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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곡물가 상승 추세, 최소 2,3년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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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제 곡물가 상승 추세, 최소 2,3년은 간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3/12]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정섭 원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요즘 국제 곡물값이 초비상입니다. 밀, 옥수수, 콩 등 세계 곡물값이 연일 오르면서, 애그플레이션, 즉 농업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기감이 급증하고 있고 세계적인 물가상승 압박도 그만큼 커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중국·카자흐스탄 등이 수출관세를 신설해 농산물 수출에 제동을 걸면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는데요 특히 우리나라는 곡물의 대외수입 의존도가 높아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정섭 원장을 초대해, 세계 곡물값이 왜 급상승하고 있는지 애그플레이션의 원인과 향후 파장 등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정섭 원장입니다. 최정섭 원장은 1954년 전남 보성 출신으로 78년 서울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했고 91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학에서 농업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81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근무했고 아시아농업경제학회 사무국장과 농림부 농업통상정책관, 세계무역기구 농업협상특별회의 정부수석대표 등을 역임했습니다. 2005년부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농림부 농가소득안정심의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바쁘신데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현안부터 여쭤봐야 될 것 같은데요. 요즘 곡물값이 계속 오르면서 애그플레이션이다, 이런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저는 사실 처음에 애그가 달걀인가, 그런 생각도 해봤는데 뭡니까? 애그플레이션이 뭡니까?

최정섭 : 영어 합성어인데요 영어로 농업, 애그리컬처 앞부분을 따고, 물가가 오르는 현상... 인플레이션의 뒷부분을 따고, 그래서 애그플레이션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박인규 : 농산물 가격 급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다

최정섭 : 농산물 가격이 오름으로써 다른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현상 정도로 정리하시면 되겠습니다.

박인규 : 지금 유가도 배럴 당 100달러다 해서 걱정이 많은데 농산물까지 오른다니 걱정이 많습니다. 실제로 얼마나 오르고 있길래 애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됐습니까?

최정섭 : 시점에 따라 좀 다르긴 한데, 지금으로부터 한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우선 곡물 중 대표적인 밀 가격은 120% 정도 올랐습니다. 1년 동안 2배가 넘은 거죠. 콩 같은 경우는 75% 정도 올랐으니 거의 두 배가 된 거죠. 옥수수는 그 전 해에 많이 올랐기 때문에 작년에는 25% 정도 올랐습니다. 그래서 가격으로 보시면 밀 같은 경우 톤 당 한 180달러 하다가 지금 400달러, 콩 같은 경우 300달러 하던 게 톤 당 500 달러, 옥수수는 지난 1년 동안 160달러 하던 게 200 달러 수준으로 올랐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박인규 : 제가 어떤 TV프로그램 보니까 중국집 하시는 분들이 말씀하시기를 요즘이 IMF사태 때보다 더 힘들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그걸 보니 아, 이거 정말 간단치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1년 사이 두 배씩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뭡니까?

▲ ⓒ프레시안

최정섭 :
구조적인 쪽에서 설명을 드려야 될 것 같은데요. 수요와 공급 양쪽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수요가 많아지고 공급이 거기 못 따라간다고 한 마디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수요라는 건 없던 수요가 생겼고 있던 수요가 커졌다. 수요 쪽에서는 사실 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석유가 고갈될 것으로 생각해서 신 에너지, 새로운 에너지 붐이 일었습니다. 그래서 옥수수를 가지고 에탄올을 추출해서 휘발유와 섞어서 쓰고 콩으로 디젤을 만들어서 바이오디젤을 경유와 섞어서 쓰고. 그래서 바이오연료용 곡물, 특히 옥수수와 콩 수요가 굉장히 많이 느는 거죠.

박인규 : 사람이 먹을 식량이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거군요.

최정섭 : 예. 자동차가 먹는다는 표현도 하고 있습니다만, 예를 들면 미국 같은 경우 옥수수 생산량의 거의 3분의 1 정도를 에탄올 생산에 사용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밀을 심던 땅에까지 옥수수와 콩을 심게 되는 거죠. 밀가격까지 그러니 덩달아 오르는

박인규 : 그렇지만 그걸 사람이 아니라 자동차가 먹는다.

