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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부부간에도 맞절을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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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설날, 부부간에도 맞절을 해야"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2/04] 한국전례연구원 김득중 원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동방예의지국.동방에 있는 예의에 밝은 나라라는 뜻으로 예로부터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이를 때 쓰던 말인데요 무엇보다 예를 중시하고 어른을 공경하며 그에 알맞은 법도를 지킨다는 것에서 유래한 말입니다.하지만 =요즘같이 변화가 빠른 현대 사회에서'예'는 유교의 가르침에 따른 고리타분하고 까다로운 것으로 여겨져 그 중요성이 점점 옅어지고 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지난 30여 년 동안 예절교육에 앞장서온 한국전례연구원 김득중 원장을 초대해 현대사회에서 예의 중요성과 그 의미는 뭔지 또, 설날을 맞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예법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한국전례연구원 김득중 원장입니다! 김득중 원장은1931년 충남 연산 출생으로1961년 건국대 법학과를 졸업했습니다.1952년부터 법무부 공무원으로 재직하다가 77년 한국전례연구원을 설립해, 지금까지 국내 예절교육에 앞장서고 있습니다.월간지 '실천예절'을 발행하고 있으며 예의생활실천운동을 비롯해 여러 대학과 연수원 등에서 예절 관련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그동안 '우리의 전통예절', '생활예절 이렇게 한다', '실천예절개론' 등의 저서를 출간했고 지난 연말 국민추천에 의해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상했습니다.

박인규 : 우선 축하드립니다. 연말에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으셨는데요, 이전까지와는 달리 국민추천에 의해서 받으셨다고 해요. 어떤 의미입니까?

김득중 : 종래 우리나라 서훈제도는 정부에서 주도해왔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정부에서 미처 알지 못하는 숨은 인물도 있을 수가 있는 거죠. 그래서 2006년 2월에 국민추천제도를 세웠습니다. 그렇게 해서 한 1년간 숨겨진 사람들을 추천을 받았더니 55명이 추천됐어요. 그 중에서 정부에서 심사해서 11사람을 골라서 지난 12월 4일에 서훈을 했습니다.

박인규 : 그 중에서 훈장 받으신 분은 한 분밖에 안 계신 것 같아요.

김득중 : 저 하나였습니다. 제가 국민추천 제 1호의 최고훈장이라고 다들 대단하게 생각해 주시는데요, 저는 이것을 김득중 자연인이 받았다고 생각지 않아요. 이게 우리나라 예절이 국가적으로 대접을 받는 시대가 왔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죠.

박인규 : 물론 훈장을 받으신 이유는 예절교육을 그동안 열심히 해오셨다는 거겠죠?

김득중 : 그런 것이죠.

박인규 : 77년에 을지로에 전례연구원을 설립하시고 그 이후로 31년 동안 계속 예절교육을 해오셨는데 그 전에는 공무원이셨다고 해요. 어느날 갑자기 연구원을 설립하셨는데 특별히 결심하신 계기가 있으십니까?

김득중 : 제가 52년부터 61년까지는 공직에 있었어요. 제가 군대를 좀 늦게 가서 61년도에 현역으로 복무를 하고 나왔죠. 그러고 생업에 종사를 했어요 10여 년 동안. 그러다 77년이 되니까 제 나이가 47이 됐습니다. 뭔가 세상을 위해서 해야 할 것 같아요. 내가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래서 가족들과도 상의했더니 예절로 초점이 맞춰진 겁니다. 그런데 왜 예절을 생각하게 됐느냐 하면,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참 속된 말로 버르장머리 없는 세상이거든요. 이걸 바로잡는 건 예절 밖에 없다는 것이죠. 전통예절이라고 다들 하는데요, 전통예절이라고 하면 낡은 것, 고리타분한 것. 이렇게 생각하고, 혹은 유교사상에 관계된 이렇게 생각들 하고 있거든요. 근데 전 그렇게 보덜 안 해요. 첫째 제가 예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조선예학의 중장이라고 추앙받는 사계 김장생 선생이 제게 13대조가 되십니다.

