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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 사립고 도입, 점진적으로 신중하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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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 사립고 도입, 점진적으로 신중하게 해야"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1/28] 민족사관고등학교 이돈희 교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이명박 차기 정부의 대입3단계 자율화 방안과 영어교육강화방안이 발표되면서 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한편 최근에는 초등학생부터 자사고와 특목고 입학준비 열풍이 불면서 이 또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민족사관고등학교 이돈희 교장을 초대해 최근의 교육현안에 대한 입장과 한국 교육의 발전을 위한 방안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민족사관 고등학교 이돈희 교장입니다.

이돈희 교장은 1937년 경남 양산 출생으로 1960년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했고 74년 미국 Wayne주립대학에서 교육철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2003년까지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로 근무했고 한국 교육개발원 원장과 한국 교육학회 회장, 그리고 교육부 장관을 역임했습니다. 2003년부터 민족사관 고등학교 교장을 맡고 있고 서울대 명예교수와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이명박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교육제도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민사고는 어떻게 보면 영재교육을 하는 학교로 알려져 있는데 민사고 교장선생님은 어떻게 보고 계신지 말씀을 듣기 위해서 모셨습니다. 우선 민사고라면 개량한복을 교복으로 하고 있죠. 그리고 미국의 유명한 명문대학을 많이 보내는 학교로 알려져 있는데 민사고라는 게 언제 생겼고 어떤 취지로 만들어졌는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돈희 : 민사고가 세워진 것은 세워진 건, 출범한 건 1996년 3.1절에 개교했습니다. 이 학교를 세우신 최명재 회장. 지금 학교 이사장입니다만, 아마 듣기로 영국의 이튼칼리지를 보고 우리도 나라의 지도자를 키우기 위해선 이런 학교가 하나 있어야겠다, 이렇게 뜻을 갖고 학교를 세운 것으로 전해져왔습니다.

박인규 : 최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걸 보니까 미국의 명문대학에 많은 학교로 학생을 보내는 세계의 명문고교 40위를 발표했는데 그 안에 민사고도 있더라고요. 비결은 뭐라고 봐야 될까요?

이돈희 : 글쎄요. 특별하게 우리가 그런 서열에 들기 위해서 학교가 체계적으로 목표를 갖고 노력한 건 별로 없어요. 평소 우리가 학생들이 이런 교육을 받아야겠다, 하고 생각하고 스스로 공부하는 학교의 분위기를 만들어온 결과라고 봐집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일단 많은 학부모님들은 지금 자녀들을 외국의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어하기 때문에 민사고를 선망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일각에선 민족사관고등학교면 뭔가 민족혼을 가르치는 학교인데 외국대학 보내는 게 뭐 대단한 거냐 이렇게 보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그런 민족과 관련된 교육도 하십니까?

이돈희 : 하긴 합니다. 어떻게 보면 국제성을 지향하고 또 민족적인 전통을 강조하니까 서로 상충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러나 우리 민족의 정신적 문화적 전통을 몸에 익히고. 그리고 앞으로 세계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고 하는 것이 학교가 세워진 목적이고 또 그런 방향으로 교육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교과의 구조 속에서 나타나는 것은 그렇게 많이는 없어요. 우리가 이순신에 대한 연구도 하고 다산선생에 대한 연구도 하고. 이순신에 대한 공부와 다산에 대한 연구를 하는 건, 두 분을 우리 학생들이 지도자의 상으로 사표로 삼고 있는 분들이니까 그 분들에 대한 연구도 하고. 그리고 한복을 입으면서 전통문화에 대한 체감을 느끼게 하고. 또 아침저녁으로, 부모님과는 떨어져 있지만 기숙사에서 부모님께 저녁에도 예를 표하고 하는 그런 일들. 그리고 전통음악, 전통예술, 그리고 전통무술 이런 것도 익히면서 전통적인 정신과 문화에 익숙하게 하는 걸 학교의 중요한 교육내용으로 삼고 있습니다. 우리가 국제무대에서 활동한다 그럴 때 그냥 간다면 참여의 의미가 없는 거죠. 내것을 우리 것을 가지고 그 무대에 가야 참여의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박인규 : 그냥 외국의 좋은 대학 가는 게 아니라 우리의 한국의 혼이랄까 이런 걸 가르쳐서 보낸다.
말씀하신 것처럼 민사고는 영재형 자사고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민사고에서 나름대로 영재를 판별한달까 판정하는 기준 같은 게 있습니까?

