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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출 문화재, 우선 정확한 실태파악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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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해외 유출 문화재, 우선 정확한 실태파악부터"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1/18] 미술사학자 강소연 박사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몇 년째 갈등을 겪고 있는 외규장각 도서반환 문제 등 해외 유출 문화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문화재 반환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문화재청에 따르면 해외로 유출된 뒤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우리 문화재가 7만5천 점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문화재를 찾아와야 한다는 목소리만 커져갈 뿐 어떤 문화재가 어디에 보관돼 있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동아시아학술원의 미술사학자인 강소연 박사가 6년여에 걸친 현지조사를 통해.. 해외 각지에 보관돼있는 우리 불교회화들을 접하고 그 의미와 가치를 정리한 책을 출간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강소연 박사를 초대해 불교회화를 중심으로 한 해외로 유출된 우리 문화재들을 살펴보고, 진정한 의미의 문화재 반환운동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미술사학자 강소연 박사입니다 강소연 박사는 일본 교토 대학에서 동양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타이완 국립중앙연구원 역사어언연구소의 장학연구원으로 일했습니다. 현재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원 및 홍익대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일본에 소장되어 있는 조선 왕실의 불교회화 연구로, 2005년 일본 미술계 최고권위학술상인 '국화상'을 수상했습니다. 또, 지난해에는 한국 '불교소장학자 우수논문상'을 수상했습니다..

박인규 : '잃어버린 문화유산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책을 내셨어요.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 문화재 약 20점을 소개했다, 또 알려지지 않은 사진도 한 200컷 있다고 들었는데요, 외국에 나가있는 우리 문화재들만 찾아서 책을 써야겠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강소연 : 전공이 한국미술사인데요 한국미술사 중에서도 불교미술사입니다. 그런데 불교미술사를 공부하다 보니까 유물이 전반적으로 조선 후기에만 집중돼 있고요, 조선 전기 이전으로 올라갔더니 유물수가 현격히 떨어졌습니다. 특히 불교회화 같은 경우에는요, 국내에는 고려시대와 조선 전기 다 합쳐서 10점 미만이고. 그리고 해외에는 총 집계 한 250여 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통사적인 흐름을 파악하려면 역시 해외에 나가서 유물들을 조사를 하지 않으면 통사적인 흐름이라든가

박인규 : 제대로 알 수 없다.

강소연 : 그렇죠. 그래서 해외에 나가서 조사를 시작한 것이 계기가 돼서 이렇게 책까지 연결되게 됐습니다.

박인규 : 고려나 조선 전기에 불교회화가 국내엔 10점 밖에 없는데 해외에는 250점 있다. 그럼 국내에는 10%도 안 되는 거네요. 엄청나게 많이 나갔다는 얘기네요...

강소연 : 그렇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인규 : 실제로 어디어디 가셔서 조선 전기, 고려시대의 불화를 살펴보신 겁니까?

▲ ⓒ프레시안

강소연 :
해외에 유출돼 있는 문화재 숫자는 굉장히 많다고 들어 알고 있는데요, 장르도 굉장히 다양합니다. 조각, 공예품, 사경, 그런데 일단 제 전공에 한해서만 말씀드리자면 일본 같은 경우는 불교회화가 유출돼 있는 것 중 약 7할 내지 8할이 거의 일본에 집중돼 있고

박인규 : 거의 한 200점 가 있다는 얘기네요

강소연 : 그 다음 미국, 유럽 등지에 흩어져 있습니다.

박인규 : 우선 궁금한 건 거기 일본이나 외국에 나가있는 게 나름 귀중하게 보관하고 있을 텐데 한국사람이 가서 문화재를 봅시다, 하면 잘 보여줍니까?