최정섭 : 자동차가 먹는 데 쓰이고. 그렇지만 식용 소비도, 사람이 먹는 것도 더 먹게 됐는데요. 특히 개도국들. 특히 인구가 굉장히 많은 개도국인 중국과 인도를 들 수 있는데, 두 나라를 합치면 세계 인구의 40%입니다. 이 두 나라가 경제성장을 많이 하다 보니 사람들이 점점 더 좋은 음식을 먹고. 곡물을 그냥 소비하다가 축산물을 만들어 먹게 되기 때문에 동물이 곡물을 먹고 그 동물을 사람이 소비하게 되는 경우, 예를 들면 쇠고기 1KG을 생산하려면 8의 사료가 필요합니다. 8배 이상의8배 이상의 곡물이 필요한데, 중국에선 돼지고기를 많이 먹게 되고 인도에서는 닭고기를 많이 소비하게 돼서, 이 개도국 사람들이 소득이 높아지니까 곡물수요가 굉장히 늘어난 거죠. 그런데 이제 공급 쪽에서 보면 생산이 거기에 따라서 늘어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지구온난화 때문에 기상이변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태풍이 불고 홍수가 나고 이런 게 훨씬 더 빈번해졌기 때문에 생산량이 많이 줄었습니다. 또 지구가 온난화되다 보니 사막으로 변하는 지형이 많습니다. 호주 같은 경우 2년 전 굉장히 가뭄을 겪었는데, 호주 역사상 없는 유례없는 가뭄을 겪어서 곡물생산량이 엄청나게 줄었습니다.

박인규 : 호주는 밀 수출하다가 수입한다고 하더라구요.

최정섭 : 그렇습니다. 또 우리나라가 의무적으로 호주쌀을 수입해야 되는데, 그 의무수입물량도 호주가 공급을 못하는 현상까지도 나타나고 있는 거죠. 또 그게 실물 쪽에서 곡물의 수요가 늘어나고 공급이 못 따라가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금융 쪽에서도 또 도움이 안 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제투자자본이 곡물, 원자재 등 상품투자 쪽으로 몰리게 돼 있습니다. 돈이 몰리니 가격이 또 올라가게 되고. 또 다른 한편으론 원유가가 올라가니까 곡물수송비가 올라갑니다. 그래서 수입하는 나라들에서는 또 수입원가가 높아지게 되는 거죠.

박인규 : 가격상승의 악순환 같은 거네요 말하자면.

최정섭 : 예. 굉장히 수요 쪽, 공급 쪽, 금융 쪽까지 합세해서 곡물가격이 올라가는 추세가 갑자기 등장하네요.

박인규 : 곡물가격이 오르니까 돈 가진 사람들이 차제에 좀 사놓고 장사 좀 하자 해서 말하자면 투기자본이 들어오는 부분도 있는 거군요.

이 정도가 되다 보니 각국에서 농산물이 굉장히 중요하다. 수출을 좀 줄여보자, 해서 대개 관세 하면 수입에만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러시아나 중국 같은 데가 나름 농산물 수출국인데 수출관세를 붙인다고 해요. 최근에 일어난 움직임입니까?

최정섭 : 그렇습니다. 정말 최근인데요 러시아는 2007년 11월에 자국에서 수출하는 보리와 밀에 대해서 수출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영원히 붙이는 게 아니라 금년 4월 말까지 한시적 조치를 했고. 일단 수급상황을 보자, 그런 측면이고. 중국도 작년 12월에 곡물에 대해서 수출세를 환급해주던 제도가 있었는데 그걸 폐지했습니다. 수출세를 매기는 거나 다름없죠. 금년에 또 여러 가지 품목에 대해서 수출세를 새로 부과하는 품목을 만들었습니다. 중국에 제가 지난주에 다녀왔는데, 지난주에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열렸는데 신문에 나고 중국 사회에서 상당히 인구에 회자되는 상황이, 원자바오 총리가 나서서 식품가격이 인상돼선 안 되겠다 해서 중국에서 밖으로 나가는 곡물들을 통제해야겠다. 이걸 아주 선언하다시피 했습니다. 상당히 비상이 걸렸고

박인규 : 자국의 곡물수요 충당이 훨씬 더 중요하다, 수출보다는.

