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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도 하기 전, 레임덕에 빠진 이명박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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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도 하기 전, 레임덕에 빠진 이명박정부

[기고] 무능한 진보 대신 무능한 보수를 만난 것은 아닌지

며칠 있으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벌써 '레임덕'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국민들이 이미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 피로감과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반증이다. 왜 출범도 하기 전에 새로운 정부에 지루함을 느끼는 것일까.
  
  그것은 신정부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더 보지 않고, 더 겪어 보지 않아도 새로이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가 어떤 정부가 될 것인지를 예감한다는 것이다. 이미 볼 것은 모두 봤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볼 것도 기대할 것도 없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에 대하여 이런 속전속결식 평가와 예측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그가 당만 다른 또 하나의 노무현 (대통령) 이라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즉, 이명박 당선자가 당과 정치적 색깔만 다를 뿐 모든 것이 노무현 반대편에 서 있는 또 하나의 노무현 복제품이란 판단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이 당선자를 노명박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과거 지긋지긋했던 노무현 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정부의 출발로 보! 기보다는 정치적 성향만 다른, 즉 당만 다른 또 하나의 노무현 정부의 연장정부란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이 점이 국민들로 하여금 출범도 하지 않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 쉽게 피곤함을 느끼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라 생각한다.
  
  사실 여러 가지 점에서 이명박 당선자의 정치적 행태와 국정운영에 대한 사고는 국민들이 극도로 염증을 느꼈던 노무현 대통령의 그것과 흡사한 측면이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비슷한 점은 지도자로서 말을 함부로 한다는 점이다.
  
  지도자로서의 품위와 격이 훈련되지 않아 내재된 절제가 없고, 사고의 진지함과 신중함이 없어 국가를 대표하는 지도자로서 국민들이 존경하고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말과 행동에 일정한 규범과 도덕이 없기 때문에 지도자의 권위가 인정되지 않으며, 권위 없는 지도자의 리더십에는 국정을 운영 할 수 있는 파워가 생성되지 않는다는 점 또한 국민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결국 낮은 여론의 지지는 사실상 최고통치권자인 대통령으로 하여금 국정운영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예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벌써 이명박 정부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사실 이명박 당선자는 이제 더 이상 서울 시장도 건설회사 사장도 그리고 대통령 후보자도 아니다. 대통령 당선자인 것이다. 며칠 있으면 대통령에 취임하여 이 나라 국정전반을 이끌게 되는 최고통치권자인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에 당선된 이 당선자는 지금부터 자신이 하는 모든 말이 이 나라와 전 세계의 다양한 청중들에게 가감 없이 전달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는데 그것을 이 당선자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이 당선자는 앞으로는 훨씬 더 조심스럽게, 그리고 훨씬 더 깊이 있는 내용을 담아 말해야 한다. 단순히 자신이 속한 정당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모든 대한민국 국민들에 대해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대통령의 품위는 대통령의 말과 행동에서 비롯되며 대통령의 품격은 대외적으로 그 나라 국민과 국가의 품격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는데 이 당선자가 이런 부분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 것인지 걱정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또 다른 노무현 대통령의 복제품 일 것이란 점을 국민들로 하여금 느끼게 만드는 또 하나의 부분은 여론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며, 국정운영의 행태가 매우 독선적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들은 여론의 동향과는 상관없이 자신이 추진코자 하는 대운하 프로젝트에 대한 사업계획을 마치 노무현 대통령이 행정수도이전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밀어붙인 것과 같은 똑같은 행태로 국민들은 보고 있다.
  
  사고의 편중성과 편향성도 비슷한 부분이다. 노 대통령의 사고가 개혁은 선이라는 식의 개혁만능주의에 치우쳐 결국 개혁의 포로가 되고 그래서 개혁을 잃어 버렸듯이, 이명박 당선자 역시 개발은 선이라는 식의 개발우선주의에 치우쳐 결국 개발의 노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을 갖게 만든다. 국정운영자로서 가져야 할 전방위적인고도 복합적 사고의 틀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국보 1호인 숭례문은 문화적 가치가 가장 높은 정신적 유산이고 그런 점에서 문화와 환경은 개발보다는 보존의 가치가 우선시되어야 하는데 이명박 당선자는 문화재까지도 개발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사고편향성을 드러내 보였다.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고 해법이 없어 막히면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려는 노무현식 포퓰리즘이 이명박 정부에서도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숭례문 복원을 위한 국민성금 모금운동이나 장관 없이 내각을 출범시키겠다면서 정부조직개편안의 의회 통과를 직접 국민에게 호소하고 나서는 모습이 노 정부와 너무 흡사한 측면이다.
  
  정치적 반대진영을 고립시켜 적과 동지의 구분을 분명하게 만들고, 반대진영의 적개심을 쉽게 불러일으킨다는 점(호남의 고립화), 대통령 당선자를 포함하여 청와대 참모진 가운데 국정운영에 대한 유경험자가 전무하고, 청와대와 국정운영을 모르는 아마추어 팀이 대통령 비서실에서 일하게 된다는 점도 놀라우리만치 노무현 정부와 꼭 닮았다.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진 팀은 청와대에서 대통령직과 비서진의 역할을 익히는 데만 1년 반 이상의 시간을 소요할 것이다. 그래서 국가의 일이란 준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준비된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과연 이명박 당선자에게 무엇을 기대했을까?
  
  그것은 아마 노무현 정부를 닮지 않으면서도 경제인으로서 CEO의 경력과 서울시장 재직 시절의 청계천과 같은 실적을 통해 대통령이 된 과거의 성공적인 리더십을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발휘해 주길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국민들의 이런 기대는 사라지고 있다. 대신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견제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임기 말기에나 있을 법한 대통령에 대한 특검이 출범도 하지 않은 대통령 당선자를 향해 치닫고 있으니 국민들은 시작도 하지 않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 벌써 레임덕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갖는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번 대선을 통해서 무능한 진보진영 대신 앞뒤 안보고 달리는 무능한 보수를 만난 것은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이명박 정부의 개발지향적인 문화혁명의 끝이 어디로 치달을지 출범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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