이돈희 : 영재라고 이야기할 때는 기본적 기초적인 능력. 듣고 읽고 쓰고 말하고 하는 이런 언어능력이나 혹은 수에 대한 수의 능력, 과학에 대한 지식 이런 것들이 기본적인 능력이라고 한다면 그런 능력에 있어서 보통사람보다는 뛰어난 사람을 영재라고 하겠는데, 그런 영재성에다가, 그런 능력만 가졌다고 영재교육의 대상이 되는 게 아니라 어떤 가치로운 과제에 집착하는 집착력, 강한 동기를 갖고 있어야 되고. 집착력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고 거기서 발생하는 문제라든가 혹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 이 세 가지를 대개 우리가 영재의 조건이라고 얘기합니다만 학생들 뽑을 때도 그런 점에서 기준을 정해서 선발하죠.

박인규 : 그렇다면 학생들 선발방법도 일반 고등학교하고 상당히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특별한 민사고만의 선발방법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이돈희 : 영재판별검사라는 걸 합니다. 그리고 학교가 하는 그런 검사 이외에 여러 가지 영어능력에서 토플과 그 이외 토플 비슷한 영어능력검사결과를 보기도 하고, 또 국어능력검사 이런 것에 대한 성적이 있으면 제출하게 하고. 또 각종 과학이나 그 이외 경시대회에 참여해서 거둔 성적이 있으면 그런 것도 제출하게하고. 학생이 자신의 영재성을 나타내는 데 필요한 자랑스러운 거리는 다 내오라고 하죠. 그런 걸 참고해서 학생을 선발하게 됩니다.

박인규 : 아까 말씀하신 중에 다산 정약용 선생이나 이순신 충무공에 대한 연구를 시킨다고 하셨는데요. 민족사관학교만의 독특한 교육법이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게 있을까요?

이돈희 : 학생들에게 자주 얘기하는 건 스스로 성장하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 그래서 영어로 말해서 스푼 피딩한다는 것. 먹여주는 것 안 된다.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계획하고 스스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 공부하는 능력. 스스로 설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한다는 것. 이게 우리 학교가 매우 강조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박인규 : 매 주일 학생들한테 개인 연구시간 8시간을 주고 토론수업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것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겠네요.

이돈희 : 그렇습니다.

박인규 : 이돈희 교장선생님께서는 명문학교하고 좋은 학교는 꼭 같은 것은 아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데요 어떤 차이가 있는 겁니까?

이돈희 : 같다고도 할 수 있고 다르다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대체로 명문학교라고 말할 때는 우수한 학생들을 뽑아서 성과를 거두는 학교. 대개 우리가 명문학교라면 우수한 아이들이 들어가는학교를 명문학교라고 하고, 또 우수한 아이들이 들어갔으니까 당연히 우수한 결과를 나타내고 하는데 그런 학교가 명문학교라고 한다면, 좋은 학교라면 반드시 우수한 학교가 아니라 그 학교에 들어온 학생들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잘 실현시켜 주는 그런 학교가 좋은 학교. 우수하든 우수하지 않은 아이들이든 간에 각자의 잠재력을 잘 길러주는 학교가 좋은 학교라고 볼 수 있지 않겠느냐. 잠재력은 여러 가지 잠재력이 있겠습니다만, 학교의 성격에 따라서 그 학교에 모여드는 학생들의 잠재력이 여러 형태로 있을 수 있겠죠.

박인규 : 그런 기준에서 보면 민족사관학교, 좋은 학교입니까 명문학교입니까?

이돈희 : 명문학교일 거예요. 아마. 그런데 명문학교로서의 이름보다는 좋은 학교로서의 이름을 더....

박인규 : 명문학교면서도 좋은 학교가 되고 싶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6,70년대만 해도 공부 하나 잘 해서 사회적 신분상승을 했고 개천에서 용이 난다고 했지만 요즘은 좀 아니다. 집안이 좀 잘 살아야 학교도 좋은 학교를 간다고 하는데 그것과 관련해서 민사고가 1년 학비가 굉장히 비싸다. 천만 원 이상이라고 해서 주로 가는 학생들도 예를 들어서 서울의 강남쪽 학생들이 많이 간다. 귀족학교 아니냐. 이런 좀 별로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은데요.

