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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사리 만든 '통일문학', 국내 배포 무산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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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사리 만든 '통일문학', 국내 배포 무산될 수도..."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2/18] 남북합작 문예지 <통일문학>의 산파역, 정도상 작가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최근 남북 문학 교류의 첫 결실인 문학잡지 <통일문학>이 창간됐습니다. 지난주 6.15 민족문학인협회는 중국 선양에서 남과 북, 그리고 해외의 문인들이 함께한 가운데 창간 기념행사를 가졌는데요. 무엇보다 그동안 북핵위기 등 남북관계 경색 등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끊임없는 교류를 통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 문인들이 함께 한 권의 책을 만들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6.15 민족문학인협회 남측집행위원장이며 지난 2005년부터 <통일문학> 창간 작업을 주도해 온 소설가 정도상 씨를 초대해 <통일문학> 창간의 의미와 앞으로의 남북 문학 교류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6.15민족문학인협회 정도상 남측집행위원장입니다. 정도상 위원장은 1960년 경남 함양 출생으로 전북대학교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국문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87년 단편소설 <15방 이야기>를 발표하면서 등단했고 현재,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 남측위원회 상임이사와 한국작가회의 통일위원장, 그리고 6.15민족문학인협회 남측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박인규 : 우선 축하드리겠습니다. 남과 북의 문인들이 함께 만든 통일문학이 창간됐어요. 어려운 작업이라고 생각되는데, 어려운 결과물이 나왔을 때 옥동자가 탄생했다는 표현도 쓰는데, 옥동자의 산파 역으로서는 만감이 교차하시겠습니다.

정도상 : 그렇습니다. 말을 끝내고 책을 만들자고 말한 지 2년 만에 책이 나왔거든요. 그 2년 동안의 대화라는 것은 사실 남과 북의 문인들이 60년 동안 서로 다르게 살아온 이야기를 해왔던 거였어요. 그래서 서로 다르게 살아온 문학을 어떻게 하면 한 곳에 모아볼까 하는 과정의 어려움이 상당히 깊었습니다.

박인규 : 지난주 월요일이었나요? 2월 11일, 중국 선양에서 관련된 남북, 해외문인들이 모였는데 분위기가 어땠습니까?

▲ ⓒ프레시안

정도상 :
북쪽에서 통일문학편집국장이면서 조선작가동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고 6.15 민족문학인협회 북측협회부회장이신 장혜명 시인이 나왔고요, 그리고 통일문학 편집부장이란 사람이 나왔는데 이 사람이 직접 디자인하고 편집했던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해외에서, 독일에서 이준식 시인이란 사람과, 일본에서 정화수 시인이 왔었고. 또 중국에서 오상순 중앙민족대학교 교수가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남쪽에서는 신세훈 문인협회 전 이사장이 남쪽 단장으로 가셔서 창간기념식과 제 2호 편집회의를 했는데요, 남북, 해외가 한꺼번에 모여야 되는 자리여서 서울이나 평양이 아니고 좀 편한 자리 중국에서 하게 됐습니다.

박인규 : 해외 문인들이 아직 좀 남쪽으로 들어오시기 어려운 분도 있고 그런 모양이죠?

정도상 : 그렇지 않은데요, 남쪽으로 들어오려면 아무래도 좀 복잡한 지면들이 있습니다. 해외 문인들 속에서는 남쪽 당국이 싫어하시는 분도 계시고, 또 제일 큰 문제는 뭐냐면 해외 문인들도 친남과 친북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데 문제가 있어요. 이 문제를 어떻게 조정할 것이냐가 제일 큰 문제였고, 우리 남측 문인들 입장에서는 친남과 친북이 중요한 게 아니고, 문학적인 성과가 있느냐 없느냐로 판단하자... 라고 하는 것 때문에 사실 지난 2년 동안 북과 대화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해외 문인의 일이었어요. 왜냐면 남쪽 작가들 중에 예를 들면 고은, 황석영, 조정래, 박완서 하면 누구나 아 그 사람! 하고 인정되는데, 해외에서 아무개 아무개를 찍으면 이 사람이 무슨 작품을 했는지, 어떤 장르의 작가인지를 전혀 몰라요. 더군다나 친북과 친남으로 또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서로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아무리 해외에 산다고 하더라도 문학적 대표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가지고 남쪽은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했던 거고, 북은 해외에 살고 있고 불쌍하니까 끌어안자는 입장이었고. 제일 중요한 것은 남쪽은 문학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건 정치운동을 하는 게 아니고 책을 만들고 작품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고등학교 문예지나 동인활동 수준에서 작품 쓰는 사람들을 작가로 인정할 수는 없다. 이게 서로 부닥쳐 왔던 가장 큰 일이었죠.

