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이에리사 태릉선수촌장입니다. 이에리사 촌장은 1954년 충남 보령 출생으로 1990년 명지대 행정학과를 졸업했고 96년 같은 대학에서 이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태극마크를 달고 탁구 국가대표선수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특히 1973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9전 전승을 거두며 정현숙, 박미라 선수와 함께 한국 구기사상 처음으로 단체전 세계 재패라는 기적을 이뤘습니다. 1984년부터 국가대표 여자탁구팀 코치와 감독으로 일하며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양영자-현정화 선수의 복식 금메달,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김경아 선수의 여자단식 동메달을 조련했습니다. 대한탁구협회 이사와 용인대 사회체육학과 교수를 역임했고 국민훈장 무궁화장과 국제올림픽위원회 '여성과 스포츠' 트로피를 수상했습니다. 또, 현재 태릉선수촌장과 대한체육회 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상당히 좋은 일로 만나뵙게 돼서 반갑고요 우선 최근에 현정화 선수, 전이경 선수 등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딴 여성체육인 168명. 거의 우리나라 여성스포츠 선수들 전부 다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에리사 총장님을 IOC위원 후보로 추천한다고 밝혔어요. 혹시 이런 후배들의 움직임을 먼저 알고 계셨나요?
이에리사 : 아닙니다. 안 믿으시겠지만 저도 기자회견하기 한 4일 전에 알게 됐습니다. 사실 우리 현정화 감독조차도 제게 연락을 했거나 얘기를 해서 어떤 설명을 듣고 작업을 하고 여기 동참하지 않았고요. 다 자기들끼리 십수일간 연락하고 만나고 해서 일을 추진했다고 해요. 그래서 아 저는 사실 그렇게 추천을 받고 보니 한 편으론 영광스럽지만 참 너무 착잡하더라구요. 이게 잘 되면 다행인데 안 되면 우리 후배들이 처음으로 모여서 자기들의 의견, 목소리를 냈는데 얼마나 실망스럽겠어요. 왜냐면 제 자신이 저를 잘 안다고 저도 부족한 게 너무 많거든요. 그래서 참으로 정말 이 자리를 빌어서 우리 후배들한테 너무 고맙고 너무 내가 그동안 해온 것에 대해서 과대평가받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보면서 더 잘해야겠다는 하나의 자극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가 한때 IOC위원이 세 분까지 계시다가 지금은 삼성 이건희 회장 한 분이시죠. 한국 최초의 여성 IOC위원 후보로 도전하시는 건데 특별히 그게 말하자면 가능성있다고 보시는 거 아닙니까? 이유가 좀 있죠?
이에리사 : 네. IOC위원 엔트리가 전체가 115명이에요. 그 중 여성의 몫이 20%로 정해져 있거든요. 그럼 총 23명이 되겠죠. 현재 IOC의 여성위원이 16명밖에 없어요. 앞으로 7명이 여자가 더 된다는 건 확정된 거니까 누가 되느냐라는 것에 우리 후배들이 이제는 우리나라가 세계 10강에 들었는데 선수 춮신 중에서 여성이 된다면 유력하게 빠르게 되지 않겠느냐, 이렇게 판단한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여러 가지 객관적 상황으로 봐서 여성 IOC위원에 입후보하는 게 상당히 가능성이 높다.
이에리사 : 그렇죠.
박인규 : 그런데 최근에 보니까 말이죠. 세계 태권도연맹 조정원 총재, 또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태권도 금메달 딴 문대성 동아대 교수, 이 분들도 IOC위원에 도전하겠다고 밝혀서 너무 국내 경쟁이 치열하지 않냐.