강소연 : 각 지역과 기관마다 조사절차가 다 다른데요, 그래서 일본에 처음 갔을 땐 일본 특유의 조사관습법이랄까 그런 것들을 제가 잘 몰라서 좀 많이 혼란을 겪었습니다. 조사관습법이라고 한다면 조사가 공식적으로 가능한 곳이 있고 아예 접근이 불가능한 곳이 있고

박인규 : 보지도 못하고

강소연 : 그렇죠. 그리고 공식적 루트로 가능한 곳, 특정 기관이나 특정 인맥을 통해서만 조사가 가능한 곳 등, 이렇게 각 기관이나 지역마다 다 달라서 일단 그것을 파악하는데 한 2년 정도 걸렸고요.

박인규 : 파악하는 데만...

강소연 : 네. 2년 이후부터는 현지 일본 사람들이나 외국인들의 도움을 받고 해서 조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박인규 : 말씀 들어보면 해외에 나가있는 게 250점인데 7할이 일본에 있다면 한 200점, 이번에 소개된 건 한 20점 정도로 알고 있는데, 20점은 그 중에 가장 좋은 것만 고른 겁니까 아니면 접근이 가능한 것만 고르신 겁니까?

강소연 : 되도록이면 가장 작품성이 뛰어난 것만 골라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물론 다 우리의 아끼는 보물이지만, 그 중에서 특히나 왕실에서 조선 또는 고려시대 왕실에서 나온 작품성이 뛰어난 것 위주로 조사했고요. 또 물론 제가 조사한 것은 그 많은 작품들 중 빙산의 일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조사한 것들 중에서도 또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추려서 이번 책으로 엮었습니다.

박인규 : 책을 보니까, 일본에 소장하고 있지만 우리 불교회화를 딱 보는 순간 우리 것이다, 흔한 말로 하면 피가 통한다고 할까요, 그런 느낌을 받으셨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런 게 있습니까? 우리 불교회화의 특징이 있는 모양이죠.

강소연 : 네. 어렵게 촬영허가를 받아서 막상 촬영 준비를 해서 장소에 가면 담당 학예관이나 조사 관계자들이 그림을 소중하게 들고 나와서 족자로 말려있는 그림을 두루루 이렇게 펼칩니다. 그 펼치는 순간, 내려가는 순간 이게 우리 작품일 경우엔 마치 이산가족 만나듯이, 아주 오랫동안 떨어졌던 가족 만나듯이 느낌이, 본능적인 직감이 순간적으로 옵니다. 그런데 이런 느낌은 비단 아마 저만 느끼는 게 아니고 한국 분들이면 어느 누구라도 해외 나가서 우리 것을 봤을 때 어느 누구라도 어느 정도는 느끼는 직감 아닐까 생각됩니다.

박인규 : 책에도 보니까 일본의 한 사원인가 어딘가에서 자기네는 이걸 가마쿠라 시대의 일본 불화라고 분류했는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그런 부분도 있어요. 그걸 보면 한, 중, 일 불교회화도 같은 동아시아지만 특징이 다른 모양이죠?

강소연 : 그렇죠. 한참 일본에서 조사하고 있던 시절 고베 시립박물관에서 일본인 학예관이 연락을 했습니다. 창고 안에서 아무리 봐도 일본 게 아닌 작품이 있는데 시대 분류는 일본 가마쿠라 시대로 돼 있다. 와서 좀 봐주지 않겠느냐 해서 달려가서 봤더니, 보자 마자 이건 고려 후기 때 우리 작품이구나 하는 느낌이 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느낌상으로 아 이거 한국 것입니다 하고 얘기했을 때, 특히 작품이 우수할 경우에는 질문공세가 마구 퍼부어집니다. 일본 거나 중국 것이 좋은 작품일 경우, 이거 중국 것입니다 일본 것입니다 할 때는 아 그렇구나 하고 금방들 수긍하지만, 아주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이 한국 것입니다라고 얘기했을 경우에는 많은 질문공세를 받고 또 논리적으로 많은 이유를 대야 됩니다.

박인규 : 그 말씀은 아직도 일본에 있는 사람들이 한국의 불교회화를 좀 낮춰본다는 얘긴가요?

