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한국정치학회장 이정희 교숩니다. 이정희 교수는 1953년 서울 출생으로 80년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고 87년 미국 미주리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88년 년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이집트 카이로대 초빙교수와 쯔꾸바대 교환교수로 근무했습니다. 또, 한국세계지역학회와 미국정치연구회 회장을 비롯해 경실련 정치개혁위원회 위원장, 유엔한국협회 사무총장을 역임했습니다. 지난 1월1일부터 한국정치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우선 축하드립니다. 1월 1일부터 정치학회 회장으로 활동하시는데요. 우선 간단하게 소감과 포부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정희 :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학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서 우선 아주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어느 정치학자나 한 번쯤 한국정치학회 회장으로 봉사하고 싶은 마음들이 대개 있을 거고요, 그만큼 상당히 책임감도 느낍니다. 오랜 전통 속에서 우리나라 정치학자들이 쭉 여러 가지 활동을 해왔고. 또 그 분들을 위해서 봉사하고 대표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참으로 큰 책임을 느껴야 되는 자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많은 분들이 현실정치, 실제 정치인들은 많이 아시겠지만 정치학자들은 잘 모르실 것 같아요. 정치학회 회원은 어떤 활동을 하시고 회원은 얼마나 되시는지 간단히 소개해 주시죠.
이정희 : 현재 한국정치학회 회원은 약 1900명 되고 있는데요, 그 중 한 1750명이 정회원으로 돼 있고 여러 연구소라든가 각 대학 도서관이 또 단체회원으로 돼 있습니다. 지금 현재 아직까지 학위를 받지 못했지만 박사학위 과정에 있는 분들도 준회원으로 계시고. 아마 대부분의 회원들은 학교에서 강의하시고 연구하시는 직을 갖고 계시고. 또 사회과학 관련한 여러 연구소에서도 일하고 계시고, 그 밖엔 기업이라든가 또는 정계에서 직접 활동하고 계신 분들도 꽤 있습니다.
박인규 : 올해가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이에요. 정치학회로서는 굉장히 좀,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만 정치학 하시는 분으로서는 연구해볼 과제도 많을 것 같은데 올해 정치학회에서 특별히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어떤 겁니까?
이정희 : 정부수립 60주년 되는 해기도 하고 정전체제의 55주년이 되는 해기도 하고. 사실 올해 여러 가지 몇 주년, 몇 주년 되는 사건이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떤 분들은 올림픽을 개최한지 20주년 되는 해고 북경올림픽이 있는 해기도 하고, 상당히 이벤트성의 학술회의가 가능한 해인 것 같습니다. 꼭 이벤트성이 아니더라도 정부수립 60주년이라는 것은 지난 60년의, 우리가 환갑나이가 되는 거니까 과거를 한 번 되돌아보고 반성하고, 또 그 속에서 정치학이라는 학문이, 또 그 학문에 전념하고 있는 여러 학자들이 과연 어떠한 공헌을 해왔고 어떤 불찰이 있었는가도 한 번 반성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약간 현실로 돌아와서 지난 12월에 17대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나서 10년만의 정권교체가 이뤄졌고, 많은 분들은 보수- 진보- 보수로 한 사이클이 이뤄졌다. 이런 여러 가지 평가를 하셨는데 이번 대통령선거의 의미를 어떻게 보십니까?
이정희 : 이번 대선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가 나왔습니다만, 가깝게는 노무현 정권 5년간을 평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었다고 볼 수 있고. 좀 더 폭을 넓혀서 보면 지난 10년의 좌파정권이라고 흔히 불리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으로부터 이제 보수적 정치세력이 다시 한 번 집권하게 된 선거였기 때문에 정치발전적 측면에서는 이런 수평적인 정권교체가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고, 그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민주적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 긍정적인 측면도 찾아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이번 선거를 노무현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고 평가하셨는데요, 노무현 정부, 또 나아가 김대중 정부 이후 진보적 정권 10년 동안의 정치적 공과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이정희 : 그 공과를 뭐 즉시 5년도 채 안 지났는데 노무현 정부를 평가한다는 건 어렵지만 국민들의 판단은 아마 여러 가지 근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봤을 때는 노무현 정부가 내세웠던 참여정부라는 것, 또 그 속에서 추구하려고 했던 여러 가지 정책의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번에 이명박 당선인도 지적했습니다만 선거과정이 깨끗해졌고 선거자금이 과거보다 훨씬 덜 들게 됐고, 또한 과거에 소외됐던 집단들이 정치권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그들의 정치참여를 활발하게 했다는 측면은 상당히 좋은 측면인데, 참여정부가 아무래도 정책의 실패도 있었지만 포용하는 리더십의 부족이랄까. 자신들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상당히 적대시하는 정책으로 일관돼 왔기 때문에 포용하지 못하는 리더십이 결국 실패로 귀결되지 않았는가, 전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정치의 저변을 넓힌 공은 있지만 포용하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정희 : 네. 오히려 참여를 이끌어냈지만 기존에 참여하고 있던 정치세력들을 참여시키지 못하는, 결국 소외시키는 정치를 펴온 것 아닌가. 이렇게 봅니다.
