, 기업인들이 그걸 필수로 안 느껴서 영입을 안 해서 같이 워킹이 안 되는 게 굉장히 안타깝다는 얘기죠.

박인규 : 기업 하시는 분들이 아트디렉터의 중요성을 아직은 그렇게 충분히 못 느끼고 있다.

문영희 : 생산에 대해서, 생산을 몇 피스 해서 얼마짜리로 해서 어떻게 팔면, 이거에만 급급한데 그건 이미 80년대의 작업이거든요. 그게 뒤져 있는 거죠.

박인규 : 인문학적 바탕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또 일부에서는 우리나라 패션산업이 발전하려면 유통방식이 중요한데 너무 유토이 영세하다는 지적도 있던데요.

▲ ⓒ프레시안

문영희 :
영세라고 해야 되나요? 방향이 잘못 설정된 것 같아요. 외국에서는 예를 들어 백화점이 많은... 판매량이 많아지잖아요 모든 것이. 백화점의 예를 간단히 들면 우리나라에서는 백화점이 전부 위탁으로 자기 매장을 자기가 해라, 하면 전부 물건을 들고 들어가서 자기 직원 두고 팔아서 재고 남으면 가져오고 또 거기에 대한 마진을 삼십 몇프로씩 매출액에서 엄청나게 떼어주고 하지만, 외국은 바이어들 능력이 참 좋죠. 보는 능력, 컨셉 능력도 있으니까 바이어들이 브랜드를 초이스해서 사입을 하죠. 디자이너 것을 전부 사입해서 자기네가 팔고 자기네 직원이 팔고, 디자이너는 자기가 팔 수 있는 금액... 공장도가격 플러스 알파 해서 그걸 팔면 거기서 사입해서 팔고 하니까, 단계가 굉장히 잘 돼 있어요. 디자이너가 판매하는 데까지, 재고 얼마 남았으니까 머리가 아파서 그 다음 디자인 못하고 그러지 않거든요.

거기서는, 컬렉션을 했어요. 그럼 국제적인 기자가 다 와서 전부 글을 쓰고 보고, 바이어들이 같이 보고. 그리고 측근, 아는 친구나 이런 사람들 초대하고 해서 그게 컬렉션을 볼 수 있는 관객 대상이에요. 그 컬렉션 끝나고 나면 커머셜회사와 계약이 돼 있어서 커머셜회사에서 제 컬렉션을 갖고 가서 전시하죠. 바이어들 상대로 전시해서 주문을 받죠. 그러면 주문받아서 디자인회사인 문영희법인에다 넘겨주죠. 그럼 거기서 주문받은 것의 발주원단 들어가고 딜리버리가 언제다 그렇게 정리가 돼서 딜리버리 날짜에 우리가 완성해서 넘겨주면 돈이 입금되고 이렇게 되니까 디자이너측에서는 재고를 안 갖죠.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니 디자이너들의 창의적 작업을 산업화할 수 있는 망, 시스템이 잘 돼 있군요.

문영희 : 잘 돼 있어요. 전문성에 의해서 모든 일이 진행되죠. 디자이너는 디자인만 하면 커머셜하는 사람이 하고, 홍보는 홍보회사가 하고 디자이너는 창작만 해내면 되니까 컬렉션 끝나면 그다음 컬렉션 또 들어가고. 저희는 항상 컬렉션 창작하는 쪽에서만 거의 100% 일하죠. 그런데 한국에서 일하자면 그거 갖곤 도저히 안 되죠. 통반장 다 해야 되잖아요.

박인규 : 아직 시스템에 문제가 있군요.

문영희 : 많은, 큰 문제죠. 그리고 나아가서는 나라에서 밀어서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디자이너가 탄생했다. 그러면 예를 들어 유럽에서는 그 나라 문화의 수준이 그 나라 패션 수준과 같다고 해요.

박인규 : 패션을 보면 문화수준을 알 수 있다

문영희 : 예. 그렇게 되기 때문에 그 나라의 외교활동을 한다고 봐주면 되죠.

박인규 : 지금 말씀 들어보니까 한국 패션의 세계 진출을 위해서는 창의적인 디자이너들이 파리라든가 해외무대에 설 수 있도록 국가나 대기업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널리 알려야 될 단계다. 그렇게 보시는 거로군요.