이에리사 : 글쎄 이상하게 제가 언론이 조금 앞질러서 너무 경쟁하는 것 같이 비춰지는 부분이 있어요. 제가 좀 설명해 드리면 문대성 선수 같은 경우는 IOC의 분과위원회 중에 선수위원회라고 있어요. 현재 우리나라의 전이경 선수가 소속돼 있죠. 선수위원회에 출마한 겁니다. 그 경우는 베이징올림픽 선수촌 안에서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의 투표에 의해서 뽑히는 그런 경우고요. 우리 조정원 총재님 같은 경우는 세계태권도연맹 총재님으로서 지난번 박용성 세계유도연맹 회장님이 유도연맹 회장이면서 회장 자격으로 IOC위원이 되신 케이스거든요. 이번 태권도회장의 입장에서 IOC세계연맹회장 자리 몇 개 있는 것에 도전하신 거고. 저희 같은 경우는 지금 우리 후배들이 국가올림픽위원회를 대표하는 KOC를 대표하는 자격으로 IOC위원에 도전하는, 좀 다른 성격을 가진 경우입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IOC위원이 되는 통로가 다 다른 거로군요.
이에리사 : 그렇죠.
박인규 : 일단 그렇다면 많은 여성스포츠선수들이 이에리사 총장을 IOC위원으로 내보내자고 KOC에다가 요청을 한 상태인데 KOC에선 어떤 입장입니까?
이에리사 : 어떤 입장인 걸 제가 잘 알 순 없죠. 제 일이라서 참 난처하고요 또 이런 일들을 우리 KOC도 처음 겪어보는 거죠. 왜냐면 이제까지는 정치적으로, 내지는 여러 가지 국내에서의 활동영역이 튼튼하신 분들이 경기장과는 무관하게 IOC에 가셨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기인들이 이렇게 추천하고 요청한 경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KOC 같은 경우도 처음 이런 일을 겪어보니까 아마도 신중하게 이 부분을 어떻게 해서 추천해야 되는가 하는 측면의 고민을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박인규 : 지금까지 선수 출신이 IOC위원 후보에 도전한 적이 있었습니까?
이에리사 : 우리나라에 없었습니다. 저도 생각도 못했던 일이죠.
박인규 : 굉장히 선구적인 일을 하시는 거군요.
이에리사 : 제가 한 게 아닙니다. 후배들이 했죠.
박인규 : IOC위원 후보는, 물론 우리나라 경기력이 올림픽에서도 세계 10위도 하고 서울에서는 4위까지 했으니까 선수 출신 IOC 후보가 나올 때다 됐다 그런 생각이 있는 반면에 IOC위원은 경기력보다는 스포츠외교, 행정력 그런 게 중요한 자리 아니냐, 이런 식의 반론도 있을 것 같아요.
이에리사 : 저도 2006년도에 IOC가 주는 여성과 트로피라고 아시아 대표로 제가 상을 받았어요. 그때 IOC위원들 만나보고 해보니까 우리나라만 지금 말씀하신 대로 저도 그랬고 IOC위원이 너무나 엄청나고 대단한 사람들만 가야 되는 곳으로 비춰지는데 아닙니다. 그냥 보편적 경기인들이 많이 갑니다.
박인규 : 그 말씀은 외국에는 선수 출신 위원들이 많다.
이에리사 : 네. 우리나라 국민, 모든 체육인들이 우리 후배들을 통해서 이번에 깨우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외교라는 건 땀과 얼굴과 서로간의 감정으로 하는 거지 위치, 직위, 기업, 명함, 이런 건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저는 그래서 우리가 평창이 안 된 것이 외교인력 부재, 뭐가 안 됐다 이런 얘기는 그때그때 많이 나오지만 지금까지도 아무 대안이 없거든요. 저는 장기간로 본다면 역시 땀으로 얼룩진 우리들끼리, 경기인들끼리, 이런 사람들이 얘기하고 만나고 했을 때 서로 뒤돌아서서 엉뚱한 짓 안 하고 신뢰감 있는, 그런 것이 외교지. 꼭 뭐 때 되면 인사이동해서 바뀌어야 되고 언제 명함 갖고 누가 갔는데 그 다음에 가보니 또 딴 사람 명함 주고 나오고, 이런 스포츠외교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스포츠를 정말 잘 아는 스포츠 경기인 출신이 스포츠외교를 해도 잘 할 수 있고 행정을 잘 할 수 있다.
