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국제적인 관심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선 아직 공정무역이라는 개념이 낯설 뿐만 아니라 그 방법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해외 공정무역 현장을 취재하고. 다음주에 있을 '착한 소비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는 KBS 1TV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 프로그램 강윤기 PD와 함께 우리의 소비생활을 되돌아보고 착한 소비의 개념과 그 방법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KBS 강윤기 PD입니다. 강윤기 PD는 2003년 KBS TV PD로 입사해 '세상은 넓다', '6시 내고향', '100인 토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청춘 신고합니다' 등을 제작했습니다. 현재 KBS 1TV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에서 법률과 소비자문제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 하면 아주 매섭고 공격적인 고발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는 착한 소비라는 걸 특집으로 만드셨어요. 윤리적 소비라고도 한다는데 보통 소비와 다른 겁니까?
강윤기 : 보통 소비의 반대개념은 아니고요, 착한 소비는 말 그대로 착하게 소비하자는 것으로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상품의 가격과 질만을 고민하면서 소비했는데 그게 아니라 이 상품이 어떻게 생산됐고 생산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그리고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고 있는지. 나아가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이라든지 앞으로 할 수 있는 소비생활에 도움이 되는지를 고민해 보자는 게 윤리적 소비, 착한 소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예전에는 소비가 미덕이다 해서 무조건 돈을 많이 쓰면 좋은 건 줄 알았는데, 돈을 쓰되 제대로 쓰자는 얘기로군요. 착한 소비라는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강윤기 : 밀씀하셨듯이 저희 프로그램이 지금까지는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기업이나 사기를 치는 사람들 혹은 나아가서는 정부나 지자체들의 잘못된 그런 문제 때문에 피해를 보시는 분들을 많이 다뤘는데요. 고발을 했고. 그래서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도 받고 해결된 일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계속 저와 저희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들이 모여서 고민했던 부분이, 그렇다고 해서 소비자가 항상 선이냐 하는 고민을 하게 됐어요. 그런 고민을 하면서 제가 느꼈던 게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소비에 혹시 문제는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상품의 가격과 질만을 따졌는데 그게 아니라 아무 생각없이 하는 우리의 소비가 그들 생산자들에게는 아픔과 고통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저도 잘 몰랐던 부분인데 배워가면서 저의 소비생활을 고발하면서 우리 일상생활을 돌이켜보자는 컨셉으로 이 프로그램, 착한 소비라는 걸 만들게 됐습니다.
박인규 : 소비자를 이제는 보호할 것만이 아니라 소비자를 깨우치자는 문제의식이 있군요
강윤기 : 깨우치자는 표현은 너무 계몽적인 것 같은데. 일단은, 알리는 게 중요한 것 같고요 우리 소비생활을 좀 더 확대시키는, 좀 더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소비는 착한 소비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거죠.
박인규 : 착한 소비의 대표적인 것으로 공정무역을 꼽으셨어요. 제가 알기로는 공정무역이라는 건 80년대에 일본이나 한국 등의 제품이 미국에 많이 들어가니까 미국 정부에서 공정하게 무역하자, 싸게 팔지 말아라. 그런 걸 공정무역이라고 알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공정무역은 그거랑은 좀 다른 것 같아요.
강윤기 : 말씀하신 거랑은 좀 다른데요, 페어 트레이드라고 하는데 90년대부터 미국과 유럽 쪽에서 많이 나온 개념입니다. 쉽게 정의를 설명하면,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고 있느냐를 고민해보고 무역을 하자는 게 공정무역입니다. 공정무역을 풀어보면, 최소한 생존을 위해서 생산자들이 살 수 있을 만큼의 대가를 주고 있느냐가 첫 번째고. 그 다음에는 노동착취나 인권유린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느냐 아니냐. 그것도 문제될 수 있고. 또 하나 넓히면 그 회사가 비윤리적으로 경영행위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것까지 고민해 보자. 공정무역이 이런 걸 척도로 기준을 해서 무역을 하자라는 것이 공정무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인규 : 공정무역이 적용되는 대표적인 상품이 있다면 어떤 겁니까?