이돈희 : 예. 뭐 그런 평을 듣습니다. 실제로 우리 학교에 들어오는 학생들이 거의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오는 아이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기숙사비라기보다는 우리가 생활관 교육비라고 얘기하는데,

박인규 : 전원들이 학교에서 먹고 자고 하니까

이돈희 : 그걸 포함해서 1년에 한 1400 - 1500만원 사이의 부담을 부모가 해야 되니까 웬만한 집에서 하긴 어렵습니다.

박인규 : 거의 대학 학비와 맞먹는 거네요.

이돈희 : 그렇습니다. 그러나 자녀교육에 대한 열의가 높고 빚을 져서라도 우리 자식 공부시키고 싶다면 그런 가정의 가난한 집 아이들도 와서 공부를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잘 들어오지를 못해요. 준비교육을 받지 못해서

박인규 : 말하자면 입학시험에 통과를 못하는건가요?

▲ ⓒ프레시안

이돈희 :
그렇죠. 준비학점이 제대로 안 되기 때문에. 그래서 학교에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하다가 생각한 것이 우리가 덕고장학생이라고 얘기하는데, 저소득층. 저소득층이라고 하면 최저생활비 4인 가족 기준으로 한 달 120만원. 그것의 두 배, 240만원 이하의 가정의 자녀 가운에 민족사관고등학교에 지원할 수 있는 학교의 내신성적, 상위 5%입니다. 그 안에 한 학기 이상 들어갔던 실적이 있으면 지원자격이 있는데, 그 아이들을 상대로 해서 1년 전에, 2학년 때 조기선발을 합니다. 입도선매하는 거죠. 그리고는 학교가 충분한 재정여유가 없으니까 그 아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후원자를 학교가 나서서 구하죠. 그래서 지금 그런 학생이 2학년 올라가는 학생이 본래 5명을 예비선발했는데 하나는 탈락되고 네 아이가 있고. 지금 1학년에 들어올 아이가 다섯 있고. 그리고, 1년 먼저 선발하니까 다시 선발해 둔 아이가 다섯, 그렇게 있습니다. 그것 가지고 저소득층 아이들 영재를 위한 충분한 서비스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첫째로 상징적인 의미도 있고 또 한 가지는 후원자만 많이 확보하게 되면 수를 늘여갈 수도 있고. 이렇게 해서 저소득층에 대한 학교측의 노력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저희들이 교육의 목표를 놓고 얘기할 때 모든 학생들에게 질 좋은 공교육을 제공하자는 것과 함께, 우수한 학생을 키워야 한다. 수월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보면 수월성교육보다는 모든 학생에게 질 좋은 공교육을 해보자는 데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 면에서 보면 민사고 같은 데서는 국가의 지원이 별로 없었을 것 같은데 어땠습니까 그동안?

이돈희 : 그동안 국가의 지원은 없었어요. 자립형 사립학교는 본래 국가의 지원 없이 그야 말로 재정적으로 자립하는 조건으로 시범적으로 인가된 학교기 때문에 전혀 국가의 지원이 없습니다. 그러나 학생복지, 교원복지, 학교시설에 관한 지원은 좀 해줘야 되지 않느냐. 이래서 제가 교육청에 좀 보채서 시설지원은 약 5천만 원 정도를, 내가 4년 넘게 있는 동안 그 정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박인규 : 1년에 예산을 어느 정도 쓰십니까?

이돈희 : 학생수가 450명 규모가 된 지금에 와서 1년에 한 90억쯤 됩니다.

박인규 : 그럼 뭐 새발의 피 정도밖에 안 되는군요.
그럼 이명박 새 정부에서 자율고등학교나 기숙형 공립학교라든가 해서 특성화고등학교를 한 3백 개 만든다고 하는데 자사고에 대한 지원도 좀 늘 것이다, 기대를 할 수가 있겠네요.

이돈희 : 모르겠습니다. 자립형 사립학교라는 게, 자립한다는 게 재정적으로 자립한다는 조건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지원 안 해준다는 조건이기 때문에 국가로부터 교육운영을 위한 지원, 특히 교원들의 봉급이라든가 학교의 기본적 교육운영을 위한 지원을 받을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은 기대는 않습니다만. 그러나 시설에 대한 지원은 필요한 경우에 좀 해주길 바라고, 그리고 지금 일반 고등학교의 납입금의 세 배까지만 받을 수 있다고 하는 상한선이 있습니다. 그것도 필요하면 상한선을 없애버리든가 하는 방법도 있을 순 있겠죠.

