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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평화회의, 이란 왕따시키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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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평화회의, 이란 왕따시키기 전략?

[분석] 더타임스, "기껏해야 회담 재개를 위한 회담"

27일 미국 메릴랜드 주 아나폴리스에서 개최되는 중동평화회의에 대해 비관적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레임덕에 허덕이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임기 말에 이번 회의를 급조한 배경에 대해서도 의문이 커지고 있다.

중동평화회의의 공식적인 목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을 위한 협상 타결이다. 하지만 이번 회의의 당사자라고 할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미국의 현 정권은 모두 지지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상태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협상 결과를 기대하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세 당사국 관계자들도 비공식적인 자리를 통해 이번 회의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을 시인하고 있다.

다만 이번 중동평화회의가 국제적으로 주목받은 이유는 이스라엘이 참석하는 공식적인 회담에는 원칙적으로 참가하지 않았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시리아도 참여하는 등 아랍국에서만 16개국 이상이 참가하기 때문이다.

이란은 빼고, 사우디와 시리아 참여 위해 공들인 이유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시리아를 이번 회의에 참석시키기 위해 무척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핵프로그램 개발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적 공격도 불사하겠다는 미국의 경고를 받아온 이란은 초청장조차 받지 못했다. 이란을 배제한 중동의 평화는 있을 수 없다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번 회의의 진정한 목적에 의문이 드는 이유다.

이에 따라 이번 중동평화회의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보다는 오히려 이란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한 막후 교섭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주도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중동평화회의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 이슬람의 양대 종파 중 다수파인 '수니파'의 맹주로서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과는 상극이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스라엘을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아, 지난 1996년 국제테러정상회의나 유엔에서의 회의를 제외하고는 이스라엘과 한 테이블에 앉는 것조차 거부해 왔다.

그런 사우디아라비아가 돌연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한 배경은 다른 목적이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특히 시리아의 참석은 더욱 주목된다. 시리아는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이란의 혁명수비대 활동을 지원하며 미국의 골칫덩이가 되어왔으며, 지난해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등 이스라엘과도 숙적의 관계다. 이스라엘은 지난 9월 시리아의 한 공장을 핵시설로 의심된다며 폭격을 할 정도다.

영국의 일간지 <더타임스>가 이번 회의에 대한 전망 기사(26일자)에서 "부시 행정부는 이번 회의에 시리아가 참석하는 것이 시리아를 이란으로부터 떼어놓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한 것도 이번 회의를 이란를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의도가 숨어 있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시리아는 이미 이번 회담에서 '골란고원 반환문제'를 의제에 포함시킨 성과를 거두었다. 시리아는 1967년 이른바 '6일 전쟁'(제3차 중동전쟁) 과정에서 이스라엘에 빼앗긴 골란고원 반환 문제가 의제에 포함되어야 이번 회의에서 참석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며, 미국의 압박을 받은 이스라엘이 막판에 반대 입장을 철회하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시리아와 이스라엘이 골란고원 반환 문제를 놓고 이번 정상회의에서 지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별도의 양자회담을 갖게 될지 주목된다.

"2003년 중동평화로드맵 재개하기로 합의하는 수준에 그칠 것"

정작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당사국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압바스 수반은 대표성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합법적인 정부는 지난해 1월 총선에서 압승한 무장정파 하마스이지만,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지정하고 압바스가 이끄는 구여권 '파타당'을 지지하고 있다. 이에 반발한 하마스는 지난 7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무력으로 장악한 상태다.

따라서 압바스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내세운 '꼭두각시' 대표로 불리고 있다. 하마스는 이미 이번 정상회의에 대해 "처음부터 실패한 회의"라고 일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출범을 위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영토문제,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 등 핵심 의제들은 제대로 다뤄지기도 힘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00년 클린턴 행정부 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회담이 결렬된 뒤 7년만에 개최되는 이번 중동평화회의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지난 2003년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창설해 이스라엘과 공존토록 하는 방안을 제시한 직후 유명무실화된 중동평화로드맵을 다시 추진하기로 합의하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이 지배적이다.

치피 리브니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지난 25일 라이스 미 국무장관, 코레이 팔레스타인 협상 수석대표와 예정에 없던 회동을 가진 뒤 "분쟁 해결이 아니라 평화프로세스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비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부시, 임기 마지막 외교적 성과 거둘까

다만 부시 대통령은 25일 성명을 내고 "이번 회의에 많은 나라와 주요한 국제기구들이 참석함으로써 중동지역에서 자유와 평화를 증진시키기 위해 중요한 기회를 잡겠다는 국제적인 결의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나라를 민주국가로 만들어 평화와 안보 속에서 나란히 살도록 한다는 나의 비전을 이행할 것임을 약속한다"고 천명할 만큼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한가닥 기대를 걸게 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의 전날인 26일 백악관에서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과 정상회담을 갖고, 회의 다음날인 28일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와 개별 회담을 갖는 등 재임 중 처음으로 3자 연쇄 회담을 갖질 예정이다.

부시 대통령이 이런 노력을 통해 일각의 기대대로 이라크 전쟁 등 테러와의 전쟁에서 추락한 대외정책 능력에 막판 만회점을 얻는 성과를 거둘지, 아니면 또다른 실망만 추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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