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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사장 물러나면 '공영성' 확보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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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사장 물러나면 '공영성' 확보될까?

[기자의 눈] KBS의 독립ㆍ공영성, 무엇이 핵심인가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가 정연주 사장과 맞서는 성명서를 낼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이 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이 기다렸다는 듯이 사설 등을 통해 이들의 입장을 옹호하고 나서는 것.
  
  '反 정연주'로 通하는 KBS 노조와 '조·중·동'
  
  KBS 노조가 정연주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한 다음날에도 이런 일은 어김없이 반복됐다. KBS 노조의 정연주 사장 사퇴 운동이 이들의 'KBS 흔들기'에 빌미를 제공해주는 모양새다.
  
  <조선일보>는 21일 "KBS 정 사장, 질 때라도 깨끗이 져라"는 사설을 내 KBS 노조의 논리를 그대로 활용해 정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 신문은 "KBS 노조는 작년 말부터 정 사장이 지난 5년 동안 얼마나 문제가 많은 경영자였는가를 조목조목 지적하면서도 '사퇴'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면서 "'정 사장의 시장 자격에 대한 논란이 이미 끝났기 때문'에 알아서 물러날 것으로 믿어서였을 것이다"라고 노조의 편을 들었다.
  
  이 신문은 이어 정 사장의 발언을 빌어 "자진해서는 물러나지 않겠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 내내 권력의 하수인으로 권력을 편들어 오던 그가 올해 신년사에서 갑자기 '오만한 권력을 가차없이 비판해야 한다'고 할 때부터 벌써 수상했다"고 했다. 또 "정 사장에게 '필 때야 어떤 곡절로 피었건 간에 질 때나마 깨끗이 진다'는 꽃의 예법이나 받아들일 마음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비꼬기도 했다.
  
  정권교체에 따른 KBS 사장 교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논리는 <동아일보>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동아일보>도 "과거 KBS 사장들은 정권 교체 이후 그만두는 것이 관례였으나 그는 올해 KBS 신년사를 통해 '방송독립', '오만한 권력에 대한 비판'을 운운하면서 사퇴의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며 "자리 보전을 위해 버티기와 저질 폭로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 사람이 공영방송 사장이라니 기막힌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이 정권교체 때마다 '코드'에 맞춰 사장이 바뀌어온 악순환을 정당화 하는 강변을 내놓고 있는 것은 물론 이명박 정권의 출범에 맞춰 새 사장을 뽑아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다. 이들 신문은 정연주 사장에 대해 '노무현 정권의 하수인'이라고 비난하면서 정권 교체에 맞춘 또다른 '코드인사'를 재촉하고 있는 셈이다.
  
  '제2의 정연주를 만들 것인가'
  
  KBS 노조가 20일 발표한 결의문도 비슷한 모순을 보인다. KBS 노조는 "현 경영진에게서 더이상 KBS의 미래를 읽지 못한다"라며 정연주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동시에 "더이상 정 사장 퇴진 운동에 힘을 소모하지 않겠다. 차기 사장과 관련한 문제와 공영방송 KBS를 위한 법과 제도적 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방송법 49조와 50조는 한국방송공사 사장의 임기를 3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공영방송 사장의 임기를 규정한 것은 물론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역시 법적으로 임기를 보장하고 있는 검찰총장이나 헌법재판소장의 경우와 같이 임기보장은 집행기관의 독립성을 마련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KBS 노조는 지난 13일 노보에서 '정연주 사장님께'라는 편지글 형식으로 이러한 주장에 대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공영방송 사장의 임기를 지키겠다는 그럴듯한 논리"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결의문에서 발표한 것처럼 "(KBS 노조의) 관심사는 공정한 사장 선임구조를 담보하는 공영방송의 시스템 마련에 있다"면 그 기본이 되는 임기 보장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노조가 주장하는 대로 정연주 사장이 물러나고 이명박 정권교체에 맞춰 차기 사장이 선임된다면 과연 그것이 '공정한 사장 선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떤 절차를 거치더라도 법이 보장하는 시스템에 따른 사장 교체가 아닌 정권교체 시기에 맞춘, 외압에 따른 사장 교체라면 그것은 절차나 새 사장의 인물과 관계없이 독립성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게다가 이번 사장의 임기는 이명박 정권 내에 종료되 이 정권 내에서 다시 '연임'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노조의 정연주 사장 퇴진 운동을 반긴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중 아무도 전하지 않았지만 KBS 노조는 결의문 초반에 이명박 정권의 KBS 장악 의도를 경계하는 내용을 실었다. 노조는 "정권의 음습한 공영방송 장악 시도는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방송시장 재편을 틈타 공영방송을 멋대로 주무르고 굴복시키려는 정권의 욕망 또한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보다 냉정하게 '지금 상황에서 정연주 사장이 퇴진한다고 해서 KBS의 공영성이 지켜지는가'를 자문해 볼 필요가 있는 시기다. KBS 노조는 이미 "더이상 퇴진운동에 힘을 소모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지만 정 사장의 퇴진을 전제하는 한 "이명박 정권의 KBS 장악 시도"에 대응할 입지가 매우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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