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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신구 세대 치열한 물밑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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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신구 세대 치열한 물밑 신경전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300> 미리 본 쿠바 인민국회의원 총회

지난 반세기 동안 절대권력을 행사해왔던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국가 평의회의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 경선투표는 쿠바 혁명 1세대와 학생운동 출신간의 대결로 압축이 될 전망이다.

오는 24일(일요일) 현지시간으로 오전 10시에 개막하게 될 쿠바 인민국회의원 총회는 리까르도 알라르콘 국회의장의 개회선언에 이어 곧바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5명의 부의장, 1명의 서기장을 뽑는 선거에 돌입한다.

쿠바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갈 5년 임기의 평의회 집행부 임원선출이 끝나면 31명의 평의회 의원들을 선출하는 것으로 의원총회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세대교체는 쿠바정치권의 대세'

전원이 쿠바공산당원들로 구성된 614명의 쿠바 인민국회의원들은 24일 총회에서 피델 카스트로를 이을 차기 쿠바 국가원수에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혁명 1세대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라울 카스트로 수석부의장 ⓒ쿠바<후벤뚜드 레벨데>

쿠바 국민들은 숨을 죽이고 정치권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겉으로는 평온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쿠바 정치권 내부에서는 신구세대가 치열한 득표작전을 벌이고 있다.

향후 5년간 쿠바를 이끌어갈 지도자선출을 3일 앞둔 21일 현재 쿠바 정치권은 혁명 1세대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의 게릴라전투에 참여했던 군 원로들)와 혁명 성공 이후 정계에 발을 디딘 학생운동 출신 세대들로 양분되어 혁명군 출신의 재집권이냐 아니면 세대교체를 이루느냐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때문인지 리까르도 알라르콘 국회의장은 최근 "카스트로 의장의 혁명유산을 이어받기 위해서는 세대간의 격차를 뛰어넘어 우리 모두가 하나로 연합해야 된다"면서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어 쿠바를 더욱 존귀하고 자유로운 국가, 그리고 더욱 독립된 국가를 건설해 나가자"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쿠바 일반 국민들의 평온해 보이는 겉모습이나 이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치권에서는 혁명군 출신 세대와 학생운동 출신들 간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물밑 경합이 벌어지고 있다.

혁명 1세대의 선두주자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카스트로의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다. 이에 맞서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내세운 혁명 2세대의 대표주자는 까를로스 라헤 국가평의회 부의장이다. 라헤 부의장은 대학생시절 쿠바 대학생총연맹회장을 역임, 혁명 2세대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대다수 외신들은 라울이 피델 카스트로로부터 권력을 승계 받았기 때문에 가장 유력한 후계자 후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현지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카스트로가 중병으로 인해 공석이 된 국가평의회의장 자리는 당시 수석부의장 이었던 라울 카스트로가 '의장 유고 시 수석부의장이 의장을 대리한다'는 헌법 조항에 의해 대행체제를 자연스럽게 승계 받은 것일 뿐이지, 카스트로의 명령이나 의지에 의해 일방적으로 임명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 쿠바를 이끌 차세대 선두 주자로 평가 받고 있는 까를로스 라헤 부의장 ⓒ쿠바 <후벤뚜드 레벨데>

따라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비밀투표로 실시되는 평의회 의장 선거에서 라울을 일방적으로 국가원수에 추대하는 그런 모양새는 취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물론 투표가 진행되는 국회의사당은 철저하게 통제가 되고 외부인사나 외국참관인의 감시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쿠바 국회가 인정하는 소수의 언론사 기자들은 투표장 현장취재가 허용된다. 민주적인 방법의 투표형식은 존중한다는 얘기다.

현지 정치평론가들은 라헤 부의장이 카스트로 이후 쿠바를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임에는 틀림없지만 군 원로들과 혁명 1세대들이 세대교체를 순순히 인정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들 평론가들은 이어 만일 라울 카스트로가 국가평의회 의장에 당선이 된다 해도 라헤 부의장이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 자리에 오른다면 라울의 나이를 감안할 때 가까운 시일 안에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50여 년을 이어져 내려온 카스트로 형제의 시대는 차기 의원총회에서 누가 평의회 의장과 군 통수권자가 되느냐에 상관없이 서서히 그 막을 내리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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