박인규 : 한 겨레이긴 합니다만 한 권의 책으로 모이기 위해서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군요.

정도상 : 상당히 어려웠죠. 특히 문학잡지기 때문에 문학적 성과, 미학적 비타협점이 반드시 존재하거든요. 이 문제 가지고 상당히 오랫동안 대화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어쨌든 첫 번째 결실이 나왔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남북, 해외 문인이 모이는데 앞으로 잘해보자라든가 어떤 일을 해보자라든가 그런 다짐 같은 건 없었습니까?

정도상 : 있었고요, 무엇보다도 해외 문인들한테 문학은 구호나 주장이 아니라는 얘기를 다시 한 번 했습니다. 6.15민족문학인협회긴 하지만 민족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합 이 얘기를 문학적으로 해야 한다면 반드시 문학 내의 형상화를 통해서 해야 된다. 이것이 구호나 주장 가지고 문학은 이뤄지는 게 아니다. 여러분들이 써온 글을 보면 이게 성명서지 글이 아니다, 이런 얘기를 좀 했고요. 그래서 주제보다는 문학적 형상화에 집중하기로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박인규 : 통일문학이라는 잡지를 만들자고 서로 약속한 게 2005년으로 알고 있는데 만 2년 이상이 걸렸어요. 왜 이렇게 오래 걸렸습니까?

정도상 : 방금 말씀드린 대로 해외 문인의 문제가 가장 컸고요, 두 번째로는 그동안 89년부터 북에서 통일문학이란 잡지를 또 만들어왔어요. 이 잡지를 남북 공동의 잡지로 만들어가는데 계승하자. 그래서 창간호가 아니고 예를 들어 그 잡지가 60권이 나왔으면 61권으로 하자. 우리는 그럴 수가 없다. 무조건 새로 시작하고 그것의 계승을 창간호부터 인정할 수가 없다. 이것 가지고 또 1년을 다퉜습니다. 그러다 보니 늦어지게 됐죠.

박인규 : 이번 작품에는 새로 작품을 쓰신 게 아니라 남과 북의 기존 작품들을 수록한 걸로 아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정도상 : 아직은 남북 양쪽이 신작에 대한 자신감이 좀 부족했어요. 새로운 작품을 써왔을 때 이것을 어떻게 조정하고 균형을 맞춰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감이 좀 부족했고. 이미 발표된 작품들은 남북 양쪽이 서로 다 읽고 있기 때문에 아 이 정도면 남북 양쪽의 독자들이 받아들이겠다 하는 이해가 있었던 거죠. 그래서 첫호는 좀 어렵지 않게 가자는 의미에서 예전에 발표됐던 작품 중심으로 만들게 됐던 거죠.

박인규 : 구체적으로 남과 북에서 어떤 작품이 들어가는지 대표적인 것 한두 개 소개해 주실 수 있습니까?

정도상 : 들어가게 된 과정에서도 참 재밌는 얘기가 많은데요, 남쪽의 소설로는 이청준의 '눈길', 은희경의 '빈처', 방현석의 '존재의 형식', 김서령의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 북측으로서는 장기성의 '우리 선생님'. 최련의 '바다를 푸르게 하라'. 변창률의 '영근 이삭', 리평의 '고려의 아침' 등이었습니다. 소설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남북 양쪽이 자기 체제를 선전하거나 체제에 저항하는 글이 아니고 각 지역의 주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하자는 의견을 먼저 냈습니다. 그래서 개성에서 실무편집회의를 할 때 사실 남쪽에서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작품들의 목록이 쭉 내려왔는데 그것을 저희들이 계속 부결권을 통해서 부결시켰고요.

