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정동영 "열린우리당 해체는 내 정치적 선택"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정동영 "열린우리당 해체는 내 정치적 선택"

[인터뷰]"盧, 정치스타일 동의 안해…李는 '불행한 성장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27일 '왜 자신이 창당한 당을 깨고 나를 쫓아냈는지 해명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내가 선택한 공적 정치행위였다"고 답했다.

정 후보는 서울 당산동 대통합민주신당 당사에서 <프레시안>과 가진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열린우리당 창당도, 대통합민주신당 창당도 다 내가 선택한 것이었고 내가 몸을 던진 것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후보는 노 대통령이 "자신이 만든 당을 깨고"라고 표현한 열린우리당 해체에 대해서도 "물론 오해도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것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 때문에 없던 희망이 조금이라도 생긴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 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황태자였다'는 세간의 인식을 불식시키려는 듯 유독 '시련과 고난'을 강조했다. 그는 "밖에서는 어떻게 보든 나 자신으로서는 굉장히 힘든 기간이었다"며 "정치에 입문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시련과 수난의 기간이었다. 나는 매도와 오해, 편견과 비판, 공격의 중심에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정치이력의 핵심에 해당하는 민주당 정풍운동, 열린우리당 창당,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의원직 사퇴 등의 사건을 꼽으며 "시련과 고난은 모두 내가 자초한 길이었고 그를 통해 단련돼 후보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구축한 정치적 자산으로 대통령 후보가 됐다는 말이다.
▲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프레시안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후보들을 겨냥해 정치적 발언을 거듭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나 같으면 하지 않겠다"며 "노 대통령이 출마할 것은 아니지 않나. 우리 국민의 정서법 상 선거가 다가오면 후보끼리 전선을 만드는게 좋다고 본다"며 각을 세웠다.

그는 노무현 정부 평가에 대해서도 "정책과 정치를 분리해 이야기해 왔다. 정치 스타일은 동의하지 않는다"며 "정동영 나름의 정치를 하고 싶다. 동지와 적을 가리기 전에 포용과 통합의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한편 정 후보는 시종일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날선 비판을 가했다. 그는 "이명박 후보가 우리 경제를 '죽었다'고 표현하면서 '살리겠다'고 하는 것은 YS정부의 '신경제 100일 계획'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며 "그렇게 하면 경제 무너진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대안에 대해 "지금 우리 경제는 죽은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고단하고 어려운 것"이라며 "경제는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에게 맡기겠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는 정치평론가 고성국 씨가 진행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평범한 대통령의 시대"

프레시안 : 범여권의 지지자들은 '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안되는가'에 대해서는 입장이 정리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왜 정동영이냐'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 같다. 스스로 이 질문에 대해 답한다면?

정동영 : 이제는 특별한 대통령의 시대가 아니라 보통 월급쟁이 출신 대통령이 상식을 갖고 함께 국가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나는 특별한 이력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 보통 사람들처럼 학교 다니고 취직 시험 봐서 직장 가고 어떤 계기에 정치에 입문하게 되고 나름대로 노력하다보니 대통령 후보가 됐다. 이제 상식과 균형 감각을 가진 그런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산업화 30년, 민주화 20년 모든 사물과 역사발전이 정립이 있으면 반정립이 있고 반정립이 있으면 이를 종합하는 발전 과정을 거쳐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장집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의 내용이 뭘까 생각해왔다 .이제 인권 민주주의 평화 이런 것은 당연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것을 얻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피흘리고 땀흘렸던 그것은 역사가되고 있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내용과 관련해 보통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열망, 희망을 끌어내서 현실로 만드는 것이 다음 대통령의 역할이 아닌 가 생각한다.

프레시안 : 그 점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도 강점을 갖고 있지 않을까?

