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남극 세종과학기지 최문용, 홍정호 월동연구대원입니다. 최문용 대원은 2004년부터 극지연구소 대기과학연구원에서 근무하고 있고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 동안 남극 세종과학기지 제20차 월동연구대원으로 남극에서 대기과학 분야를 연구하고 돌아왔습니다. 홍정호 대원은 현재 한양대 생물학과 석사과정에 재학중이며 지난해 남극 세종과학기지 제20차 월동연구대원으로 생물학 분야를 연구했습니다.
박인규 : 언제 귀국하셨어요?
최문용 : 2월 7일 설날 때 오후 7시 20분쯤 돌아왔습니다.
박인규 : 두 분 다 얼굴이 까마신 게 상당히 고생하신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최문용 : 남극에 있다 보면 자외선 반사가 많아서 얼굴도 많이 타고
박인규 : 열사의 나라 중동에서 오신 것 같아요
최문용 : 거의 그 정도로 많이 탑니다.
박인규 : 남극은 지금 여름이죠?
최문용 : 예, 북반구와 남반구가 계절이 반대기 때문에 지금 우리나라가 겨울이면 그쪽은 여름이죠.
박인규 : 월동대원이라고 하면 우리나라로 치면 여름 동안 겨울을 거기서 보내고 돌아오신 거군요.
최문용 : 1년 동안 남극에서 생활하는 팀을 월동... 겨울을 나는 팀을 얘기하는 거죠
박인규 : 2월 17일이 납극세종과학기지 창립 20주년이라는데 보통 20년, 사람들한테는 성년이 됐다고 하잖아요. 20주년째 20차 월동대원으로 활동하고 돌아오셔서 두 분 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최문용 : 저희가 딱 20차라는 것과 세종기지도 20주년이 됐따는 것에 대해서 20이란 숫자가 굉장히 의마가 다른 사람들보다는 좀 더 새롭게 많이 오는 것 같은데요 보통 사람이 성년이라고 하면 여태까지 부모님 그늘 아래 있다가 자기 꿈을 펼치기 위해서 처음 시작하는 것 같이 세종기지도 여태까지 20년 동안 가지고 왔던 노하우로 좀 더 넓은 대륙이나 이런 쪽으로 펼치기 위해, 발전돼 나갈 수 있는 기점이 되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는 것 같다.
박인규 :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됐다. 홍정호 대원은 학생 신분으로 갔다 오셨는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가서 많이 공부가 됐습니까?
홍정호 : 진짜 가서 연구활동하는 데 힘들었고요, 지식이 없어서, 더 많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라고 왔습니다.
박인규 : 올해 20주년이기 때문에 2월 17일이 얼마 안 남았는데 여러 가지 기념행사가 열립니까?
최문용 : 아마 기지 안에는 아마 한국에서 각계각층의 vip한 20명 정도의 그런 분들과 주변 기지 대장들 아니면 대원들, 그런 분들이 모여서 17일에 기념행사가 성대하게 열릴 계획이고 한국에선 20주년을 기념해서 '한국과 남극'이라는 기념책자가 나올 예정입니다. 그리고 체신청과 같이 공동으로 얘기해서 기념우표도 같이 나올 예정입니다.
박인규 : 남극기지 하면 사실 우리가 잊어선 안 될 분이 한 분 계신데 전재규 대원... 말하자면 불의의 사고를 당하셨죠? 전재규 대원을 위한 추모행사는 준비된 게 없나요?
홍정호 : 20주년 행사를 하면서 전재규 대원을 추모하기 위한 행사가 있고요, 기지에 행사가 있을 때마다 전재규 대원을 추모하기 위해서 묵념 같은 것도 하고 그럽니다.
박인규 : 모든 행사를 하실 때마다 항상 전재규 대원을 생각하시는군요. 보통 월동대원... 상주대원이라고도 하는데 보통 언제부터 언제까지 활동하십니까?
최문용 : 저희가 교대를 하는 게 보통 1월에 들어와서, 1월 초나 둘째주 정도에 들어와서 한 달 동안 인수인계 과정을 거치고 들어가서 1년 동안 생활하게 되죠.