강윤기 : 아수 쉬운 예가 커피라고 생각하거든요. 잘 아시겠지만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장사 잘 되는 골목은 다 커피전문점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뭐 그래서 심지어는 된장녀라는 말도 나오고 몇 천 원짜리 라면 먹고 값비싼 커피를 드시고
강윤기 : 말씀하셨듯이 커피 가격이 한 끼 식사보다 많은 경우도 있다고 볼 수도 있고요. 이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같은 경우도 목 좋은 자리는 대형 커피전문점들이 다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생산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얼마냐를 한 번 고민해 보자는 거죠. 자료에 의하면 커피 한 잔을 팔았을 때 남는 이윤에서 생산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0.5%라고 합니다. 그 외에는 주로 유통업자, 판매업자, 커피 브랜드들이 가져가게 되는데요. 그 커피를 생산하는 나라가 어디냐. 커피벨트라는 존이 있습니다. 적도를 중심으로 해서 펼쳐진 커피벨트인데요, 그 나라들이 아프리카, 아시아, 그리고 남미의 소위 말하는 제3세계 국가들입니다. 가난한 나라들이죠. 그 사람들이 생산하는데 우리는 아름다운 문화라는 이름으로 커피를 한 잔 마시지만 0.5%밖에 수익이 돌아가지 않는 그 사람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거죠.
박인규 : 말하자면 소비자들은 분명 커피에 굉장히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는데 그걸 생산한 사람들은 0.5%밖에 안 갖고 있다.
강윤기 : 네. 통계자료에도 97년보다 2005년에 세계 커피시장이 배 이상 확대됐습니다. 그런데 생산국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박인규 : 왜 그렇게 될까요, 왜 이렇게 비싸지죠?
강윤기 : 일단은 저는 저희들의 소비행태에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가장 큰 문제는 생산자들에게 제대로 된 원가를 지불하지 않고서도 커피 브랜드들이 유통마진이나 브랜드네임을 통해서 가격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 쉽게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커피회사 같은 경우 보통 가장 싼 게 3000원이고 비싼 게 한 6000원 가까이 됩니다. 그런데 가격이 비쌀수록 더 좋은 커피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있어요. 알게 모르게 그런 게 있습니다. 그리고 가격이 경쟁적으로 인상돼요. 소위 말하는 브랜드 커피들은 가격을 낮추기보다는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우리가 좀 더 좋은 커피라는 걸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서 가격을 재고 있다는 거죠. 그리고 또 하나는 농산물이기 때문에, 시장가격은 자본주의논리에 의해 이동, 변동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 변동하는 것에 대해서 원가보존을 하지 않는다는 거죠. 예를 들어 최근에 커피 같은 경우 베트남이 생산을 많이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세계시장 커피가격이 많이 떨어졌거든요. 그런데 커피농가들은 그것밖에 하지 않았기 때문에, 농사를 짓지 않았기 때문에 속수무책인 거죠.
박인규 : 말하자면 커피 원가는 떨어지지만 상품가격은 안 떨어진다.
커피 외에 공정무역의 대상이 되고 있는 또 다른 상품이 있습니까?
강윤기 : 축구공, 초콜릿, 의류 이런 것들을 들 수 있는데요. 초콜릿은 커피와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시면 되고요. 축구공은 많이 알려졌지만 파키스탄에서 거의 70% 이상을 생산하거든요 우리가 말하는 축구공들은. 그런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게 10살도 안 된 애들이 바느질을 1200번을 해야 됩니다. 그런데 하루 일당이 200원, 300원도 안 됐다는 거죠. 그런데 다행히도 소비자단체들이나 이런 사람들이 불매운동을 한다든지 실상을 알리면서 소위 말하는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브랜드들이 아동착취에 관한 문제들을 많이 개선했고요. 일부에선 오히려 정당한 대가를 주고아동착취도 하지 않는 공정무역 축구공이라는 게 나와서 많이 또 팔리고 있습니다.
박인규 : 가격은 어떻습니까?
강윤기 : 기격은 오히려 좀 낮죠. 2,30% 정도 싸고 그들에게 돌아가는 대가, 보상은 더 큽니다.
박인규 : 그런 걸 왜 안 하는지 모르겠네.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서 동남아 의류공장에도 가보신 걸로 아는데 실제로 실태가 어떻습니까?
강윤기 : 옷도 상당히 공정무역이나 착한 소비를 고민할 수 있는 대상이 되거든요.
박인규 : 그것도 원가 대비 소비자가격이 상당히 차이가 많이 나는군요.
