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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북한-시리아 핵 협력설, 근거가 없다"

탐사 전문기자 세이무어 허시 밝혀…'제2의 금창리 사건'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를 둘러싼 북미간의 줄다리기가 장기화되고 있다.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신고 문제가 최대 걸림돌이지만 북한-시리아 핵 협력설도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작년 9월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한 시설을 폭격하면서 불거진 핵 협력설은 이후 열린 6자회담의 의제가 됐고, 북핵 불능화와 신고에 관한 합의문(10.3합의)에 "북한은 핵 물질, 기술 또는 노하우를 이전하지 않는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라는 말로 포함됐다.

미국은 핵 신고에 이 문제가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달 4일 "이미 10.3합의문건에 '핵무기와 기술, 지식을 이전하지 않는다'는 공약을 명문화한 것이 우리의 대답"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외교·안보 분야의 탐사보도로 유명한 세이무어 허시 기자가 북한-시리아 핵협력 의혹을 부정하는 기사를 내놨다.

허시 기자는 2월 11일자 <뉴요커> 기사 '어둠속의 공습-이스라엘이 시리아에서 폭격한 것은 무엇인가?'에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유포되는 이 의혹에는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허시 기자는 수십명의 미국, 이스라엘, 시리아,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현직 관리들을 3개월에 걸쳐 인터뷰한 끝에 "시리아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알지 못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라며 "이스라엘이 폭격한 시설이 원자로와 관련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허시 기자는 이스라엘의 폭격 당시 북한 근로자들이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됐다면서도 그들은 핵시설이 아닌 일반 군사시설을 만드는데 고용된 건설 노동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북한-시리아의 핵 협력설에 근거가 없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작년 9월 17일 "현재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할 만한 상태에 있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은 지속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영미권 언론들은 그 후로도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의혹을 증폭시켰고, 그에 따라 미 행정부 입장에서도 북한의 '해명'을 받아내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에 마이클 매코넬 미 국가정보국장은 지난 5일 "북한이 핵무기를 해외로 확산시켰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라며 "북한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핵확산 활동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우리는 북한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해 계속 개입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허시 기자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말대로 이 문제에 대해 북한이 해명할 게 없다. 근거 없는 의혹과 해명 요구 속에 10.3합의의 이행만 지연되는 것이다.

다음은 허시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 (☞원문 바로가기)

어둠속의 공습(A Strike in the Dark)

2007년 9월 6일 밤 최소 4대의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들이 시리아 영공으로 들어가 유프라테스강변에서 비밀 폭격을 단행했다. 그것은 일종의 전쟁 행위였으나 이스라엘 정부는 공습 직후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았다.

몇 시간 후 시리아는 이스라엘이 영공을 침범했다고 비난했으나 시리아의 공식 반응 역시 불완전했고 앞뒤가 안 맞았다. 시리아군 대변인은 시리아 공군의 추격을 받은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에 몇 발의 총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10월 1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쓰지 않는 군사용 건물"을 타격했다고 시인했다.

이스라엘(그리고 미국) 정부의 침묵 속에서도 며칠 후 미국과 유럽의 언론들은 익명의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시리아가 북한의 도움을 받아 비밀리에 건설중인 원자로를 이스라엘이 파괴했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북한-시리아 핵 협력설의 증거는 정황에 따른 것이었지만 매우 그럴듯해 보였다. 10월 말까지의 언론 보도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시리아 동부 농업지대에 있는 공사 현장과 북한의 연계를 포착했고 △폭격 3일 전 알 하메드(Al Hamed)라고 불리는 북한 선박이 시리아 타루트스항에 도착했으며 △위성사진은 공사중인 건물이 원자로를 장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고 △이로써 시리아는 이스라엘이 설정한 '금지선'을 넘었다는 등 네 가지에서 대략 일치했다.
▲ 미 상업위성 회사인 디지털글로브는 시리아가 이스라엘의 폭격 후 증거를 없애기 위해 주변을 정리했다며 폭격 전인 8월 10일(왼쪽)의 현장 모습과 폭격 후인 10월 24일(오른쪽)의 모습을 비교해 제시했다. ⓒDigitalGlobe

올브라이트 ISIS 소장의 분석

그러나 그 후 3개월 동안 나는 전현직 정보·외교·의회 관리들을 통해 현재 진행중인 시리아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알지 못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 이스라엘이 미 정보기관들을 거치지 않고 부시 미 행정부 고위급 관리들에게 직접 정보를 건넸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시리아 시설을 찍은) 위성사진을 면밀히 분석한 우리 전문가들은 이 건물이 핵시설이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미국진보센터'의 조지프 시린시온 선임연구원은 나에게 "시리아에는 핵무기 프로그램을 지원할 기술적·산업적·재정적 능력이 없다. 나는 이 문제를 15년간 추적해 왔고, 의혹이 생길 때마다 관찰해 왔지만, 거기엔 아무것도 없다. 시리아로 인한 핵 위협은 과거나 지금이나 없다. 이것은 모두 정치적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린시온은 "우리(미국)의 일부 베테랑 언론인들이 (그런 정치놀음에) 이용됐다"며 언론을 비난했다.

