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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유대-이슬람교 "우리는 한 믿음 한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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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유대-이슬람교 "우리는 한 믿음 한 형제"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277> 상호 믿음 인정과 전통 존중 선언

지난 수세기 동안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오던 유대교와 이슬람교가 상호 신앙의 뿌리가 같은 형제들임을 확인하고 평화공존을 선언하는 움직임이 중남미에서 벌어지고 있다.
  
  또한 천주교 지도자들도 양대 종교를 인정하고, 유대교와 이슬람은 종파는 다르지만 유일신을 따르는 믿음은 하나이며 한 피를 나눈 형제임을 인정하는 태도를 취했다.
  
  유대인들의 신년축제인 로시 하사나와 이슬람의 라마단 행사를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합동으로 치르는 그림이 가능할까?
  
  1000년 가까이 끊임없이 피 바람을 몰고 왔던 양대 종교 세력의 대립구도를 생각한다면 전혀 상상이 안 되는 모습이지만 유대교와 이슬람의 대립, 혹은 유대인들과 팔레스타인과의 대결로 압축되는 중동의 분쟁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해묵은 종교분쟁을 종교지도자들이 나서서 상호 평화공존 체제로 바꾸어 보자는 시도인 것이다.
  
  중남미 지역 유대교지도자들과 이슬람교 지도자들은 최근 아르헨티나 외무부 청사에 모여 공습과 폭격, 테러로 얼룩진 지구촌의 화약고 중동에 평화의 꽃을 활짝 피워 보자고 다짐했다.
  
  지난 12일 시작된 5768번째 유대인 신년행사와, 같은 날 시작된 이슬람의 라마단 기념행사를 아르헨티나의 유서 깊은 산마르틴궁에서 동시에 치른 게 상호 종교와 전통을 인정하자는 계기가 됐다. 전혀 불가능할 것 같았던 유대인들과 이슬람교도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형제임을 확인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 보자고 포옹을 나눈 것이다.
  
  전통적으로 미국 다음으로 가장 강력한 교민사회를 이루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유대인 이민자 단체들은 아르헨 거주 아랍계 이민자들과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첨예한 대립의 각을 세우며 경계해왔다.
  
  중남미 거주 유대인들은 "아랍계교민들이 헤즈볼라를 비롯해 알카에다 등 테러 단체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눈을 흘겨왔고, 아랍계 이민자들은 "중동전의 피해자들인 우리 형제들을 돕고 있을 뿐"이라며 진정한 테러리스트는 이스라엘이라고 반발해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르헨 문화부 산하 종교청은 현지에서 동시에 치러지고 있는 유대인 신년행사와 이슬람교인들의 라마단 행사를 합동으로 치러보자고 양측 종교 단체 대표들에게 제안했다. 이에 유대인과 이슬람 교민대표들이 정부의 제안을 수락, 라마단과 로시 하사나를 한 장소에서 동시에 치르게 된 것이다.
  
  아르헨 현지 양대 교민회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아르헨 거주 유대인들과 중동계 교민대표들, 중남미 유대교 및 이슬람교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로시 하사나와 이슬람의 라마단을 함께 축하하며 중동평화에 기여하자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유대인 랍비 대표인 슬로모 벤하수는 "오늘의 이 합동기념식은 중동이라는 거대한 정원에 평화라는 꽃을 활짝 피우기 위해 우리가 물을 주는 것과 같은 시도" 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구약성서 시편 133편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라는 다윗왕의 노래를 인용, 이슬람교인들을 형제로 인정했다.
  
  이에 대해 이슬람을 대표한 이브라임 무스타파는 "이 행사는 중동에 평화와 사랑이라는 씨를 뿌리는 것과 비교될 수 있을 것" 이라며 "상호 비방과 차별을 중지하고 서로의 믿음과 전통을 인정, 함께 더불어 살아가자"고 화답했다.
  
  이와 함께 아르헨티나 천주교 역시 타종교에 배타적이던 이전의 모습을 던져 버리고 이른바 이도교들을 포용하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호르헤 베르고글리오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가 유대인 회관을 전격 방문, 유대인들의 로시 하사나 행사에 참석했다. 베르고글리오 대주교의 유대인 회관 방문이 주목을 받는 건 그가 차기 교황 후보 물망에 오른 인사이며 사실상 아르헨티나 천주교를 대표하는 인사라는 점 때문이다.
  
  유대인과 아랍연맹 교민회 관계자들은 "이로써 우리는 서로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의 자손들임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자리였다"며 "본국 정부들도 오랜 대립구도를 청산하고 상호 믿음과 전통을 존중해주는 평화공존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된 유대인들과 아랍계이민자들, 천주교 지도자들의 상호 종교 인정과 평화 공존체제 선언이 해묵은 중동분쟁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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