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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사무총장-파키스탄 대사 '정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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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사무총장-파키스탄 대사 '정면충돌'

난감한 美,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치나

파키스탄 국가비상사태를 두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무니르 아크람 유엔 주재 파키스탄 대사가 정면 충돌했다.
  
  반기문 총장이 파키스탄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성명을 발표한데 대해 아크람 대사가 반 총장을 직접 만나 항의했고, 반 총장이 다시 기자회견을 통해 같은 입장을 고수하자 아크람 대사가 '내정간섭'이라고 또 다시 치받은 것이다.
  
  유엔 안보리는 뭐하나?
  
  반 총장은 5일 미셸 몽타스 대변인을 통해 비상사태가 선포된 파키스탄 상황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면서 "구금 인사를 당장 석방하고 언론에 대한 규제를 풀며 민주체제 복귀를 위한 조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아크람 대사는 다음날 반 총장과 만나 그같은 발언은 엄연한 내정간섭이라고 항의했다.
  
  그러나 반 총장은 그와 만난 후 기자회견에서 "파키스탄 상황에 대한 깊은 우려와 유감을 다시 한 번 표명했다"며 "파키스탄 정부가 민주주의적 법과 질서를 가능한 빨리 회복해야 한다고도 강하게 촉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구금된 정치지도자들과 법관들을 석방해야 하고 언론 통제도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아크람 대사는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파키스탄의 비상사태는 국제 평화와 안전과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에 유엔이 관여할 범위 밖에 있는 것이라며 "그것은 파키스탄 내부의 문제이고 유엔은 그에 대해 신경을 꺼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BBC>는 반 총장의 이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꼬집었다.
  
  이 방송은 국제 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을 처리하는 것이 유엔 안보리의 임무라면서 지난달 미얀마 사태 때 보여줬던 단호한 모습과는 달리 파키스탄 사태에 대해 안보리가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그러면서도 외교관들이 파키스탄 사태에서 안보리가 뭘 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말한다며 파키스탄은 미국이 영향력을 가진 나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진퇴양난과 딜레마에 빠진 미국의 정책
  
  한편 <BBC>는 미국이 지원했던 무샤라프 정권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미국으로 하여금 대테러전과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두 가지 핵심 외교정책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했다고 분석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파키스탄 문제에 관한 첫 번째 공식 발언에서 파키스탄 총선이 "가능한 빨리" 실시돼야 하며 무샤라프는 약속대로 육군 참모총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파키스탄에 매년 지원하는 군사 원조 10억 달러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경고는 하지 않았다. 대신 부시 대통령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의 싸움에서 무샤라프와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함으로써 무샤라프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부시의 이같은 발언은 대테러전과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두 가지 명분 중 하나를 선뜻 버릴 수 없는 미국의 난감한 처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BBC>는 미국의 많은 사람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무샤라프의 약속을 믿을 수 없을뿐만 아니라 이슬람 극단주의자를 척결하겠다는 무샤라프의 의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무샤라프를 통해서는 두 가지 정책 목표를 모두 놓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 국무부나 백악관이 무샤라프가 아닌 다른 사람을 지지할 가능성은 없다. 무샤라프만큼 친미적이면서 군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 1월 팔레스타인에서 자유로운 총선을 지지한 결과 이슬람 무장조직인 하마스가 의회를 장악했던 전철을 다른 동맹국에서도 밟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선거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해 왔다.
  
  이 역시 내년 1월 파키스탄 총선을 예정대로 치르라고 무샤라프를 마냥 밀어붙이기만은 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물론 부시 행정부가 총선 연기를 묵인하는 것도 문제다.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명분에도 어긋날뿐더러 총선 연장이 가져올 악영향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미 국무부의 정책 담당자였던 다니엘 마키는 최근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민주적 조치를 지연시키는 것은 단기적으로 극단주의자들과의 싸움에 있어 파키스탄 정부를 약화시키는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극단주의의 씨를 더 많이 뿌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따라서 그는 미국이 파키스탄 군부를 지지하느냐와 민주주의 촉진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파키스탄 민간세력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군부의 신뢰를 얻을 때에만 미국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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