박인규 : 남극으로 치면 여름에 들어갔다 여름에 나오는 거군요. 겨울을 보내고. 전부 다 몇 명이시죠 월동대원이
홍정호 : 17명이고요, 대장님, 총무님, 연구원으로서 생물연구원, 지구물리연구원, 대기과학연구원, 고층대기연구원이 있고요. 그리고 기지 설비를 유지하는 기지설비팀이 10명 정도 있습니다.
박인규 : 그 분들은 17명 외에 계신 거죠?
홍정호 : 아닙니다. 다 합쳐서 17명입니다.
박인규 : 연구인력 플러스 기지유지하는 분까지 합쳐서 17명. 홍종호 대원은 어느 쪽으로 연구하셨습니까?
홍정호 : 저는 해양생물을 연구했습니다.
박인규 : 최문용 대원은 어느 쪽을 연구하셨습니까?
최문용 : 저는 대기과학쪽 연구를 했어요.
박인규 : 남극기지 월동대원이 물론 남들이 안 가보는 데기 때문에 가보고 싶어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또 거기 겨울을 보내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말도 있던데 최문용 대원은 어떻게 해서 가시게 된 겁니까?
최문용 : 저 같은 경우는 어떻게 보면 어릴 때 꿈을 이룬 케이스가 되겠는데요, 처음 남극이란 데를 보게 된 게 어릴 때 초등학교 정도 됐던 것 같은데 동물의 왕국이란 프로에서 펭귄들과 북극곰, 빙산 같은 게 나오면서 어릴 때 막연하게 그랬던 것 같아요. 저기 한 번 꼭 가고 싶다. 언젠가는 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공부를 계속 하다 보니 인연이 닿아서 극지연구소에서 근무를 하게 되니까 그게 꿈이 아니고 현실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노력하다 보니 가게 된 것 같아요.
박인규 : 홍정호 대원은 아직 석사과정 학생이신데 어떻게 가시게 된 겁니까?
홍정호 : 제가 학부과정일 때 지도교수님이 남극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주셔서 가게 됐습니다.
박인규 : 지도교수님이 주선해 주신 건가요?
홍정호 : 네. 지도교수님이 9차 월동대원이셨거든요. 그 얘기를 많이 들으면서 남극에 대한 꿈을 키웠죠.
박인규 : 남극 가시는 분들은, 물론 기본적으로 거기 가서 연구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가시겠지만 따로 유지보수하시는 분들도 계시다니까... 경쟁력이 좀 치열하다는 말이 있어요.
홍정호 : 보통 한 3월 정도에 공식적으로 공채 공고가 나가거든요. 그 중에서 첫 번째 서류심사하고 두 번째 면접심사, 세 번째가 7월에 하는 극지적응훈련이라고 있습니다. 그 훈련을 통해서 인원들을 뽑게 되는데요 제일 중요한 게 실력도 거의 우리나라 그 해에 거의 최고라는 분들이 오시게 되고, 수준이 굉장히 엄격하거든요.
박인규 : 연구원으로서 실력도 높아야 되고.
최문용 : 그렇죠. 제일 중요한 게 인성하고, 체력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하고요.
겨울을 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을 얼마나 배려할 수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한데... 왜냐면 조그만 공간에서 17명이 같이 살다 보면 굉장히 트러블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되게 많거든요.
박인규 : 그렇다면 월동대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연구능력 외에 체력테스트라든가 인성테스트 이런 것도 하나요?
홍정호 : 체력은 테스트는 안 하고 훈련기간 중에 체력을 기르게 합니다. 인성테스트는 대장님이 면접을 보시면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구나. 이 사람의 문제점이 어디가 없구나, 있구나, 그렇게 하면서 합격 불합격을
박인규 : 오히려 체력보다는 인간성을 많이 보시는 군요. 일단 남극 갔다 오신 분은 인간성이 좋은 분이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겠네요.
남극이 암만 그래도 오지고 하니까 남극대원으로 뽑혔다고 하니까 집에서 반대하시진 않았습니까?