박인규 : 부결권, 이 작품은 남측 독자에게 읽히기가 어렵다. 서로 했군요 그런 걸

정도상 : 네. 왜냐면 부결권을 토론 없이 행사하기로 했습니다. 토론을 하게 되면 3박4일도 부족할 테니까

박인규 : 우리 판단에 이건 도저히 남측 독자들이 읽기가 어렵다. 이해를 해라 너희들이, 그렇게 된 거군요.

정도상 : 네. 그렇게 했고 북쪽도 우리 작품에 부결권을 두 작품을 행사했는데, 전성태의 국경을 넘는 일. 김인숙의 바다와 나비라는 작품이었어요. 전성태의 국경을 넘는 일은 캄보디아 국경지방에서 벌어지는 여행객들의 이야긴데요, 그때 한국 여행객이 일본 여자와 연애하는 내용이 좀 나옵니다. 여기에 대해서 북에서 강력한 거부감을 보여서 부결됐고요, 김인숙의 바다와 나비는 조선족이 위장결혼해서 한국에 들어오는 내용인데, 이 바다가 큰 서해라는 큰 바다를 건너면서 나비가 힘이 빠져서 떨어져 죽는다는 의미에서 바다와 나비의 상징성을 갖고 있죠. 결말이 불행해요. 결말의 불행을 북측 인민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였어요.

박인규 : 남과 북이 공통의 접점을 찾는 게 굉장히 어려웠군요. 저희가 듣기에 사실 이육사, 항일민족시인이죠 이육사에 대한 평전을 남과 북에서 동시에 쓴다고 해서 굉장히 관심이 많았는데, 결과적으로는 북측에서는 윤동주 시인에 대한 평론이 나왔어요.

정도상 : 그게 또 재밌는 건데요, 하나의 작가에 대해서 남북 양쪽이 서로 다른 평가를 내는 걸 북이 견디질 못하더라구요. 그러니까 어떤 문제에 대해서 일치된 의견이 있어야 된다는 의식이 내면에 흐르고 있는 거예요.

박인규 : 조선은 하나다. 민족은 하나다.

정도상 : 그렇죠. 남쪽은 그렇지 않잖아요. 다양함을 인정하고 한 작가를 놓고 각자 다른 견해를 보여주는 걸 재밌어 해요. 그런데 북은 아직은 거기까지 가지는 못한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2호 편집회의를 하면서 김소월에 대해서 그런 방식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박인규 : 서로 다른 관점으로, 다르더라도 문제 삼지 않기로.

정도상 : 그렇죠.

박인규 : 2년 동안 서로 작품을 고르시고 하면서 북쪽 문학작품의 경향이랄까, 또 북쪽 작가들의 문학을 보는 눈이랄까... 남쪽 작가들과 비교가 됐을 것 같은데 어떤 특징이 드러나던가요?

▲ ⓒ프레시안

정도상 :
북쪽 작품을 크게 판단하면 주민생활에서 갈등의 요소들이 있고 발전해나가야 되는데 사회가... 이때 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때 수령님이 전화를 해주거나, 경애하는 장군님이 방문해 주시면 갈등이 해소됩니다. 그러나 문학 내적으로 보면 사실은 이 문제가 남쪽 문학하고 북쪽 문학의 미학적 비타협지점입니다. 남쪽 문학은 이 문제 안에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내부에서 뭔가를 해결하려고 하는 게 남쪽 문학의 특징이죠. 그리고 남북 문학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남쪽 문학은 상업성의 과잉이 있습니다. 북쪽 문학은 정치성의 과잉이 있다고 판단이 들고요, 반면에 최련의 '바다를 푸르게 하라'나 변창률의 '영근 이삭', 얼마 전에 봤던 홍석중의 '황진이' 같은 작품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뭉퉁그려서 갖고 있는 편견을 좀 벗어나 보면 최련의 '바다를 푸르게 하라' 같은 경우는 환경소설이거든요. 해양연구사인 처녀가 바다에 공장을 짓고자 하는 당 기관에 맞서서 홀로 투쟁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요. 투쟁이라기보다는 진정하고, 화학공장을 바다에 세우지 못하게 함으로써 자연환경을 후손에게 그대로 물려줘야 된다는 노력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사실은 남쪽에도 이런 소설 없어요. 환경문제를 제대로 다루는 소설이 남쪽에 없습니다. 그런데 북쪽에서 이런 소설을 보면서, 이 정도면 남쪽의 독자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수긍하고 감동받을 수 있는 작품들이 반드시 존재하고 이걸 어떻게 찾아냈느냐 하는 과정이 2년의 과정이었고요. 앞으로는 이제 남쪽은 상업성의 과잉을 좀 빼내야 되고, 북은 정치성의 과잉을 좀 빼내면서 내면교류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저희 KBS에서 제가 알기로는 사육신이라는 드라마를 남북 합작으로 했거든요. 여러 가지, 비용은 남측이 대고 제작은 저쪽 배우들이 만들고...
이번 통일문학의 경우에도 비용은 남측이 대고 제작은 북한에서 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정도상 : 그렇게 해야 되는데 저희가 아직은 비용 지불을 전혀 못했습니다. 만일 창간된 통일문학이 남쪽으로 오지 못하면 비용을 전달할 방법이 없습니다. 왜냐면 저희가 책 구입대금으로 전달하기로 했기 때문에

