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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국 정상들 아니면 누가 통일 얘기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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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국 정상들 아니면 누가 통일 얘기를 하나?"

[정상회담 전망과 과제] ④ 남한 내부 사전공론화 필요

* 본 기고문은 지난 8월 18일 <프레시안>에 게재된 김창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전문위원의 글을 남북정상회담 연기 상황을 반영해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편집자>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는 통일논의가 남북관계의 현안인 '경제'와 '평화'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는 배경이 될 수 있다.

2007년 8월 5일 김만복 국정원장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서명한 남북정상회담 합의서에는 이렇게 명시되어 있다.

"6·15 남북공동선언과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보다 높은 단계로 확대 발전시켜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공동의 번영,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나가는데 중대한 의의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후 14일에 개성에서 열린 정상회담 준비접촉에서는 합의문에 명시된 내용을 정상회담의 의제로 삼기로 했다.

여기서 '우리민족끼리 정신'은 6·15 공동선언 1항과 관련이 있고, '남북관계의 보다 높은 단계로 확대 발전'은 2항과 관련이 있다.

6·15 공동선언 1항은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가기로 하였다"이다.

2항은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이다.

2차 정상회담에서 북은 '남북관계의 보다 높은 단계로 확대 발전'이라는 합의문에 따라 통일논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대체로 세 가지 경우로 예상된다.

첫째, 6·15선언 2항에서 인정한 연합제와 '낮은 단계 연방제'의 공통성을 설명하는 이름을 새로 지어 와서 이를 남북이 합의하자고 요구하는 경우이다. 둘째, 공통성에 따라서 통일을 추진하는 기구를 만들자고 제시할 수도 있다. 셋째, 이 두 가지 모두를 요구하거나 6·15선언 2항을 재확인하는 차원에서 합의문을 작성하자고 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북은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재확인하는 내용을 당연히 2차 정상회담 합의문에 포함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이처럼 어떤 경우든 정상회담 합의문구에 비추어 볼 때 통일논의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 분단국의 정상들이 만나서 통일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남북이 통일에 관한 중요한 합의를 한 뒤에는 이행기구를 설치했고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그런 합의가 필요하다. 사진은 7.4 남북공동성명 이행기구인 남북조절위원장의 이후락 위원장이 1973년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 ⓒ연합뉴스

북은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통일논의'와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강조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안인 경제와 평화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자 할 것이다.

물론 6.15 공동선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방적인 주장을 하기보다는 통일에 대해 남북이 합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통일논의가 경제와 평화에 대한 논의의 걸림돌이 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북도 경제와 평화에 대한 진전을 필요로 하고 있다.

'우리민족끼리'에 담긴 북미관계 전망

정상회담 합의문에 명시한 '우리민족끼리 정신'에 대해 남측 일부에 부정적인 시선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민족끼리 정신'이 외세배격을 의미하고 궁극적으로 반미를 주장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민족끼리 정신'에 대해 지나치게 경계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2000년 6.15 선언 발표 후 진행된 민간교류에서 북이 '민족자주'를 주장하면 남측의 민간단체들은 '민족자주'라는 용어보다는 6.15선언에 나와 있는 '우리민족끼리'라는 용어를 사용하자고 했다. 북이 '우리민족끼리'라는 용어를 들고 나오면 남은 다시 '민족자주'라는 용어를 사용하자고 했다. 이런 악순환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1972년에 합의한 7·4 공동성명에서는 '외세 의존과 간섭 배제'한 '자주'를 말했으나, 6·15 공동선언에서는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 해결'로 변화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이 말하는 민족자주가 '외세 간섭배제'에서 '우리민족끼리'로 변화한 것은 북미관계의 변화에 대한 대비책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그해 10월 북미 공동코뮈니케가 발표되었던 점을 상기하면 '우리민족끼리'는 단순히 외세 간섭 배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지금도 6자회담을 이끄는 핵심적인 동력은 북미 직접대화이다.

북은 북미 직접대화를 통해서 북미관계 정상화를 꾀하고 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들은 그동안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절실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일성 주석은 1992년 4월에 "미국에 낚시하러 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4년에 평양을 방문한 고이즈미 일본 총리에게 "부시 대통령과 밤새 목이 쉬도록 노래 부르고 춤추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궁극적으로 북미수교를 목표로 하면서 '외세 간섭 배제'를 주장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앞으로 북미관계가 정상화되는 시점이 오면 '외세 간섭 배제' 주장은 북한 주민들에게도 혼란을 안겨줄 것이다. 따라서 북이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는 것은 '반미'를 염두에 둔 것이라기 보다, 새롭게 변화하는 북미관계에 대한 대비책의 성격이 짙다고 볼 수 있다.

통일논의가 가져올 3대 '선순환'

북한이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염려할 필요가 없듯이, 통일논의에 대해서도 회피할 이유가 없다. 분단국의 정상이 만나는데 통일논의를 안 하는 것은 오히려 상식에 맞지 않다. 또 흡수통일이나 적화통일을 전제로 하면서 평화와 경제에 대한 대화를 한다면 그 대화는 허약한 대화가 될 수밖에 없다.

현시기에서 남북관계의 특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국제질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분단국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당연히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통일논의를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경제협력과 평화정착이 현안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일논의가 진행되면 경제협력과 평화정착이라는 현안문제에 대한 합의를 촉진시킬 것이다. 통일논의와, 남북관계의 현안문제인 경제협력과 평화정착을 선순환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또 통일논의가 되어야, 경제협력과 평화정착 사이에서도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 질 것이다. 이렇게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된다면 남북정상회담과 6자회담의 선순환 구조도 만들어지는 것이다.