최문용 : 저 같은 경우는 반대하기보다는 같이 부모님이 즐거워해 주셨던 것 같아요. 왜냐면 어릴 때부터 많이 바랐던 걸 알기 때문에
박인규 : 꿈을 이뤘다
최문용 : 내심 사고도 있었고 여기저기 들리는 소문이 되게 위험한 곳이라더라 하는 것도 많았기 때문에 걱정도 많이 하시는 것 같았는데요, 그런 거 내색 안 하시고 제가 원하는 거니까 많이 지원해 주셨던 것 같아요.
박인규 : 일단 무사하게 돌아오셨으니까. 홍정호 대원은 어땠어요?
홍정호 : 저는 가겠다고 하니까 부모님이 거기 왜 가냐... 사고도. 걱정 많이 하셨는데요 제가 남극에 대한 정보나,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고 허락을 받았고요. 여자친구한테는 말하기가 좀 꺼려져서 최종면접 후에 말했거든요.
박인규 : 갔다 와서 만나셨습니까?
홍정호 : 예. 잘 만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남극 계시는 동안에 가족이나 친지들과 연락은 됩니까?
홍정호 : 예. 인터넷전화가 있어서 수시로 연락할 수 있고요
박인규 : 오지긴 하지만 연락은 다 되는군요. 실제로 남극기지에서 어떻게 생활하셨는지가 많은 분들이 궁금하실 것 같은데 처음에 딱, 거기가 남극대륙은 아니고 킹조지섬이죠? 딱 들어갔을 때 어떤 느낌이던가요? 여러 가지 풍광이 다를 것 같은데
홍정호 : 진짜 하얀색의, 흙이 안 보이고요, 온통 눈이니까요. 순백의 세계에 있다고 느끼죠.
박인규 : 홍정호 대원은 생물학 전공이라 질문하고 싶은데, 거거 펭귄 많이 있습니까?
최문용 : 홍정호 : 많이 있습니다
박인규 : 펭귄이 사람을 안 무서워하나요?
홍정호 : 펭귄이 처음엔 사람을 무서워하고 도망가고 그러는데
나중 되면서 얼굴 좀 익히고 그러면 다가오고.
박인규 : 대화도 합니까?
홍정호 : 대화까지는, 제가 그 수준까지는 못 올라갔고요
박인규 : 먹이 같은 것도 주나요?
홍정호 : 먹이 같은 거 주면 안 됩니다. 주면 그 생물이 스스로
박인규 :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홍정호 대원은 거기서 연구한 게 펭귄이십니까 아니면 다른 겁니까?
홍정호 : 저는 해양을 연구했고, 해양 밑바닥, 저층에 사는 생물에 대해서 연구했습니다.
박인규 : 바다 밑에 있는... 그러면 플랑크톤 이런 건가요?
홍정호 : 플랑크톤 종류는 아니고요 해양 밑바닥에 있는 미생물들을 연구했습니다.
박인규 : 물을 떠올려서 연구하는 건가요?
홍정호 : 특수한 장비를 이용해서 밑에 바닥에 있는 흙들을 퍼올립니다.
박인규 : 그런 것들이 자원이 될 수 있는 겁니까
홍정호 : 물질이 순환하지 않습니까. 생물들이 죽어서 바닥에 가라앉으면 그 물질을 먹고 다시 또 위로, 해양생태계로 올려주는 역할을 하죠. 순환의 중요한 키를 하는 생물들이기 때문에요
박인규 : 생물자원이어떻게 순환되는가를 보시는 거군요.
최문용 대원은 대기과학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요새 기후변화도 하도 관심이 많아서.... 지구 기후변화, 온난화 이런 거 연구하신 건가요?
최문용 : 온난화 이슈가 요즘에 많이 떴는데요 그건 저희가 연구하는 한 분야죠. 보통 오존에 관한 연구도 하고 에너지순환이나 물질순환에 관한 연구도 많이 하고, 에어로존이나 공기 중 오염도를 측정하는 블랙카본 양 측정도 하고 기본적인, 기상에 관한, 기상추이나 온도추이 이런 것들이 어떻게 바뀌느냐, 이런 것들에 관한 연구를 많이 했죠.
박인규 : 요즘 보도를 보니까 남극의 빙하가 많이 녹고 있다. 예년이 비해 70%인가가 녹았다던데 실제로 그렇습니까?