문영희 : 네.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하지 않으면

박인규 : 일단 문영희 선생님 같은 분이 계시니까 앞으로 제 2, 제 3의 문영희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디자이너로 활동하셨는데 대학은 불문과를 가셨어요. 언론보도를 보니까 불문학 전공이기보다는 디자이너로서 프랑스에 진출하기 위해서 불어를 배워야겠다, 해서 불문과를 택하셨다던데 맞습니까?
문영희 : 맞습니다. 저희 연도에는 의상과 이런 데가 없었어요. 그리고 대학 자체에 가정과가 있는데 거기에 식품영양학, 주택관리, 의상, 해서 이런 커리큘럼이 돼 있었기 때문에. 의상만 따로 전공하는 과가 없었어요. 그럴 경우는 모드의 본거지인 프랑스의 불어를 해서 본거지에서 일할 때 커뮤니케이션이 기본적인 거잖아요. 그게 굉장히 중요하고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우고 아는 것이 기본적인 것 같고.

박인규 : 언제부터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생각하신 거예요?

문영희 : 저는 어릴 때, 열 살 정도 됐을 때부터 되게 좋아해서 뜨개질도, 제가 맏딸인데 언니가 없어도 뜨개질 보면 벙어리장갑 저렇게 짜면 되겠다, 양말은 뒤꿈치를 이렇게 내면 되겠다 해서 혼자 짜고

박인규 :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문영희 : 네. 그렇게 원해지더라고요. 되게 즐겁고 하면 좋고

박인규 : 파리에 꼭 가야겠다고 느끼신 건 말하자면 파리가 패션의 본고장이기 때문인가요?

문영희 : 그렇죠. 파리가 패션의 본고장이고 파리의 문화를 제가 되게 좋아했고요. 그리고 파리에는 자료가, 워낙 그 디자이너들이나 아트 하는 사람들을 굉장히 많이 우대해주고 도와주는 차원이고 그 나라 자체는. 아트에 대한 걸 굉장히 존중하기 때문에 모든 자료... 제가 지금 1800년대 무슨 원단 어떤 걸 보고 싶다고 하면 그게 다 박물관에 있어서, 오더를 하면 걱기 큐레이터가 나와서 하루 종일 저랑 같이 붙어서 내가 뭘 원한다고 먼저 의뢰를 해놓으면 그 사람들이 다 찾아놓고 있다가 하루 종일 저랑 같이

박인규 : 지원시스템이 잘 돼 있군요. 86년도에 가셨는데

문영희 : 86년도에 파리에 간 건 아니고요. 86년도부터 파리의 프레타포르테라는 전시가 있고 바이어쇼가 있고 할 때부터 계속 참여해서, 그 파리의 패션이 어떻고 바이어의 특징이 어떻고, 어떻게 해야 패션을 잘 하고, 그런 작업으로 한 거죠.

박인규 : 말하자면 조사를 하시고 준비를 한 거군요.
10년 이상, 13년째 파리컬렉션에 참여하고 계신데요. 나름 그렇게 문영희씨의 디자인을 파리 패션계가 인정해주고 있는 이유는 어떤 데 있다고 보십니까?

문영희 : 아까 말씀드렸듯이 저는 항상 창작할 때 자기의 철학관이나 역사관이나 자기가 하고자 원하는 걸 확실하게 강하게 잘 뭉쳐서 잘 보여주는. 그냥 옷이 좋다는 게 아니라 자기 철학관이 확실히 보이고 새롭다는 것. 항상 트렌드를 제시할 수 있는, 그런 게 저한테는 굉장히 강하게 보이나봐요.

박인규 : 대개 유명 디자이너들이면 이 사람의 특징은 뭐다, 이래가지고 한 두 마디 말로 표현하는 것 같은데 파리 패션계에서 혹시 문영희의 디자인은 이런 거다, 그런 식의 평가가 있습니까?

문영희 : 문영희는, 자기만이 갖고 있는 게 뭐냐. 그 사람들이 볼 때는 굉장히 소녀적이면서도 굉장히 강하게 반대급부적인, 소년의 문제화시킬 수 있는... 그런 것에다가 소년 소녀들의 원함이 있잖아요. 그때 굉장히 갈구하는 게 많죠. 그런 걸 항상 표현하는 것 같은. 굉장히 정열이 끓는다고 하나요? 그 작품 속에

박인규 : 지금 제가 뵙기에도 단발머리 하시고 소녀 같으신 데가 있는 것 같습니다.
파리에서 활약하고 있는 중국 디자이너라든가 일본 디자이너들은 많이 계십니까?

문영희 : 일본 디자이너들은 엄청 많죠. 아까 말씀드렸듯이 70년대 후반부터 출범했기 때문에 이미 국제적인 디자이너로 군림하고 있는 분들이 여러 분 계시고, 중국 디자이너는 아직 없고요.