최정섭 : 그렇죠. 러시아나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 카자흐스탄이나 우크라이나 이런 나라들이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곡물 수출국들인데 그런 나라들도 수출제한조치를 발동했습니다. 특히 밀에 대해서 그랬는데요 밀가격이 오른 원인이 거기도 있었죠.

박인규 : 그렇게 수출관세가 붙으면 농산물 가격은 또 오르는 거 아닙니까? 우리 입장에선

최정섭 : 물론입니다. 원가가 높아지는 거죠.

박인규 : 우리나라의 경우 식량자급률이 굉장히 낮다. 쌀 빼놓고는 다 사먹는다고 봐야 된다고 말하고 있는데, 실제로 우리의 대외곡물수입의존도가 어느 정도입니까?

최정섭 : 곡물만 볼 때 쌀은 거의 100%, 99% 자급이 되는데 나머지는 99% 수입한다고 해도 큰...

박인규 : 밀 같은 경우는 0.2%만 국내에서 나온다고 하대요.

최정섭 : 네. 밀 같은 경우 지금 거의 재배를 거의 못하고 있고, 옥수수도 사료용 옥수수는 거의 다 수입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옥수수는 단 옥수수, 사람들이 취미로 먹는 옥수수 정도고요. 콩은 그보다는 조금 상황이 낫습니다. 10% 정도는 국내에서 생산해서 좋은 두부를 만들거나 직접 식용으로 쓰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쌀까지 포함한 곡물 국내자급률은 한 28% 정도 되고, 이건 상당히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입니다. 그리고 쌀을 빼게 되면 5% 정도에 불과하다고

박인규 : 필요한 곡물 중 5% 정도만 국내에서 생산하고 95%는 외국에서 사다 먹는다

최정섭 : 그러다 보니 연간 수입하는 물량이 1400만 톤 정도

박인규 : 액수로는 얼마나 됩니까?

최정섭 : 1400만 톤이면 한 60억 달러 정도 됩니다. 그래서 곡물가격이 1달러만 평균적으로 올라도 1400만 달러의 추가비용이 드는 거죠. 100달러가 오르게 되면 14억 달러가 추가로 소요되는

박인규 : 수십억 달러 어치의 곡물을 사다 먹는 나라가 우리나라인데, 지금 1년에 두 배씩 오르고 있어요. 우리 경제에 정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최정섭 : 계속 그런다면 굉장히 큰일이죠. 우선 수입대금이 굉장히 많이 불어서 외화가 압박이 될 거고. 또 식품업계, 사료업계, 사료를 갖다 쓰는 축산업계, 축산농가들, 또 소비자물가, 식품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게 돼 있으니 소비자들이 전체적으로 부담을 안게 되는 거죠. 그래서 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밀, 옥수수, 콩을 원료로 쓰는 식료품값이 이미 많이 오르고 있습니다. 밀가루값이 작년에 한 50% 정도 올랐고

박인규 : 최근에 라면값 100원 오른다고 해서 사재기하고

최정섭 : 예. 라면값이 100원 인상돼서 시중에 라면이 없어질 정도로 상당히 민감한 현상이 일어났고요. 밀가루를 가지고 과자를 만드는 제과업체들도 가격을... 상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10 내지 25%씩 다 올렸습니다. 또 음료수나 케첩에 들어가는 단맛 성분이 대부분 설탕이 아니고 옥수수시럽으로 만드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제품들 가격도 같이 덩달아서 오르게 돼있습니다. 또 한 가지 영향은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유전자변형옥수수가 지금 수입계약이 돼서, 5월이면 우리나라에 선적되게 돼 있습니다. 이것도 상당히 많은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어떻습니까? 농산물 가격상승에 따른 인플레의 정도. 농산물 가격이 우리 인플레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예를 들어 3% 인플레라고 하면 그 중 어느 정도가 농산물 가격이 기여하는 것이다. 이런 정도가 분석이 됩니까?

최정섭 : 예. 그건 기여율이 있는 거니까요. 그렇지만 지금 전반적으로 우리 경제가 커져서 농산물이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전체 물가가 3% 올랐다면 그 중에서 농산물이 미치는 영향은 1% 미만일 겁니다.