강윤기 : 가격 문제뿐만 아니라, 생산자들이 생산할 때 그곳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고민해 보자는 거였거든요. 저도 주로 백화점이나 이런 데서 옷을 많이 사는데 대부분이 원산지를 보시면 중국, 인도, 필리핀, 베트남 등의 인건비가 싼 노동집약적인 산업을 할 수 있는 나라들입니다. 결국 그쪽으로 이동하는 이유는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서죠.
박인규 :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 가는 것도 다 그런 거 아니에요?
강윤기 : 맞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생산하는 노동자들의 삶이 우리 브랜드 이름처럼 아주 아름답고 멋있냐. 그렇지 않더라구요. 제가 가본 곳이 필리핀이었습니다. 거기도 지금 우리 의류업체나 전자업체가 많이 생산지를 옮긴 상태인데요, 제가 가본 곳들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의류브랜드를 생산하는 하청공장이죠. 이름만 대면 다 알 수 있는, 저도 많이 갖고 있던 옷들이더라구요. 많이 놀랐는데 그 분들의 삶이, 이게 맞을지 모르겠는데 저희들의 30년 전?의 모습과 참 많이 비슷하더라, 라는 걸 느꼈어요.
박인규 : 전태일 열사가 분신할 수밖에 없었던 그런 상황.
강윤기 : 예. 저는 착취라는 건 적합한 표현은 아니었고 필리핀의 경우에는. 비인간적 노동환경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필리핀은 아직 나은 편이랍니다. 왜냐면 이미 필리핀도 인건비가 비싸지고 있거든요. 더 싼 나라도 있기 때문에. 필리핀을 갔으니까 필리핀 이야기를 드리면 비인간적인 노동환경. 예를 들어 충분하지 못한 휴식시간이 있었습니다. 의류공장 같은 경우는 하루에 휴식시간이 딱 45분이더라구요. 점심시간 30분, 커피타임 15분. 그 분들이 그럼 8시간을 일하냐, 그게 아니라 보통은 10시간 12시간 하고요 일이 많을 때는 하루 종일. 심지어는 48시간을 자지 않고 계속 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박인규 : 그런 비인간적인 대우를 하는 말하자면 업주랄까 그런 분들도 나름대로 항변하실 수 있는 근거가 있을 것 같은데요. 우리도 돈 많이 못 번다든가
강윤기 : 그렇죠. 맞습니다.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서 이 나라에 온 건데. 그리고 기업 하기 위해서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것인데 왜 그렇게 우리를 나쁜 기업으로 매도하냐. 그 분들 말씀도 사실 기업 하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었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고민하는 것이, 그래서 소비자들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박인규 : 그렇다면 현장의 노동자를 고용해서 일하는 업주들도 큰 돈 못 번다. 그럼 도대체 돈을 누가 버는 겁니까? 중간에서
강윤기 : 결국 브랜드, 소위 말하는 다국적 회사들이
박인규 : 유명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큰 기업들이
강윤기 : 그렇죠. 마진이죠 마진. 명품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그 안에 있는 원가는 얼마 되지 않지만 결국 광고와 브랜드, 운송비, 광고비, 매장을 예쁘게 꾸밀 때 들어가는 인테리어 비용. 이런 게 다 가격에 포함되니까요
박인규 : 그럼 생산자는 굉장히 조그만한 대가를 받고 소비자는 굉장히 큰 대가를 내고 사고 있는데 그걸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운동이 나오고 있다고는 들었습니다만
강윤기 : 그렇습니다. 공정무역이라는 것이 착한 소비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주로 미국이나 유럽 같은 데서는 불매운동이라는 형식으로
박인규 : 생산자에게 제대로 된 대가를 주지 않는 상품은 사지 말자.
강윤기 : 그렇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축구공이 아주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고요, 축구공 같은 경우는 많이 개선이 됐습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직접적으로 그 사실을 알리고 불매운동을 하니까 기업들은 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가 된 거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그래서 소비자의 힘이 중요한 건데요 중간에 일하시는 공장 업주라든지, 아무리 저희가 설득하는 것보다는 기업을 변화시키는 게 가장 빠른 길입니다.
박인규 : 그것은 제일 큰 게 불매운동.