일본에서는 막부시대부터 한 200년 가업에 종사하는 걸 굉장히 자랑으로 아는데, 나는 한 번 400년 가업을 이어보자 이런 개인적 욕심도 있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나라 예절을 깊이 연구해 보면 중국 예절하고 전혀 무관한 거예요. 예절은 쉽게 얘기하면 일정한 생활여건하의 생활방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생활여건에 따라서 예절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중국 사람들과 말이 다르고 음식이 다르지 않습니까. 옷이 다르고 주거가 다르지 않습니까. 같을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우리 예절인 겁니다. 이러한 것들이 우리가 조선조가 들어서면서 억불숭유정책을 주자학을 국가정체사상으로 채택했었거든요. 그 바람에 주자학에 치중들을 했던 겁니다. 그래서 주자의 예절만을 연구해왔던 것이죠. 그 속에서 유별나게 사계 선생이 우리 예절을 연구한 겁니다. 그 어른이요

박인규 : 저희들이 알기로는 사계 선생이 만드신 가례집람이나 이런 걸 보면 유교적 예절을

김득중 : 그게 잘 모르고 있는 거예요. 사계가 쓰신 가례집람을 보면 164개의 우리 예절이 그 속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만 하면 긴 얘기가 필요 없죠.

박인규 : 일부에선 조선시대 유학자 분들이 너무 예절에만 치중하셔서 실용적이지 못했다. 심지어는 번문욕례 그런 말도 있는데

김득중 : 맞는 얘기에요. 주자학이 조선조의 정치사상화하다 보니까 주자학에 반대를 하면 요새 식으로 말해서 반체제분자가 되는 거예요. 그때로는 사문난적이라고 했습니다. 그럼 죽는 거예요. 그러니까 행세하는 사람들은 주자학에 반대할 수 없었죠. 그래서 예절도 주자가례 주자가례 했던 거예요. 그런데 가까운 예를 하나 말씀드리면 지금 전통예절하면 사례편람, 이걸 하거든요. 1844년에 펴져나온 겁니다. 사례편람이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 예절이 아니에요. 주자의 가례를 해석해 놓은 것이지 우리 예절을 해놓은 게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 예절의 본령을 찾아들어가면 사계 얘기로 초점이 맞는 거예요.

▲ ⓒ프레시안

박인규 :
77년도에 전례연구원을 설립하셔서 31년 동안 예절교육을 해오셨다고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데 실제로 어떤 형태로 교육해오신 겁니까?

김득중 : 처음에는 사회교육이라고 할까요? 제가 77년부터 83년까지는 저도 연구만 했고. 그 전에는 몸에만 묻어있었던 것인데 학문적인 연구는 그때부터 한 겁니다. 83년 3월 1일은 나 혼자 알면 뭘 하나 세상 사람이 해야지, 해서 예의생활실천운동이라는 걸 시작했습니다. 큰 깃발을 서울시청 앞에다 세우고

박인규 : 그 당시 덕수궁 앞에서 운동하신 게 그때 막 사회에 모습을 드러내신 거군요.

김득중 : 그게 83년 3월 1일이에요. 그렇게 하다가 언론에서 알아진 게 85년입니다. 2년은 외롭게 혼자 했죠. 그래서 언론에서 이걸 자꾸 홍보를 하다 보니까 방송도 나오게 되고 강연도 다니게 되고 글도 쓰게 되고 이렇게 된 거예요. 사회교육이죠 말하자면. 그렇게 하다 보니까 93년쯤 됐을 때 혼자 감당을 못하겠어요 그 수요를. 그래서 지도자를 양성해야겠다 해서 93년 11월부터 지도자 양성교육에 착수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겁니다.

박인규 : 그 지도자 양성코스를 졸업하신 분이 약 천 명이 넘는다고 들었습니다만

김득중 : 정확하게 1168명.

박인규 : 일부에서는 김장생 선생께서 기호학파이시고 영남학파와는 좀 다르다. 전라도 호남과 기호이기 때문에 그걸 하나로 통일한다는 게 말이 되냐. 또 심지어 가가례. 집 가자를 써서 집집마다 예절이 다른 건데 그걸 하나로 모은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런 식으로 주장하시는 분들도

김득중 : 그 말씀을 물으실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가가례라는 말은요, 과한 말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예절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깁니다. 가가례를 얘기할 때 우리가 단적으로 하는 말이 뭐냐 하면, 왜 남의 일 간섭 잘하는 사람 핀잔줄 때, 왜 남의 집 제사에 밤 놔라 대추 놔라 하냐. 그게 가가례의 아주 극렬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남인 계열. 영남학파에서 쓴 예절책을 봐도, 누가 썼든지간에, 또 기호학파에서 쓴 예절을 봐도 과실 배설하는 게 똑같아요. 하나도 안 틀립니다. 어떻게 같은고 하니, 제상을 차릴 때 제일 남쪽 줄에 과실을 놔라 이렇게 돼 있어요 그림까지 그려서. 다만 여기다 밤을 놔라 여기다 대추를 놔라 이 말이 없는 것. 그것은 어느 학파나 똑같아요. 왜 없냐, 지방과 계절에 따라 과실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걸 지적할 수가 없다.