박인규 : 최장집 교수나 몇몇 정치학자 분들은 절차적 민주주의라는 것이 단순히 선거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선거로 뽑힌 지도자가 뽑은 국민들에 대해서 말하자면 책임을 지는 것이 중요한데, 책임지는 문제에서 좀 미흡했다. 말하자면 독주한 경향이 있다, 이것도 민주정치의 약간 결함 아니냐는 지적을 하시던데 책임성의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이정희 : 그렇습니다. 이건 그 책임성을 결국 국민이 묻게 된 것이고 그것이 아마 이번 대선에서 결과로 나타난 거라고 보는데요. 결국 제시되는 정책의 선호의 문제는 주권자들이, 유권자가 판단하게 되는 것이고. 그것은 설득과 지속적 노력을 통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정책방향으로 그들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진정한 리더가 아닌가 싶은데 그냥 정책을 던져놓고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반개혁 반민주세력으로 몰아치는 이러한 리더십은 결국 제대로 된 실질적 민주정치를 이루는 데는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 이렇게 보입니다.
박인규 : 설득과 합의형성에서는 굉장히 부족했다고 볼 수 있겠군요.
많은 분들이 87년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의 절차적 민주주의가 거의 완성됐다는 평가들을 하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를 바라보면서 민주주의의 요체는 정당정치인데 정당정치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평가를 많이 하세요. 예를 들면 이회창 후보의 출마라든가 열린우리당이 해체되고 새로 당을 만든다든가. 어떻게 보십니까?
이정희 : 그렇습니다. 이번 대선이 수평적 정권교체라는 측면에서 정치발전에 긍정적이었다고 한다면 정당정치가 소멸돼가고 정당정치에 대해서 국민의 신뢰가 상당히 무너져버린 것 같은, 그래서 시도하려고 했던 시험적인 절차였습니다만, 기간당원제 또는 진성당원체제라든지 밑으로부터의 공천 같은 것이 상당히 유명무실해졌다는 거죠.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이 우리나라가 대의정치를 근간으로 해서 정치를 이끌어나가려고 했을 때 가장 중요한 기구, 제도가 정당인데 이번에 지적하신 것처럼 한나라당의 경선 절차를 완전히 무시하고 이회창씨가 나왔다든가. 또는 몇 달 만에 급조된 정당이 있었고. 또 여러 가지 이합집산이 몇 달 만에 몇 번씩 이뤄지는 이런 것 때문에 사실 유권자들이 어떤 정당을 지지해야 될지, 이런 혼란성에 빠지게 되고 이걸 다시 추스르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 아니냐. 그래서 현재 새로운 정당체계를 복원하는 작업이 총선 전까지는 좀 마무리 지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박인규 : 지금 상당히 어렵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만, 일각에선 심지어는 이명박당, 이회창당, 문국현당, 이렇게 표현을 해요. 개인당 비슷하게 돼 버렸다. 총선까지 그런 정당정치를 복원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이정희 :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현재 우리의 정당체계를 좀 더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가려면 보수정당과 개혁적인 진보정당과, 또 양 끝이 그것보다 좀 더 보수적인 정당, 왼쪽에 그렇지 않은 정당들이 있으면 좋겠는데 현재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이 각기 그러한 축을 마련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다가 지금 논의되고 있는 자유신당이 보수의 한쪽을 맡아주고 중도좌파랄까 이런 정당을 아마도 현재의 통합신당 또는 민주당, 또는 창조한국당이 뭔가를 꾸려준다면 국민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좀 더 안정적으로 이런 것을 구축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갖고 있고요. 또 우리나라 정당체계는 아직까지도 지역주의적인 기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저는 자유신당 같은 정당도 어찌 보면 충청권의 지역정당적 성격을 가질 순 있지만 오히려 그것으로 하여금 정당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도 있다 이런 긍정적로도 보고도 싶습니다.