강소연 : 아마 일본뿐만 아니고 세계적으로 아직 한국 것은 일본이나 중국 것보다 조금은 문화적 제국주의, 문화적 편견이 조금 존재하지 않나 생각하는데요. 그렇지만 고려불화의 아름다움 같은 건 이미 세계적으로 많이 지금 인정받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저는 수월관음도인가요? 굉장히 대단한 작품이라고는 알고 있는데, 강소연 박사가 보시기에 이게 사실 그림을 보여드리면서 말씀을 해야 됩니다만, 우리 불교회화만의 특징 같은 게 있다면 어떤 겁니까?

강소연 : 먼저 우리 것 말씀드리기 전에 중국이나 일본 것을 말씀드리자면, 중국 것도 일본 것도 시대마다 다르고 작품마다 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일반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중국 것 같은 경우에는 송대 이전 작품들은 좀 구도나 구성 같은 게 굉장히 합리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합리적이라는 것은 오행감 같은 것을, 구도의 깊이나 거리라든가 이런 걸 아주 합리적으로 잘 살렸고. 명대 이후로 내려오면 마치 중국요리 먹듯 진하고 화려해지기 시작합니다. 일본 같은 경우, 일본은 보통 매뉴얼의 천국이라고 알려져 있죠. 항상 매뉴얼대로 그대로 따라하는 습성이 있어서 어떤 특정 규범에 따라서, 특정 정해진 법칙에 따라서 아주 엄격한 의궤에 따라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많아서 굉장히 섬세하고 엄격하지만 재미는 느끼지 못하는데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엔 한국 특유의 생동감과 밝음이 있습니다. 심지어 더 나아가서 어떤 해학과 유머까지 있는데요. 가끔 종교화 같은 엄숙한 장르에서도 이런 해학과 유머 같은 게 발동돼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굉장히 기쁘게 하는 요소가 있습니다.

박인규 : 책에 보니까 굉장히 많은 부처님을 조그맣게 그려놨는데 웃는 분 뭐, 굉장히 여러 가지 표정이 있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만. 저희가 알기로는 조선은 유학을 국교로 해서 세운 나라인데, 그것도 조선 전기 왕실에서 나온 불화를 주로 하셨다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강소연 : 국교가 불교에서 유교로 전환된 건 조선시대부터라는 건 누구나 다 주지하는 사실이고요. 그 이전에 국교는 고구려 때 불교가 전래돼 온 이후로부터 계속 불교였죠. 그래서 어떻게 보면 한국 미술사라면 불교미술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조선 전기 왕실에서, 어떤 유교적 모범, 모델이 돼야 할 왕이나 왕비가 발원한 작품들이 불교회화 또 불교작품인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거의 천 년 동안 내려온 그런 어떤 우리 민족을 지배했던 국교로서의 불교가 가치관으로서 그대로 사람들 머릿속에 여전히 남아있었고요. 또 정책상으론 유교로 전환됐지만 그 불교 안에 담긴 천국이라든가 극락, 이런 생사관이라든가 죽어서 천국을 간다 극락을 간다, 이런 사상들도 여전히 사람들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있었던 걸로 알 수가 있겠고요

박인규 : 불화 중에 한글로 글씨를 쓴 불화도 있더라구요. 주로 여성들이 많이 봤다는 불화가 있던데

강소연 : 굉장히 흥미로운 작품이 있는데요, 일본 시코쿠 청산문고라는 곳에 소장돼 있는 안락국 태자경 변상도라는 작품인데요, 이 작품을 조사하러 갔는데 작품이 그리 크진 않은데요 거기에 16세기 왕실 궁정에서 썼던 훈민정음이 깨알 같은 글씨로 가득 적혀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작품을 봤더니 그 안에 여러 가지 재밌는 이야기가 나오고요, 이 이야기의 출처를 거슬러 올라가서 조사해봤더니 월인석보에 담겨있는 얘기가 그림으로 그려져서 궁정 안에서 굉장히 인기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16세기에 훈민정음이 써있다는 건 상당히 국어학적으로도 자료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강소연 박사께서는 외국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가져와야겠다, 그런 차원이기보다는 하여튼 우리 문화재가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보자, 해서 가신 거 아니에요? 제가 앞서 소개해 드렸지만 외국으로 나간 문화재가 7만5천 점이나 된다고 해요. 이번에 직접 가서 보시고 가치를 소개한 게 20점 밖에 안 되는데 해외로 나간 문화재 반환운동 어떻게 보세요? 어떻게 하는 게 제대로 된 수순입니까?