정동영 : 이명박 후보는 살아온 길이 특수하고 그 분의 생각이 낡았다고 생각한다. 그 분의 생각과 앞으로 펼치고자하는 모습이 과연 보통 사람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과 일치하는가. 많이 동떨어져있다고 본다. 그 점에서 180도 대척점에 있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내용으로 추구할 가치가 결국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 가족의 행복 아닌가 싶다. 그리고 보다 넓은 기회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 있을 것이다. 좋은 성장이 뒷받침돼야 하고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회적 통합이 전제되어야 하고, 남북의 평화라는 환경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들을 좋은 성장과 좋은 경제라고 이야기할 때 이명박 후보의 경제적 관점이나 노동관은 불행한 성장이고 불행한 경제라고 볼 수 있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그런 취지에서 '20대 80의 사회'를 이야기하는 것인가?

정동영 : 일각에서는 오해하고 있기도 하지만 '20대 80의 사회로 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게 내 취지다. 지금의 흐름대로 가면 그대로 귀착된다. 이것은 적극적으로 돌려놔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명박 후보는 이것을 조장, 촉진하는 방향의 사고와 정책을 가지고 있다.

CEO 출신은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지 않나. 이윤 추구에 방해가 되는 것은 다 제거해야 한다는 사고다. 그러나 정치는 다르다. 가령 장애인 복지, 노인 복지 예산을 이윤 추구 관점에서 본다면 좋은 정치를 할 수 없다. 작년 연말 예산 심의 때 한나라당 의원들은 장애인 복지 예산을 두고 생산적 예산이 아니라며 6000억에서 3000억으로 줄이자고 했다. 노인 복지 예산도 절감으로 삭감하고 아동 복지 예산도 줄이자고 했다. 그 논리의 핵심에 '이명박식 사고'가 있다. CEO는 생산성에 도움되지 않은 예산은 삭감해야 한다. 그러나 좋은 지도자는 다르다.

그래서 OECD 국가 가운데 역대 CEO 출신 지도자가 없지 않나. 유일하게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가 있는데 실패한 지도자고 OECD 국가는 아니지만 태국의 탁신 총리 정도가 '유이'한 두 예외인데 둘다 실패했다. CEO의 철학은 모든 것을 효용과 이윤의 잣대로 보는 것이다.

프레시안 : 복지를 효율의 잣대로 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는데 동시에 복지가 성장을 저해하는 부담이 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지금 말한 내용이 생산과 복지를 이분법적으로 갈라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정동영 : 생산과 복지를 가르자는 게 아니라 통합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하는 게 국부 창출에 도움이 된다. 미국 같은 사회, 인구의 3000만 명이 홈리스 상태, 인간 이하의 조건 속에 방치된 상황을 닮아가서는 안되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시혜적 복지가 아니라 경제활동에 다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는 것 아닌가. 보다 많은 사람을 참여하게 하는게 좋은 경제이고 행복한 경제다. 그래야 삶의 복원이 되는 것 아닌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고.

그런데 이를 두고 생산적이지 않다, 투입 대비 산출이 많지 않다, 경제성이 맞지 않다고 판단 하는 것은 정글 사회로 가자고 하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는 '은행을 재벌에게 주자'고 하는데 어떻게 그런 발상이 가능한가. 지금 은행 말고 제2금융권은 증권, 보험, 캐피탈, 투자자문 다 가 있는데 은행마저 줘버리자고 한다. 선진국이 다 그렇게 한다는 논리를 대는데 선진국이 한다고 다 그렇게 갈 것인가. 또 선진국이 그렇게 한다는 말도 틀렸다. 미국과 영국이 금융강국인데 금산분리 한다.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엄격하고 투명하게 감시한다. 어거지 논리 갖다 대면서 특별 재벌을 편들기 하는 것다.