최문용 : 그건 단기간에 보이는 자료로 구하는 게 아니고 몇십년 전부터 계속돼왔던 자료를 토대로 나온 건데 저희가 직접 눈으로 확인한 건, 저희 기지 옆에 보면 마리안 소만이라는 빙벽이 습니다. 저희가 일년 동안 생활하다 보면 바람이 많이 불거나 할 때마다 그 빙벽이 무너지는 소리도 들리고 무너지는 장면도 목격할 수 있고, 기지 앞바다에 유빙들이 굉장히 많이 떠내려오거든요. 보통 저희가 기지에서 연구한 결과를 보면 지난 50년 동안 그게 딱 1.5킬로 정도 빙벽이 후퇴했거든요. 계속 무너진 거죠. 그리고 전차대... 5차대나 4차대 정도에서 월동대를 했던 선배 대원들한테 들어보면 자기들이 보면 너무 확연하게 몇백미터 이상 차이가 나는 걸 확인할 수 있다고...
박인규 :
실제로 많이 무너지고 있는 거군요. 남극에서의 하루 일과도 궁금하긴 한데, 하루 종일 연구만 하실 순 없잖아요. 어떻게 보내세요?
홍정호 : 아침 7시에 기상을 해서 8시에 회의를 하고 그때부터 업무에 들어가죠. 눈이 많이 온 날은 공동작업으로 제설작업도 하고 탐사도 나가고 인근 기지에 교류를 하기 위해서 놀러도 가고
박인규 : 대략 공식적인 일과시간은 몇 시에 끝나요?
홍정호 : 5시에 끝납니다.
박인규 : 5시 이후에 잘 때까지 심심할 텐에 여가시간은 어떻게 보내십니까?
홍정호 : 일단 청소부터 하고요, 그리고 저녁 먹고 같이 비디오도 보고 게임도 하고 운동도 합니다.
박인규 : 언론보도 보니까 노래방도 있던데요...
홍정호 : 네, 노래도 하고요.
박인규 : 그래도 문화시설은 다 있네요. 식사는 어떻게 하세요?
최문용 : 식사는 저희 대원 중에서 주방을 담당하는 대원이 같이 한 분 가시는데요
박인규 : 말하자면 전속 요리사 분이 계신 거군요.
최문용 : 그렇죠. 근데 저희가 매 차대마다 약간씩의 실력에 따라 좌우를 많이 하는데 저희 때는 굉장히 진짜 잘 하시는 분이 와서요
박인규 : 어떤 요리사가 오시느냐가 중요하군요.
최문용 : 그렇죠. 얼마나 그 주방장님과 많이 친해지느냐, 이게 좌우를 많이 하죠.
홍정호 :
박인규 : 남극은 말하자면 동토의 땅이라서, 걱정되는 게 아무리 보급을 한다고 하더라도 인스턴트식품 같은 건 가겠지만 야채, 이런 것들은 상당히 어려울 것 같아요.
최문용 : 기본적으로 저희가 1년 생활하기 위해서 저희 처음 들어갈 때 한국에서 냉동컨테이너와 일반 컨테이너로 저희가먹을 수 있는 라면이라든가 기본적인 부식류는 다 들어가는데 채소류는 어쩔 수 없기 때문에
박인규 : 거기서 키울 순 없죠?
최문용 : 예. 전혀 키울 순 없게 돼 있고요. 그래서 칠레에서 한 두달이나 세달마다 한 번씩 보급받아서 먹고 있습니다.
박인규 : 언론보도를 보니까 만년설을 그대로 퍼다가 팥빙수를 만들어 먹는다던데 맞습니까?
홍정호 : 네. 만년설을 퍼서 팥빙수를 해먹고요, 또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유빙을 건져올려서 그걸 갈아서 팥빙수 해먹습니다.
박인규 : 진짜 무공해 맞나요?
홍정호 : 네. 무공해고요, 진짜 얼음에 보면 기포들이 수억만 년 전의 기포도 있어서 그게 바글바글 터지는 소리가 아주 아름답습니다.