강소연 : 우선 해외에는 좀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굉장히 많은 장르의 많은 유물들이 유출돼 있는데요, 책에서 20여 점만 소개한 이유는 집중적으로... 양적으로 많이 알기보다는 질적으로 좀 심도있게 소개하고 싶어서.

박인규 : 제대로 그 가치를 알자.

강소연 : 네. 그 다음에 또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좀 의무가 선행된 이후에 권리를 주장하면 그 권리주장이 더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의무라는 건 거창한 게 아니고 우리 것을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관심에서부터 조금 시작해서, 밖에 많이 나가 있다고들 하는데 과연 어떤 것들이 나가 있는지 찬찬히 관심과 애정을 가지면 그것이 점점 더 커지고 많은 연구성과로 이어지고 하게 되면 세계에서도 무시 못할 당당한 권리주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박인규 : 단순히 어떤 작품이 나가있다... 가 아니라 그 작품이 언제 나간 것이고 특히 그 작품의 가치가 이런 것이다라는 걸 우리가 알 때 뭔가 발언권도 세질 수 있다.

강소연 : 그렇죠.

박인규 : 많은 분들이, 해외로 유출된 우리 문화재는 예를 들면 병인양요 때 외규장각 도서처럼 강탈당한 경우도 많을 거라는 생각들을 많이 하는데. 실제로 이번에 20점에 달하는 그런 것들을 소장하고 있는 일본의 사원이라든가 박물관에선 그걸 어떻게 소장하게 됐는지를 밝힙니까?

강소연 : 먼저 유출된 경로는 많습니다. 예를 들어, 고려 말기 나라가 굉장히 혼란스러웠을 때 왜구들이 아주 내륙 깊숙이까지 들어와서 굉장히 많은 유물들을 약탈해갔다고 합니다. 특히 나라가 혼란기일 때는 내륙 깊숙이까지 들어와서 아주 중요한 것들을 많이 가져간 걸로 알고 있고요. 그 다음에 또 임진왜란 때도 많이 가져갔고요. 또 일제 강점기 때, 6.25 이후에 여러 가지 경로로 유출됐습니다. 그런데 그 많이 가져간 것에 대해서는 항간에선 굉장히 분노를 자아내는 것이 되기도 하고요. 또 어떤 때는 아, 굉장히 나라가 힘이 없는 게 슬프기도 하고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요. 그런데 지금 집계되는 것이 7만4천에서 6천 점이라고 하는데요, 어떻게 보면 그만큼 스스로를 지키지 못했다라는 말도 됩니다. 자기가 자신을 스스로 지키지 못했다는 것은 결코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닌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거든요. 국내에 있는 것이라도 잘 보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알고 정리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강소연 : 그렇죠.

박인규 : 해외에 있는 문화유산을 문화재청에서는 점수로 7만5천 점쯤 된다고 집계를 냈는데, 강소연 박사처럼 실제로 어떤 문화재가 어디 가있고 그 문화재는 이런 가치가 있다, 그런 식의 작업을 하는 분들이 또 있나요?

