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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해방이 민주주의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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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해방이 민주주의를 살린다"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302> 한 브라질 의원의 역사바로세우기

한국의 정치권과 주류언론들은 현재와 과거의 정치적인 진실들을 밝히려고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작금의 한국 정치상황, 특히 사법부와 특검, 청문회 등을 보면서, 특정 정치인에게 '줄서기 올인'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일부 언론들이 정권의 눈치를 살피면서 정치적인 진실을 은폐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브라질 역사상 최악의 부정부패 사태를 두고 "브라질 정치권은 이미 사망했다"는 평가를 내리며 정치권을 질타했던 크리스토밤 보아르케(Cristovam Buarque) 상원의원이 이번에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정치적인 사실에 대해 진실을 밝히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것은 역사를 역행하는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 관련 기사 : "봉투문화와 특권의식이 브라질 정치를 죽였다")

역사적으로 브라질은 정치적인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은폐하기에 급급했기 때문에 정치인들의 부정부패가 당연시돼왔다고 주장한 보아르케 상원의원의 최근 글을 요약한다.
▲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신세대 교육운동을 벌이고 있는 보아르케 상원의원 ⓒ보아르케 홈페이지

"진실은 밝혀지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나 과거의 정치적인 진실이 침묵 속에 덮여 은폐된다면 거짓이 진실을 대신할 것이다. 브라질은 모든 진실이 가려진 나라다. 그 때문에 우리는 불행한 과거사를 수없이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까지 우리는 150여 년 전에 일어났던 파라과이 전쟁, 이른바 3개국동맹 전쟁의 진실을 자세히 알지 못하고 있다.(하단 '필자 註' 참고) 이 전쟁에 대한 공식기록들은 비밀문서라는 도장이 찍힌 채 봉인되어 숨겨졌기 때문이다.

나는 21세기를 살아가는 브라질 사람으로서 지금에 와서 19세기 브라질 군인들이 외국에 가서 저지른 만행을 탓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의 진실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 한다면 우리 다음 세대들은 우리를 과거범죄에 대한 공범으로 취급을 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40여 년 전 군정 당시 브라질 군인들이 저질렀던 공권력에 의한 범죄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군부가 브라질 정부의 기밀문서공개법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브라질 군부가 21세기에 들어와서까지 이전 세대들의 범죄를 지속적으로 오염시키고 있는 결과를 낳고 있다.

진실을 밝히지 않고 정치권과 언론들이 침묵을 지킨다는 것은 사회전체의 조직을 오염시키는 일이다. 진실에 대한 침묵은 정치의 기본윤리를 망가뜨리고 부정부패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정치인들과 언론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브라질 정치권은 지속적으로 역사를 역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공익보다는 자신들의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상원과 하원의원 다수가 부정부패혐의로 윤리위원회에 고발되기도 했다.

브라질은 지식층들조차도 암묵적으로 자신들의 정치적인 계산을 위해 정치인들의 과오를 묵인해주고 있다.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의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적당히 넘어가는데 누가 역사를 두려워하겠는가? 다시 말해서 브라질 지식인들은 역사를 훔치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야말로 정치권을 정화할 것이다. 그런데 엔리케 카르두소 전 대통령이 역사적인 사건의 기밀문서공개법안을 대통령 특별령으로 무기한 연장시켰지만 정치권이나 언론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또한 룰라 정부가 정치적인 사건 관련자들이 서로 담합하여 묵비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개정을 방치한 것에 대해서도 비난을 하거나 이를 지적하는 정치인이나 언론이 없었다.

역사적으로 정치권의 담합과 침묵이 우리를 400여 년 간 노예생활을 하도록 방치했다. 그러나 기득권층들은 모든 노예문서를 불살라 버림으로써 자신들이 자행한 반인륜적인 범죄를 은폐했다. 이를 통해 이들은 노예들의 희생에 대한 보상을 피해갔고 자신들의 범죄행위에 대한 사면을 받았다. 진실은폐에 대한 정치권과 기득권층들의 담합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루어져왔다는 얘기다.

역사적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기득권의 담합, 과거 범죄행위에 관대했던 법, 이에 대한 비판마저도 터부시됐던 과거가 오늘날까지 브라질 정치권을 병들게 한 것이다.

인권을 유린하고 자신들의 배만 불린 박해자들에 대한 사법적인 심판이 불가능했던 건 역사적인 사실들을 국가비밀이라는 낙인을 찍어 보호해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이런 악행들이 잊혀 갔고 범법자들은 그 죄값을 치르지 않았다.

역사의 진실에 대한 공개가 없다면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로 세울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진실은 바로 역사의 기본이며 그 역사를 써가는 것은 양심 있는 정치인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지난 1979년 사면령에 의해 지난 과거를 용서받은 군부나 정치인들을 다시 사법적으로 심판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진실을 밝혀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함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국민생활에 부패로 인한 악취가 아닌 진실이라는 신선한 공기를 제공해주자는 것이다. 또한 다음세대들에게 올바른 양심을 일깨워주자는 것이다.

감춰지고 왜곡된 역사의 진실을 해방시켜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외치고 있는 민주주의는 하나의 광대놀음에 불과할 것이다."

* 필자 註 : 3개국동맹 전쟁으로 알려진 파라과이 전쟁은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브라질 3개국이 동맹을 맺어 파라과이를 침공한 전쟁을 일컫는다. 1864년부터 1870년 까지 6년에 걸친 이 전쟁으로 파라과이는 국토의 대부분을 잃고 전쟁에 참가했던 군인들을 포함해 성인남자 90%가 사망했다. 특히 아순시온시를 점령한 브라질군은 이유를 불문하고 성인남자들을 무자비하게 도륙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파라과이의 몰락을 불러왔던 이 전쟁의 원인을 놓고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하지만 남미에서 대영제국의 영향력 강화를 위한 목적이었다는 설명이 유력하다. 영국 정부는 당시 3개국 동맹군의 군수물자와 전쟁자금을 전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이나 목적은 아직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브라질은 국가기밀문서에 대한 공개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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