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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성공신화'에 낚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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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성공신화'에 낚이다

'세대 변수' 사라진 대선, 약일까 독일까

'광운대 동영상' 파문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 시대'가 가시권에 들어온 분위기다. 대통합민주신당과 정동영 후보는 BBK 동영상으로 반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으나, 그 효과는 이 후보의 과반 득표를 저지하는 선에 그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인 듯하다.

허다한 비리와 갖은 설화에도 이 후보의 지지율이 40%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기현상 앞에 과거 대선의 향방을 갈랐던 3대 변수, 즉 지역·이념·세대 변수가 무력화 됐다. 그 중에서도 2002년 노무현 당선을 주도하며 그 파괴력을 입증했던 세대변수는 가장 먼저 '이명박 대세론' 앞에 무릎을 꿇었다.

지난 12일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이 조사,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는 가장 낮은 지지를 얻은 30대에서 30.6%를,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50세 이상에서 57.6%를 얻었다. 연령대별 지지율 격차가 평균지지율 45.4%에서 플러스마이너스 10% 수준이었다.

정 후보는 가장 낮은 지지를 얻은 40대에서 14.5%를,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20대에서 21.6%를 기록했다. 역시 평균지지율 17.5%에서 5%포인트 안팎의 격차였다.

20·30대 청년층이 노무현 후보를, 50·60대 장년층이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식으로 세대 간극이 분명했던 2002년 선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구도다. 2002년 12월 14일자 <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대 이회창 지지율은 20·30대에서 54%대 26%로, 50대 이상에서는 27.5%대 50.9%로 연령대 별 지지후보가 확연하게 갈렸었다.

'울트라 부자'에게 투표하는 '88만원 세대'
▲ 62개 대학 전현직 총학생회장들의 지지선언문을 받아 든 이명박 후보.ⓒ연합뉴스

여론조사 전문기관 '디오피니언'의 안부근 소장은 17일자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세대 변수가 지역만큼은 아니지만 변수로 등장했다고 봤는데 이번에는 깨졌다"고 평가했다.

안 소장은 연령 대결이 사라지고 20대가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현상을 "20대의 일자리가 없다"는 말로 설명했다.

젊은 층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함으로써 이번 대선에서 세대변수가 사라진 원인이 '경제문제'에 있다는 큰 틀에는 다른 전문가들도 의견을 같이 했다.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박사는 "20대의 경제적 불안감이 보수 후보에게 더 마음이 쏠리게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파=경제성장, 좌파=분배라는 고전적 공식을 여전히 유효하게 받아들인 '88만원 세대'들이 일자리를 비롯한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를 푸는 방법은 결국 '성장'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청년 실업,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고민하는 젊은 층이 그 해답으로 성장위주의 '한나라당식 경제'를 선택하기까지에는 '정치 마케팅'이 주효했던 것으로 진단됐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사회학)는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 10년을 경험한 20대들에게는 경제적 욕구가 팽배해 있고 이들에게는 이명박의 성공신화가 오히려 이명박에 가까운 세대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며 "88만원 세대는 지금 스타를 보는 방식으로 이명박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30억을 갖고 있으면 각 은행 강남지점에서 '울트라 부자'라고 부른다는데 그 기준에 따르면 320억을 모은 이명박은 '초특급 슈퍼 울트라 부자'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의 엄청난 부가 젊은 층에게는 매력일 따름이다. 실제와는 상관없이 이명박을 '성공신화'로 포장한 '스타 마케팅'에 88만원 세대들이 현혹된 것이다."

사실, 젊은 층의 정치무관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0년대 이후 젊은이들의 탈정치화 현상은 계속 심화돼 왔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2년의 20대는 월드컵 거리 응원과 촛불집회 등을 통해 '자발적 참여'를 경험할 수 있었고 이를 대선에서 정치력으로 승화시켰다면 현재의 20대는 그 같은 경험이 전무한 상태이기에 '마케팅'에 현혹될 여지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우 박사는 "지금의 88만원 세대는 아직 협력해서 하나의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데에 익숙하지 않다"며 "별도의 목소리를 가진 세력이라기보다는 정치 마케팅 대상에 조금 더 가까운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정치 마케팅'이 실제 젊은 층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부정적 의미의 '2002년 학습효과'도 적잖이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요컨대, '청년 파워'를 폭발시켜 노무현 정권을 만들어 낸 젊은 층이 지난 5년 간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얻지 못하자 그 반작용으로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다는 얘기다.

"청년 보수화, 사회 경직으로 이어질 수도"
▲ 2002년 12월 19일, 노무현 후보의 당선 소식에 환호하는 '노사모' 회원들. 그러나 2007년 대선에서는 특정 후보에 열광하는 젊은 유권자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연합뉴스

현혹이든 반작용이든 간에 '이명박 지지' 또한 88만원 세대들의 선택이기에 자신의 처지와 다른 선택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역주의와 다르게 선거에서 세대간극이 줄어든 현상 자체는 환영할 일이 아닌 듯 보였다.

우 박사는 "현상적으로는 간극이 줄어든 것이지만 다른 각도에서는 획일화가 높아진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본다면 20대의 보수화가 바람직하다고만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사회에는 언제나 새로운 목소리와 새로운 흐름이 등장해야 하고 대개 20~30대가 이런 흐름을 만들어 내게 되는데 20대의 보수화는 획일적 경직화를 가져올 위험이 있다."

이 같은 우려를 사고 있는 '20대 보수화'가 이번 대선에서만 볼 수 있는 '일시적 사건'으로 그칠지, '장기적 흐름'이 될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리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김헌태 씨(문국현 후보 정무특보)는 "여전히 여론조사를 보면 여전히 진보 보수에 대한 이념 나뉨이 뚜렷하다"며 "세력의 무능에 대해 심판이 내려진 것이지 사회적 전선이 무너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안부근 소장 역시 "장기적일지 확신이 없다"며 "그 사람들이 보수가 아닐 텐데 보수 정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젊은 유권자들이 스스로의 성향을 '진보'라고 규정하면서도 보수 후보를 지지하는 모순된 상황인 만큼 '노무현 심판론'의 장막이 걷히면 성향에 따른 정상적 투표 행태로 돌아오리라는 전망이다.

반면, 성장에 주력하는 이명박 시대에는 '나라도 잘 살아야 한다'는 젊은이들의 인식을 강화시킬 수 있고 이 경우 청년층의 보수화 경향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홍성태 교수는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는 순간 성장에 대한 기대는 증폭되는 대신 투명성이나 신뢰에 대한 기대는 떨어질 것"이라며 "임계점에 오기야 하겠지만 그 전까지 상당 기간 동안에는 현 상황이 유지된다고 봐야 하고 사회나 학교가 이런 상황을 바로 잡아줄 수 있는 기회도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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