박인규 : 원칙은 같되 지역 특성에 맞게

김득중 : 네. 이렇게 돼 있는 겁니다. 그걸 가지고 시비를 하면 되느냐 이거예요. 그래서 제가 가가례에 대해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얼마 전에 제가 월간지 실천예절에 발표를 했는데요. 절만 해도 사계보다 한 20년 먼저 태어나신 영남학파의 퇴계선생의 수제자라고도 하는 학봉 김성일 선생 그 어른이 쓴 예절이 있거든요. 동자례라고. 또 사계 선생이 가례집람에 쓴 예절이 있거든요. 이걸 딱 갖다 비교하면 한 자도 안 틀려요

박인규 : 지역 특성에 따른 약간의 차이가 있을지는 몰라도 원칙은 같다고 볼 수 있겠네요

김득중 : 그런데, 여기가 중요한 거예요. 학봉 김성일 선생 자손도 그 할아버지가 가르치던 대로 지금 않고 사계 선생 자손도 선생이 가르치면 절을 안 해요.

박인규 : 뿌리를 잃어버린 거군요

김득중 : 왜냐. 예절공부가 중간에 자꾸 안 됐던 거죠. 그래서 그런 거예요. 이런 것을 전례예절. 저는 전통예절이라고 안 씁니다. 전례예절을 연구해서 새 시대, 새 생활여건에 접합시켜야겠다. 그래서 이걸 제가 한 30년 하고 있는 거예요.

박인규 : 절 얘기가 나온 김에, 곧 설날이면 부모님이나 동네 어른한테 인사를 다니는데 지금 말씀하시는 게, 사계 선생이나 학봉 선생이나 예전엔 똑같았는데 후손들이 지금은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없다고 해요

김득중 : 중간에 자꾸 와전돼서, 공부들을 안 해서 그렇게 하는 거예요.

박인규 : 어떻게 하는 게 제대로 하는 절입니까? 남자, 여자가 다르다고 들었습니다만.

김득중 : 첫째 남자의 절은 가장 잘못되고 있는 게 공수해서 맞잡은 손을 풀면 안 돼요. 공수라는 건 두 손을 맞잡은 것이죠. 공수한 손을 푸는 것은 신하가 임금에게 하는 절입니다. 첫째 그게 안 돼. 여자 예절의 가장 중요한 것은요, 지금 여자들 드라마 속에서 보면 가부좌를, 무릎을 벌리고 하지 않습니까? 큰절, 평절도 그렇게 하지. 이게 큰 실수에요. 큰절이 됐든 평절이 됐든 영남학파가 됐든 기호학파가 됐든 여자는 남자와 똑같이 무릎을 꿇고 절하게 돼 있어요.

박인규 : 옛날엔 그렇게 했습니까? 그런데 왜 요즘 와서 그렇게

김득중 : 중간에 공부들 안 해서 자꾸 흐트러져서 그렇게 된 거예요. 그래서 이것을 지금 바로세우고 있는 겁니다.

박인규 : 절하는 방법은 남자 여자나 똑같다.

김득중 : 같진 않고, 손의 모양은 다르지만 앉는 방법이 같아요.

박인규 : 손의 모양이 남자는 왼손이 위로 가고 여자는 오른손이

김득중 : 그건 공수라고 하는데요. 우리가 예절의 방위를 말하면 동쪽이 왼쪽, 서쪽이 오른쪽이 됩니다. 예절의 방위를 말하면. 그런데 동쪽은 해가 뜨는 곳이니까 양이 아니겠어요? 남자가 양 아니에요? 그러니 동쪽은 남자의 방이에요. 남자는 공수를 할 때 왼손을 위로 가게 하죠. 여자는 서쪽이 음이니까 여자도 음이고 서쪽이 오른쪽에 있거든요. 여자는 오른손이 위인 거예요. 공수법입니다. 이게 흉사 때는, 사람이 죽었을 때는 반대로 가는 거예요. 삶과 죽음이 다르듯이 거기에 대응하는 자세도 달라지는 것이죠.

박인규 : 그럼 문상을 하거나 제사 지낼 때는 반대가 되겠네요?

김득중 : 그런 데 가서는 남자가 오른손이고 여자가 왼손이 위로 가야 됩니다.