이 후보가 이야기하는 것은 전부 재벌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 재벌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가진 자원과 이익은 전부 가자에게 귀속시키자는 강자 독식주의이며 정글 자본주의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보통사람의 가슴속에 있는 가족 행복에 대한 열망, 보다 넓은 기회를 가지고자 하는 희망을 어떻게 충족할 수 있나. 이런 것을 두고 맞장 토론도 해보자는 것이다. 경제 정책만으로 해도 좋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정 후보가 토론을 제안했는데 한나라당이 하지 않겠다고 했죠.

정동영 : 체급이 안 맞는다며 안 한단다. (웃음) 그래서 요즘 체중을 불리려고 노력 중이다. <프레시안> 독자들이 체중을 늘려줬으면 한다.

프레시안 : 이명박 후보의 교육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동영 : 교육양극화, 사회 양극화를 부추기는 불행한 교육이다. 어제도 전남 화순고등학교를 갔는데 농촌 우수 공립고등학교로 지정해서 우수 교사도 초빙하고 원어민 영어교사도 있는 것이 교육의 희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수 공립고등학교 300개를 육성하겠다는 것이 내 정책이다.

반면 이명박 후보는 1400개 인문계 고등학교 중에 20%인 300개를 선발한 특수고등학교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자립형 사립고 100개, 기숙사고등학교 150개, 특목고 50개로 300개다. 이는 나머지 80% 1100개 일반 고등학교 아이들은 버리는 것이다. 정확히 20 대 80의 사회로 갈라놓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20%의 아이들을 선발해서 수월성을 강조해서 나라의 미래를 만들겠다는 그 발상이 위험하고 불행한 것이다. 이는 분명히 고등학교 평준화 해체이고 유치원, 초등학교부터 얼마나 과외가 극성을 부리겠나.

이런 것들이 이렇게 다 닿아있다. 정글 자본주의적 사고와 '2대8'의 사고와 강자독식사고와 피도 눈물도 없는 불도저 경제, 장애인 인권에 대해서도 '태중의 아이가 장애아라면 낙태해도 된다는 그런 발상이 나오는 것 아닌가.

프레시안 : 국민생활에 직결되는 지점들에서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는 180도 대척점에 서있는 것 같다.

정동영 : 그래서 나는 5년 전 노무현, 이회창 후보의 선거가 '올드와 뉴'의 충돌이라면 이번 선거는 새로운 가치와 낡은 가치의 충돌인 동시에 좋은 가치와 나쁜 가치의 충돌이라는 이중 전선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그런 점에서 정 후보는 가치 논쟁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정동영 : 그러나 이념논쟁과 다른거다. 한 쪽에서는 또 이념적 잣대로 선거를 갈라치는 거냐고 하는데 과거의 좌냐 우냐는 개념과는 다르다. 보통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지향점이 무엇이냐를 가지고 논쟁하자는 것이다.

"우리당 창당도, 신당 창당도 내가 선택한 것"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열린우리당 창당과 노무현 정권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또 장관도 역임했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하고 있나.

정동영 : 일관되게 공과론을 이야기해왔다. 정치와 정책을 분리해 이야기 해왔다. 정책은 일부 한계가 있었다. 대표적인 게 부동산 정책 아닌가. 정치 스타일은 동의하지 않는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나름대로 독자적인 정치 스타일이 있지만 나는 정동영 나름의 정치를 하고 싶은 것이다. 나에게 기회를 준다면 다음 정부는 통합의 정부로 만들고 세상을 탕탕평평으로 만들고 싶은 거다. 동지와 적을 가리기 전에 포용과 통합의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싶다. 그 맨 앞에 정치가 솔선수범할 수 있도록 하겠다.

프레시안 : 노무현 대통령과는 어떻게 관계를 설정해 갈 것인가. 일단 노 대통령이 연일 선거와 관련된 발언을 하는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동영 : 나 같으면 안 하겠다. 물론 대통령은 정치인이면서 국가 통합의 리더라는 두 가지 지위를 가지고 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정서법상 선거가 다가오면 후보끼리 전선을 만드는게 좋다고 본다. 왜냐면 노 대통령이 출마할 것은 아니기 때문에.

