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만난 이명박 "비정규직 말로만 떠들면 뭐하나"

李 "나는 건강한 진보…민노당 변화에 관심"

이명박 당선인이 17일 오후 민주노동당 심상정 대표를 국회에서 만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당면 현안을 비롯해 국정운영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당부하기 위해서다.
  
  두 사람의 회동은 부드럽게 시작됐다. 심 대표가 "민노당의 혁신과 당선인의 혁신이 나라가 잘 되고 서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로 잘 됐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네자, 이 당선인은 "민노당이 변하고자 하는 제안들이 어떻게 진척되어 가는지 아주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잘 진행된다면 국민들도 민노당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라고 관심을 표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바로 신경전으로 바뀌었다. 심 대표가 "야당이 강력해야 정부도 좋은 정치가 가능하다"고 하자 이 당선인은 "지금도 너무 강력한 것 아니냐"고 맞받았다.
  
  이 당선인은 이어 "언론에선 내가 제일 센 진보로 나와 그것 때문에 경선할 때 힘들었다"며 "내가 생각해도 진보가 아닌데 왜 거기까지 있나 싶다. 일하는 방식 때문이 아닐까 한다. 건강한 진보다"고 말했다. 우회적으로 민노당을 '낡은 진보'라고 비판한 셈이다.
  
  이 당선인은 심 대표가 "민노당이 과감한 혁신으로 다수 서민들의 바람을 반영하는 강력한 진보야당이 되겠다"고 의지를 보인데 대해 "나 자신이 태생부터 그쪽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서민을 위한다는 게 자칫 서민에게 불편을 주는 정책도 있다"고 어깃장을 놓기도 했다.
  
  이 당선인은 특히 민노당의 관심사인 비정규직 문제를 먼저 화제로 꺼내며 "비정규직 위한다고 백날 말하면 뭐하냐. 한 사람이라도 길을 터줘야 한다"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말로만 떠들면 안 된다"고 공격했다.
  
  이 당선인은 "경제 잘 되면 비정규직 문제도 함께 해결될 수 있을 것이고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이 당선인은 심 대표가 "18대 국회에서는 작년에 잘못 입법된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제도적 변화, 비정규직법 개정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하자 "여러 형태의 비정규직이 많아 한 형태만으로 얘기하기 힘들다"고 피해갔다.
  
  양 측의 신경전은 정부조직 개편안으로 이어졌다. 심 대표는 "민노당은 공공, 복지, 여성, 통일문제를 중시한다"며 "내가 여성이기에 좀 섭섭한 건 여성이 대접받는 사회야말로 진정한 선진사회라고 생각하는데 여성부처는 폐지가 아니라 확대가 필요하다. 여성부 폐지로 가닥잡은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고 생각한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이 당선인은 "여성표를 받아 당선된 사람이 설마 그렇겠느냐"고 정면 대응을 피하는 한편, "서울시장 시절에 여성부처를 따로 두니까 다른 부처에서 관심이 없더라"며 여성부 통폐합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통일부 폐지에 대해서도 심 대표가 "남북간 특수관계를 인정해야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이 당선인은 "통일문제도 지금은 남북간 폭넓은 협력이 가능하다"고 에둘렀다.
  
  또한 재정기획부 확대강화에 대해서도 심 대표가 "과거 재경원이 불행히도 모피아라는 오명을 썼다"고 우려를 표하자 이 당선인은 "기능적으로 원스톱으로 가서 일을 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세계 모든 추세가 대통합을 더 요구하는 추세"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