박인규 : 그럼 어떻게 보면 애그플레이션이라는 건 약간의 과장도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최정섭 : 예. 약간의 과장도 있다고 봐야지요. 그렇지만 좀 연세가 드신 세대들은 옛날이 밥이 없어 굶어본 경험이 있어서 식량안보에 대해서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겁니다.

박인규 : 옥수수 같은 경우는 제가 알기로 사료로도 많이 쓰이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오르게 되면 국내 양돈농가나 이런 분들은 굉장히 어려워지지 않습니까?

최정섭 : 맞습니다. 특히 양돈농가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굉장한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사료값은 계속해서 오르는데 양돈, 돈육, 돼지고기의 유통형편상 값은 지금 오히려 내리고 있습니다.

박인규 : 심지어 3000원에도 팔고 그런 데가 많던데요

최정섭 : 네. 돼지고기값이 내리고 있기 때문에. 원가는 오르는데, 그래서 그동안 상당히 열심히 사육하던 양돈농가들이 정말 어려움에 처해서 양돈을 그만 해야 되나, 이런 고민을 하시는 분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이런 식의 세계적인 곡물값 상승이 도대체 언제까지 갈 거냐. 언론보도를 보면 올해가 정점이다, 그런 분도 있고 한 10년 간다, 이러던데 최원장님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십니까?

최정섭 : 예측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만, 금년에 특히 예를 들면 2월 26일 하룻밤 사이 밀가루가 25% 오른 걸 볼 때는 그런 정도의 급격한 상승은 내년까지 계속되지는 않을 거 아니냐, 그런 측면에선 금년이 정점이다.

박인규 : 일단 오를만큼 올랐다.

▲ ⓒ프레시안

최정섭 :
그런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까 설명드린 것처럼 이게 상당히 구조적인 거기 때문에 수요는 많이 늘어나는데 공급이 여러 가지 이유로 못 따라가기 때문에 상당한 기간 동안 계속되지 않을까. 그러면서 지금 우리나라도 대책을 세웁니다만 많은 나라들에서 대책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그 대책들의 효과에 따라 국제곡물가격 상승추세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는 바뀔 겁니다. 그러나 최소한 2,3년 정도는 이런 추세가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우리는 아까도 말씀하신 것처럼 거의 전량 가까운 곡물을 수입해서 먹고 있는데, 어떤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겁니까?

최정섭 : 그레인쇼크 같은 일은 없어야 되겠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곡물 전체 연간소비량, 2000만 톤 정도 중에서 쌀 500만 톤, 그리고 잡곡 100만 톤 빼면 한 1400만 톤을 수입하게 돼 있는데

박인규 : 70%를 수입하는 거군요.

최정섭 : 그렇습니다. 그런데 옛날 같으면 우리나라가 무역을 통해 경제성장을 하기 때문에, 기존 생각이 외화만 벌면 곡물은 그냥 있는 거다.

박인규 : 사다 먹으면 되지

최정섭 : 그렇죠. 그러니까 식량안보라는 게 외화가 있나 없나,

박인규 : 달러만 있으면 된다, 사먹으면 되니까.

최정섭 : 예. 그런 문제로 생각해왔습니다. 그러기 쉬웠죠. 하지만 수출을 금지하거나 수출세를 매기는 나라까지 생기는 상황에선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게 됐고요.

박인규 : 식량안보위기는 분명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최정섭 :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있어선 안 되겠지만. 그래서 식량을 적기에 공급하는 건 정말 무엇보다 중요한 민생대책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식량위기는 석유위기만큼이나 중요도를 가지고 대책을 세워야 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제 우리나라가 국제시장을 좌우하거나 국제가격을 높이거나 낮추거나 그럴 정도의 대국이 아니기 때문에, 식량생산국도 아니고. 대책의 요체는 물량을 어떻게 확보할 거냐, 여기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수입선을 안정적으로, 수입을 안정할 수 있는 방안들이 필요하고요. 그러려면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에 편중됐던 수입선. 공급하는 나라들을 좀 다변화시킨다거나, 아니면 민간과 정부의 비축량을 좀 더 늘린다거나 이런 게 있을 수 있고.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식량위기에 대비한 비상대책반이라든가, 아니면 위기경보시스템, 위기관리시스템 이런 걸 만들어서 체크하고 있는 그런 게 지금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고요. 조기경보시스템 같은 것.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해서 국내생산량을 조금 더 늘릴 거냐. 국내에 유휴되고 있는 부존자원을 활용해서. 그런 측면이 있을 수 있고. 지금 쌀은 과잉이고 다른 곡물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어떻게 논에다 다른 곡물을 심을 수 있는지, 그런 방안을 좀 강구해야 될 것 같습니다. 전에는 쌀값이 국제곡물값에 비해서, 밀이나 콩, 옥수수값에 비해 월등히 높았기 때문에 그런 건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밀이나 콩값이 쌀값에 버금가게 국제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그런 것도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는 대안이라고 보고 있죠.