박인규 : 국가적인 지원보다는 운영에서의 자율성을 좀 더 줬으면 좋겠다. 그것과는 별개로 이명박 당선인의 핵심공약인 자율형 사립고, 기숙형 공립학교, 마이스터고교 이런 걸 3백 개 만들겠다고 하는데 그 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가능한 겁니까?

이돈희 : 교육을 제도적으로 다양화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자연히 교육수요자의 관점에서 보게 되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고, 또 인간이 갖고 있는 재질, 잠재력이 여러 가지기 때문에 자기 잠재력에 맞춰서 교육받을 수 있는 적절한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죠.

박인규 : 교육의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이돈희 : 예. 그러나 혹시는, 부분적으로는 하고 있지만 그냥 상상적 제도란 말이죠.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일시에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서두르는 것보다는 점진적으로 도입하고 실험적인 자세로 관찰해가면서, 문제도 중간에 나타날 수 있으니까 시정해가면서 개선하는, 점진적으로 개선해가는 태도를 취하는 게 안 좋겠느냐.

박인규 : 기본적인 취지는 좋으나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아직 차기 정부가 들어서진 않았지만 인수위 차원에서 벌써 많은 교육관련 정책예고죠. 드러나면서 논란이 굉장히 많은데 우선 많은 분들이 70년대 이후 우리 정책기조였던 평준화 정책기조가 무너지는 거 아니냐. 우려하는 분도 있고 어떤 면에선 더 좋다는 분도 계신데 전반적으로 이명박 차기 정부의 교육정책기조에 대해서 이교장님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이돈희 : 평준화를 해체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느낍니다만, 평준화를 없앤다는 말을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평준화의 완전한 해체는 아닐 거라고 봅니다. 본래 평준화라는 것에 대해서 저도 교육전문가이기 때문에 많은 질문을 받습니다만, 공공재원으로 운영하는 학교에 일류학교가 있고 이류학교가 있다는 건 제도적으로 모순되는 것 아니겠냐. 그러나 국가가 필요로 하는 특별한 부문의 인재를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 사회적 충원목적으로는 그런 예외적인 조처는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 그래서 생긴 것들이 특목고 같은 것이라고 봐집니다. 그러나 앞으로 이야기가 시장경제논리에 의해서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교육에 경쟁의 개념을 도입할 땐 상당히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을, 학습자를 경쟁 속에다 몰아넣어 놓으면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학습자의 경쟁체제보다는 오히려 교육서비스처의 경쟁, 보다 좋은 질의 교육서비스를 하기 위한 경쟁의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

박인규 : 학교가 경쟁해야지 학생이 경쟁하면 안 된다.

이돈희 : 그렇죠. 그러나 물론 교육서비스측의 과다경쟁도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서 생기는 부작용들을 충분히 검토해서 역기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경쟁구조를 조금씩 조금씩 도입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어떻든 교육서비스를 경쟁구도에 넣는다고 하더라도 자연히 좋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돈 많은 사람들이 좋은 혜택을 볼 수 있죠. 그러면 소외집단의 문제가 생겨나고 흔히 말하는 양극화현상이 문제로 작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것을 우리가 미리 생각해서 소외집단, 특히 저소득층. 제대로 못 따라가는 집단에 대해서 국가가 어떻게 보살피고 어떻게 지원할 것이냐. 여기에 국가적 관심이 체계적으로 주어질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박인규 : 이명박 차기 정부의 교육정책 중 구체적인 것 중 하나가, 모든 고교에서는 영어수업을 영어로만 하겠다. 가능하냐는 반론도 나오는데요 민사고 같은 경우는 일찍부터 영어교육을 한 학교이기 때문에, 모든 고등학교에서 영어교육을 영어로만 하겠다. 어떻게 보십니까?

이돈희 : 국제화시대라고도 하고 적어도 교육받은 사람들의 영어구사능력이라는 게 오늘의 삶에선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긴 있습니다. 민사고도 국어와 국사를 제외하고는 전부 영어로 가르친다. 뭐 이렇게 처음 학교의 방침이 세워져 있었고 또 세상에 그렇게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들어가서 보니까 문제가 몇 가지 좀 보여요. 첫째로 고등학교 아이들이 그 시기에 언어발달수준에서 보면 언어가 상당히 고급화되는 시기란 말이죠. 사용하는 어휘라든가. 그리고 우리말이 갖고 있는 묘미와 속뜻을 제대로 그야 말로 제대로 체질화하는 시기인데 이때 모국어에 대한 교육을 등한시하는 것은 문제가 좀 있지 않겠느냐. 그래서 일요일만 우리말을 쓰게 하던 것을 토요일로 확장하고, 또 교사가 학생을 지도할 때 우리말을 쓰지 않으니까 자연히 칭찬을 해도 야단을 쳐도 가슴에 와 닿지 않는.