박인규 : 그럼 수억 년 전의 공기를 마시는 거네요
홍정호 : 아, 수만년 전의 공기...
박인규 : 그거 아무나 못해보는 건데 사실. 남극얼음으로 만든 국내 와서 팔면 엄청나게 비싸게 팔릴 것 같은데요?
최문용 : 가끔 가다가 저희 극지연구소에서 1년마다 국제 심포지엄을 열고 있거든요 매년. 그럴 때마다 1년마다 한 번씩 남극에서 얼음을, 유빙을 냉동컨테이너로 갖고 와서 심포지엄할 때 참가자들한테 같이 음료수에 같이 내보내거든요. 반응이 정말 뜨겁습니다.
박인규 : 아... 저도 한 번 그거 어떻게 먹어봤으면 좋겠네요. 팥빙수 같이 한국에 계신 분은 먹어볼 수 없는 걸 먹는 즐거움도 있지만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아요. 특히 거기의 겨울, 여기선 여름이지만, 겨울 보내기가 상당히 쉽지 않다던데요... 햇빛이 있는 시간도 얼마 안 되고. 남극의 겨울은 언제부터 언제까지가 겨울입니까?
최문용 : 보통 4월부터 겨울에 접어든다고 보시면 되고요, 6월에 보면 여기는 6월에 한국에서 하지일 때 거기는 동지가 되거든요. 그때 그 근방으로 해서는 해가 제일 짧아지는데 보통 해가 11시나 11시 반쯤에 뜨기 시작해요. 저희 새벽 5시 해 뜨듯이. 그러고 나서 오후 2시 반쯤에는 해가 저뭅니다.
박인규 : 하루에 네 시간도 해가 없는 거네요.
최문용 : 그렇죠. 해가 떠있는 쨍하게 떠있는 시간이 거의 없어요. 살짝 떴다가 바로 지기 때문에. 그 기간이 한 3개월 정도
박인규 : 그럼 하루 20시간 이상을 어둠 속에서 보내는 거군요.
최문용 : 그렇죠. 반대로 지금 같은 여름 기간엔 밤이 없습니다. 해가 새벽 12시부터 살짝 지기 시작해서 2시나 3시 되면 다시 뜨거든요. 거의 밤이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박인규 : 20시간을 밤으로 보낸다는 게 참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지내십니까?
남극의 겨울에는
홍정호 : 남극의 겨울에는 춥고 바람도 많이 불고 햇빛도 없으니까요, 실내에서 많이 있습니다. 다들 햇빛을 안 받으면 우울해진다고 하잖아요. 우울해지지 않게 이벤트도 많이 하고 게임도 많이 하고 즐겁게 보냈습니다.
박인규 : 나름 즐겁게 보내셨다고 말씀하십니다만 그대로 20시간의 밤을 한 3,4개월 지내시면 굉장히 예민해지고 민감해지고 서로 다투시고 그런 일도 있을 것 같아요.
최문용 : 사실 제일 힘든 기간이 7월부터 8월 기간이거든요. 6월 같은 경우는 그래토 타 기지와 교류도 많기 때문에 괜찮은데 7월 8월 기간이 가장 힘든데 그 부분을 대장님과 총무님이 조율을 굉장히 잘 하신 것 같아요. 대원들이 너무 풀어지게 하지도 않고 너무 예민하지도 않게 하기 위해서 이렇게 저렇게 신경도 많이 쓰고요. 대원들도 서로서로 배려를 많이 하는 거죠. 내가 서로서로 예민한 걸 알기 때문에 조금씩 양보하는 거죠.
박인규 : 그렇게 어려운 기간을 같이 1년 동안 보내시면 동지애랄까 이런 게 대단할 것 같아요.
최문용 : 예. 저희가 보통 남극의 땅을 밟고 남극을 사랑하는 사람을 말할 때 극지인이라는 얘기를 많이 하거든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 같아요. 다른 나라 기지도 보면 적은 기지는 3,4명 와있는 데도 있고 많은 데는 2,30명 와있는 데도 있지만 사실 저희 7개국을 다 쳐도 인원 자체가 100명이 안 되거든요. 그런 사람들이 만나다 보면 서로 말은 다 달라도 정말 그런 끈끈한 동지애를 느끼고 지금 나와서도 이메일로 연락하는 대원들도 있고요.