박인규 : 기존의 논을 다른 곡물을 생산하기 위한 것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볼 때가 됐다.

최정섭 : 그렇죠. 국제곡물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하는 게 가장 확실한 식량안보가 되겠습니다만, 해외에 투자를 해서 해외의 땅을 개발해서 곡물을 심고 우리나라 자본으로, 그걸 우리나라로 다시 들여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될 것 같습니다. 일본 같은 사례가 그런 게 될 수 있겠습니다.

박인규 : 언론보도를 보면 일본은 국내 농토의 세 배에 가까운 농토를 전 세계에 갖고 있다. 이렇게 보도하는데 우린 어느 정돕니까?

최정섭 : 우린 거의 갖고 있지 못합니다. 한 2,30년 전에 아르헨티나의 땅을 좀 확보한 게 아직도 정부 소유로 돼 있는 게 있는데 면적은 뭐 그렇게 크지 않고요. 그렇지만 지금 이런 국제곡물가격 상승상황하에서 정부가 그것도 재검토에 들어간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의 연해주 쪽에 민간기업이 가서 땅을 확보하고 농사를 짓는 사례가 있습니다.

박인규 : 이제 막 시작하는 정도라고 볼 수 있겠네요.
지금까지는 저희들이 달러만 충분하면 외국에서 식량을 사다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만은 아니다. 뭔가 국내외적으로 식량안보를 위한 대책을 한 번 심각하게 고려해야 될 때가 된 거군요.

최정섭 : 그렇게 생각합니다.

박인규 : 새 정부가 출범했는데요 다 아시다시피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현대건설 CEO 출신이시고. CEO출신이다 보니 제가 하나 생각나는 게, 예전에 어떤 재벌그룹 회장 되시는 분께서, 국내에서 농사지을 필요가 뭐 있느냐. 다 공장용지로 하면 땅값도 많이 올라서 농민들에게도 도움되고, 그 돈 가지고 외국 나가서 필요한 곡물은 사오면 되는 거 아니냐, 그런 말씀을 하신 게 생각나요. 과연 새 정부는 농업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특히 농촌경제를 전문으로 하시는 학자 입장에서 이명박 정부의 농업정책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최정섭 : 우선 가장 중요한 게 지금 농림부가 농림수산식품부로 개편돼서 발족했습니다. 해양수산부에 있던 수산업 업무를 농림부 쪽으로 통합했고요. 거기다 식품업무까지 농림부에 넣어서 농림수산식품부로 출범시킨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동안 있었던 농림수산업에다가 소비자들이 소비하는 식품을 같이 연계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한 건데요. 그런 측면에서는 지금 이명박 정부가 농산물시장의 변화를 아주 정확히 보고 거기에 따라서 정책을 추진할 태세가 돼 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농민들 사이에서도 국내외 경쟁이 치열해서 공급과잉이 된 품목이 굉장히 많습니다. 곡물은 물론 예외로 해야겠습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공급과잉시대에는 어떤 식으로 농업체계를 갖춰야 될 거냐. 첫 번째로 소비자가 원하는 농산물을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야 되겠다. 그게 원료농산물과 식품과의 차이가 되는 거죠. 그래서 식품을 소비자는 소비하는 거지 원료농산물, 농민이 생산하는 원료농산물을 소비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는 기본적 시스템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농업정책을 농장에서 논밭에서 소비자 식탁까지 확장하고 그 개념 속에서 농정을 한 번 추진해 보겠다는 뜻으로 보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쌀을 제외한 곡물은 앞서 식량위기 얘기까지 나오고 있었습니다만, 국제시장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별도논리로 접근해야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그렇게 이미 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유통이나 식품 또는 농업을 하는 기업, 농기업 중심으로 경쟁력 제고를 해나가겠다, 그것은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보고 있지만 조금 염려스러운 것이, 소규모 영세농, 노령농, 노인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취약계층이 농업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배려가 필요하다.