박인규 : 지역주의를 굳이 나쁜 것으로만 치부하진 말자.
이정희 : 지역주의가 그렇게 바람직한 건 아니지만 지금의 정당체계를 구축해나가는 데 있어서 지역적 기반을 어느 정도 갖고 있는 것도 그렇게 나쁜 건 아니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박인규 : 지금 말씀은 총선 때까지 한나라당이라든가 민노당, 신당, 이런 당들이 당으로서 자리를 잡아라. 그런 주문이신데, 그것과 관련해서 많은 분들이 해방 이후 우리나라 정치가 주로 양대 정당제였는데, 여당이 있고 강력 야당이 있고. 이번 선거를 통해서 다당제가 되는 거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고, 그러면 민주주의에서 다당제가 좋은 거냐 양당제가 좋은 거냐 이런 논란도 있는 것 같은데 어떤 게 맞는 말입니까?
이정희 : 글쎄요. 어떤 정치체제 속에서 양당제 또는 다당제가 어느 것이 더 수월한 정당체계나 하는 것을 딱부러지게 얘기하긴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선 양당제가 안정적이지 않느냐고 얘길 하지만 사실 내각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영국 같은 경우에도 양당제가 되고 있고요. 또 대통령제라고 해서 다당제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정당체계가 좀 더 안정되고 그런 가운데서 다당정치체계가, 지금처럼 네 개의 정당이 모두 다 균일하게 의회 의석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두 개 정당이 중심적인 정당으로 있고 옆에 있는 정당들이 소수의 정당으로 남을 수 있다면 이런 정당체계가 계속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면 이젠 우리도 내각책임제 등의 논의도 좀 더 활발하고 안정성 있게 이뤄질 수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지금까지의 추세로 보면 우리나라의 정당정치가 다당제 쪽으로 가고 있다고 볼 수가 있나요?
이정희 : 지금 근 한 20년간을 보면 물론 지역정당적 성격을 가졌지만 양당제로 쭉 이어오긴 상당히 어려웠죠. 대체적으로 3개 정당, 그 중에 2개 정당이 강하고
박인규 : 자민련 같은 캐스팅보트도 있었고
이정희 : 그렇습니다. 캐스팅보트도 있었고요.
박인규 : 또 하나 이번 선거를 보면서 우려하는 것이,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최저의 투표율이었다. 말하자면 많은 국민들이 이제 정치에 대한 기대를 접어버린 게 아니냐,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갈수록 높아지지 않겠느냐, 이런 우려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이정희 : 사실 투표가 저조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것은 정치적 무관심. 예를 들어서 정치를 아주 혐오하고 정치가 싫어서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다른 경우는 자기 자신의 투표가 갖고 있는 효용성이랄까 효용감이죠. 뭐 해봐야 별 차이가 없고 이젠 어느 정도 민주화가 됐으니까 꼭 내가 참여하지 않더라도 잘 운용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일 수도 있겠죠. 어떤 사람들은 정말 생활이 바빠서 일상, 삶을 살기 위해서 투표장에 못 가는 사람도 있죠. 우리가 아마 경계해야 될 것은 자신들의 표가 갖고 있는 효능감을 상당히 실제보다 적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든가, 또는 정치를 혐오하는 이런 것은 우리가 좀 극복해나가야 될 측면인데, 아마도 이번에 투표율이 저조한 것은 선거양상이 상당히 네거티브캠페인이 많았었죠. 거기에 대한 것도 있었고 또한 워낙에 선두주자와 후발주자 간에 갭이 많았기 때문에 내가 꼭 참여하지 않아도 선거결과는 별 차이가 없겠다, 이런 생각을 미리 가진 사람도 있었을 거고. 따라서 이렇게 투표율이 저조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박인규 : 네거티브선거 얘기가 나왔으니 여쭤보는 건데요 우리나라 선거는 정책선거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실제 선거에 들어가면 그야 말로 진짜 네거티브, 말하자면 아주 원색적인 비난이 많아진다. 미국이나 선진국은 안 그런데 우리는 왜 정책선거를 못하느냐, 이런 한탄 같은 것도 있는데 정책선거가 되기 위한 방안은 없는 겁니까?