박인규 : 최문용 대원이 7개국이라고 했는데 그건 킹조지섬에 있는 기지를 말씀하시는 거죠?
최문용 : 네.
박인규 : 남극대륙에도 또 있죠? 남극대륙에는 몇 개나 있습니까?
홍정호 : 남극대륙에는 한 2,30여 개 있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말씀 들어보니까 남극대륙에 있는 각국 대원들이 무슨 올림픽도 연다고 하던데요?
홍정호 : 예. 킹조지섬에 있는 대원들이 7개국이 모여서 남극올림픽을 합니다.
박인규 : 스포츠행사를 하는 건가요?
홍정호 : 네, 스포츠행사를 하는 거죠. 올림픽처럼 농구, 탁구, 배구, 축구도 하고요 각종 경기를 열어서 각국의 우호친선을 다집니다.
박인규 : 홍대원도 작년에 참가하셨습니까?
홍정호 : 네. 저도 축구와 농구에 참여해서요, 축구는 예선탈락했고 농구는 은메달 땄습니다.
박인규 : 종합순위는 어떻게 됩니까?
홍정호 : 우리나라가 7개국 중에 2등 했습니다.
박인규 : 상당히, 역시 스포츠 강국이네요 한국도. 그런 나름대로의 여가생활도 하시지만 남극 가신 건 사실 과학연구를 위해서 가신 건데, 극지연구가 왜 중요한지 모르시는 분도 계시고. 또 그럼 20년 동안 세종과학기지에서 쌓아온 연구성과가 뭐냐, 이런 질문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까요?
최문용 : 제가 생각하기엔, 20년 동안 정말 많은 연구업적이나 이런 것도 있었지만 제일 중요한 건 저희가 20년 동안 남극에서 어떻게 생활해야 되는지, 어떻게 유지해야 되는지, 이런 것들의 노하우가 더 중요하다고.
박인규 : 남극에서의 생존방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최문용 : 그렇죠. 그런 게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게, 지금 사실 저희가 있는 세종기지는 남극대륙이 아니고 그 옆의 킹조지섬에 있는데 이게 남극권이지만 진짜 남극연구를 하기 위한 부분에서는 환경이나 자원 같은 게 부족한 게 사실이거든요. 그러기 위해서 지금 대륙기지를 건설하고 있는데 그 원동력이 된 게 세종기지에서 20년 동안 갖고 있던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그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박인규 : 홍정호 대원은 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가신 건데 가서 1년 생활해 보시니까 뭔가 직접 현장에서 연구해 보니까 공부의 새로운 눈이 뜨여지던가요?
홍정호 : 일단 지도교수님도 없고 저 혼자 해야 되니까요, 그런 공부에 대한 자립심이랄까 그런 게 생기고 더 많은 학문을 습득해야겠다는 느낌도 들고, 뭔가 크게 볼 수 있는 비전을 하나 얻은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최문용 대원께서는 물론 구체적인 연구성과도 중요하지만 남극에서의 생존방법, 생존노하우를 익히는게 앞으로 중요한 자산이될 거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지금 남극은 사실은 주인도 따로 없고 개발도 할 수 없게 돼 있는 거죠?
최문용 : 지금 국제법상으로 남극협약이 있거든요. 50여개 국이 들어와서 한 협약이 있는데 그 협약에 의하면 향후 50년 동안은 누구도 거기서 영토권을 주장할 수 없고요. 영국 외에
생물채취나 자원채취를 전혀 할 수 없게 돼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이나 우리나라가 20년 동안 남극에서 했다는 것 자체가 국민들이 보면 아, 우리나라가 오래됐구나 생각하는데요 다른 나라에서 보면 보통 1800년대 후반부터 이미 기지를 설립하고 연구활동을 하고 있거든요. 근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하고 있는데
박인규 : 우리는 아직 역사가 짧다. 아까 말씀하시면서 남극협약에 의해서 향후 50년간은 영토권 주장 같은 거 안 된다고 하셨는데 그게 언제부터 50년입니까?