박인규 : 영어로 칭찬하고 영어로 야단치는 겁니까?

이돈희 : 예. 그런 문제도 생기게 되고. 교사들 회의도 영어로 하게 되니까 침묵이 지배해버려요.

박인규 : 그럴 수가 있겠네요.

이돈희 : 중요한 문제에 충분히 토론이 안 되는 문제도 생겨나고.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으면 우리말 사용하는 기회를 조금 균형을 취해서 해오고 있는데. 그리고 평소에는 EOP라고 해서 English Only Policy죠. 그것에 의해서 평소에 영어를 쓰게 합니다만 그것 가지고는 영어에 숙달하는 데 충분하진 않습니다. 그냥 노닥거리는 영어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영어는 노닥거리는 영어를 잘 하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거든요. 국제무대에서 의사를 충분히 체계적으로 발표할 수 있고 토론회도 참여할 수 있고, 문서도 검토하고 작성할 수 있고 계약에서 손해보지 않아야 되고, 이런 능력을 위해서라면 영어능력을 어떻게 키울 것이냐 하는 걸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토론을 통한 영어교육을 많이 강조해왔습니다.

박인규 : 그동안 한 4년 남짓 고등학교를 운영해오신 건데, 실제로 고등학교에 가서 실태를 보니까 어떤 문제점이랄지 개선방향이랄지 그런 게 좀 보이십니까?

이돈희 : 일반학교운영과는 좀 다릅니다.

박인규 : 고교의 보편적인 상황으로 보긴 어렵다.

이돈희 : 그렇습니다. 오히려 이런 점에서는 교육학자로서 갖고 있는 실험적인 의도를 실천해보는 것으로서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볼 수는 있습니다. 단지 자립형 사립학교지만 우리나라 교육체제가 중앙의 통제형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제약도 있고, 또 학교가 유별나기 때문에 사회적 분위기에서 오는 압력도 있고 그런 부담은 있었습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또 새로운 실험이 시작되는 것 같은데요, 우리 교육이 좀 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 너무 거창한 얘기긴 합니다만 마지막 마무리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돈희 : 지금까지 우리가, 참여정부에서는 대체적으로 말하기를 평등주의를 지향해왔다고 말합니다. 평등주의라는 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골고루 교육의 혜택을 준다는 의미에서는 그 가치를 과소평가할 순 없을 겁니다. 그러나 때로는 국가경쟁력을 주도할 인적자원으로 성장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고, 또 평등주의는 자연히 중앙통제가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자연히 나라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는 잠재성, 잠재적인 창의력을 계발하는 데는 평등교육의 체제가 문제가 될 수는 있죠. 그리고 평등교육이란 것은 우리가 단지 똑같은 유니폼을 입히듯이 획일적인 것이 평등교육이 되는 건 아니란 말이죠.

오히려 각자의 몸에 맞는 옷을 입어야 우리가 옷이 편안하고, 또 각자가 똑같이 보이는 거지, 똑같은 규격의 옷을 입히면 사실 똑같이 보이지가 않죠. 내 몸에 맞는 옷을 입을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같이 각자의 능력과 재능과 취향과 이런 것에 맞는 제도정책이 마련되도록 해야 되겠는데, 그러나 기회가 제한되면 자연히 경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 경쟁을 어떻게 공정하게 관리해줘야 하느냐. 또 경쟁을 외골수로 몰아가서 병목현상을 만들 게 아니라 경쟁을 다원화시킨단 말이죠. 넌 그걸 잘 하냐, 난 이걸 잘 한다, 이런 경쟁의 구조를 다원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또 경쟁에서 불리한 집단을 국가가 유의해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앞으로 우리 교육의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이렇게 봐집니다.

박인규 : 아까 명문학교와 좋은 학교의 차이를 말씀하셨는데, 좋은 학생을 뽑아서 잘 키우는 게 명문학교라면 모든 학생들의 잠재력을 키워주는 게 좋은 학교다. 우리나라 교육도 좋은 교육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이돈희 : 네.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민족사관고등학교 이돈희 교장을 초대해 최근의 교육현안에 대해 말씀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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