이에리사 : 그럼요. 국내에서도 체육을 체육인들한테 돌려줘야 된다는 얘길 많이 하지 않습니까? 아무 것도 모르는 제가 가서 촌장을 하고 배우고 현장을 알기 때문에 일할 수 있었듯이, 우리나라의 스포츠 현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세계적인 무대가 IOC다. 이렇게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박인규 : 지금 여성 스포츠인 절대 다수가 이에리사 총장을 IOC위원 후보로 내보내자. KOC에서 도와달라. 아직 반응은 아직 안 나온 상태고. 이게 예를 들면 언제까지 KOC에서 추천해야 되고, 이런 시한이 있습니까?
이에리사 : 빨리 하는 게 좋을 텐데 잘 모르겠어요. 제 일이라서 제가 참 난처합니다. 더군다나 제가 KOC 임원으로 또 대한체육회 직원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같으면 제가 나서서 말고 하고 그럴 텐데
박인규 : 하긴 스님이 제 머리 못 깎는 거죠. 어쨌든 여러 가지 상황으로 봐서는 객관적 상황도 그렇고 우리나라의 스포츠 위상을 봐서도 도전해 볼 만한 거라는 생각이 들고 KOC에서 빨리 좀 결정했으면 좋겠네요.
촌장님이 태릉선수촌장으로 오신 지 4년째 되셨죠
이에리사 : 이제 3년이 막 지나고 있습니다.
박인규 : 햇수로 4년째. 최근에 선수촌 문제 때문에 데모도 하신 것 같던데 선수촌장 하시면서 만 3년, 어떤 게 가장 어려우시던가요?
이에리사 : 무엇보다도 제가 너무 현장을 잘 알다 보니까 가장 가슴 아픈 게 훈련을 더 하고 싶은데 못하는 예산상의 문제죠
박인규 : 365일 중에 150일?
이에리사 : 제가 왔을 때 아마 그때 2년 전에 제가 이 인터뷰할 때 105일로 말씀드렸죠. 지금 이제 180일 됐습니다.
박인규 : 거의 두 배로 늘리신 거네요.
이에리사 : 그러느라고 제가 데모를 안 할 수가 없었죠. 그것 때문에 데모한 건 아니고요 시설이 굉장히 열악했습니다. 훈련일수가 늘다 보니까 여자 숙소가 모자라서. 여자 선수 한 60명 정도가 남자 숙소에 들어가서 잤어요. 물론 방범장치라든지 보호장치를 잘 해놨지만 좀 우습잖아요 사실
박인규 : 애초부터 여자 숙소가 적었던 모양이죠?
이에리사 : 적었어요. 남자 선수들 사용하는 방은 258갠가 되고 여자 선수들 방이 105밖에 안 돼요.
박인규 : 반도 안 됐군요.
이에리사 : 네. 그래서 건물을 새로 짓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기존 건물 낡은 걸 여자 숙소로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예산확보가 모든 것들이 다 잘됐는데, 문화재청에서 문화재 보호라든지 이런 것 때문에 좀 꺼려하면서 지연됐죠. 연말이 되고 그래서 데모가 아니라 잘 해주십사 하고 저희가 가서 시위를 했죠.
박인규 : 잘 풀린 겁니까?
이에리사 : 예. 잘 됐습니다. 지금 이제 업체 결정이 됐고 조금 있으면 공사 들어갑니다.
박인규 : 문화재청에서는 태릉을 무슨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킬 계획이 있다고 해서... 앞으로 계속 선수촌하고 갈등이 생기지 않을까요?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을까요?
이에리사 : 그래서 사실 그때 시위의 근본적인 건 지금 말씀하신 데가 포인트였습니다. 제가 선수촌장으로 와보니까 태릉선수촌 주인이 문화재청이에요. 문화재청이 매 3년마다 승인 허가를 내주면서 노상 임대 사용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것도 좀 서러운 데다가 이제는 태릉선수촌은 이사가라. 어디로 이사갈 거냐. 진천에 너희 선수촌 지으니까 언제 이사갈지 이전기획서를 내라, 이렇게 자꾸 독촉이 오니까, 저도 여기서 훈련했고 여기서 크고 여기가 한국 엘리트스포츠의 산실이고 세계 스포츠무대에 알려진 태릉선수촌인데. 그야 말로 외국 선수들 또는 협회, 체육회가 여기 벤치마킹하러 많이 오거든요. 그런 데를 우리가 이걸 이사가고 없앤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우린 진천이고 뭐고 없어도 되니까 태릉을 써야 되겠다. 그것에 대해서 국민들한테 알리고 호소하는, 그런 계기를 삼아야 되겠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고요. 그 다음에 여자 숙소 문제를 얘기한 거죠.