박인규 : 결혼식 할 때나 회갑, 칠순잔치 할 때 보면 남자분이 왼쪽에 서고 여자가 오른쪽에 서는 게 다 거기서 나온 겁니까?

▲ ⓒ프레시안

김득중 :
그런데 지금 신식 혼인예식은 지금 부산 대구지방은 잘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기타 지역에서는요, 신랑 신부가 죽은 사람의 위치에 서고 있습니다. 즉 신랑이 서쪽, 신부가 동쪽에 서고 있어요. 이건 죽은 사람이에요. 죽은 사람은 산 사람과 반대니까 말이죠. 그래서 우리나라 전통혼인예는 신랑이 동쪽 신부가 서쪽입니다. 양이니까 동쪽, 음이니까 서쪽, 이걸 알아야지요

박인규 : 여성의 경우에는 요즘은 큰절은 가부좌를 하고 앉고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는 게 작은 절이다, 이렇게 하는데 그것도 좀 안 맞는 예절이라면서요

김득중 : 엊그제 내가 어떤 방송드라마를 봤는데요, 기생이 손님에게 절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런데 한쪽 무릎은 세우고 한쪽 무릎만 꿇고 합니다. 대개 극중에서 나오는 기생들은 다 그렇게 절해요. 그게 기생의 절이기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그걸 기배라고 합니다. 그걸 우리네 반가에서 할 수가 없는 것이죠.

박인규 : 말하자면 절의 원칙이랄까 하는 걸 다 저희들이 잊어버린 거군요

김득중 : 중간에 와전돼서 그래요. 공부를 계속 해가지고 현대생활여건에 결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그대로 지켜가는 것이 문화민족의 긍지거든요. 근데 그게 안 되고 있는 것이죠.

박인규 : 저희는 설날 윗분들에게 세배하는 걸로만 알고 있는데 부부간에도 맞절을 한다고...

김득중 : 이를 말씀이에요? 원래 세배는 부부세배가 제일 먼저인 것입니다. 세배, 설이 됐으니까 당연히 말씀을 해드려야겠는데 세배는 두 가지 형태가 있어요. 어른을 뵈면 뵙는 즉시 하는 세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큰아버지나 큰할아버지 댁으로 설날 차례를 지내러 간다. 그럼 큰할아버지 큰아버지 계시니까 당연히 절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걸 세배로 알면 안 돼요. 그걸 수시세배라고 할 수가 있는데. 그건 문안절이에요. 뵙는 절이지 세배는 아니에요. 그래서 세배의 또 하나의 유형은 의식세배가 있습니다. 한 집안에서 차례를 다 지내고 난 뒤에 온 가족이 큰 방에 모여서 의식적으로 해나가는 거예요. 그 두 가지 형태가 있어요.

박인규 : 부부간의 맞절은 어떤 의미인가요?

김득중 : 긴 얘기가 필요 없죠. 전통혼인예나 현대 신식혼인예나 신랑신부가 예식장에서 만나서 제일 먼저 하는 게 절입니다. 죽어서도 배우자가 죽으면 살아있는 배우자가 남자의 경우 제주에요. 평생을 절하게 돼 있는 거예요. 그런데 왜 살아가면서 않겠어요? 이게 퇴계선생의 말씀입니다. 또 율곡선생은, 부부는 아무리 간략하게 해도 일 년에 세 번 절할 일이 있다 그랬어요. 그게 세배, 남편 생일, 아내 생일이에요. 그 날은 부부가 가지런히 앉아서 자손들에게 절 받는 날입니다. 자손들에게 절을 받기 전에 부부가 먼저 절을 해야 되는 거예요. 생일을 축하하는 것도 살아서 부부가 안 해주면 누가 하겠습니까? 의미가 대단한 것입니다.

박인규 : 설날 되면 세배도 하지만 차례도 지내는데, 젊은 사람들은 사실 차례상 차리는데 상당히 많이 헷갈리기도 하는데, 원칙이랄까요? 다 설명하긴 좀 어려울 것 같고 차례상의 원칙 같은 걸 설명 좀 해주시죠.

김득중 : 간단히 말씀드리면, 첫째 설날에는 당연히들 떡국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원래 명절 차례는 명절음식을 조상에게 올리는 데 의미가 있어요. 예컨대 설날 한가위 얘기해서 미안합니다만 한가위에는 햇곡식이 나오니까 햅쌀로 밥 지어서 올린다, 토란국 올린다, 그래야 되는 줄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밥과 국은 명절음식이 아니에요. 그래서 설날 차례는 떡국이 주고, 한식 차례는 화전이 주고, 한가위 차례는 송편이 주가 되는 거예요. 이게 바로 명절음식이니까

박인규 : 명절에 나는 특별한 음식을 올린다.