이정희 : 우리가 지금 선거제도는 상당히 안정돼 있고, 선거관리 등의 행정적인 조치 같은 것도 많은 나라에서 배우러 오기도 하는데, 아직도 선거의 문화라는 것이 거기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아까 말씀드린 바처럼 정당체계가 안정적으로 돼 있지 못하기 때문에 서로의 정당이 갖고 있는 정책의 차별성을 자신있게 내놓지 못한다는 거죠. 정당이 만들어진 지 두세 달 됐는데 어떻게 정당의 색깔을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몇 사람의 리더들의 생각일 뿐이죠. 그런 가운데 정책의 차별성을 찾기 어렵고, 또 쉽게 정책을 따라서 남의 정당의 정책을 베끼는. 따라서 정책의 차별성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러니까 이왕 선거전에 뛰어들었을 때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측면을 내세우기보다는 남의 잘못을 지적하고 그것의 반사이익을 얻자고 하는 정치인들의 생각인데 그것은 앞으로 많이 불식되고 이번에 선거과정 속에서도 국민들이 많이 느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정당을 정책 만들기보다 훨씬 쉽게 만드는, 그런 태도부터 없애야겠군요.
대선이 끝났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정치적 행사가 남았습니다. 4월 9일 총선이 남았는데요. 총선이 끝나야 새 정부도 나름대로 계획을 세울 것 같은데, 많은 분들은 특히 진보진영에선 완전히 보수 일색이 되는 거 아니냐. 한나라당하고 이회창 전 대표가 만든 신당이 3분의 2까지 의석을 갖고 가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도 하고 계신데. 4월 총선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이정희 : 현재 추세로 보면 한나라당이 상당한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각 도, 각 지역구에 나타난 대선의 표를 계산해 보면 그 표가 그대로 나타나진 않겠지만 결국 한나라당이 상당히 압승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러나 앞으로 4월 9일까지 시간이 좀 남아있기 때문에 그동안 여러 가지 정치적 변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한나라당 나름대로 총선을 위해서 여러 가지 준비를 할 텐데 공천 과정에 여러 가지 불협화음도 있을 거고, 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한나라당 공천을 받으려고 하니까 경쟁도 심해질 거고. 이런 것을 어떻게 잘 꾸려나가느냐 하는 게 중요하겠죠. 마찬가지로 다른 정당들도 그렇습니다. 통합신당이 새로운 대표를 선출하고 또 중심으로 해서 새로운 공천을 할 텐데 과연 어떤 인물들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기준에 의해서 할 것인가 하는 것도 중요하리라 봅니다. 그건 가칭 자유신당도 마찬가지고 민주노동당도 현재 비상체제를 가동하면서 민주노동당의 이념이라든가 실용적인 노선, 또는 종북파 논쟁, 이런 걸 어떻게 잘 다뤄나가느냐 하는 걸 국민들이 바라보고, 또한 앞으로 이명박 정부가 또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어떻게 이끌어나갈 건가. 너무나 독단적으로 갈거다, 이렇게 판단될 때는 그 만큼의 견제세력을 야당에게 주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지금까지의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본다면 좀 더 두고 볼 사안이 많고요. 또 하나 다른 변수는 아마도 특검이 되겠죠. 물론 그것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모르지만 이제 막 이명박 특검이 시작됐기 때문에 그 결과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거라고 봅니다.
박인규 : 지금 이명박 차기 정부가 제대로 된 정치를 하기 바라는 분들이 많은데, 그러기 위해선 정부의 효율성. 항상 중요하죠.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 이런 얘기가 나오는데, 지금 정부부처 개편을 추진하고 있어요. 그런데 일각에선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그런 식으로 부처를 바꾸면 관료조직의 효율성이랄까 연속성에 좀 문제가 있지 않느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부처 개편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이정희 : 정부개편은 아마 정부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봤을 땐 가장 먼저 시급히 해결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필요하다.