박인규 : 일단 2020년까지는 쓰기로 돼 있다던데 그 뒤로는 아직 결정이 안 난 건가요?
이에리사 : 언론에 보도된 부분들이 얘기되는 건데 저는 뭐 우리 선수들 후배들이 살아있는 문화유산이다. 우리 국가대표, 올림픽의 메달리스트가 문화유산이지 꼭 능이나 건물만이 유산은 아니다라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이걸 잘 지키면서 또 이것이 파손되지 않게 정말 문화유산으로서 가치있게 사용하면 되는 거지 꼭 이걸 비웠다고 해서 더 멋있게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올해가 베이징올림픽 있는 해 아닙니까? 1월에 선수들 훈련 시작하면서 촌장님이 여러 가지 말씀하신 것 중에 그 동안 정부에서 체육에 대한 비전이라든가 구체적 계획이 없지 않느냐는 쓴소리를 하셨는데, 이달 말 이명박 새 정부가 출범하는데 체육인의 한 사람으로서 체육정책을 이렇게 이끌어나갔으면 좋겠다.
이에리사 : 저는 뭐 수영연맹 회장도 하셨고 과거에, KOC위원도 하셨고 해서 남달리 체육을 좋아하시고 관심도 있으시고 운동도 많이 하셔서 체육인들이 상당히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워낙 바쁘시긴 하지만 그동안 인수위나 이런 데서 얘기하는데 체육에 대해서 아무런 청사진이나 그런 것들이 너무 없었다는 얘기죠.
박인규 : 그러고 보니 한 번도 말이 안 나온 것 같은데요
이에리사 : 얼마 전에 문화예술인들과 간담회를 하셨는데 체육인들과는 간담회를 안 하셔서 그것도 서운하고. 두루두루 서운한 게 참 많이 있습니다.
박인규 : 기본적으로 관심이 없으신 것 같다.
이에리사 : 취임하시면서 더 관심이 많아질 걸 기대하면서 저희들이 바란다면, 행정적 측면이 늘상 남들 하는 대로. 비인기종목 활성화다, 엘리트체육 어떻다, 이런 식의 내용이 아니라 그것을 이제는 어떻게 해결할 거냐. 그 해결하는 방안, 예를 들어 비인기종목들이 단체종목, 이번에 핸드볼 영화가 인기가 있었는데 핸드볼이나 하키 같이 비인기 종목, 인원이 많은 그런 종목들은 기업이 운영하기를 어려워해요. 그럼 결국 영원히 그 종목 선수들은 장래가 보장 안 되죠 직장이 없으니까. 그렇다면 이제는 새로운 정부가 비인기종목들을 기업이 활성화해서 키울 수 있는 조세감면이라든지 국민체육진흥법에 대한 부분을 좀 개선해서 어쨌든 기업이 참여할 수 있게, 그런 방안을 좀 모색해 주시면 좋을 것 같고. 또 우리 국가체육이 뿔뿔이, 학교체육, 엘리트체육, 장애인체육, 생활체육 두루두루 다 쪼개져서 있고 문화관광부 안에서 체육국, 그 국 안에서 우리나라 국가체육이 다 움직이고 있어요. 그래서 이제는 국가체육 자체를 일원화해서 체육인들이 모두가 다 함께 참여해서 함께 한 집에서 굴러갈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돼야 이제는 체육이 바로 서는 거 아닌가. 그런 것들을 저희가 요구하고 있죠.