박인규 : 이 분들에 대한 보호도 필요하다.

최정섭 : 예. 배려가 필요하다. 사회보장으로 하면 될 거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데 그건 비용이 너무 많이 들뿐만 아니라, 농촌에서 평생 살아오신 노인들이 계속 하고자 하는 욕망이 또 있습니다. 그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다음주에 농림부에서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어서 대통령께 보고하게 돼 있기 때문에 그걸 보고 나면 조금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94년 우루과이라운드 이후에 농업도 다 개방이 대세다. 개방화시대에는 농업도 경쟁력을 가져야 된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우리 농업이 무슨 경쟁력이 있겠냐. 사실은 보홈나 해주고 대충 하고 나머지는 산업이나 서비스업으로 말하자면 보충하자. 이런 생각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 과연 우리 농업도 국제시장에 나가서 경쟁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겁니까? 어떻게 보세요?

최정섭 : 전반적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만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미 국제시장에 수출하고 있는 품목들은 국제경쟁력을 갖춘 거죠. 일본 시장에서 과채류, 특히 파프리카나 딸기 같은 과채류는 일본 수입시장의 100%를 우리나라 농산물이 석권하고 있습니다. 그런 쪽으로 못 나가라는 얘기는 안 되는 거죠. 그렇지만 많은 부족한 점들이 있는데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경영규모가 영세하고 고령한 농가들까지 그런 쪽으로 다 몰아세우기는 어렵기 때문에 가격경쟁력, 품질경쟁력, 이런 걸 갖추는 쪽으로 가는 농정의 방향이 있고. 또 그렇지 않고 농촌에서 여생을 즐기면서 취미로 농사를 짓는 부분이 있고. 그걸 잘 구분해서 농정을 펴면 일부는 국제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국제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부분은 키우되 거기서 뒤떨어지거나 그런 분들은 나름대로 배려 보호하는 조치도 같이 가야 된다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최정섭 : 그렇습니다.

박인규 : 지금 애그플레이션 얘기도 나오고 굉장히 여러 가지로 어려운데요.
마지막으로 우리 경제, 농촌,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더불어서 혹시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 특별히 당부하고 싶으신 게 있으시면 마지막 마무리말씀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 ⓒ프레시안

최정섭 :
무엇보다도 농촌에서 농업을 비즈니스로 여기면서 살 수 있는 유능한 인재들을 많이 확보하고 그 사람들에 대해서 재교육을 시키고 연수기회 같은 것, 또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서 유능한 농업인들을 많이 만들어내야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게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기본방향이 될 겁니다. 또 농촌에서 돈만 번다고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문화도 즐기고 오락과 사교도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 마디 덧붙인다면, 좀 장기적인 안목으로 정책을 세우고 일관성있게 추진해 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중요한 사례가 농산물 수출확대정책입니다. 이게 정부에 따라서 또는 장관에 따라서 강조됐다가 또 뒷전으로 물러났다가 하는데, 시장을 확보하고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농산물 수출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될 과제라고 봅니다. 그래서 수출지원에 좀 우선순위를 두도록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산업화 과정에서 농업의 상대적 비중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농업이 갖는 절대적 중요성까지도 줄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최근 곡물가격 상승은 이런 것들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고 보고 있거든. 그래서 농업을 경쟁분야와 복지분야를 잘 구분해서 그에 맞는 정책을 펴나간다면 농촌경제의 밝은 미래를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농업은 산업이기 이전에 보다 더 본원적인 중요성이 있다는 말씀이시고요.
하긴 위기는 기회라는 말도 있으니까, 이번 농산물가격 급상승을 하나의 기회로 삼아서 이번 위기도 극복하고, 차제에 좀 한국 농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최정섭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정섭 원장을 초대해 세계 곡물값이 왜 급상승하고 있는지 애그플레이션의 원인과 향후 파장 등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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