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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참여 없이 '혁명'을 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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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참여 없이 '혁명'을 하겠다고?"

[베네수엘라 개헌실패 바로보기] ② 차베스도 교훈얻어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개헌이 지난 2일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간발의 차이(50.7% 대 49.3%)로 거부됐다.

서방 언론들은 개헌안의 부정적인 측면에만 촛점을 맞춰 차베스가 헌법을 뜯어고쳐 장기 독재를 구축하려 한다고 비난했고, 개헌안이 부결되자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의 진보적 시사주간지 <네이션>은 최신호에서 서방 언론들의 그같은 시각은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임을 지적하면서, 차베스 개헌의 긍정성과 문제점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는 전문가들의 논평 5편을 게재했다.

<프레시안>이 소개할 두 번째 논평은 이번 개헌 투표 과정에서 나타난 개헌 찬성 세력의 문제점을 지적한 수자타 페르난데스(Sujatha Fernandes)의 글이다.

뉴욕시립대학(CUNY) 퀸스 칼리지의 사회학 조교수인 페르난데스는 이 글에서 개헌 실패는 반대파들의 수가 늘어서가 아니라 친(親)차베스 유권자들의 기권에 의한 것이었다고 분석하면서도, 찬성파들이 찬성 캠페인 과정에서 대중적인 참여를 유도하지 못해 기권을 조장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원문 바로가기)

개헌 반대표는 무엇을 말하나

베네수엘라 개헌 국민투표에서 50.7% 대 49.5%라는 간발의 차로 승리한 개헌 반대파들은 반독재 투쟁의 승리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개혁의 일시적인 좌절일 뿐이라며 투표율이 높았다면 가결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4년 8월 대통령 탄핵 국민투표와 2006년 12월 총선에서 그토록 큰 표차이로 승리한 차베스는 왜 이번 국민투표에서 패했을까? 이번 패배는 차베스와 볼리바리안 프로젝트의 미래에 어떤 교훈을 줄까?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이번 투표가 그같은 결과를 낳은 것은 차베스 지지자들이 반대파로 넘어갔기 때문은 아니다. 차베스 반대파들이 표는 작년 선거에 비해 10만표 이하로 늘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280만명이 기권을 했다. 국회의원 선거는 물론이고 지방선거에서도 기권이 많아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차베스의 대통령직이 위태로운 상황이 아니라면 사람들이 투표에 잘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런 주장도 타당하긴 하지만, 이번 국민투표에서는 따져볼 게 많다.

연임 제한 철폐와 대통령 임기 연장 등 대통령의 권한이 커진다는 점은 가장 쟁점이 되는 것 중 하나였다. 반대파들과 해외의 논자들은 이 조항이 차베스에게 "종신 독재자"가 될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잘못된 비판을 내놓는다.

차베스는 베네수엘라의 사회운동 단체들과 긴밀한 연계를 맺고 있다. 그는 소수자와 대중운동 단체들이 제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줌으로써 그들에 의해 호위를 받고 있다. 차베스의 존재는 다수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였고 사회적 활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차베스의 중심성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온 경향도 있었다. 그의 대통령직 재임 기간은 진보적 사회운동의 긴 역사에서 한 순간만을 차지할 뿐이다. 차베스의 핵심 협조자인 사회운동 단체들은 최고위층 정치지도자 수준에서 권한이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종종 표명해왔다. 이번 국민투표에서 차베스는 아마도 지지자들이 2050년까지 자신이 통치하는 것을 원할 것이라고 오판한 것으로 보인다.
▲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일 국민투표 투표소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로이터=뉴시스

일부 차베스 지지자들이 우려했던 또 다른 점은 개헌안이 제헌의회 같은 보다 크고 포괄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회 안에 있는 소수 의원 그룹에 의해 결정됐다는 사실이다.

주요 사회운동 단체들은 개헌을 지지하는 내용의 한 문건에서 "(개헌안 결정 과정이) 벽에 둘러싸여 있었고, 유권자들에게 참여 공간을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만일 그들에게 개헌안 작성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졌다면 그들은 최종안에 대한 주인의식을 더 가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끝으로 선거법 개정, 사회적 참여를 확대시키는 정책, 국가 주도의 개발 모델, 노동자들의 권리, 권력구조 변화, 국가비상사태시 정보 접근권 제한 등도 대중적인 토론이 필요한 것들이었다. 이같은 조항에 모든 이들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토론이나 집회 현장에서 개헌 찬성 캠페인은 "지루하고, 따분하고, 낡고, 공허한 내용이어서 대중들의 괴리와 무관심만 부추긴다"고 사회운동 단체들은 지적했다. 물론 반대파들의 슬로건 역시 공허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차베스주의자들은 대중들에게 개헌안을 잘 알리고 그들이 개헌안 이행의 주인공이 되게 하려는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국민투표 부결이란 것이 차베스와 지지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패배를 주지는 않았다. 그것은 반대파들이 일시적으로 힘을 얻은 것에 불과했고, 베네수엘라는 반동과 보복 세력이 가하는 위협에 즉각 노출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리바리안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지도자들에게 지금은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차베스는 개헌 투표 부결을 받아들이면서 미덕과 품위를 보여줬다. 이제 국민투표의 실수로부터 뭔가를 배울 수 있는 창이 열렸다.

그것은 혁명의 방향을 재조정할 기회다. 차베스에게 영구적인 권한을 준다거나 위로부터의 개혁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 대안을 찾고 아래로부터의 리더십을 확대하면서 사회주의의 미래에 대한 대중 토론의 무대를 열어 혁명의 방향을 조정해야 한다.

(☞ 베네수엘라 개헌실패 바로보기 ① "차베스 반대파, 이제야 민주주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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