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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주기' 논란 넘어설 길 있다

[정상회담 전망과 과제] ② 사회문화교류와 인도지원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에서 가장 눈에 띠게 발전 분야는 사회문화교류라고 할 수 있다. 이산가족의 상봉을 비롯해, 개성과 금강산을 제외하고 남북한을 오가는 사람들도 연간 1만여명이 될 정도로 인적 교류가 활성화되었다. 공연이나 체육경기 그리고 전시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교류도 이루어졌으며, 이제는 합작 드라마가 방영될 정도로 여러 가지 신문·방송 교류도 성사되었다.

남북한간 사회문화교류가 활성화되면 상대체제 및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증진되는 동시에 통일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어 결과적으로 남북관계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상회담 이후 사회문화교류의 확대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문화교류는 정치적인 조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고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1차 정상회담 이후가 되어서야 활성화됐던 것처럼 남북관계라는 정치환경에서 그리 자유로운 게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현재 사회문화교류가 정체되는 경향이 있는 것도 남북관계가 답보상태에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2차 정상회담은 남북 사회문화교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동시에 답보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기존의 교류에 새로운 추동력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 1차 정상회담 이후 사회문화교류는 다방면에서 펼쳐지고 있다. 사지는 북한이 제작하고 남한에서 방영되는 남북 합작드라마 '사육신' ⓒKBS 홈페이지

규모는 확대, 평가는 인색

사실 그동안 이루어진 남북간 사회문화교류에 대한 평가는 전반적으로 인색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남한 내에서 분단기득권층이 주도하는 냉전문화와 국가보안법과 같은 제도적 걸림돌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사회문화교류와 관련된 제도적인 틀이 남북한 사이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교류 분야의 경우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를 통해 남북한이 관련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하였던 것과 구별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문화교류 과정에서 발생했던 과도한 경쟁과 비합리적 비용도 그동안 제도적인 미비와 무관치 않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는 사회문화교류와 관련된 제도적인 틀을 만드는 게 가장 근본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사실 남북장관급회담이나 김대중 정부 시절 문화관광부 장관의 방북을 통해 남북한간 사회문화교류협력 분과위원회 설립에 대해서는 합의했지만 지금껏 실행되지는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분과위원회의 구성과 더불어 보다 높은 차원에서 사회문화교류를 제도화하는 것으로 '사회문화교류협정'을 체결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협정은 그 자체가 제도이면서 선언적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정상회담의 의제로서 손색이 없을 것이다.

2차 정상회담에서 사회문화교류와 관련된 제도적 틀을 구성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사회문화교류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1차 정상회담 이후 이루어진 다양한 사회문화교류의 성과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함으로써 그 동안의 교류에 대한 비난이나 비판에 대응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

▲ 이산가족 상봉 형식의 다양화를 꾀해야 한다. 사진은 2005년 8월 15일 최초로 실시됐던 화상상봉의 한 장면. ⓒ연합뉴스

■ 이산가족 상봉 다채널 확보


사회문화교류와 관련된 구체적인 문제로서 우선 논의되어야 할 것은 이산가족 문제다. 사실 1차 정상회담의 가장 큰 결실이 이산가족 상봉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와 관련된 문제들은 여전히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산가족들의 노령화로 보다 광범위한 상봉이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여전히 상징적인 만남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설이나 추석 등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짐으로서 사실상 정례화됐다고 볼 수는 있으나, 제도화 수준은 미흡하며, 불안정성도 높다. 이같은 이유에서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서는 이산가족 당사자나 일반 시민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이산가족 상봉 자체 보다는 상봉의 정례화와 제도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다양한 만남의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이산가족들이 절실하게 바라고 있는 생사확인이나 서신교환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현재 추진중인 금강산 면회소와 별도로 개성 지역에 상설 면회소를 설립하고, 장기적으로 일정 연령 이상을 대상으로 자유이주체제를 추진하는 것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 납치 및 포로 문제

납북자 및 포로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실적으로 직접적인 논의가 쉽지 않다. 현재 남한 내에서는 보수 단체를 중심으로 이 문제와 관련해 정부에 대한 적잖은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이러한 논의 구조 자체가 다분히 정략적인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납북자 가운데 북한이 납치한, 따라서 명백히 국제법적인 문제로 제기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은 나포되었다가 자의에 의해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다. 전쟁 이후 북한에 억류된 사람들 가운데 현재도 돌아오지 못한 사람의 비율은 10% 정도인데, 공식적이고 대외적으로 이들은 자의에 의해서 남았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즉, 남한이 억류했던 북한 사람도 있고, 납치했던 경우도 없지 않다.

국군포로의 경우도 비슷하다. 종전 당시 남북한은 각기 관할하고 있었던 포로들을 교환했다. 다만 다양한 이유로 포로가 아니었던 사람들, 정확히 말한다면 '전쟁중 실종자'(missing in action)가 현재 말하는 '국군포로'인데, 이를 일반적인 포로의 개념으로 북한과 협상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런 이유들 때문에 남한 내 정서와 달리 북한에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차원에서 관련된 주제를 논의하고 해결과정을 모색하는 것은 필요하다. 만인 특수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대한 남북한이 보다 적극적으로 공동의 노력을 한다는 점을 남북한 정상이 표현할 수 있다면 문제 해결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정쟁화된 남한 내 여론을 불식시키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남북한 정상이 적대적 대결관계를 지속했던 시기에 각기 자행했던 불법적인 납치나 억류 등에 대해 공동으로 유감을 표시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전쟁 기간 동안 실종자 등 특수이산가족을 다루는 논의 기구를 설치하는 등 기존 이산가족 상봉의 틀과는 별도의 통로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과잉과 경제우선 사고 넘어서야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이루진 지원사업의 성과를 언급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특히 대북지원에 대한 비판 가운데 북한이 남한의 지원을 전혀 평가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를 불식시키는 위해서도 남북한 정상이 인도적 지원의 성과를 언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대북 지원에서의 '퍼주기' 논란을 불식시키는 위해서는 남북 정상이 인도적 지원의 성과를 언급할 필요가 있다. 사진은 지난달 20일 대북 식랑차관 40만 톤 중 1500톤을 실은 트럭 60대가 경의선 육로를 통해 북한으로 이동하는 장면 ⓒ연합뉴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보다 발전적인 지원사업의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단순지원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개발지원으로 발전함으로써 일방적 도움이 아니라 상생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도적 지원의 성과나 앞으로의 추진 방향에 대한 추상적인 수준의 선언도 바람직하지만, 동시에 대표적인 사업을 명시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의 모자 보건 사업이나 영유아 관련 사업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해결이 시급한 문제지만, 장기적으로 우리 민족의 인구문제나 생산력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그리도 문제 해결의 내용도 긴급지원과 개발지원이 포괄되어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으면서도 실용적인 사업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면 그 자체가 인도적 지원사업에서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문화교류는 현재의 남북관계의 개선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그 자체가 장기적 차원에서 본다면 남북한 사회문화통합과 연결되는 문제로서 통일 이후 사회문화적 갈등의 예방과 관련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남북관계에서 사회문화교류는 부차적인 문제거나 아니면 분위기 조성의 역할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는 문제가 있는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교류나 경제교류도 중요하지만 사회문화교류도 동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통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사회문화교류가 보다 직접적으로 와닿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정치과잉과 경제우선의 사고는 남한 내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남북관계에서도 통용되는데, 이를 극복하는 계기로서 이번 정상회담이 활용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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