강윤기 : 그렇죠. 사지 않거나 혹은 그 사실을 알리는 거거든요. 요즘은 워낙 기업들이 다국적이기 때문에 한 나라에서 일어난 일들이 금방 퍼집니다. 인터넷이라든지 홍보도 잘 돼 있기 때문에 불매운동을 하고 그 이유들을 소비자들이 알리기 시작하면 그 여파는 금방 매출에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박인규 : 대표적인 게 축구공이고.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커피와 관련해서 그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강윤기 : 그렇습니다. 한국에도, 우리나라에도 공정무역커피. 생산자들에게 제대로 된 원가를 주고 그들의 삶을 고민하는 커피가 들어오기 시작했거든요. 대표적으로 한국 YMCA와 같이 하고 있는 동티모르 피스커피가 있고요
박인규 : 동티모르에서도 커피가 납니까?
강윤기 : 예. 동티모르도 아주 중요한 원산지입니다.
박인규 : YMCA에서 동티모르에 가서 커피를 사와서 소비자에게 팔고
강윤기 : 네. 팔고 있습니다.
박인규 : 비싸게 사와서 싸게 파는 겁니까 말하자면?
강윤기 : 원가를 보장해 주고 가격은 일반 대형 커피점보다는 한 2분의 1, 3분의 1 가격에 팔고 있죠. 그리고 이익은 대다수가 그쪽 동티모르 현지에 돌아가고요. 그리고 또 하나는 네팔이라든지 페루에서 들어오는 커피가 아름다운 가게를 통해서 또 수입되고 있고.
박인규 : 이제 시작이긴 하겠습니다만 국내 소비량의 어느 정도를 차지합니까?
강윤기 : 통계가 힘들 정도로 극히 미량이고요. 일단은 동티모르에서 오는 피스커피의 경우에는 매장은 전국에 딱 하나 있습니다. 서울에 하나 있고요. 그 매장도 소위 말하는 대형 커피점보다는 아주 초라하죠. 아직 매출이 없기 때문이고요, 아직 시작하는 단계기 때문에
박인규 : 물론 시작은 미약했지만 결과는 큰 결과를 낳을 수 있을 텐데요. 실제로 동티모르에 가서 생산자들을 만나보셨습니까?
강윤기 : 그렇습니다. 공정무역을 통해서 현지가 어떻게 변화되는지가 참 궁금하더라구요. 그래서 동티모르, 참 가기 어려운 나라였습니다. 2박3일이 걸렸거든요 그 마을에 가는데. 이건 여담입니다만 그 마을 분들이 방송국 카메라를 처음 봤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TV가 있는 집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전기나 수도시설이 전혀 되지 않아서, 정말 오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차량을 타고 몇 시간을 걸려서 가는데 중간에 차가 구덩이에 빠져서 밀리기도 하고, 재밌는 일인데 중간에 보니까 길이 막혀 있더라구요. 이게 어떤 길이냐고 했더니, 산사태가 나서 막혀 있었어요. 그걸 마을 주민들이 다 와서 치우고 이런 과정들을 거쳐서 2박3일만에 도착했는데요. 우리 옛날 시골 마을 같은 느낌이었는데, 마을이 상당히 평화롭고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어떤 변화가 있냐고. 그랬더니 지금이 아주 좋은 행복한 시기라고 하더라구요. 왜냐고 했더니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걱정 안 해도 되고 열심히 농사만 지으면 팔리고. 또 YMCA가 공정무역을 통해서 지금 마을에 지어주고 있는 시설들이 있습니다. 현지인이 저를 데리고 자랑하면서 다니더라구요. 창고가 생겼고 우물이 생겼고 기계가 들어왔고. 묘목을 키울 수 있는 소위 말하는 비닐하우스 같은 게 생겼는데 그게 저희가 보기엔 아무 것도 아니거든요. 이게 뭐 자랑할 건가 했는데, 이게 다 작년 재작년에 공정무역으로 생긴 이득으로 생긴 것들이다, 이게 정말 신기하다는 거죠. 자기들은 그렇게 자랑하더라구요 저한테.
박인규 : 착한 소비를 통해서 동티모르 주민들을 도와주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민간외교도 한 셈이네요.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착한 커피를 드시는 분들은...
강윤기 : 매장을 찾아갔을 때는, 매장을 찾으시는 분들의 대답은, 향이 참 은은한 향이 있다는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다국적 커피들의 생산방법은 소위 블렌딩입니다. 섞는 거죠. 그래서 브랜드만의 맛을 만드는데요, 공정무역커피는 특징이 뭐냐면 은은한 지역만의 개성을 느낄 수 있다는 거고 또 하나는 맛뿐만 아니라 가격도 아주 저렴하고, 거기 더해서 생산자들에게 원가를 주고 그들의 삶을 고민하는 게 참 의미가 있다는 걸 많이 말씀하시더라구요. 실제로 저희가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시음회 행사도 한 번 해봤습니다. 대부분 말씀하시는 게 아니 이런 걸 왜 몰랐을까. 이걸 알았더라면 내가 조금 더 이런 커피를 많이 샀을 텐데, 하는 말씀들을 하시더라구요.