이정희 : 네. 필요하다. 단임정부 체제하에서는 특히, 몇 년 해보다가 바꾼다는 것은 어렵고요. 또 지금 정부조직 개편이라는 걸 지금 당장 하는 건 아닐 거고 그동안 쭉 논의됐던 바를 정리해서 당선인의 구상에 맞춰서 하는 거기 때문에 그 자체에 대해선 그렇게 크게 시비 걸 일은 없습니다만.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과정 속에서 지나치게 효율성 같은 걸 주장한 나머지 효율성과 버금가는 중요한 가치가 있을 텐데, 예를 들면 안정성의 문제 또는 책임성, 이런 것을 좀 담보해 놓고 정부조직개편도 그렇고 다른 정책들도 추진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이렇게 봅니다.
박인규 : 지금 시대적인 표어가 선진화라는 말을 많이 써요. 건국 60주년, 정부수립 60주년이 되니까 정치도 선진화돼야 될 텐데, 정치학계에서 볼 때 우리 정치의 선진화를 위해서 필요한 과제는 뭐라고 보시는지, 또 덧붙여서 지금 개헌논쟁이 많은데. 개헌이란 게 정치의 가장 근본적 틀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바람직한 개헌에 대해서 정치학계에서 나름대로 어떤 합의가 있는지 말씀해 주시죠.
이정희 : 우선 개헌논의에 대해서 먼저 말씀드리면, 지금까지 개헌 하면 국민의 개헌에 대한 기억이 상당히 좋지 않습니다.
박인규 : 정권연장의 수단이었다.
이정희 : 그렇죠. 정권연장을 하기 위해서 했고요. 그래서 앞으로 이걸 하더라도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한 여러 가지 내용적 측면이나 또는 개헌 시기에 관련해서도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 될 것 같고요. 지금 일각에선 의원내각제에 대한 논의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학술적으로도 그렇고 여러 단체에서 이제는 대통령제가 갖고 있는 폐해가 너무 많으니까 내각책임제로 바꾸면 좋지 않겠는가, 이런 논의들이 현실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글쎄요, 아직까지는 국민적 공감대를 그렇게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용적으로 보면
박인규 : 대통령제의 폐해라면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정희 : 제왕적 대통령제 또는 대통령 혼자의 독선에 의해서 모든 것이 이끌어져나가는, 그래서 집단적으로 정치에 책임질 수 있는 체제는 내각책임제가 좋지 않겠는가, 뭐 이런 것이죠. 그러나 지금 현재 국민들은 아마 4년 중임제 또는 국회의원 선거와 주기를 맞출 수 있는 그런 정도의 개헌의 내용은 동의하고 있는 것 같은데 과연 시기를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한 것 같고요. 건국 60주년을 맞아서 우리 정치가 한 단계 선진화하기 위해선 말씀드린 바처럼 정당정치가 안정돼야 된다는 게 가장 중요하고, 국회 또는 대통령 사법부가 소위 얘기하는 대통령제 3권 분립의 원칙에 대한 아주 깊이있는 논의와 이해가 뒤따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젠 우리가 대통령제를 쭉 해왔기 때문에 그 대통령제의 어떤 본질의 문제를 좀 더 심도있게 논의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자리들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박인규 : 60년을 맞은 과제까지 말씀하셨지만, 마지막으로 한국정치학회의 올해 계획이랄까요, 할일에 관해서 못다 하신 말씀 있으시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정희 : 뭐 정치학계를 대표해서 제가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한국정치학회에 속해있는 모든 회원들은 우리나라의 정치발전, 또 우리가 지금 처해있는 분단의 상황이 원만하게 해결되고 평화체제로 이끌어져나가고 정치발전이 이뤄졌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고. 그래서 정치현상을 제대로 좀 파악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연구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 개개인, 또 집단적으로 여러 가지 연구와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정치라는 건 이제 특정인의, 또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현상이고 또 우리가 책임져야 될 측면이라고 봐서 국민 개개인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정치현상에 대해서 늘 폭넓은 이해를 갖는 게 중요하지 않겠는가. 거기 일조하는 것이 정치학을 공부하는 모든 사람들의 의무고 또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정치를 정의하는 개념이 여러 가집니다만, 정치를 서로 다른 의견의 조정이라고 본다면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설득해서 합의를 이뤄내고 원칙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변화를 추진해가는 것. 그게 참 좋은 정치가 아닌가 생각되고요. 앞으로 그런 정치가 빨리 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이정희 :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한국정치학회 신임회장인 외국어대 이정희 교수를 초대해 건국 60주년을 맞는 우리 정치의 현황과 과제를 알아보고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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