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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프렌들리'와 '피플 프렌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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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프렌들리'와 '피플 프렌들리'

<고성국의 정치분석ㆍ29> 대통령의 어법

입주업체들의 거듭된 민원에도 꿈쩍않던 대불공단 앞 전봇대가 당선인의 말 한마디에 뽑힌 사건을 두고 '탁상행정을 비판했더니 전시행정으로 답하더라'는 우스개 소리만은 아닌 이야기가 흘러다니고 있다.

관료사회에 대한 '전봇대 뽑기'식의 혁신 요구는 당선인의 입을 통해 연일 강도높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22일 있은 대한강국 국민보고대회에서는 공무원을 가리켜 '시대의 걸림돌, 자기 자리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거친 질타까지 터져 나왔다. 이토록 격하게 터져나오고 있는 공무원에 대한 불신이 당선인의 오랜 경제 활동 경험과 서울 시장 경험을 통해 쌓인 것이라 하니 이 또한 하루 아침에 고쳐질 것이 아니다.

그런만큼 이명박 당선인의 '말'은 체감도 높은 충격효과를 주고 있다. 아마도 구체적 사례와 결합된 단도직입적 직설화법이라는 이명박식 어법이 만들어내는 효과일 것이다.

뭐니뭐니해도 이명박식 어법의 백미로는'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꼽을 수 있겠다. 이명박 당선인은 이 한마디로 자신의 국정운영방향과 기조를 가감없이 표현했고 그에 상응하는 경제계의 화답과 지원을 얻는 데 성공했다. 그후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인수위가 가장 자주 쓰는 표현이 됐고 한나라당, 관료, 기업, 언론과 지식인 사회에서 '나는 한나라당편이고, 이명박 정부편이며, 보수 세력편이다'라는 정치적 선언을 대신하는 매우 편리하고도 세련된 관용어로 자리잡았다.

이쯤되면 이명박식 어법이 당선인이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통치수단으로 자리잡았다고 해도 되겠다. 이러한 현상을 현대 미디어정치 시대의 일반적 특징으로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독특한 어법이 참여정부 5년간 가장 큰 정치적 감점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생각해보라.

같은 구어체 어법이라도 비유와 상징이 많은 노무현 대통령의 설득형 어법이 사사건건 정치적 시비에 휩싸였던데 반해 자신의 경제 활동 경험 사례를 주로 동원하는 이명박 당선인의 단도직입적인 직설적 어법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정치적 시비를 피해가면서 사태의 핵심을 짚어내는 정치 수단으로 효과적으로 작동해 왔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지나치게 단정적인 어법과 '나는 나, 너는 너' 식의 지나치게 무미건조한 현장형 어법이 경험과 실용과 실적을 중시하는 그의 실용주의 노선 속에서 무차별적으로 사용될 때 때로 '당선인은 달을 가리키는데, 주위사람들은 손가락만 보는' 우를 양산해 낼 위험이 있다는 점은 지적해 두어야 할 듯하다.

당선인은 며칠전 한국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비즈니스맨 프렌들리'로 오해하지 말라.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기업인과 노동자 모두에게 프렌들리한 것이다"라는 부연설명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감성적 어법이 거둔 정치적 효과가 큰 만큼 그 이면의 반발 즉, '비즈니스 프렌들리'에 대한 노조와 서민들의 부정적 시각도 크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특히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노조와 서민의 정치적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사실은 '피플 프렌들리'라는 점을 애써 설명해주는 사람들이 당선인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은 사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오죽하면 당선인이 직접 부연설명에 나서게 됐느냐는 것이다.

사태가 이렇다면 해결방안은 두 가지다. 첫째 방안은 당선인이 어법을 고치는 것이다. 다소 밋밋해도 '비즈니스 프렌들리'보다는 '피플 프렌들리'를 쓰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둘째 방안은 당선인의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피플 프렌들리'로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들로 비서실을 제대로 꾸리는 것이다.

대통령의 어법이 프레지던시의 수준을 가늠하는 1차적 척도가 된다는 점, 대통령의 말이 가장 효과적인 저비용 고효율의 통치수단이라는 점, 대통령의 말이야말로 국정에 대해 국민이 감성적으로 체감하는 1차적 소재라는 점을 두루 감안하면 당선인의 선택은 분명해질 것이다. 자신의 어법을 고쳐가는 한편, 자신의 말을 정치적으로 거르고 고치고 보완해 줄 정도의 능력과 안목과 배포와 신뢰를 가진 비서실을 꾸리는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최근의 정부조직개편 문제와 관련해 정 안되면 '차관 체제'로 가겠다고 말했는데,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싸고 조성된 가파른 갈등 국면에서 나온 말이긴 하나 정치적으로 걸러지지 않은 오기에 가까운 말이고, 더 나아가 차관 또한 인사 청문만 안 할 뿐이지 정부조직법에 의해 규정 받는 것은 장관과 매일반이니 만큼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면 실언에 가까운 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선인의 말과 어법에 대한 좀 더 사려깊은 준비로 이와 같은 실효성 없는 말들이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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