김득중 : 그걸 먼저 알아야 되고,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일반 기제사 이런 때는 술을 세 차례 올리는데 명절 차례에는 한 번밖에 안 올려요. 그러고 지내는 절차를 보면, 일반 기제사는 상당히 복잡한데 차례는 아주 간편합니다. 왜 그런가를 알아야 돼요. 매번 복잡하게 하고 싶은 게 자손의 도리죠. 그런데 기제사는 죽은 날 지내는 거 아니에요? 집안 어른이 같은 날 돌아가시지를 않아요. 그러니까 집안 자손들이 다 모여서 함께 지낼 수가 있어. 사람이 많으니까 복잡한 절차를 다 할 수가 있는 거예요. 그런데 명절 차례는 사촌도 안 옵니다. 사촌도 저 아버지 지내야지. 그러니까 사람이 없고, 약식으로 할 수밖에 없는겨. 그게 다른 겁니다.

박인규 : 요즘에는 사실 한복들을 별로 입을 일들이 없어서 데님 매거나 옷고름 매는 게 쉽지 않은데 한복을 제대로 입는 방법은 어떤... 보시기에 특히 잘못하고 있는 게 어떤 겁니까?

김득중 : 첫째 두루마기에요. 한복이 지금 사실상 예복화돼가고 있거든요. 그런데 두루마기가 중국옷이 아닙니다. 완벽하게 우리나라 자생적인 고유복생이에요. 그게 임진왜란 때 선비들이 말 타기 좋게 하려는 게 두루마기입니다. 그러다가 고종황제 때. 고종 21년이에요. 1884년입니다. 의복개혁을 했어요. 그래서 양반들도 두루마기 입어라 그랬습니다. 거추장스레 입지 말라고. 두루마기는 도포를 간편하게 하기 위해서 고종 21년부터 31년 사이에 예복화하는 데까지 간 것이고. 그리고 유건 있죠, 쓰는 거. 이것은 성종 때 추계 윤효손이라는 사람이 성균관 유생들이 머리에 쓸 게 없어요. 그래서 머리 좀 단도리하라고 만든 게 유건입니다. 우리나라 거예요. 그렇게 해서 두루마기가 가장 중요한데, 지금 사람들은 그걸 잘못 입어요. 남자는 두루마기가 정장입니다. 예복. 그래서 남자는 두루마기를 잠잘 때 외에는 안 벗는 거예요. 집안에서도 입는 겁니다. 당장 저도 요새는 양복을 더러 입습니다만 한복을 주로 입을 때는요 집에서 두루마기 안 벗었어요. 손님을 꼭 두루마기 입고 맞죠.

박인규 : 저희는 외투개념으로 생각해서 밖에 다닐 때만 입고 집에 가서는

김득중 : 아니, 여자에게만은 그게 방한복이에요. 왜냐, 여자는 안에만 있으니까 겉옷을 입을 까닭이 없었거든요. 여자는 방한복이에요. 근데 요새는 여자들이 그것을 예복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당장, 내일모레 2월 25일이 대통령 취임식이 됩니다만 역대 대통령 취임식을 보면요,

박인규 : 두루마기 입으신 여자분들은 안 계신 것 같은데

김득중 : 아니요. 대통령들은 코트 안 입는데 부인네들은 두루마기에 목도리까지 하고 나와. 이게 예절을 몰라서 그러는 거예요.

박인규 : 두루마기까지 입어야 남자는 정장이 되는 거고

김득중 : 여자는 두루마기를 벗어야 정장이고

박인규 : 예절교육을 오래 하셨기 때문에 그동안 주례도 많이 보셨을 것 같습니다.

김득중 : 많이 섰죠.

박인규 : 선생님께서는 주례를 맡아주는 조건으로 반드시 상당히 긴 시간의 강의를 하신다면서요

김득중 : 제가 32살부터 주례를 서기 시작해서, 저는 직업주례를 안 했는데도 한 900쌍 섰습니다. 우스운 얘기로 인기가 있는가봐요. 그런데 저는 친구들이 와서, 내 자식이 혼인을 하는데 ... 하고 해도 절대로 내가 서주지 이런 얘기 안 해요. 애들 보내 봐 이러죠. 저는 약혼한 당사자 남녀가 함께 와서 아무리 짧아도 한 시간 이상 개별특강을 안 들으면 주례를 안 서줍니다.

