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시리아의 핵 협력 논란이 미국 정치권에서 끊이지 않는 가운데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8일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스라엘이 공격한 시설물이 비밀 핵시설임을 증명하기 위해 어떤 증거도 제공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이스라엘이 공습한 시설이 무엇인지에 대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9월 6일 시리아에 있는 핵 개발 의혹 시설을 공습했다. 그 후 이스라엘과 미국 언론들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그 시설이 북한과의 협조에 의해 만들어진 핵 시설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 주류 언론들마저 북한-시리아 핵 커넥션을 기정사실인양 보도하고 있는 시점에서 엘바라데이 총장은 의혹의 근거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비참한 느낌을 갖게 했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이어 "어떤 국가의 핵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는 정보를 갖고 있으면 우리(IAEA)에게 와야 하는 시스템이 있으며 가서 조사할 권한은 우리가 갖고 있다"면서 "선제 폭격을 하고 나중에 질문을 하는 것은 이 시스템을 허물고 어떤 의혹에 대한 해결에도 이르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이 "비참한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very distressful)"면서 자신의 불편한 심경을 털어 놓기도 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이어 시리아가 공습한 시설이 군사시설이지만 핵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한-시리아 핵협력 의혹은 지난달 말 베이징 6자회담이 열리면서 수그러드는 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한 2단계 조치가 합의되고 미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삭제하기 위해 의회와 함께 검토를 시작하면서 논란의 무대가 의회로 옮겨가 다시 불이 붙었다.
특히 핵협력 의혹을 제기한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등이 공화당 의원들을 상대로 집중적인 로비를 벌이면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 24~25일 하원 외교청문회에 각각 출석해 이에 대한 집중 추궁을 당했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과 힐 차관보는 '미국은 북한의 핵확산 의혹을 철저히 검증할 것'이며 '6자회담은 그 문제를 다루는 최선의 협의 테이블'이라는 입장만 나타냈을 뿐이었다.
거듭 부정되는 의혹들
<뉴욕타임스>는 지난 27일 한 상업위성이 2003년 9월 촬영한 위성사진에 문제의 시설이 찍힌 것을 근거로 북한과 시리아의 핵협력이 199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이 시설이 지난 4년 이상 건설에 진전이 없었고 북한과 시리아의 협력이 현재가 아닌 과거의 일이기 때문에 라이스 장관 등 부시 행정부의 협상파들에게 외교적 협상을 지속할 수 있는 명분을 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IAEA는 볼턴 전 대사가 국무부 군비통제 차관 자리에 있던 지난 2004년 이미 시리아에 대한 조사를 한 바 있다. 그 조사 역시 볼턴 차관이 시리아가 핵무기를 들여왔다고 주장한데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IAEA는 당시 볼턴의 주장을 입증할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고, 이에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그해 6월 26일 "우리는 왜 우리가 시리아에 대해 우려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어떤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민간기관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최근 '시리아 핵의혹 시설의 위성 사진이 북한 영변 원자로 건물과 비슷하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의 정보 당국자는 "시리아 핵의혹 시설 건물은 주위에 원자로 운영이 필요한 부속건물이 없다는 점에서 영변 원자로와 다르다"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26일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설사 두 시설이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건물 외관만 보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 "ISIS가 공개한 시리아 구조물을 분석한 결과 원자로인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도 인터뷰에서 IAEA도 그 위성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그 사진만을 가지고 북한과의 연계를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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