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대선을 꼭 하루 앞둔 권영길 후보의 마음은 복잡하다. 권영길 후보는 여의도 유세 현장에서 "이명박 후보의 사퇴"를 강력히 촉구했다. 선거원들이 하는 율동도 어설프게 따라해 봤다. 그렇지만 "후보가 되지 말았어야 할 사람들이 후보 자리를 꿰차고 앉아있는 이상한 선거판", 그 한 가운데에 서있는 그의 모습이 그리 밝을 수만은 없다. 그에게는 "이명박 부정부패로 시작해서 이명박 부정부패로 끝나는 선거"가 답답할 따름이다.
바쁜 선거 일정 속에서 깜박 잊고 지낼 뻔했던 그의 생일을 당원들이 챙겨줬다. 그러나 그는 당원들이 정성스레 준비해 준 케이크 앞에서 더 갖고 싶은 선물이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가 그토록 갖고 싶었던 생일선물은 다름 아닌 '표'. 그는 아직도 국민들의 지지에 목마르다.
"부정부패로 시작해서 부정부패로 끝나는 선거" 속에 사라진 정책 선거. 그는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육, 교육, 의료, 주거, 노후 걱정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민생 대혁명과 복지 대혁명을 이루겠다고. 그는 미래에 대한 투자를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지난 15일, 태안을 찾은 권영길 후보. 그는 기름이 잔뜩 낀 십리포의 돌들을 닦으면서 "일일이 하나하나 닦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어서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동행한 심상정 의원도 "몇 시간째 해도 자리를 옮기기 힘들다"며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대선이 끝나더라도 민주노동당이 십리포 하나라도 닦고 닦으며 같이 살겠다"고 말했다.
십리포에서 함께 방제 활동을 하던 대우조선 노동자들을 격려차 방문한 권영길 후보 일행은 작업 현장을 구름포로 옮겼다.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이미 방제 활동을 해오던 곳이다. 취재를 나온 기자 한 명이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다른 후보들은 5분만 하고 금세 자리를 뜨는데, 권 후보님은 왜 아직까지 안 가셨어요?" 권영길 후보가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민주노동당은 그러면 당원들한테 맞아 죽어요."
껄껄 웃던 그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서울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무거워 보였다. 아무리 닦아도 끝이 없는 기름처럼, 3수 째인 대통령 선거판에서 그의 지지율이 좀처럼 오를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내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날카로운 대답이 떨어졌다. 이미 경선 때 다 나온 이야기라며,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바라는 바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확신했다. 대선을 하루 남겨놓은 후보의 예민한 모습이었다.
마지막 유세를 앞두고 그는 호소한다. 부디, 기호 3번을 찍어달라고.
생일 선물로도 표를 받고 싶다는 권영길 후보. 그의 목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기획: 박사야
영상취재: 김미영, 김하얀, 최진훈
편집: 김하얀
제작: 인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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