최문용 : 그게 협약된 게 1990년대
홍정호 : 1998년이요
박인규 : 앞으로 한 40년까지는 말하자면 영유권 주장이나 개발은 안 된다. 그러나 40년 뒤에 가면 개발을 노리는 경쟁이 지금도 물밑경쟁이 치열하겠네요?
최문용 : 그렇죠. 그래서 다른 나라 보면 칠레 같은 경우는 거기 근무할 때 가족들을 다 데리고 들어오고 아이들을 위해서 학교도 설립하고
박인규 : 일종의 연고권을 주장하기 위한 건가요?
최문용 : 그렇죠. 그리고 기지들도 많이 세우는 걸 보면 향후를 내다보고 하는 게 많죠.
박인규 : 우리나라가 현재 킹조지섬에 기지가 있는데 앞으로 좀 더 본격적인 연구를 위해서 대륙에다가 기지도 만들고. 특히 남극연구를 위해서는 쇄빙선, 얼음을 깨고 나아가는 배가 필요하다고 해서 개발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언제까집니까 이게?
최문용 : 쇄빙선은 2009년도에 완공되는 걸로 알고 있고 대륙기지는 2011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럼 남극대륙에 기지가 만들어지면 두 분은 다시 한 번 가보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최문용 : 또 다른 꿈 중의 하나죠.
홍정호 : 예. 저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박인규 : 본인의 삶에서 남극이라는 정말 상당히 오지고 웬만한 사람은 가보지 못하는 데를 갔다 오셨는데, 본인의 생활에서 남극생활 1년이 어떤 의미를 가지더라. 그런 생각을 해보셨을 것 같아요.
최문용 : 그 1년이란 시간이 처음에 갈 때 보면 굉장히 기대도 많고 굉장히 길 것 같은 시간이었는데 막상 1년을 지내고 오다 보니까 굉장히 짧게, 진짜 즐거웠는데요. 앞으로 제가 인생을 살아나갈 때 제 가슴 속에서 제가 힘들 때 다시 되돌아볼 수 있는 자그마한 공간을 만들어 둔 것 같아요.
박인규 : 소중한 경험이었다. 홍종호 대원은 어땠어요?
홍정호 :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저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떤 역경이나 어려움이 있을 때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얻은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남극기지, 세종기지 월동대원이 17명이라는데 지금까지 20회 했으면 많아 봐야 한 300여 명 갔다 오신 거거든요. 우리나라 4900만 중에서 300명 중 하나면 어떻게 보면 엄청난 특혜를 누리고 오셨는데 남극기지에서 월동대원으로 보내고 계속 극지연구를 하시겠습니다만, 앞으로의 계획이라든가, 혹시 못다하신 말씀 있으시면 마지막으로 마무리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우선 홍대원이 먼저 말씀해 주시죠.
홍정호 : 저는 앞으로 계획은 일단 대학원 졸업하고 박사과정까지 밟고요. 앞으로 극지연구를 더 열심히 하기 위해서 대륙기지에 한 번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박인규 : 남극대륙기지, 아직 젊으시니까 앞으로도 여러 번 갔다 오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혹시 뭐 언젠가 대장으로 갔다오실 수도 있고. 기대를 해보겠습니다.
최문용 대원께서도 말씀해 주시죠.
최문용 : 저도 마찬가지로 월동을 했던 모든 대원들이라면 누구나 꿈꾸고 있는 게 대륙기지에 대한 도전... 저도 마찬가지로, 지금도 극지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지만 꾸준히 노력을 해서 극지연구소, 대륙기지에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제일 큽니다.
박인규 : 지난 20년 동안 킹조지섬, 남극세종기지에서 쌓아온 여러 가지 경험과 노하우가 대륙기지에까지 이어지고, 그것이 남극개발, 또 어떻게 보면 중요하게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도 중요할 것 같고요. 두 분 연구원으로서 많은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최문용 : 감사합니다.
홍정호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제20차 월동연구대원으로 활동하고 돌아온 최문용, 홍정호 대원과 함께 세종기지 20주년의 의미와 남극에서의 연구활동에 대해 말씀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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