박인규 : 이 말씀은 지금 통일문학 창간호가 남측으로 못 올 수도 있다는 건가요?

정도상 : 그럴 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을 갖고 있습니다.

박인규 : 어떤 돌발변수가 생겼습니까?

정도상 : 그것은 남쪽 체제, 우리 내부의 문제기도 하고... 당국이 남북 작가들의, 혹은 민간교류에 대해서 갖는 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통일문학 전체는 하나의 숲이라고 본다면 이 거대한 숲속에 어느 나무 한 그루가 있어요. 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그 중에 가지 하나가 병들어서 숲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느끼고 있고, 이 문제가 오래지 않아서 아마 문제로 등장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상당히 좀 에둘러 말씀하셔서 청취자들이 잘 모를 것 같은데 쉽게 말하면 북쪽에서 생산된 책이기 때문에 반입승인 이런 게 필요하다는데 그걸 지금 못 받고 있는 겁니까?

정도상 : 반입승인 신청은 했고요, 통일부가 반입승인 허가를 내줘야 책을 갖고 들어오는데... 북쪽 작품 중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수령형상화 구절들이 있습니다. 이 책 전체에서 딱 두 줄 있는데 저희가 그동안의 과정에서 아까 노력했던 내용은 전부 다 관심 밖이고 결과물로 딱 딱 두 줄을 갖고서 아마 문제를 삼을 것 같아요

박인규 : 남북 작가들이 2년 이상 걸쳐서 어렵게 어렵게 접점을 마련해도 양쪽 당국에서 그걸 불허해서 교류가 안 되는 수도, 잘못하면 무산될 수도 있는... 가급적이면 첫 작품이기 때문에 잘 됐으면 좋겠는데 기대를 해보고요. 지금 첫 작품을 만드셨지만 앞으로의 문학교류를 위해서 2호는... 반년간지로 알고 있는데요, 7월에 나올 거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2호의 계획이라든가 그런 건 말씀이 됐습니까?

정도상 : 됐습니다. 2호는 편집회의를 통해서 신작으로 책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박인규 : 앞의 것은 기존 작품을 수록한 것이고 이번엔 새로 통일문학을 위해서 작가들이 글을 쓴다.

정도상 : 그렇죠. 본격화됐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남쪽 작가들은 북의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써야 되고 북쪽 작가들은 남쪽의 독자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써야 하는 시대가 와버린 거죠 이제

박인규 : 한국어로 글을 쓰는 작가로서는 독자의 폭이 넓어지는 거네요.

정도상 : 그렇죠. 이를테면 분단된 문학, 분단문학이 문학영토의 확장과 회복이 비로소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인규 : 문학영토가 남한에서 한반도로

정도상 : 그렇죠. 중요한 뜻을 갖고 있는데요, 남쪽 문학은 1945년 8월 15일 이후 휴전선 이남의 섬처럼 갇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륙적 기질, 성향을 잃어버린 채 해양성으로 나아갔던 거죠. 그래서 지금 우리 문학이 일본 문학과 프랑스 문학의 영향 아래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나오는 젊은 작가들 작품을 보면 대단히 자폐적이고 개인적인, 그리고 아주 작은 사적인 문제에 집착하는 경향을 갖고 있는 거죠.