2차 정상회담의 성공은 이런 3가지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통일논의와 경제협력·평화정착의 선순환 구조, △경제협력과 평화정착이라는 두 개의 남북 현안문제 사이의 선순환 구조 △남북정상회담과 6자회담의 선순환 구조이다.

역대 우리 정부의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과 '6.15 공동선언'에 담긴 원칙과 정신을 따른다면 2차 정상회담에서의 통일논의는 남북관계와 주변정세를 발전시키는데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1단계인 화해협력 단계와 2단계인 남북연합 단계를 거쳐서 3단계인 완전통일로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통일이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게 아니라 역사발전의 과정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과정으로서 통일) 이 과정에서 남북이 화해협력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면 그것은 '사실상의 통일'이다. 통일과정과 사실상의 통일 상태를 관리하는 기구로서 남북연합을 설정하고 있다. 남북연합 단계에서 남북정상회의, 남북각료회의, 남북평의회를 구성한다.

2차 정상회담에서 북측이 6·15 공동선언 2항의 '공통성'을 표현하는 명칭을 제시하고, 그것이 '과정으로서 통일', '사실상의 통일'에 기반한 것일 경우에는 우리도 적극적으로 협의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우리가 '공통성'을 표현하는 새로운 명칭을 먼저 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점과 관련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설계했던 이홍구 전 통일원 장관이 했던 발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홍구 장관은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앞으로 북한이 현재의 연방제보다 훨씬 느슨한 연방제를 제시할 경우 우리의 통일방안 2단계인 국가연합과 차이가 흐려질 수 있다"며 "따라서 아주 느슨한 연방제는 남북연합의 단계에서 얼마든지 고려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1994년 8월 26일)

북측이 먼저 통일논의를 제안한다면?

통일논의에 대한 이러한 대비 없이 정상회담에 임할 경우 자칫 당혹스러운 상황이 닥칠 수 있다. 북측이 통일에 관한 논의를 하자고 제기할 경우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평화와 경제에 대한 현안문제를 합의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또 준비가 없이 합의할 경우 합의내용이나 수준에 대해 우리 사회 내부에서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행히 2차 정상회담 발표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정상회담에서 통일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여러 차례 제기되었다. 이러한 논의들과 90년대 이후 정부와 민간차원에서 준비해온 통일방안에 입각해 사전에 공론화 한다면 국민적인 공감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남북 정상들이 만나서 통일논의를 할 때 통일방안에 대해 정교한 합의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실에서의 통일이 통일방안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통일의 단계도 무 자르듯 분명히 구분되지도 않을 것이다. 오히려 단계와 단계 사이에 어떤 단계인지 애매한 상태가 존재하여 물 흐르듯이 진행되는 통일과정이 제일 바람직스럽다.

남북 정상이 통일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합의한다면 오히려 남한 사회 내부에서 정치적 논란을 가져와 정상회담의 성과를 훼손시키는 역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통일논의 자체를 하지 않고 평화와 경제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도 힘들 수도 있다.

통일논의는 분단국가의 정상들이 만나서 평화와 경제에 대해 합의를 이루기 위한 통과의례와 같은 성격을 지닌다. 통일논의는 평화와 경제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남북관계는 19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에서 약속한 것처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잠정적 특수관계"이기 때문이다.

정상회담 정례화는 다음 정부에도 도움

정상회담에서 만약 북이 통일기구를 제시할 경우 이를 '정상회담의 정례화'로 수용할 수 있다. 정상회담의 정례화는 남북연합 단계에서는 '정상회의'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통일기구보다도 정상회담 정례화가 더 큰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이 정례화된다면 당연히 남북각료회의나 남북 국회차원에서 평의회를 구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 장관급회담,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장성급회담이 진행되고 있으나 각 회담들의 발전단계에 많은 차이가 있다. 장관급회담은 1차 정상회담 이후 21차례 진행되었으나 국장장관회담은 1차례 열리고 말았다. 경제협력추진위원회는 차관급 회담이다.

정상회담을 정례화하면서 각종 당국간 회담들을 통일, 경제, 군사, 사회문화 등 분야별 장관급 각료회담으로 체계화할 할 필요가 있다. 또 국회회담도 개최해 남북평의회의 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노태우 정부 때부터 정립해온 남북연합 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다. 정상회담의 정례화는 남측의 다음 정부에게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정치적인 부담도 없다. 정상회의는 다음 정부에서 그 모습을 갖출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은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중요한 합의를 했다. 1972년의 7·4 공동성명, 19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와 비핵화선언, 2000년이 6·15 공동선언이다. 4가지 합의는 항상 이행을 위한 남북공동기구를 만들었다. 7·4 공동성명에서는 남북조절위원회, 남북기본합의서와 비핵화공동선언에서는 각종 남북공동위원회, 6.15 선언에서는 장관급회담을 두기로 했다.

이런 전례에 비춰보더라도 2차 정상회담에서 정상회담을 정례화한다면 남북관계는 보다 제도화되고 안정될 것이다. 앞으로 6자회담과 북미관계에서 성과가 나올 것이다. 한반도 주변 국제정세는 긴장완화의 국면으로 들어갈 것이 분명하다.

분단 이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서로 조응하면서 발전했던 시기는 2000년 6월부터 11월까지 6개월에 불과했다. 앞으로 는 적어도 몇 년 동안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선순환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2차 정상회담이 그 출발점이다. 2차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를 보다 높은 단계로 확대발전시키면 남북이 연합하여 평화의 시대, 통일의 시대를 열어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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