프레시안 : 노 대통령은 정동영 후보에 대해 왜 당을 깨고 나갔는지, 왜 자신을 당에서 쫓아냈는지 해명하라고 했는데 답변을 안하고 있는 것 같다.

정동영 : 그동안 너무 많이 말해오지 않았나. (웃음) 나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면,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고 나서 내가 왜 후보가 됐나 생각해 봤다. 내가 지금 어쨌든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가 됐는데 나는 누구인가, 내가 어떻게 후보가 됐는가를 생각해봤다.

밖에서는 어떻게 보든 나 자신으로서는 굉장히 힘든 기간이었다. 정치에 입문하면서부터 지금까지는 시련과 수난의 기간이었다. 나는 매도와 오해, 편견과 비판, 공격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보니 전부 자초한 것이었다. 민주당 정풍운동도 그러했고 우리당 창당에서도 뒤꽁무니를 따라갈 수 있었는데도 앞장선 것이 그랬다. 대통합민주신당 창당도 마찬가지다. 또 열린우리당 의장으로서 5.31 지방선거 책임을 짊어진 것도 어찌보면 안 나와도 됐는데 내가 선택한 것이었다. 이번 국민경선도 힘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스스로 만든 것이다.
▲ ⓒ프레시안

결국 생각해보면 시련과 수난이 모두 내가 선택한 길이었고, 또 시련과 수난이 있었기 때문에 후보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를 통해 단련된 측면도 있고 국민들도 그 과정을 보며 무너지고 좌절하는지 무릎을 펴고 일어서는지 지켜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당 창당도 그렇고 대통합민주신당 창당도 나의 선택이자 내가 몸을 던진 것이었다. 가령 지난 일이지만 지난 2월 열린우리당이 대통합신당으로 가자는 결정을 끌어낸 것, 내가 결단을 했다고 이야기해서 전당대회 결의를 끌어내고 결의가 지켜지지 않았을 때 대통합이 되지 않으면 출마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친 것은 나의 공적인 정치행위였다. 물론 오해도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것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랬기 때문에 없던 희망이 조금이라도 생긴 것 아닌가. 연초만 해도 해보나 마나라고 했던 선거 아니었나.

프레시안 : 결국 노 대통령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정리하자면 '주어진 상황에서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진정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여기까지 왔으니 이해해달라'는 것이 되는 것인가.

정동영 : 그렇다.

"단일화 적극적으로 실현하겠다"

프레시안 : 민주당 이인제 후보, 창조한국당(가칭) 문국현 후보와 단일화를 할 것인가?

정동영 : 국민의 요구가 통합이라고 본다. 그리고 현 상황은 다 통합해도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에) 미치지 못하지 않나. 당연히 노력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실현하겠다.

프레시안 :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정동영 : 한 달 미만의 시간만이 남은 것이 사실이다. 시점은 국민의 압력과 요구가 극대화 되는 시점이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단일화를 이뤄내면 과연 이명박 후보와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정동영 : 일대일 구도가 되면 일방적이지 않다. 그때는 시대정신이 작동한다고 본다. 선거에서 제일 중요한게 구도 아닌가. 일대일 구도를 만들면 시대의 요구를 받아 이긴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은 이해관계가 있을지 몰라도 다수가 모이면 이른바 '일반 의사'라는 뜻이 모이게 된다. 이것이 바로 국민의 요구이고 시대의 요구인데 이 시대의 요구가 아무래도 우리 쪽에 있다고 생각된다.

프레시안 : 그러나 상당수 국민들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의 비전과 신뢰가 단일화를 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생기는 것은 아닐텐데.