박인규 : 이른바 대륙적 기상 이런 게 없어진 거군요.

정도상 : 전혀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주 완전히 사라져 버렸고, 거대서사랄지 문학 본래가 갖고 있는 서사성이 상실됐었는데 최근에 문학영토가 확장되면서 우리 문학이 대륙을 향해 나아갈 때가 됐다. 즉 남쪽 문학이 갖고 있는 사적이고 자폐적 경향에서 탈피해서 새로운 미학적 확장이 필요하지 않나

박인규 : 남북 문학교류가 그런 데 기여할 수가 있다. 2호에는 어떤 작가들에게 작품을 요청한다, 이런 계획까지는 아직 안 돼 있는 거죠?

정도상 : 아직은 안 돼 있습니다. 4월 30일까지는 원고마감을 하고요, 아마 다음주쯤 청탁을 하면 4월 30일까지 원고 마감하고 5월에 편집회의 하고 7월에 책을 낼 예정입니다.

박인규 : 그러나 저러나 통일문학 첫 권이 국내에 들어와야 그 다음이 술술 풀릴 것 같은데 그 부분이 잘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정도상 : 잘 해결될 거라고 믿습니다.

박인규 : 정도상위원장께서는 통일문학 작업도 해오셨지만 그것보다 더 큰 겨레말 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상임이사를 맡고 계신데요, 겨레말 큰사전 작업이 어떤 것이며 현재 어디까지 이뤄져 있는지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도상 : 겨레말 큰사전은 쉽게 말하면 남북통일국어사전입니다. 왜 국어사전이란 표현이 없냐면 남북이 공동으로 국어사전을 만드는데 남쪽의 기준은 표준어고 문화어입니다. 표준어와 문화어 어느 둘 중 하나를 기준으로 삼을 수 없게 됐죠. 그래서 제가 고민을 많이 해보다가 문득 전 세계에서 표준어 정책을 갖고 있는 나라는 딱 두 나라밖에 없습니다. 일본과 우리나라죠. 북까지 포함해서 전 세계에서 세 개 나라만 표준어 정책을 갖고 있죠. 다른 나라들은 전부 공통어 정책, 혹은 보통어 정책을 갖고 있습니다.

박인규 : 어떤 차이가 있는 겁니까?

정도상 : 표준어 정책, 표준말이라고 하면

박인규 : 그 외엔 틀린 겁니까? 말하자면

정도상 : 그렇죠. 서울 지역의 중산층이 사용하는 언어가 표준어잖아요. 그러면 우리 영남지역의 방언이나 사투리는 계속 표준어의 하위개념에 놓이게 됩니다. 그러나 언어가 민족의 공통자산이라고 보면 전혀 다른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어느 한 지역에서 5천년 넘게 사용해온 어휘, 예를 들어 전라북도에 가면 귄이 있다 없다는 표현을 씁니다. 어떤 사람을 처음 막 봤는데 처음엔 오밀조밀 무척 예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안 예뻐져요 느낌이. 또 어떤 사람은 처음 봤는데 아주 못생겼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호감이 가고 예뻐보인다. 이게 귄이 있다 없다라고 표현합니다. 이 단어는 우리 국어사전에 나오지가 않죠. 이미 그 지역에서는 몇천 년간 사용해온 어휘란 말이에요.

박인규 : 각 지방 간의 우열개념을 두지 않는 게 공통어 정책이군요.

정도상 : 바로 그겁니다. 우리 민족 전체가 사용하는 어휘를 공통어라고 본다면, 겨레말 큰사전은 공통어를 기준으로 삼는 사전이 된 거죠. 그런 의미에서 공통어사전이 됐고요. 그래서 남북 18개도의 어휘 총조사를 하고, 해외에 살고 있는 동포들... 중국의 조선족, 러시아의 고려인, 일본의 교포들, 미국까지 나가서 아마 어휘 총조사를 해서 하나의 사전에 싣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지금 25% 이뤄졌고 남북이 올림말... 사전에 올라갈 단어는 이미 서로 합의를 했습니다.

박인규 : 대략 몇 개 단어쯤 됩니까?