사건 발생 몇 주 후 미 정보기관들은 행정부가 알고 있는 사실을 일부 의원들에게 설명했다. 미국이 6자회담을 중단시킬만한 어떤 행동을 북한이 했는지가 관심이었는데, 브리핑에 참석했던 한 의원의 보좌관에 따르면 그 의원은 북한과의 협상에 대해 "의심을 갖게 할 만한" 아무런 얘기도 듣지 않았다. "북한 사람들이 약속을 위반하는(perfidy) 어떤 행동을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전혀 없었다"는 게 그 의원의 결론이었다.

(그러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이 10월 23일 위성사진을 공개하면서 시리아가 원자로를 만들고 있었다는 주장의 주된 근거로 떠올랐다. 그 사진은 콜로라도 롱몬트에 본부를 둔 디지털글로브(DigitalGlobe)라는 상업위성 회사가 폭격이 있기 4주 전인 8월 10일 촬영한 것으로 사각형 건물과 물펌프장이 보였다. 올브라이트는 그 건물의 폭과 길이가 영변 원자로 건물과 대략 같다며 건물에는 건설중인 원자로가 들어가고 펌프장은 냉각수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목표물이 핵시설로 추정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폭격 당시 원자로 건설은 얼마나 진척됐을까? 북한은 얼마나 도와줬을까? 북한이나 다른 나라로부터 얻은 원자로 부품은 무엇이며 지금 어디에 있나?

올브라이트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아가 원자로를 만들려 했다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올브라이트는 어떻게 목표물을 정확히 지목할 수 있었냐는 나의 질문에, 언론 보도를 모으고 디지털글로브의 위성사진을 연구하는 등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올브라이트는 미 보위성이 찍은 보다 상세한 사진을 바탕으로 폭격 대상이 북한 핵시설과 구조가 유사하다는 기사를 10월 19일 쓴 <워싱턴포스트> 측과의 정보 교환을 통해 자기가 얻은 사진 속 건물이 이스라엘의 타격 대상 중 하나였다는 것을 확인했다.

올브라이트는 사진을 공개하기 전 이스라엘 관리들을 사적으로 만났다면서 "나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 시설을 원자로라고 생각했다는 확신을 갖고 싶었고, (만나본 후) 확신을 갖게 됐다"며 "이스라엘 사람들이 원자로였다고 명확히 말한 적은 결코 없지만, 미사일이나 화학무기 혹은 레이더와 관련된 시설일 수 있다는 가능성은 배제했고, 그렇게 하나씩 가능성을 지워가다 보니 남는 것은 원자로였다"고 말했다.

사진을 공개한 이틀 뒤 올브라이트는 폭격 7주 후 폭격 지점이 깨끗이 치워져 있는 사진을 공개하며 "시리아가 무엇인가를 숨기려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올브라이트가 무모했다"

IAEA 등에 있는 전문가들은 올브라이트의 사진 해석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IAEA 본부가 있는 빈에 있는 한 외교관은 "여기 사람들은 당황하고 있고 올브라이트가 무모한 짓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IAEA는 시리아의 핵 개발 의혹 기사에 대해 회의적이란 말을 일관되게 해 왔으나 기자들은 (핵을 개발하고 있다는)확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빈에 있는 또 다른 외교관은 "사각형 빌딩은 사각형 빌딩일 뿐"이라고 혹평하며 "IAEA는 그 시설의 정확한 목적에 관한 어떤 결론을 내릴만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국무부에 있다가 현재는 의회에서 일하는 한 정보 전문가는 폭격 시설 주변에는 비밀 핵 시설 주변에 있을법한 보안 시설, 군 시설 등 많은 것들이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재단'의 제프리 루이스는 건물의 폭과 길이가 북한의 그것과 같더라도 영변 크기의 원자로를 넣어두기엔 건물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국방 컨설턴트들과 전직 정보 관리들은 만약 북한과 관련된 핵 속임수가 있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면 왜 부시 행정부가 그 사실을 공개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그러나) 내가 작년 12월 말 이스라엘에 갔을 때 이스라엘의 전현직 관리들의 대부분은 자신들의 정보가 정확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에후드 바라크 총리 시절 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슈로모 브롬(예비역 준장)은 이스라엘은 위협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행동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그것(원자로)이 거기에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12월에 다시 만난 올브라이트는 10월 보다 훨씬 더 신중해진 모습으로 "우리는 그것이 원자로임을 '알고 있다'고 결코 말한 적이 없다"라며 "우리는 위성사진이 원자로와 일치(consistent)하는지를 분명히 하길 원했고 내가 보기에 그것은 일치했다. 그러나 그것이 원자로임을 확인(confirm)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상한 배'는 10년간 지중해를 벗어나지 않았다