박인규 : 물론 해외에 있는 커피라든가 초콜릿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우리 입장에선 국내 생산자들을 보호하는 것도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은 대형마트 때문에 고생들이 많으시다고 들었습니다만
강윤기 : 저희가 착한 소비를 얘기하면서 고민했던 부분이기도 한데요, 공정무역은 사실 해외와의거래입니다. 해외 생산자들을 보호하는 건데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내에 있는 생산자들은 안전한가, 보호되고 있는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무역개념이 아니라 소비개념으로 나가는 건데요. 이런 문제는 특히 농수산물을 만드시는 생산자들에게, 가꾸고 키우시는 분들한테 많이 있는 문제인데요 요즘 아마 대부분이 그럴 겁니다. 장보실 때 대형할인매장을 많이 이용하시는데, 싸고요. 시장점유율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고, 그리고 재래시장이 거의 없어지고 있죠. 거기서 바로 문제가 발생하는 거거든요. 저 역시도 할인매장을 주로 이용하는데, 문제는 해외 생산자와 똑같이 국내의 생산자들도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뭐냐면 할인매장이 말 그대로 할인매장입니다. 거기 가면 1+1, 에누리, 특가판매, 모든 게 다 그런 것들이죠. 그럼 할인매장이 그 마진을 책임지고 있느냐. 아닙니다. 결국은 생산자들이 거기 납품, 입점하기 위해서 가격을 낮추고 낮추게 되는 그런 불행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 거죠.
박인규 : 거기 말고는 딴 데 팔 데가 없어서 그런 건가요?
강윤기 : 일단 재래시장이 무너졌기 때문에 판로가 없고요. 대형 할인매장 같은 경우는 요즘 도시인들은 할인매장에서 소비를 거의 대부분 하고 있습니다. 동네 슈퍼도 없어졌죠. 결국 판로가 없다는 거죠. 판로가 없고 마트의 힘이 커져가니까 결국은 매장에서 판매를 하기 위해서 좀 더 노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박인규 : 소비자 입장에서 그들에게,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고 싶어도 소비자 입장에선 대형마트가 싸기 때문에 갈 수밖에 없는데, 말하자면 그런 상황에서 소비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어떤 게 있습니까? 제대로 된 행동이라면
강윤기 : 할인매장을 가보신 분들은 다 느끼실 텐데요, 장을 보시고 나서 딱 느끼는 게, 어 내가 이렇게 많이 샀나? 이런 생각을 많이 하십니다.
박인규 : 싸니까 막 사게 되는 거죠.
강윤기 : 그렇죠. 결국 할인매장은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거죠. 과소비를 어느 정도 부추기는
박인규 : 할인매장이 싸게 파는 것 같지만, 많이 팔아서 이윤을 남긴다.
강윤기 : 그렇죠. 하지만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적다는 거거든요. 그래서 물론 그렇다고 할인매장을 이용하는 게 나쁜 소비라고 저희는 생각지 않습니다. 왜냐면 가격경쟁을 불러일으켜서 소비자들에게 좀 더 값싼 가격을 분명히 제공하고 있거든요.
박인규 : 할인매장을 가더라도 필요한 만큼만 사라.
강윤기 : 그렇죠. 거기에 플러스해서 주장하고 싶은 건 착한 소비를 일환으로 대안적인 판로들을 우리가 이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형 매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박인규 : 이른바 생산자, 소비자 직거래라든가 생협이라든가 그런 걸 말씀하시는 거군요.
강윤기 : 네. 아주 간편한 예로는 도매시장이나 슈퍼를 이용하고요. 좀 더 체계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분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거래를 하는 일종의 조합을 만드는 생활협동조합. 생협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착한 소비라는 개념은 이제 막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 건데, 말하자면 필요한 만큼만 사자. 아니면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직거래를 해자. 그런 것 외에 하기 착한 소비를 하기 위해서 소비자가 할 수 있는 행동 같은 건 또 어떤 게 있습니까
강윤기 : 착한 소비를 얘기했을 때 보통 많은 분들이, 그거 먼 개념 아니냐.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말씀하시는데, 아주 쉬운 방법들이 있습니다. 제가 프로그램에서 소개했는데요, 착한 소비 3계명이라는 걸 만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공정무역 제품을 되도록 이용하자는 거고요. 두 번째는 환경을 보존하고 소비를 체계화하기 위해서 재활용품을 사용하고 기증도...