박인규 : 일각에선 말이죠. 예전에는 올림픽 나가서 금메달 따는 게 소원이라고 할 정도였고 그게 국위선양도 됐기 때문에 이른바 엘리트스포츠를 많이 키워왔지만 이제는 뭔가 좀 국민 일반에게 많은 분에게 도움되는 생활체육에 관심을 기울여야 된다. 이런 말씀도 하시는데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관계를 어떻게 보세요?
이에리사 : 생활체육이라는 것은 삶의 질이 높아지고 먹고 살기 좋아지면 자동적으로 건강을 위해서 즐기는 땀흘리는 체육으로 가는 거죠. 우리나라가 이미 됐죠. 생활체육은 국가가 하는 것은 아니에요. 국가는 공간과 시설만 만들어 주면 개인이 시간을 내서 돈 들이면서 옷도 사 입고 운동도 하고 배우고 시합도 나가는 건데 우리나라는 그걸 잘못 시작해서 국가가 그 모든 걸 다 책임져 주는... 그야말로 엘리트만큼은 아니어도 그 못지 않게 지원하는 그런 예산낭비와 시행착오적인 과정이 돼 왔다는 말씀을 제가 감히 드리고 싶습니다.
박인규 : 국가에서 생활체육을 위한 공간과 시간도 별로 지원을 안 하는 것 같은데, 그렇진 않습니까?
이에리사 : 아니죠. 사실 굉장히 많이, 지금 동사무소, 구청 해서, 예를 들면 한강시민공원부터 해서 굉장히 많이 활성화됐죠. 지금 말씀하신 대로 장기적으로 본다면 클럽스포츠라든지 생활체육 안에서 자연스럽게 선수가 나와야 되는 시대는 맞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여러 가지 여건이나 시설이, 현재 시스템이나 시설 갖고는 여기서 엘리트를 키우기는 너무 형편없이 모자란다는 거죠. 그래서 저희들이 볼 때는 최소한도 2,30년이 지나야 유럽이나 이런 데처럼 클럽이나 생활체육 안에서의 엘리트, 세계적인 선수가 나올 수 있는 과정이 될 거라고 봅니다.
박인규 : 생활체육을 키우기 위해서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8월이면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데요. 많은 분들이, 이번엔 몇 개의 금메달이냐... 이런 기대를 하고 계실 텐데, 언론 보도를 보니까 한 10개까진 가능하고 10위에는 들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에리사 : 가능하다고는 안 했는데요
박인규 : 아, 기대한다입니까?
이에리사 : 네. 저희가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 9개, 9위를 했어요. 그런데 이번 베이징올림픽의 상대적인 평가를 우선 해봐야 되겠죠. 각 나라가 메달을 몇 개나 딸 것 같은가 예상을 해봤을 때 10위권에 우리가 들려면 최소한 금메달 10개는 따야 된다. 그런데 사실 우리 잘하는 종목을 손에 꼽아 보니까 도저히 10개는 안 나와요 사실. 양궁, 태권도, 기대되는 종목 중에 유도, 레슬링. 우리가 아테네에서는 배드민턴이 있다는데, 탁구, 배드민턴이 그때보단 전력이 약화돼서 전망이 어둡게 느껴지고요. 반면에 장미란이나 박태환 선수가 50대 50으로 지금 저희가 기대하고 있고요. 나머지 중에서 남자체조가 그래도 비교적 꾸준히 잘 해오고 있어서 남자 체조나 남자 핸드볼, 남자 하키, 여자핸드볼, 이런 단체종목들에서 우리가 좀 기대를 해보고 있어요.
박인규 : 남자 체조 같은 경우는 지난번 아테네올림픽에서 편파판정으로... 이번엔 가능성이 있다.
이에리사 : 네. 남자 체조 꾸준히 잘 하고 있고요.
박인규 : 그런데 많은 분들이 지금 걱정하는 게, 중국이 지금 어떻게 보면 국위가 뻗어나가는 나라고, 그러다 보니 민족주의적 성향이랄까요 텃세가 무지하게 셀 것 같다는 걱정을 하시던데 어떻게 보십니까?