강소연 : 전문가 분들 중에 꽤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제가 실제 조사를 갔을 때 좀 어려웠던 상황이라고나 할까요? 기존에 나와 있는 유출유물 목록을 보고 조사를 나갔을 경우 굉장히 당황했던 적이 많습니다. 갔더니 그것이 중국 것인 경우도 있었고, 또 그 반대인 경우도 있고. 우리나라 것인데 중국 것으로 돼있는 경우도 있고. 그리고 아직 집계가 안 된, 각 개인이 갖고 있거나 아니면 개인박물관이 갖고 있어서 집계가 안 된 작품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시점은 좀 더 정확한 집계를 바탕으로 한 통계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니까 해외로 유출된 문화재를 반환하라는 목소리도 중요합니다만, 유출된 문화재가 어디 가 있는지도 제대로 파악하는 것부터가 중요하겠네요. 앞으로 할 일이 굉장히 많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 내신 '잃어버린 문화유산을 찾아서'가 원래는 현대불교신문이라는 데 연재했던 거고 그 바탕은 교토대학에서 받으신 박사학위 논문 '조선 전기 불교회화 연구'가 바탕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박사논문이 아마 일본에서 최고 권위의 미술논문상인 국화상을 받았다고 해요. 전 약간 좀 의아하기도 한 것이 한국인이 조선 전기 불교회화에 관해서 쓴 것인데 일본에서 상을 줬어요. 어떤 의미입니까 그건?

강소연 : 박사논문 중에 실린 한 논문이 받았는데요, 그 논문은 일본미술사 학술지인 '불교예술'에 실린 논문이었습니다. 논문에 대상이 되는 작품은 우리나라 16세기 조선 왕실에서 발원된 작품인데요, 조선시대 12대 왕인 인종의 부인인 공의왕대비가 주문을 해서 발원한 작품이 논문의 대상이었는데 그 작품의 제목은 '관음보살32응탱'이라고 합니다. 죽은 인종의 명복을 빌기 위해서 만들어진 작품인데요, 당시 인종의 죽음과 관련해서 을사사화도 있었고 해서 당시에 아마 죽었던 많은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공의왕대비가 자금을 투자해서 정성을 들여 만든 작품입니다. 그 작품이 일본 교토 지은원에 소장돼 있습니다. 그 작품을 논할 때 우리나라 것만 가지고 우수하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외국사람들은 쉽게 고개를 끄덕여 주지 않거든요. 그래서 주변의 중국이나 일본의 유사한 장르의 작품들과 비교를 상세하게 한 다음 한국의 어떤 독특한 점을 찝어냈습니다. 그런데 물론 저도 그 논문이 선정돼서 굉장히 놀랐는데요,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작품이 너무 좋습니다. 너무 아름답다 보니까 아무래도 많은 학자들의 주목을 끌었고요, 또 많은 학자들이 들여다보고 읽게 돼서 그 영광이 저한테까지 오게 되지 않았나. 저는 작품 덕에 상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원래 작품이 좋았고 그 작품의 가치를 알렸다고 볼 수 있겠네요.

저도 책을 다는 못 읽어보고 앞에만 조금 읽어봤는데, 상당히 쉽게 해설을 해주신 것 같아요. 그런데 알고 보니까 아버님도 굉장히 유명하신 미술사학자 분이시던데요. 미술사학을 어릴 때부터 하겠다는 생각을 하신 겁니까?

강소연 : 예. 어렸을 때부터 아버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박인규 : 잘 모르실 것 같아서 소개를 해드리면 경주박물관을 하신 강우방 박사님이고 지금은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을 하고 계시죠. 어렸을 때 경주에 사셨고

강소연 : 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놀이터가 박물관 정원이었고 박물관이었습니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마치 그냥 호흡하는 산소처럼 미술품에 둘러싸여 있었고요. 또 그래서 영향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또 아버님 같은 경우에는 유물과의 교감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시는 학문적 방법론을 갖고 계셔서요.

박인규 : 그 말씀은, 유물을 직접 만나봐라.

