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올라올 때 동료들이 멀미약을 가져가라고 했는데 올라와 보니까 알겠다. 바람 불 때마다 흔들거려서 어지러웠다." GM대우 부평공장 옆 CCTV타워 위에서 41일째 고공농성 중인 박현상씨의 말이다.
흔들림뿐이랴. 몸을 펴기도 힘든 폐쇄된 공간 안에서 대소변을 해결하고 강추위에 버티다 보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육체적인 손상보다 더 큰 문제가 된다. 때문에 작년 말 고공시위를 감행한 뉴코아노조 박명수씨도 25일 만에 병원으로 실려 가면서 정신과 진료까지 받아야 했다.
30m 상공의 밀폐된 공간 안에서 세밑을 맞이한 박현상씨는 어떤 생각을 하며 버티고 있을까? 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Q: 이곳으로 올라오게 된 계기는?
기본적인 요구는 해고된 조합원들 복직시키는 게 첫 번째 요구였다. 그 요구안 가지고 여기까지 올라오게 된 이유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우리의 요구를 알려낼 수도 없고 GM대우 쪽에서는 대화를 자체를 하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Q: 꼭 이 방법밖에 없었나?
법적으로 보장된 정상적인 방법이 안 되니까 이런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내몰린 것 아닌가. 모든 중소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이 노동조합 인정이라는 요구안들이 다 들어가 있다. 모든 사업장이 똑같다고 생각한다. 한국사회에서 법의 문구에는 노조활동 보장이라는 문구가 있지만 실제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Q: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처음에 올라와서는 아침에 일어나서 신문보고 점심시간에는 바깥세상 바라보고 동지들이 선전전 진행하는 것도 보고 책 좀 보기도 하고. 뭐 저녁때 투쟁문화제 진행하고 그러고 나면 컴컴해지니까 핸드폰 DMB이용해서 TV도 보고 그랬는데... 그렇게 쭉 사이클이 있었는데 30일전후로 넘어가면서부터는 어떻게 버티는지 모르겠다. 피로도가 쌓이다 보니까 자는 시간이 많아진 것 같다. 실제로 잔다기보다 뒤척이면서 누워있는 시간이 긴 것 같다.
Q: 바깥세상을 내려다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여기 올라와 있을 때 미국에서 일하던 친구가 잠깐 한국에 나온 적이 있었다. 지금 제 상황을 이야기를 해 주니까 한국은 아직도 그러냐. 10년 전에 자기가 이래저래 전해들은 내용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거다. 자본주의 왕국이라는 미국에서 산 친구가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얘기들을 들었을 때 참 내가 왜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Q: 언제 내려갈 생각인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고 얼마나 길어질지도 판단이 안 되는 상황이고... 한 달 넘어가면서는 심적으로 많이 답답하다.
사실 설 전에는 내려가겠지 하는 기대를 상당히 많이 개인적으로 하고 있었다. 설에는 집에서 부모님과 이 일과 관련해서 말씀도 드리고... 좀 전에 집에서 전화가 와서 어쩌면 설에도 집에 못갈 것 같다 하고 말씀을 드렸다. 그런 부분에서 제일 많이 걱정하시는 게 부모님일 거고... 부모님께 죄송스럽다.
어떻게든 GM대우가 죽든 내가 죽든 결판을 보고 내려갈 생각이다.
기획: 박사야
영상취재: 김도성
편집: 강민균, 김도성
제작: 인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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