이에리사 : 텃세가 좋은 없든 좌우지간 스포츠는 지면, 끝나고 나서 말해봐야 소용없거든요. 근데 사실 우리도 88올림픽 때 텃세가 좀 있었잖아요. 그래서 저는 제가 선수들을 지원하는 입장에서 텃세가 세기 때문에 조심해라, 이런 얘긴 안 하고 싶고요. 그 모든 것이 경기력이라는 건 그 순간에 자기가 이길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 그리고 변화된 상황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 이런 것들을 앞으로 남은 훈련기간에 잘 만들어서 가야 될 거라고 보고요. 경기력 이외의 것들, 예를 들면 아테네올림픽 양태영 선수의 그 부당한 판정이 있었을 때 현장에서 대처가 미흡해서 메달을 잃어버리는 실수. 아쉬움, 이런 것들은 없어야 될 것 같고요. 또 요즘 중국에서 미국 선수들이 공수해서 음식이나 음료수를 다 가져간다고 하는데 저희들도 그 전부터 생각하는 게 최소한 선수촌 안에서 음식은 먹더라도, 우리도 코리아하우스라고 한국 선수들을 위한 한국음식을 만들기도 해요. 물은 좀 미리미리 어떻게 공수해서라도 선수촌 이외에 이동하고 할 때 사서 먹거나 이러지 않게. 왜냐면 워낙
박인규 : 중국이 좀 수질이 안 좋죠 사실
이에리사 : 그런 것들이 조금 우리가 신뢰감이 없게 느껴져서, 그래서 어쨌든 선수들의 경기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정말 만사에 저희가 철저하게 잘 준비해야 될 것 같아요
박인규 : 일본이 한때는 스포츠 강국이었다가 최근에 한 10년 사이 좀 처졌다가 다시 요즘 떠오르는 것 같아요
이에리사 : 그랬죠. 일본이 아테네올림픽 전에 시드니 올림픽까지는 사실 헤맸었어요. 아까 잠깐 말씀하셨는데 생활체육 전환으로 가다가, 일본에서 사회체육이라고 그랬죠. 그러다 아이고 이게 아니구나
박인규 : 저변은 넓어졌는데 이른바 엘리트체육은
이에리사 : 그렇죠. 질적으로 떨어지다 보니까, 그래서 정신을 버쩍 차려서 몇천억씩 투자해서 스포츠연구소도 만들고 금년에 국가대표 훈련원도 다시 만들고, 그러면서 아테네에서는 유도에서 금메달을 몰아서 8갠가 땄죠. 그래서 평균적으로 볼 때 우리보다 평준화된 메달은 아니었는데 어쨌거나 그래도 일본은 집중적인 투자로 엘리트가 다시 아테네를 기점으로 다시 돌아온 성공한 케이스로 저희가 바라보죠.
박인규 : 지난번 아테네올림픽에서 5위 했던가요? 이번에도 상당히 성적이 올라갈 수 있겠네요
이에리사 : 네. 저희에게 가장 두려운 상대죠 일본이
박인규 : 유도 같은 경우 사실 서로 금메달 색깔이 갈릴 수 있으니까.
개인적인 질문도 좀 드려볼까 하는데요. 73년 사라예보 탁구선수권대회. 저도 그때 고등학생이었는데 그때 탁구 배웠어요 사실. 하도 동네에 탁구장이 생기고 해서. 요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영화가 인기를 얻고 있고 주역 중 한 분인 임오경 감독도 저희가 모셨는데 이에리사 촌장님은 선수로, 또 지도자로, 지금은 스포츠행정가로 활동하시는데. 지금까지 체육인으로 살면서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이에리사 : 제 생애 최고의 순간은 역시 사라예보에서 우승한 거죠. 세계대회, 그때 참가한 나라가 한 80개국이었던 것 같아요. 어쨌거나 경기인들은 올림픽보다 세계대회가 더 우승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그만한 라이벌이 많다는 거죠. 그래서 그 순간이 있었기에 오늘날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거고. 역시 사라예보 우승한 순간이 가장 최고였던 같습니다.
박인규 : 그때가 약관 20세도 아니고 19세.
이에리사 :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해였어요.
박인규 : 그 당시 출전하시면서 금메달을 딸 것 같다, 아니면 따야겠다. 그런 생각을 가지신 겁니까? 아니면 하다 보니 그런 겁니까?