알 하메드라는 배의 여행 경로도 주목꺼리다. <워싱턴포스트>는 9월 15일 한 미국 전문가가 "그 배가 핵 장비를 운반하고 있었다는 공감대가 이스라엘에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른 언론들은 알 하메드를 "수상한 북한 선박"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알 하메드가 민감한 화물을 실어 나르고 있을 수 없었다는 증거가 있다. 국제 항해는 항해 대행사 네트워크와 항해일지, 기타 기록 등을 토대로 만들어진 로이드 해사정보장치(Lloyd's Marine Intelligence Unit)에 의해 상세하게 체크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상선들은 AIS 자동식별시스템이라고 부르는 자동 무선 레이더를 운용하도록 되어 있다. 알 하메드에도 장착된 이 장치는 자동 무선 레이더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되어 배의 위치에 대한 고주파 정보를 지속적으로 쏘아 준다.

해사정보장치에 따르면 알 하메드는 수년간 지중해 동부와 흑해에서 항해했고,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기록은 없다. 기록에 따르면 알 하메드는 9월 3일 시리아 타르투스항에 도착했는데, 당시 5개월 간 다섯 번째 시리아 정박이었다. 알 하메드 선적을 지속적으로 바꿨는데, 2005년 11월에는 한국에서 북한으로 바꿨고, 그 후에는 코모로스로 옮겼다.(배들은 세금과 귀찮은 규정을 피하기 위해 선적을 자주 바꾼다) 로이드 기록에 따르면 폭격 당시 이 배는 코모로스 국기를 달고 있었고 4명의 시리아인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었다. 로이드의 기록에 따르면 그 배는 지중해에서 극동지역으로 나가는 주요 루트인 수에즈 운하를 1998년 이후 통과한 적이 없다는 게 분명하다.

시리아의 반발은 왜 미지근한가?

만약 이스라엘이 타격한 목표물이 핵 시설이 아니라면 왜 시리아는 더 강력히 반발하지 않았을까? 시리아는 유엔에서 항의했지만 그 문제를 거의 공론화하지 않았다. 만약 그 목표물이 원자로를 짓다 만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나는 폭격 이후 시리아 수도 다마스커스에 두 번 방문해 많은 고위급 정부 및 정보 관리들을 인터뷰했다. 아사드 대통령의 측근들은 각기 다른 얘기를 했지만, 시리아 관리들은 이스라엘이 공격한 게 무엇이냐에 대해 얘기하기보다 이스라엘의 공격 동기를 분석하는데 더 열중하는 듯했다.

파루크 알 샤라 부통령은 나에게 "나는 그에 대한 언론인들의 어떤 질문에도 답하기 조심스럽다"라면서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폭격을 단행했다. 그들의 목적은 시리아가 그 시설에 대해 말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질문에 답함으로 인해 나는 그들의 목적을 달성시킨다. 내가 왜 그런 일을 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샤라 부통령은 시리아는 핵무기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폭격에 대한 기사들은 믿을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거짓이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시리아의 한 고위급 외교 관리는 그 목표물이 "시리아군이 수년 전 버린 낡은 군사용 건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고위급 정보 관리는 "비료 창고와 펌프장"이라고 다른 말을 했다. 그는 "데이르 아즈 조르라는 대도시가 50km 떨어져 있는 지역에 왜 핵물질을 두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그처럼 문제없는 시설이라면 시리아는 왜 더 강력히 반발하지 않느냐는 나의 질문에 그는 "두려워서 그러는 건 아니다. 그게 내가 할 말의 전무다"라고 말했다. 시리아가 왜 IAEA 대표단을 초대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그들이 오겠다고 하지 않았다"라며 "시리아는 그들에게 와 달라고 요청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며칠 후 빈에서 만난 한 IAEA 관리는 "IAEA는 시리아에게 그곳을 방문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라며 시리아 정보 관리의 주장을 부인했다. 그는 "그 시설은 군사시설이지 핵시설이 아니며, IAEA가 거기에 갈 이유가 없다는 게 시리아의 답변이었다. IAEA가 그 시설에 방문하는 것이 시리아와 모든 이들에게 유리할 것이다. 핵시설이 아니라면 (IAEA가 가서) 인증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인터뷰에서 주미 시리아 대사인 이마드 무스타파는 IAEA 조사관들을 초청하지 않기로 한 시리아의 결정을 옹호했다. "우리는 이스라엘이 핵시설이라고 주장하는 모든 시설에 외국 전문가들을 초대하는 게임을 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그들을 불러들이고 그들이 거기에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면 이스라엘은 그것은 잘못된 결과라고 말할 것이고 2주 후 다른 시설을 폭격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우리가 IAEA를 초대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은 '봤지?'라고 말할 것이다. 그건 난센스다. 우리가 왜 그걸 해야 하는가?"
▲ 북한과 시리아는 오래전부터 군사부분에서 협력해오고 있다. 사진은 2000년 시리아를 방문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연합뉴스

