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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회담 데뷔 南北 총리, '여유' 같고 '강조점'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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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회담 데뷔 南北 총리, '여유' 같고 '강조점'은 달라

남북총리회담 개막…南 '실사구시' 北 '이행' 강조

'2007 남북정상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총리회담이 14일 서울에서 시작됐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영일 북한 내각총리는 정상선언의 이행과 실천을 한 목소리로 강조하며 첫날 일정을 소화했다.

10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열리는 첫 고위급회담이어서 양측의 분위기는 더없이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각자가 강조하는 포인트에 미묘한 차이점이 없지 않아 2박 3일간의 회담이 마냥 순탄치만은 아닐 것임을 예고했다.

南, 파워포인트로 서해특별지대 구상 설명

남측 수석대표인 한덕수 총리는 구체성과 실사구시에 무게를 뒀다. 한 총리는 이날 정오께 회담장인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 도착한 김영일 총리와의 첫 환담에서 다산 정약용을 화두로 올렸다.
▲ 김포공항에 환영나온 이재정 통일부 장관(왼쪽)과 악수하는 김영일 북한 내각총리(오른쪽) ⓒ사진공동취재단

한 총리는 "(호텔)앞으로 한강이 흐르고 있는데 조금만 더 가면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양수리인데 실학의 거두인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가 있다"면서 "항상 실사구시로 모든 일을 구체적으로 효과있는 방향으로 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오후 전체회의에서도 "아주 구체적인 합의"라는 표현을 두 번이나 써가며 남북정상선언 이행의 구체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양측의 기본 입장을 밝히는 기조발언에서도 개성공단 활성화와 문산-봉동간 철도 화물 수송,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공동응원단 구성 등 남북정상선언 합의 내용을 거론하며 '세부문제의 조속한 합의'를 강조했다. 환영만찬에서도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을 이야기했다.

남측 대표단이 전체회의 말미에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와 관련한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한 것은 한 총리가 강조한 '구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파워포인트로 작성되어 10분간 진행된 프레젠테이션에서 남측은 공동어로수역 설정, 해주항 개발, 해주경제특구 건설,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 서해특별지대와 관련한 5개 분야의 기본 추진 구상을 그래픽과 이미지를 통해 북측에 설명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이에 대해 "과거 560회 남북회담 과정에 파워포인트로 자료를 설명한 것은 처음"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한 총리가 남북정상선언에 없는 내용을 거론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었다. 그는 기조발언에서 "인도주의 견지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확대하고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의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해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를 들고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직후 "합의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던 국군포로·납북자 이슈를 한 총리가 다시 거론한 것은 합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기보다,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와 김영일 북한 내각총리 ⓒ사진공동취재단

김영일 총리, 기조연설서 남북정상선언 그대로 읽어

김영일 북한 총리가 강조한 것은 남북정상선언의 이행이었다.

김 총리는 짤막한 서울 도착성명에서 '이행'과 '실천'이란 표현을 총 5회나 썼고, 환담 및 전체회의에서도 '성과'라는 말을 연신 입에 올렸다. 그는 환영만찬 연설에서도 이행을 4차례나 강조했고 "훌륭한 (남북정상)선언을 빈 구호로 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전체회의 기조발언에서 한 총리가 남북정상선언에 없던 문제를 꺼낸데 비해 김 총리는 정상선언을 사실상 그대로 읽어 내려갔다는 것도 차이점이었다. 새로운 의제나 쟁점을 던지지 않은 것이다.

양측 대표들은 그러나 총리회담이 경제 관련 논의에 집중될 것이라는 기존의 예상과 달리 군사, 평화체제 등까지 거론함으로써, 총리회담을 남북정상선언 이행을 위한 명실상부한 최고위급협의체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줬다다.

하지만 그같은 인식은 한 총리의 발언에서 더 뚜렷이 나타나 묘한 차이를 보였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15일부터 있을 회의에서는 경제 분야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우세하다.

이틀째 회의에서는 특히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와 개성공단의 통행·통신·통관, 이산가족 문제 등을 강조하는 남측의 입장과 기반시설(SOC) 및 조선협력단지를 중시하는 북측의 입장이 엇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김영일의 여유 최승철의 자신감 '눈에 띄네'

한편 양측 수석대표들은 남북회담에 처음 임하는데도 불구하고 시종 여유있고 능숙한 모습을 보여 사전 준비와 '훈련'이 잘 돼있음을 엿볼 수 있게 했다.

김영일 총리는 호텔 도착 환담에서 "비행장에서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손을 잡았는데 친척보다 더 가까운 혈육의 정을 느껴서 계속 손을 잡고 걸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 장관이 "저는 지금도 손이 따뜻하다"라고 응대하자 김 총리는 "얼마나 뜨거운지 나는 아직도 (손이) 안 식었다"라고 말해 좌중의 미소를 자아냈다.

김 총리는 또 "인민의 겨레 가득한 심정을 전달하기 위해 연출을 잘 한번 해야겠다"라고 말했고 한 총리도 "두 수석대표들도 잘 연출해야 하지만 보신 분들(기자)도 연출을 잘 써줘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 만찬장에서의 남북총리들 ⓒ사진공동취재단

한 총리는 전체회의 전 환담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송이를 많이 보내주셨는데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총리는 "맛있게 잡쉈다니 고맙다"면서 칠보산 송이에 관한 얘기를 이어갔다.

또 환영만찬에 참석한 대통합민주신당 박병석 의원이 김 총리에게 "사진보다 젊어보인다"고 하자 한 총리는 "실제로 젊으시다"고 말해 분위기를 이끌었다. 김 총리는 올해 나이 63세로 한 총리보다 다섯 살 위다.

이날 회담에서는 특히 지난 남북정상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안내했던 최승철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그 누구보다 자신감 넘치는 행동을 보여 관심을 끌었다.

최 부부장은 다른 북측 대표단과는 달리 능숙한 태도로 장내를 정리하고 대표단을 소개하는 등 대남 사업의 실세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최 부부장은 만찬장에서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3~4분 동안 귓속말을 하는 등 친근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김영일 북한 내각 총리는 누구인가?

4월 11일 최고인민회의 제11기 5차회의에서 내각 총리로 임명된 김영일은 해운대학을 졸업하고 육해운성에서 말단 지도원으로부터 출발해 교통부문 전반을 지휘하는 육해운상을 거친 입지전적 인물이다.

교통·물류 분야 전문가인 그가 여러 경제분야 경력을 가진 부총리들을 제치고 경제 수장에 오른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었다.

김 총리는 2005년에는 시리아를 방문해 양국간 해상운수협정을 체결하기도 하는 등 대외 활동도 해왔으며, 지난달 26일부터는 무려 13일 동안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 4개국을 순방해 북한 경제정책의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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