박인규 : 자기가 필요없는 것은 기증을 하자.
강윤기 : 그것이 소비생활을 안정적으로 줄이고 체계화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거죠.
박인규 : 아름다운 가게가 아마 그런 거죠?
강윤기 : 맞습니다. 저희가 그래서 아름다운 가게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자기에게는 필요없을 물건인지 모르지만 이것이 어떤 누군가에게는 필요할 수 있다는 거죠. 마지막은 쇼핑을 할 때 무분별한 소비를 막기 위해서 리스트를, 장 볼 물건들을 리스트를 작성하고
박인규 : 계획적인 구매를 하자.
강윤기 : 그리고 사는 장소도 할인매장도 좋지만 주변에 있는 재래시장이나 생협, 슈퍼도 이용하자는 것으로 착한 소비 3계명을 한 번 만들어 봤습니다.
박인규 : 착한 소비를 위해서 다음 주에 전시회도 한다고 들었는데요 소개 좀 해주시죠
강윤기 :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런 개념을 설명하고 이런 것이 있다고만 보여주면 소비자들에게 더 와닿지 않을 거라는 고민을 했고요. 실제로 그럼 착한 상품들이 무엇이 있고 어떤 것들인지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자. 그리고 원하시면 그 자리에서 바로 구입도 할 수 있는 걸 만들어 보자는 고민을 하면서 시작됐고요. 다음주 월, 화. 2월 4일과 5일에 여의도KBS본관에 보면 시청자 광장이 있습니다. 넓은 공간인데 저희 방송에서 소개했던 커피, 공정무역의류, 초콜릿, 축구공. 뿐만 아니라 생협의 직거래를 통한 아주 품질 좋은 농산물까지 한 자리에 모여서 판매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박인규 : 소비자들이 살 수도 있는 거죠?
강윤기 : 물론입니다. 바로 구입할 수 있고요. 다음주가 설 연휴인데 설 선물 고민하실 때 의미있는 착한 상품 한 번 사보시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박인규 : 한 두 달 동안 이 프로그램 준비하시면서 강윤기 PD도 소비자로서 느끼는 게 많았다는 말씀을 하시던데, 마지막으로 그동안 못다 하신 말씀 있으시면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윤기 : 저도 사실은 이 프로그램 준비하면서 제 소비생활이 많이 문제가 있구나라는 걸 느끼면서 이 프로그램을 제작했습니다. 반성하면서 제작했고요. 한 말씀 더 부탁드리자면 우리가 공정무역 혹은 착한 소비를 얘기할 때 이게 원조가 아니냐, 그거 구호활동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이 좀 있습니다.
박인규 : 도와주는 거다, 베푸는 거다?
강윤기 :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우리의 미래 소비생활을 지속시킬 수 있는 지속적인 투자다. 예를 들어 커피생산농가들은요, 커피가 제값을 받지 않으면 마약을 재배할 수 있는 유혹에 빠집니다.
박인규 : 먹고 살기 위해서 마약이라도 해야겠다
강윤기 : 예. 그러면 마약을 키우게 되면 저희가 커피는 먹지 못하게 되는 거죠. 그런 농가들이 늘어나면 생산자들에게 원가를 주지 않으면 언젠가는 커피를 먹지 못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는 거죠. 그래서 좀 더 넓게, 투자라는 개념으로 보시고 착한 소비를 실천하셨으면 하는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박인규 : 착한 소비는 스스로를 위한 거다 사실은
강윤기 : 저를 위한 거죠.
박인규 : 예전엔 소비가 미덕이라고 했는데 앞으로는 착한 소비는 소비자의 의무다, 그런 시대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강윤기 : 고맙습니다.
박인규 :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 챡한 소비 특집방송은 오늘밤 10시 KBS1TV에서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의 많은 시청 바라고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해외 공정무역 현장을 취재하고 '착한 소비전'을 준비한 KBS 1TV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 강윤기 PD와 함께 착한 소비라는 게 어떤 것인지, 그 방법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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