박인규 : 부부간의 예절이 뭔지를 제대로 배우고 결혼해라.

김득중 : 네. 그런데 말이 한 시간이지 실제 해보면 5시간 정도 얘기를 해줍니다. 처음에 부탁하러 왔을 때 한 세 시간 정도. 신혼여행 다녀와서 인사왔을 때, 어제도 한 팀을 만났습니다만 2시간 정도에요. 그 5시간이 전부 부부예절입니다. 가정예절. 요새는 혼인예식 내일모레 하려고 앞둔 사람이 배우자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도 몰라요. 그러니 어떻게 그 사람들이 부부가 되려고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에요.

박인규 : 부부간 예절의 가장 큰 원칙이랄까 핵심은 어떤 겁니까? 공경하는 겁니까?

김득중 : 첫째. 칭호를 잘 해야 돼요. 상대편을 존중할수록 대인칭이 아니고 거처칭을 쓰는 겁니다. 부부간 칭호는 거처칭을 제대로 써야 된다.

▲ ⓒ프레시안

박인규 :
거처칭이라는 건 예를 들면 연산댁 예산댁

김득중 : 그것도 있지만 예를 들어서, 임금을 상감마마, 하는 건 대인칭이고요, 대전마마 하는 건 거처칭이거든요. 안 그렇습니까? 왕비를 왕후마마 하면 대인칭이고 중전마마 하면 거처칭이고. 부부도 그렇다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여자들은 남편을 사랑이라고 했거든요. 사랑채 안채. 남자들은 아내를 제댁. 나의 집, 안. 안에 있으니까. 거처칭이에요. 이게 중요하고요. 둘째, 부부는요 깍듯이 존댓말을 해야 됩니다.

박인규 : 부부간에도 경어를 써라.

김득중 : 절대적이에요. 밥 먹어요. 일찍 들어와요. 이건 죽지 못해 하는 말이에요. 진지 잡수세요. 일찍 들어오세요. 이렇게 해야 돼요. 그리고 부부간에도 절을 해야 되는 거예요. 그리고 상대편의 권위를 인정해야 돼요. 그렇게 안 하면 자식들 다 버립니다. 이게 부부예절에서 가장 중요해요. 나한테 오면, 결혼이라는 말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거기까지 얘기가 다 되는 겁니다.

박인규 : 쉬운 것 같으면서도 요즘 젊은 사람들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김득중 : 근데 얘기 들으면 다 좋아해요.

박인규 : 31년 동안 예절교육을 해오셨는데 예절지도사 자격증이 작년인가요? 국가공인자격증이 됐다고 들었습니다만

김득중 : 2006년 2월 17일자로 국가공인이 됐습니다. 그런데 그 국가공인을 받은 사람들이요, 좋아서 공인은 받는데 지금 할 일이 없어요. 왜 그러냐, 지금 각 교육기관에 예절이 정식 교과로 안 돼있어서 거기 진출할 수가 없어요. 그럼 학원에서도 예절을 가르칠 수 있게 돼있으면 예절학원이라도 하겠는데, 학원법상 교과목에 예절이 없어요. 그래서 지금 우리 예절에 종사하는 중진들은 학원법을 빨리 개정해야 된다. 그리고 예절공부를 한 사람들이, 아까 말씀한 대로 버르장머리 없는 세상이니까 이 사람들이 나갈 데가 있어야 된다. 그래서 예의문화창달에 관한 법률을 성안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35여 년 전에 어떻게 보면 단기필마로 예절운동을 시작하신 건데 이제 천 명이 넘는 제자들도 나오셨고, 앞으로 많이 확산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내일모레면 새해, 설날이 시작되는데 청취자들에게 덕담 한 마디, 더불어서 예절있게 사는 방법은 어떤 건지 당부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김득중 : 첫째, 새해에는 의도하는 좋은 일들 이루시길 바라고. 둘째는, 다른 학문은 아는 게 힘이지만 예절은 아는 게 오히려 짐이 되는 것입니다. 실천해야 비로소 힘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 나름대로 아는 예절들을 실천해 주시는 그러한 새해가 됐으면, 간곡하게 바랍니다.

박인규 : 앞으로 우리 사회가 좀 예절바른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김득중 :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지난 30여 년 동안 우리나라 예절교육에 앞장서온 한국전례연구원 김득중 원장과 함께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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