북한 노동자들은 현장에 있었다

비록 핵시설이 아니라 해도 IAEA 조사단이 그곳에 북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할 것을 시리아가 두려워할 가능성은 있다. 나는 북한 사삼들이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를 갖고 있던 시리아의 한 고위 관리는 그의 자택에 나를 불러 북한 사람들이 거기 있긴 했지만 그들은 단지 고용된 건설 노동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설계에서 건축까지 북한과의 일상적인 거래에 따른 건설 계약이었다고 말했다. 시리아와 북한은 군사 문제에 있어 오랫동안 협력해왔다. 그는 "양국의 계약은 2002년 이루진 것으로 (공사 완료가) 늦어졌다"라며 "공사는 2005년 마무리되기로 했는데 이스라엘은 추가 공사가 있는 것으로 예상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폭격이 있기 전 "약 6개월" 동안 북한 근로자들이 오갔다며 시리아 정부는 이스라엘이 북한 사람들의 전화통화를 포착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자체 스파이를 심어 두고 그 지역으로 가는 노동자들을 지켜봤을 것"이라며 "북한 사람들은 별도의 숙소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그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밤에는 거기에 있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폭격이 있기 전 며칠 동안 북한 근로자들은 건물 2층에서 일하고 있었고 비와 햇볕으로부터 건물을 보호하기 위해 건물 옥상에 방수용 천막을 치고 있었다. 그 시리아 고위 관리는 "그것은 북한 사람들의 작업 방식이었다"라며 이스라엘이 그 천막 아래 있는 건물이 무엇인지 몰랐던 것도 (폭격) 결정의 한 이유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폭격을 한 후 이스라엘 사람들이 토양 샘플을 채취하기 위해 상륙했을 경우 "시멘트만 발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노동자들이 그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그 건물의 구조는 화학무기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는 이스라엘의 핵 능력을 감안할 때 화학무기가 대(對) 이스라엘 억제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폭격당한 시설이 시리아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미사일 제조 공장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북한은 수십년간 시리아에 미사일 기술과 인력을 수출했다)

북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짓고 있던 게 무엇이었든 농업이나 원자로와는 거의 관련이 없지만, 시리아의 국방, 그리고 북한-시리아간 군사 협력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아마도 그것은 시리아 정부가 폭격 이후 침묵을 지키는 충분한 이유가 됐다.
▲ 세이무어 허시 ⓒ로이터=뉴시스

"금창리 사건이 생각난다"

미국 외교관들과 정보 관리들은 위성사진, 전화도청, 언론 유출, 억측의 공유 등이 혼합된 이 사건을 보며 10년 전 북한과 관련해 일어났던 사건을 떠올렸다.

1998년 미국의 위성은 영변 부근 금창리에서 대형 지하 건설 공사를 하는 사진을 찍었다. 미 국무부의 한 관리는 그 때를 회상하며 "우리는 그것이 핵과 관련된 시설이라는 설명을 아무런 의심 없이 들었고, 금창리에서 영변 핵 단지로 가는 신호 정보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북한 특사였던 찰스 카트먼은 그 정보는 국방정보국(DIA) 분석가들에 의해 확실한 것으로 여겨졌다며 "정보기관 사이에 논쟁이 있었지만 DIA는 그것을 일방적으로 의회로 가져갔다"고 말했다.

북한은 몇 개월 동안의 협상 후 금창리 방문을 허용하는 대신 원조를 받아냈다. 그러나 금창리를 방문한 조사관들은 텅 빈 터널만 보고 돌아왔다.

중앙정보국(CIA)과 국무부에서 오랫동안 북한 분석관을 했던 로버트 칼린은 금창리 사건은 미 정보기관의 "고질적인 약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고 말했다. 칼린은 "그들(정보기관 사람들)은 자신들이 결론을 안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맞는 증거를 찾아낸다"며 "그리고 집단적 사고과정(groupthink)을 거치며 서로의 결론을 확신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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