이에리사 : 뭐든지 안 해보고는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아까 IOC위원도 생각도 못했듯이 세계대회 우승은 생각을 못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내가 가서 시합 잘해야지. 나 안 질 것 같아, 이런 자신감 두려움 없는 누구라도 해볼 것 같은 그런 생각들은 있었어요.
박인규 : 성함이 에리사여서 집안이 가톨릭이나 기독교쪽 아니신가. 많은 분들이 그러는데 에리사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으신 거예요?
이에리사 : 너무 그것 때문에 질문을 많이 받는데 사실 어머니 아버지는 불교셨고요. 제가 54년에 태어났는데, 그 전엔가 엘리자베스 여왕이 즉위를 하셔서 큰언니와 둘째언니하고 제가 나이 차이가 좀 있어요. 언니들 둘이 아버지랑, 얘는 딸도 많고 그런데 특이하게 이름을 지어 보자. 그러면서 엘리자베스 여왕 이름을 한글로 풀어서 에리사로 지었다는 거죠. 어렸을 땐 창피했는데 지금은 덕을 많이 보고 있어요.
박인규 : 우리 식으로 하면 이여왕, 그렇게 될 수 있겠네요?
선수도 최고의 선수를 하셨고 올림픽 지도를 하셔서 금메달도 따셨고, 지금은 행정가 역할을 하시는데 어떤 게 가장 본인의 적성에 맞는 것 같습니까?
이에리사 : 적성이 무엇이 맞다는 생각보다는 주어진 일에 열심히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일했고 운동을 했어요. 또 아이들도 가르쳤고. 단 제가 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남보다 더 열심히 해야 된다. 잠도 적게 자고 더 많은 시간 고민하고 더 많은 시간 발로 뛰고 땀흘리고 그런 식으로. 그런데 제가 해보니까 촌장이 제일 어려웠습니다.
박인규 : 어떤 면이 어렵던가요?
이에리사 : 선수 할 때는 운동 열심히 하면 되고, 지도자 하면 애들 열심히 가르치면 되잖아요. 촌장을 하고 보니 여기 저기 다니면서 돈 달라 예산 달라 뭐 달라 굽실굽실. 그런데 한 군데 사무실 가서 열 분 계시면 열 분한테 다 가서 똑같은 얘기 열 번 하고 열 번 굽실거려야 되고. 제 개인적인 일 같으면 못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역시 우리 후배들을 위한 보람있는 일이라 즐겁게 늘 피곤하지 않게, 참 보람을 느끼면서 할 수 있었어요.
박인규 : 2005년도에 태능선수촌장이 되셨고 내년이면 임기가 다 되시는데, 올해 게다가 베이징올림픽이 있어서 말하자면 태릉선수촌장으로서의 어떤 결산 같은 게 베이징올림픽에서 나올 텐데요. 앞으로의 포부랄까, 청취자들에게 못하신 말씀 있으시면 마지막 정리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에리사 : 사실 시합은 베이징올림픽이 마지막이 아닙니다. 아테네가 있었고 베이징이 지금 다가오고 있고 베이징 이후에 런던올림픽이 또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선수들 위해서 끊임없이 관심 갖고 격려해주시고요. 또 촌장으로서 저는 마지막 남은 임기, 베이징을 위해서 애쓰는 우리 선수들, 그리고 지도하는 우리 선생님들, 정말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덜 불편하게 베이징 준비를 완벽하게 잘할 수 있게 제 힘 닿는 데까지 저는 열심히 뒷바라지하고. 또 그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저 어떤 결과든지간에 순기능과 역기능으로서 서로 돞도 발전하는 계기를 삼는 그런 모멘트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박인규 : 진인사대천명이다. 세계최고의 선수에서 최고의 지도자. 또 국내선수촌장. 그 여세를 몰아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IOC위원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에리사 :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최근 IOC 위원 도전의사를 밝힌 이에리사 태릉선수촌장과 함께 IOC 위원 후보로서의 포부와 계획 그리고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 올림픽 준비상황에 대해 말씀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