강소연 : 네. 도록이나 사진이라든가에 의존하는 건 마치 사람을 그냥 사진으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람도 직접 만나봐야 그 사람의 성격이라든가 생각을 알 수 있지 않겠느냐. 유물도 직접 만나서 교감했을 때 유물을 알 수 있게 된다, 이런 가르침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받아서요. 실제로 유물을 많이 가서 직접 보고

박인규 : 유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강소연 : 네. 촬영도 가능하면 되도록이면 제가 직접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런데 강박사의 약력을 보니까 일본에서도 공부하셨고 영국도 가셨고 미국도 가셨고 대만에도 계셨고. 좀 민족주의 성향이 강하신 분들은, 아니 한국미술사를 한다면서 왜 이렇게 외국으로 돌아다니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실 것도 같아요. 박사학위도 일본에서 받으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강소연 : 애초에 테마가 일본에 소장돼 있는 한국 유물, 또 해외에 소장돼 있는 국보급 한국 유물들을 조사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나가게 됐고요. 해외를 많이 돌아다니지만 그 중심은 항상 한국에 있습니다. 한국을 중심의 잣대로 놓고 해외에 나가서 조사하기 때문에 한국에 뿌리를 둔다는 것은 흔들림이 없습니다.

박인규 : 제가 절에 가거나 불화를 보면 저희들은 안목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부처님 참 잘 생겼다, 이 정도로 끝나는데. 우리가 피카소라든가 고흐 같은 건 열심히 보면서도 우리 불화, 우리나라 전통회화를 잘 모르거든요. 불화 같은 전통회화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 겁니까?

강소연 : 너무 말씀 잘 해주셨는데요. 우리가 고흐의 해바라기라든가 피카소의 게르니카 다 알잖아요? 명작으로 다 알죠. 그런데 정작 우리의 명화는 잘 모릅니다. 그리고 예를 들자면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같은 경우는 굉장히 많이들 아시는 작품이고

박인규 : 저도 심지어 직접 가서 봤습니다.

강소연 : 그리고 어느 누구도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하느님과 아담의 손가락이 만나는 장면을 기독교화라는 종교화에 한정짓지 않습니다. 세계의 명화로 인식하죠. 그렇듯이 저는 이제 우리 왕실에서 나온 이런 불화들도 더 이상 어떤 불화라는 테두리 안으로 한정지을 것이 아니고 우리의 명화로, 그 다음 수월관음도 같은 경우는 이미 일본을 통해서 세계의 명화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거꾸로 저희가 오히려 유물보다도 뒤처지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지 않나 생각하는데요. 지금 불국사라든가 석굴암을 불교의 종교유물로 한정짓지 않고 우리의 문화유산, 그 다음에 석굴암 같은 경우에도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문화유산이죠. 그렇듯이 우리의 불교미술품이라든가 우리의 작품들을 좀 더 자긍심을 갖고 인정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박인규 : 우선 저희들이 제대로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공부를 많이 해야겠군요.
해외에 나가있는 우리 문화재들의 가치를 찾기 위해서 첫발을 떼신 것 같은데, 앞으로도 계속 이런 작업을 하실 건지, 미술사학자로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간단히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소연 : 필요에 따라서, 그 유물이 국내에 있건 해외에 있건 제가 조사할 필요가 있다면 국내조사 및 해외조사를 계속 해나갈 예정이고요. 또 어떤 식으로 연구를 진행하든, 또 해외 나가서 해외, 국내뿐 아니고 일본, 중국 유물들도 많이 보는데요, 무엇을 보고 공부하든 간에 그 중심은 항상 한국 미술품의 정체성을 찾는 작업이 될 겁니다. 이런 명작들을 저 혼자 보기엔 아깝다, 제가 나눌 건 없지만 나누고 싶다라는 소박한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사느라고, 또 일상에 지치신 분들이 잠시라도 그 작품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피곤함을 잠시라도 잊으실 수 있다면 저는 굉장히 감사하고 기쁘겠습니다.

박인규 : 저희가 해외유출문화재의 반환을 외치기 전에 해외유출문화재의 소재도 물론이거니와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아는 작업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강소연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미술사학자인 강소연 박사를 초대해 불교회화를 중심으로 한 해외 유출 우리 문화재들을 살펴보고 진정한 의미의 문화재 반환운동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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