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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정권 교체…지구온난화-이라크전, 美 고립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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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정권 교체…지구온난화-이라크전, 美 고립 심화

부시의 '호주산 푸들' 하워드 치욕의 패배

24일 치러진 호주 총선에서 존 하워드 총리가 33년 정치인생 최악의 패배를 맛보았다. 이로써 호주는 11년의 보수파 정권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 호주를 새로 이끌 정당은 중도 좌파 성향의 노동당이다.

호주 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53.3%의 지지를 얻어 하원 150석 중 83석을 확보하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반면 집권당이었던 자유당-국민당 연합은 총 57석을 얻는데 그쳐 1996년부터 이어졌던 집권당 지위를 놓치게 됐다.

영미권 언론들은 이번 선거에 대해 '2차 대전 이후 보수파 최악의 패배' 혹은 '하워드 총리 정치인생에서 가장 모욕적인 패배'라고 규정했다. 특히 하워드는 자신의 지역구에서조차 패했는데, 현직 총리가 자신의 의석을 지키지 못한 경우는 78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부시의 호주산 푸들'이라는 조롱을 받으면서도 호주를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서 최고의 동맹국 중 하나로 만들었던 하워드 총리는 이로써 권력의 뒤안길로 물러나게 됐다.
▲ 총선에서 모욕적인 패배를 당한 존 하워드 호주 총리 ⓒ로이터=뉴시스

교토의정서, 이라크 전쟁, 중국 관계 변화 확실시

이번 총선의 최고 스타는 불과 1년 전에 노동당 당수가 되어 보수당 집권 시대를 끊은 케빈 러드.

그는 25일 선거 승리 후 첫 번째 기자회견에서 지구 온난화 문제를 최우선의 정책과제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러드 당수는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하워드 총리가 거부했던 교토의정서 서명을 최대 공약으로 내걸었었다.

러드의 또 다른 핵심 공약은 이라크에 남은 550명의 호주 병사들을 내년까지 단계적으로 철수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조지 부시 미 행정부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는데, 러드는 첫 기자회견에서 부시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소개하며 "부시 대통령에게 미국과의 동맹은 우리의 대외 정책에 있어 가장 중심적인 고려 사항이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제스처였다.

그러나 러드 당수가 약속대로 이라크 철군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은 지배적이다. <로이터> 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는 러드의 정책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교토의정서 및 이라크전 문제에 있어 미국의 고립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드 당수의 친(親) 중국 성향도 호주의 대외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일-호 삼각동맹'을 추구하고 있는 미국을 긴장케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베이징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기도 했던 러드는 지난 9월 시드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회의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유창한 중국어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블레어식 노동당 정책 이끌 듯

노동당 정부가 대외정책에 있어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지만 실제로 표심을 가른 것은 국내적인 문제였다.
▲ 케빈 러드 노동당 당수 ⓒ로이터=뉴시스

<파이낸셜타임스>는 하워드 집권 시기를 포함해 지난 17년간 호주 경제가 성장을 계속해왔지만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과 이자율 인상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하워드는 호주의 지속적인 경제 번영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가 됐다는 광범위한 여론 때문에 패배했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국내적인 이슈가 선거의 최대 쟁점이었다며 노동당이 노사관계 개혁과 이자율 문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를 효과적으로 결집시켰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러드 당수가 노동당의 전통적인 지지기반이 되어 온 노조나 당내 급진파들과 거리를 둠으로써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식 중도 좌파 노선을 채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드는 이미 노동당의 극좌파나 노조의 요구에 압력을 받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또 노동당이 야당이던 지난 11년간 여당과 다툼을 벌여오던 핵심 쟁점에 대해 다른 입장을 표했다.

그는 특히 국경 난민촌을 찾아 호주 영해를 침범하는 배들을 돌려보내거나, 난민 지위가 부여되기 전까지 그들을 크리스마스 섬에 구금해 놓는 등 하워드 총리가 해왔던 과감한 국경 보안 정책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가디언>은 러드의 이같은 정책이 향후 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그가 명확한 정책 지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러드의 자서전을 썼던 언론인 니콜라스 스튜어트는 노동당 내에서도 러드가 정확히 어떤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인물인지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러드는 단지 모든 이들을 공평히 대하는(fair go) 호주의 전통을 복원시키고 미국,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 유럽 등 세계 모든 나라들의 우방 및 동맹국들과 협력하겠다는 말을 해왔을 뿐이다.

스튜어트는 "러드는 유리잔과 같다. 우리는 그 안에 우리의 희망과 생각들을 붓고 있다. 왜냐하면 그는 비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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