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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인수위 구성, 일단 '합격점'.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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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인수위 구성, 일단 '합격점'. 그러나…

'실용주의 리더십'에 부합하는 구성…'시스템 부재' 우려

이명박 당선자가 단행한 첫 번째 인사인 인수위원회 구성에 대해 합격점을 주고 싶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당선자가 신뢰하는 정치인들을 인수위에 전진배치했다는 점이다. 이로써 당선자-인수위-새여당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의사소통의 오류와 그로 인한 혼선을 최소화 할 수 있게 됐고, 새여당도 새정부 출범의 방관자가 아니라 주역으로 자신을 위치 지울 수 있게 됐다.

둘째는 당과 경험있는 원로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당선자가 처음의 구상, 그러니까 인수위를 여의도 밖의 비정치인들 중심으로 꾸려가겠다는 당선직후의 구상을 거두어들였고, 이를 통해 조언을 경청하는 포용적 리더십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이 두 번째 이유는 당선자와 새정부의 이미지가 자칫 '저돌적 밀어붙이기'로 고착될 수도 있었던 상황을 반전시켰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부여해도 될 듯하다. 사실 이런 점은 당선자측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홍보해도 좋을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정치력 부족한 한나라당, 인수위 '한 방'으로 정리

인수위 출범이 중요한 이유는 그 밖에도 또 있다. 그 중 중요한 것으로 인수위 출범으로 지난 1주일간 새 여당을 중심으로 벌어졌던 정치적 오류와 혼선이 1차 정리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당 지도부가 직접 나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명박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은 정치적으로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새 정부 출범의 걸림돌을 서둘러 치워버릴 생각이었는지는 모르나 이로 인해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었던 '이명박특검법'이 마치 중요한 정치 현안처럼 되어버리지 않았던가.

더 나아가 노무현 대통령이 속으로 거부권 행사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이런식으로 압박성 요구를 공개적으로 받게되면 오히려 하기 어렵게 된다는 사실조차 고려하지 못한 무모한 행동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새 여당의 정치력이 걱정되는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다.

당·청 일체론 논란 또한 현실 속에서 실효성 있게 운영해 나가면 될 문제를 당헌 당규 논쟁으로 비화시켰다는 점에서 현명하지 못했다. 정당정치를 하는 나라에서 정당이 만든 대통령과 대통령을 만든 정당이 정치적으로 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이 문제를 서둘러 제기한 이유가 설사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지난 5년간 연출했던 "당·정 분리론"에 따른 혼란과 갈등양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문제제기의 시점과 방식이 현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해가지는 못할 듯 하다.

18대 총선 공천 시점을 언제로 할 것이냐를 둘러싼 당내 논란도 잘못 다루면 인화할 위험성이 큰 쟁점이었다. 또한 총선 후 전당대회라는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요 멀리뛰기 위한 웅크림이 분명한 국가발전연구회의 자진해체도 그것이 당내 분파의 해소라는 명분으로 박근혜측을 압박하기 위한 수순임이 드러나는 순간 심각한 당내 정치투쟁을 불러일으킬 폭발력 있는 사안이었다고 할 수 있다.
▲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는 이명박 후보와 이경숙 인수위원장 ⓒ 뉴시스

이러저러한 정치적 논란과 분란으로 인해 지난 1주일은 당선자의 대국민 메시지도 실종되고 새정부 출범을 즈음한 희망과 청신한 분위기도 사라져 버린 1주일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 당선자는 인수위 인선 후 단 하루의 여유도 주지 않고 인수위 현판식과 1차회의를 주재함으로써 이 모든 정치적 혼선과 분란들을 인수위 출범이라는 정치적 결절점을 통해 해소해 버렸다.

지난 1주일간의 정치적 어수선함을 뛰어넘어 정국을 인수위 국면으로 전환시켜 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이명박 당선자가 인수위 1차회의를 주재하면서 속도와 보안을 동시에 강조한 것도 국민의 관심과 정치권의 시선을 인수위와 당선자로 집중시키겠다는 뜻으로 읽어야 될 듯 싶다.

속도는 일하는 인수위를 뜻하는 것일테고 보안은 개별적 행동으로 인한 소모적인 정치적 분란을 최소화 하겠다는 것일테니, 이 또한 실물과 실용과 성과를 중시하는 당선자의 실용주의 리더십에 부합하는 인수위 운영방침이라 하겠다.

이로써 인수위와 새여당과 당선자 주변 인사들이 비로소 짝을 맞춰 제대로 돌아가는 느낌이니 이런 "분위기 잡기"야 말로 이번 인수위 출범에 높은 평가를 주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모두 앞으로 달려갈 때 뒤를 돌아보고, 모두 지쳐있을 때 희망과 결기를 불어넣고, 다들 어수선해 있을 때 질서와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면, 이번 인수위 출범을 통한 「분위기 잡기」또한 때를 놓치지 않은 리더십의 발휘라 할 수 있겠기 때문이다.

인수위에는 이명박만 있다?

다만 한 가지, 이번 인수위 출범에 높은 평점을 주면서도 내내 마음 한켠에 걸리는 것은 이 과정에서 이명박 당선자와 극소수 실무형 측근인사들 이외에 어떠한 중진인사들이나 시스템의 작동과 역할도 감지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워낙 내밀하게 움직이고 작동되어서 감지할 수 없었다면 천만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만약 중진인사들의 역할도 없고 작동된 시스템도 없이 '모든 것이 이명박으로부터 시작되고 이명박으로 끝났다'면 바로 이 점이 이명박 당선자와 새정부의 가장 큰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지적해두고 싶다.

만기친람형의 리더십은 각론과 실무에는 밝으나 전체를 보기는 어렵다. 나무와 숲을 같이 볼 줄 아는 균형감각이야 말로 대통령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점을,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대통령 비서실이 존재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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