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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유학생 故 이경운 끝내 강제 매장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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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유학생 故 이경운 끝내 강제 매장돼

유가족 "시신 인수 거부당해…무연고도 아닌데"

영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유학생 고(故) 이경운 군의 시신이 유족들의 인수 요청에도 불구하고 끝내 강제 매장됐다. 사고 발생 7년 1개월여만의 일이다.

영국 켄터베리 시청은 1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이 군의 시신을 켄터베리 공동묘지에 매장했다고 유족들이 전했다.

영국 켄트 대학에 다니던 이 군은 지난 2000년 9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사망 직후 이뤄진 부검 결과에 의혹을 제기하며 시신 매장을 거부해왔다.

그에 따라 지난해 3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파견한 한국 부검의가 유족 입회하에 2차 부검을 실시했으나 1차 부검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다수 발견되어 유족들은 그 후에도 매장을 거부해왔다. (☞관련 기사 : 영국유학생 故 이경운 군 시신 강제매장 위기)

그러나 이 군의 시신을 보관하고 있던 켄터베리 시청은 지난달 22일 시신을 임의로 매장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후 유족들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매장을 강행한 것이다.

유족들은 지난달 31일 시신을 매장하겠다는 시청의 방침이 완강하다고 판단, 차라리 자신들이 시신을 인수해 아버지 이영호 씨가 머물고 있는 런던에서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켄터베리 시청은 31일 유족들이 보낸 장의사에게 시신을 내주지 않은채 다음날 장례를 강행한 것이다. 이날 장례식에는 주 영국 한국 대사관에서 파견된 한국 경찰 주재관 이상식 총경이 참석했다고 아버지 이 씨는 전했다.

이 씨는 "영국에서는 무연고 시신일 경우 엄격한 확인 절차를 거쳐 당국이 임의로 매장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게 있다"라면서도 "그렇지만 내가 경운이의 아버지라는 사실은 천하가 다 아는 건데 어떻게 임의매장을 할 수 있냐"며 울분을 토했다.

이 씨는 "내가 데려가서 화장이건 매장이건 할 테니 임의 매장만큼은 막아달라는 뜻을 공관(대사관)에 전달했는데 공관 직원은 현장에 내려가 구경만 한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프레시안>은 주영 한국 대사관에 관련 사항을 문의했으나 영사과 관계자는 "언론과의 접촉은 외교통상부 본부를 통해, 본부의 치침에 따라서만 할 수 있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장례식에 참석한 이상식 총경의 휴대전화 번호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아버지 이 씨는 향후 계획에 대해 "유가족이 원할 경우 영국 법무부를 통해 시신을 찾아갈 수 있다고 들었다"라면서도 "하지만 오늘은 아무 생각이 없다. 스페인이 있는 경운이 엄마가 오면 상의하겠다"라고 말했다.

이경운 사건과 관련해서는 동양인 유학생의 사망 사고를 대하는 영국 경찰의 무성의한 초동 수사 등 인종차별적인 태도, 한국 대사관의 미온적인 대응 등에 대해 수많은 비판이 있어왔다.

이 사건을 초기부터 취재해온 한 언론인은 "한국 외교의 아픈 부분을 치워버린 것"이라며 "경운이가 묻히면서 진실이 묻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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