▲ ⓒ프레시안

정도상 :
현재로서는 40만 단어 정도 될 것 같아요. 30만 단어를 준비했었는데 부족해져서 20만 단어는 남쪽의 표준국어대사전과 북의 조선말대사전에서 공통되는 부분 20만 개를 뽑아내고. 나머지 20만 개는 각 지역의 어휘를 새로 조사해서 뽑고. 그리고 190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발생한 모든 문학작품에서 어휘조사를 실시해서 한 10만 개 정도를 채웁니다. 그래서 그동안에 없던 아주 새로운 사전이 아마 출현하게 될 거라고 봅니다.

박인규 : 언제쯤 출간 예정이죠?

정도상 :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요. 2013년 정도 출간 예정입니다.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니까 각 지방언어의 독자성이랄까 가치를 인정해 준다면 통일문학 발간하시는 것보다는 시간은 걸릴지 몰라도 어려움은 없을 것 같은데... 어려움은 없습니까?

정도상 : 그 문제는 어려움이 좀 없습니다. 왜냐면 북도 이미 이 문제에 대한 이해가 있고 남쪽 같은 경우에도 표준어 정책이 갖고 있는 어휘소멸에 대해서 우리 학자들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표준어 때문에 사실 제주도 말이 사라지고 있거든요. 방송에서 표준어를 너무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바람에 제주도 언어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 그래서 표준어가 각 지역어를 소멸시키고 있다는 점에 많은 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고, 그 지역의 문화전통과 삶을 그대로 온전하게 보존시키자는 문화운동의 차원에서라도 지역어는 반드시 사전으로 올라와야 된다고 봅니다.

박인규 : 표준어 패권주의라고 해야 될까요? 그것도 참 문제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정도상 : 표준어는 일종의 국가주의 언어인 거죠.

박인규 : 지난 10년간은 이른바 진보정권이라고 해서 남북교류에 굉장히 열성적이었는데, 곧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는 북한에 대해서 이전 정부보다는 빡빡한 것 같다. 남북 교류에 대한 우려가 좀 있는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정도상 : 지난 10년간은 사실 온실 속에서 남북교류를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편하게 해왔다. 다만 남쪽 정부가 갖고 있는 내면의 허약성은 여전히 갖고 있다. 왜냐면 북의 통일전선

박인규 : 허약성이란 말씀은 어떤 자신감 같은 게 부족하다는 말씀이신가요?

정도상 : 부족하다는 거죠. 왜냐면 이 정도의 경제력과 국력 차이면 자신감을 가져도 되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것 중 가장 큰 문제는 남남갈등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남측 내부의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통일운동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생각을 갖고 있는데요. 저희는 통일문학하고 남북교류를 하면서 사실은 범문단을 형성했습니다. 예전에 작가들이 남북단일조직을 만들려고 할 때 사실 김남조 선생님을 찾아뵙고 말씀을 드렸는데 저희가 찾아온 것을 무척 고마워하시고 좋은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리고 북쪽 문학에 대해서 그 작가들이 가질 수 있는 노력과 성과, 그리고 그들도 분명히 작가일 거라는 믿음, 이런 말씀을 해주시면서 본인이 휠체어를 타지만 않으시면 반드시 함께하고 싶다. 특히 작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남쪽 내부에 이견이 별로 없습니다. 서로 하나씩 서로 남남갈등을 해소해가는 과정이 남북교류의 과정이기도 했어요. 이 점이 작가들의 교류가 다른 민간교류와 다른 점이고요.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남쪽의 보수진영도 조금 더 마음을 열 필요가 있지 않느냐 하는 생각을 갖습니다.

박인규 : 정부의 문제라기보다는 남북 민간에서의 이견이랄까 그것이 문제될 수 있다.

정도상 : 이 문제를 조금만 마음을 열면 남북 문제는 오히려 남쪽 내부의 국론분열과 갈등을 해소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고 저는 봅니다.

박인규 : 남북 문학교류가 어떻게 보면 이제 시작이긴 합니다만, 천리길도 한걸음부터고,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으니까 이번 통일문학, 우선 국내에 배포가 되고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정도상 :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통일문학> 창간 작업을 주도해 온 6.15 민족문학인협회 정도상 남측집행위원장과 함께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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