박인규 : 요즘 디자인 전공하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다고 알고 있는데요, 그런 학생들 중에서도 파리에 가고 싶다. 가서 뭔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학생들이 많을 것 같은데, 그런 후배들을 위해서 진짜 제대로 된 패션디자인을 하고 파리에 진출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이러저러한 준비를 해라. 그런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문영희 : 가기 전에, 사전에 파리의 패션은 어떤가 여러 번 여행을 하고.

▲ ⓒ프레시안

박인규 :
현장을 가보는 게 중요하다.

문영희 : 네. 그다음에 커뮤니케이션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그 나라 사람만큼은 못하더라도 자기가 원하는 거 의뢰할 수 있고, 그것에 대해 설명하면 다는 못 알아들어도 어느 정도 보고 알아들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까지는 하고. 또 세 번째, 제일 중요한 건 계획성. 단발로는 절대 안 돼요 그 나라에서. 패션쇼라는 걸, 컬렉션을 한두 시즌 하고 3년 정도 해서 내 컬렉션, 내 철학관을 보여줬다고 할 정도는 안 되고요. 최저 5년, 7년, 10년 계획은 돼야, 그 다음에 거기에 출범하는 게 좋지

박인규 : 어느날 갑자기 가서 한 번 보여줘서 되는 게 아니다. 적어도 10년 정도는 보여줘라.

문영희 : 안 되죠. 네 10년 정도 계획해서, 10년 정도 계획하려면 자기가 그만큼 노력을 할 수 있는지, 능력이 되는지, 참 중요한 것, 내가 재정적으로 중도포기 안 하고 할 수 있는 재정이 되는지. 모든 게 다 준비 된 다음에 가야지, 거기서 그냥 보통 쉽게 생각해서 가서 한 번 해보자, 이거 갖고는 도저히 안 되고. 또 그게 굉장히 수치스러운 일이고요, 그 나라에 대한 수치고, 동료... 같은 한국 디자이너에 대한 폐가 되고 하거든요. 그것만은 굉장히 잘 계획성있게 해서 왔으면 다 성공할 것 같아요.

박인규 : 지금 현장을 확인해라, 의사소통능력을 가져라, 조직적으로 준비해라. 그 이전에 결국은 그 디자이너가 얼마나 독창성이 있느냐가 제일 중요할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자기가 기르고 알 수 있을까요?

문영희 : 자기 자신이 제일 솔직해요. 그래서 자기가 알아요. 왜냐면 창작을 하는데, 원하는 게 이 물컵 같이 하고 싶은데, 그래서 과연 자기가 표현할 수 있는가는 자기가 알아요. 그런데 대개들 원하는 게 있기 때문에 자기 솔직함을 감출 때가 많죠. 그걸 자기 자신에 대해서 굉장히 솔직해라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박인규 :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제대로 표현해라.

문영희 : 표현하는데 자기 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정말 천재적인 창작력이 있는지, 안 되는지. 천재적인 창작력이 있다고 생각하면 출범하되, 그게 안 되는, 창작력 없는 컬렉션은 인정을 못 받으니까요.

박인규 : 프랑스 파리컬렉션에 13년째 참여하고 계신데요, 앞으로도 디자이너로서 여러 가지 욕심도 있고 계획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활동계획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문영희 : 저는 지금까지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해서 국제적인 디자이너로 군림해서 톱클래스 디자이너들과 같은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이, 다 그렇게 톱클래스 올라갔다고 계속 지속된다는 건, 안일할 수가 없고요. 계속 지속돼서 좋은 트렌드를 제시할 수 있어서 리더가 되는 게 제 소원이고요. 더 나아가서 우리나라의 아까 얘기했듯이 문화수준을 더 높이 알리고 우리나라 패션디자인을 감각적으로나 모든 노력면으로나 전혀 유럽 디자이너에 뒤지지 않다는 거. 해서 후배들이 제가 13년 10년 이상 걸렸으면 후배들은 5,6년에 빛을 볼 수 있게 후광이 될 수 있는 거. 우리나라의 문화수준에 대한, 나라의 사명감으로 그게 다 문화수준을 더 많이 스스로 알리는 게 계속 지속적으로 되길 소원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남들보다 먼저 프랑스 파리에 진출하셨으니까, 우선 한국의 문화수준을 널리 알려주시고. 또 더 중요하게는 후배 디자이너들이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문영희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 문영희씨를 초대해 2008 춘계 서울 패션위크의 자세한 내용과 디자이너 브랜드 마케팅을 비롯한 패션의 산업적 가치와 경쟁력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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