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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합작 첫 문예잡지 <통일문학> 반입 불허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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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합작 첫 문예잡지 <통일문학> 반입 불허될 듯

정부, 일부 표현 문제 삼아…문인들은 반발

남북한 문인들이 역사상 처음 공동으로 만든 문학잡지 <통일문학>에 대해 통일부가 일부 구절을 문제 삼아 반입을 불허할 것으로 보여 문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6.15민족문학인협회가 낸 <통일문학> 반입 승인 신청에 대해 "당초 몇 가지 문제되는 부분을 삭제하라고 했는데 반영이 되지 않아 신중히 심사 중"이라면서도 "아무래도 불허될 것 같다"고 18일 밝혔다.

이 당국자는 "<통일문학> 발간에 대해 남북협력사업 승인을 하면서 원고를 일일이 심사하겠다고 했다"라며 "최종본이 만들어 지기 전에 북측 작품을 읽어보니 문제되는 부분이 있어서 삭제해야 반입할 수 있다고 '조건부 승인'을 했는데 지난 15일 제출한 최종본에 그대로 실려 있었다"라고 말했다.
▲ <통일문학> 창간호 표지 ⓒ연합뉴스

어떤 표현이 문제인가?

통일부에서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모두 네 곳이다.

첫 번째는 <통일문학> 공동편집위원회가 쓴 창간사의 한 구절로 "1989년 6월부터 지금까지 북에서 발간되여온 문학잡지 <통일문학>을 6.15시대의 요구에 맞게 확대 발전시킨 북과 남, 해외문인들의 공동잡지"라고 이 잡지를 설명한 대목이다

두 번째는 북측 소설가 장기성 씨의 단편소설 '우리 선생님'에 있는 "위대한 수령님에 대한 불타는 충실성에로 부를 것"이라는 표현이다.

세 번째는 김순석 씨의 시 '벽동계선장'의 한 행으로 "어버이수령님에 대한 생각, 당이 준 제 나라 제도의 생각"이라고 되어 있다.

네 번째는 김승기 씨의 '회고와 전망'이란 수필에 나온 한 문장으로 "1989년 초 북과 남의 작가들은 앙양되는 통일분위기를 타고 통일운동의 선구자가 되고저 북남작가회담개최에 합의하였다. 그리하여 판문점에서 서로 만나기로 하였는데 그 력사적장거가 남측당국에 의해 차단되였다"라고 써 있다.

통일부는 △<통일문학>이 새로 창간된 것이 아니라 북측의 잡지를 확대 발전시켰다고 규정했다는 점에서 창간사의 문구가 부적절하고 △'수령님' 표현이 있어서는 안 되며 △'회고와 전망'에 남측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학적 관용어일 뿐" vs "처음부터 못 박았다"

그러나 6.15문학인 남측 협회는 북에서 나오던 기존의 <통일문학>을 계승해 호수를 붙이자는 북측을 집요하게 설득해 창간사에서 한 줄 언급만 하는 것으로 절충을 본 것이라며, 이번에 나온 잡지에는 엄연히 '창간호'라고 되어 있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남측 협회는 '수령님' 칭호에 대해 북한에서 '문학적 관용어'로 쓰이고 있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을 뿐더러 전체 맥락에서 볼 때 의미가 없는 부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도상 6.15민족문학인 남측 협회 위원장은 "잡지 전체가 숲이라면 이 구절들은 나무도 아니고 노랗게 물든 가지 몇 개에 불과하다"라며 "10년의 화해협력정책을 자랑하는 정부가 아직도 상대방의 체제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수필에 나온 대남 비판을 문제 삼는 것은 그냥 기분이 나빠서일 것"이라며 "이 잡지에는 통일부 장관 축사까지 들어갔는데, 정부가 보수적인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일부 당국자는 "문제된 부분을 삭제해야 들여올 수 있다고 사전에 분명히 얘기했기 때문에 남측 협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글이란 건 자료로 남는 건데 나무만 보느냐 숲까지 보느냐를 논할 게제는 아니다"라며 "남북협력기금이 지원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종의 대가가 (북으로) 지불되는 것이기 때문에 관대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통일문학> 발간은 일회성이 아니라 계속사업인데 지적된 부분만 고쳐주면 문제될 게 없을 것"이라며 "그런 부분에 대해 북에 좀 더 강력하게 요구할 건 해야지, 이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 물품 반입 신청을 처리해야 하는 법정 기간은 20일이어서 승인 여부는 새 정부가 들어선 다음에야 결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과거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이명박 당선인의 태도로 볼 때 불허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도상 위원은 "민간교류에 대해 배 놔라 감 놔라 하는 것도 문제지만 사소한 문제 때문에 민간교류를 막는다면 싸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통일문학>이란?
▲ 11일 중국 선양에서 열린 창간 기념식 ⓒ연합뉴스

2006년 결성된 6.15민족문학인협회가 만드는 계간 문학잡지이다. 지난 5일 평양에서 창간됐고 11일 중국 선양에서 창간 기념식이 열렸다. 북측에서 제작과 편집을 맡고 남측은 편집과 제작비 2000만원을 낸다.

편집회의에서는 남·북·해외 문인들이 선정한 작품을 검토한 뒤 어느 한 쪽에서 부결권을 행사하면 토론 없이 수록이 거부된다.

창간호에는 남측 소설로 이청준의 '눈길', 은희경 '빈처', 방현석 '존재의 형식', 김서령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가 실렸다. 북측 소설로는 장기섭 '우리 선생님', 최련 '바다를 푸르게 하라', 권장률 '영근 이삭', 리청 '고려의 아침' 등이 실렸다.

시로는 남측에서 고은, 이근배, 한분순, 도종환, 이재무 씨 등의 작품이, 북측에서는 오영재, 조기천 장혜명 씨 등의 작품이 실렸고, 평론으로는 남측에서 임헌영 씨의 이육사론 '광야에서 노래하기'가, 북측에서는 박정식 씨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미학'이 수록됐다. (☞관련 기사 : "<통일문학>은 6.15공동선언의 문학적 실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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