정동영 : 이명박 후보가 과연 경제전문가가 맞는지 맞장 토론해서 검증해보고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경제전문가가 아닌 것 같다. 이 후보가 말한 것은 7% 성장이라는 구호와 운하 파는 것만 있지 방법론은 없다. 법과 질서를 통해 GDP 1%를 올리겠다고 말한 게 있는데 법과 질서를 밥먹듯 어겨운 사람이 어떻게 법과 질서를 이야기할 수 있나. 복지 부분도 이야기 하는데 의료보험료 몇백만 원 나가는게 아까워서 용역회사 이용해 15000원 낸 CEO 출신이 그런 사고를 할 수 있나. 내가 왜 보험료 몇백만 원을 내야하냐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좋은 경제 지도자가 될 것인가.
▲ ⓒ프레시안

이런 점은 분명하다.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에서 돈을 벌다가 불법 로비로 걸려서 추방되자 그때의 공사장비를 가지고 이라크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정부 실력자에 줄을 대어서 공사를 수주하지만 대금을 못받고 그 사람도 실각하고 그러면서 10억 불이 손해가 되자 분식회계로 감추었다는 것 아닌가. 그게 현대건설 부실의 도화선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후보가 진정한 경제 전문가라면 그때 털었어야 한다. 이 후보가 토목전문가라는 것은 인정하겠지만 경제 전문가라는 것은 인정하지 못하겠다. 현대 건설은 성공한 기업이 못 됐다. 공적 자금 들어간, 부실화된 기업이었다. 그런데 이 후보가 진짜 경제전문가인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 또 '노조는 막노동이나 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 이라는 등의 생각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분명 노정 충돌이 생길 것이다. 과연 그런 속에서 좋은 경제가 될까. 경제 전문가라는 막연한 허상이 벗겨지는 순간 이 후보는 눈사람처럼 녹아버릴 것이다.

프레시안 : 그러나 이명박 후보가 경제전문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해서 정 후보가 경제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정동영 : 경제는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에게 맡기겠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하면 된다. 지금 우리 경제는 죽은 것이 아니다. 이명박 후보는 우리 경제가 죽었다고 하는데 되물어보고 싶다. 우리 경제는 살아있는 경제다. 지표 상으로 어디가 죽었나. 다만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고단하고 먹고 살기 어렵고 소득 불평등도가 악화되고 일자리, 사교육비, 주택, 노후 불안 등이 당면 과제로 있는 것이다. 이 후보의 주장처럼 경제가 죽었으니 살리겠다는 것은 YS 정부의 신경제 100일 계획 하겠다는 주장이다. 그러면 경제 무너진다.

프레시안 : <프레시안> 독자들에게 마무리 말씀을 드린다면.

정동영 : 후보되고 다음날 새벽 5시 동대문 평화시장에 찾아갔다. 초심을 확인하러 간거다. 내가 젊은 시절 먹고 살았던 삶의 터전이다. 30여 년만에 만난 사장님이 불현듯 옛 기억을 일깨워줬다. 새벽에 옷 보따리 팔아달라고 맡기고 오후에 수금하러 와서 돈 달란 소리도 못하고 3층 올라가는 시장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갑자기 필름이 돌아가면서 '맞아, 내가 저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있었어. 그렇게 먹고 살았지' 싶었다. 그 때가 지금 내가 정치를 하는 이유,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것과 닿아있다.

정말 우리 국민들에게 당당하면서, 또 말을 통해 국민을 설득하는 것보다 들어주고 동의하는 훌륭한 경청자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당당한 대한민국, 그러면서도 가슴 속에 맺혀있는 변화에 대한 욕구와 불만은 잘 들어주는 대통령. 잘 듣기만 해도 절반은 해소된다고 본다. 잘 듣는 것 속에 답이 있지 않나. 잘할 수 있다고 본다. 기자 18년 하면서 듣는 것은 자신있다. 들으면서 무엇이 핵심이냐를 파악하는게 핵심 아닌가. 잘 할 수 있다. 도와주십시오.

프레시안 : 바쁜 와중에 인터뷰 감사하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