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밤 8시 20분, 대한민국 18대 대통령 선거의 지축이 흔들렸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1 : 2'였던 대결구도가 '1 : 1'로 바뀌었다. 전날 안철수 캠프의 "최후통첩"은 하루 만에 "정권교체를 위한 백의종군"이란 말로 돌아왔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안철수 후보의 사퇴 기자회견을 보고 "'참 담대하다' 생각했다"면서도 "'저 좋은 얘기를 왜 저렇게 하지?' 싶었다"며 속내를 솔직히 드러냈다. 임경구 프레시안 편집국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거칠 수밖에 없는 과정을 거쳤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 소장은 단일화 과정에서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가 보인 행동에 대해 "너무 나갔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통 큰 양보' 운운했지만, 사실 "'통 큰 양보'를 한쪽은 안철수 후보"라는 것이다. 특히 문재인 후보가 '단일화가 안 되면 26일 후보 등록을 하겠다'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좋게 보면 압박, 나쁘게 보면 기득권 지키기"라고 비난했다. 그는 한 마디로 "민주당이 안철수 후보를 핍박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양보도 아닌데 양보한 것처럼 해놓고 '찌질한 안철수'를 만들었다."
임경구 국장 역시 최근 며칠 동안 "안철수 후보의 이미지가 완전히 깨졌다"는 데 동의했다. 결국 상처받은 쪽은 안철수라는 것. 그러면서 임 국장은 이 소장에게 "이 상황을 '(안철수 후보의) 양보'라고 봐야 하는지, '포기'라고 봐야 하는지" 물었다.
이 소장은 "'양보'라고 봐야 한다"면서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양보'와는 거리가 있었다는 것. '아름다운 단일화'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했다는 말이다.
24일 오후 긴급하게 진행된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4회는 프레시안 임경구 편집국장과 안철수 캠프를 출입한 곽재훈 기자, 문재인 캠프를 담당한 서어리 기자가 함께했다.
이철희 : 그렇게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 후보가 심신이 피로한 건 충분히 이해는 하겠는데, 그걸 핑계로 시간을 너무 끌어버리면 대선의 온전한 의미가 제대로 안 산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의 프레임에 말려 들어간다. 한번 그런 게 정착되어 버리면 다시 바꾸기 힘들다. 어쨌든 후보에게 하루, 이틀 시간을 주더라도 다른 분들에 의해 정제된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 임경구 : 기대 섞인 낙관이긴 하지만, 안철수 후보가 안 후보 식의 방식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그전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할 때도 그랬고. 이철희 : 또 편지 쓸려나? 임경구 : 안철수 식의 방식이 있다. 기존 정치문법처럼 선대위원장 같은 게 아닌... 이철희 : 출입처가 저렇게 되니까 출입기자도 지금 멘붕인 것 같아. 임경구 : 오늘 새벽 3~4시까지 캠프 관계자들과 울분을 삭이며 술을 마시다 보니. 이철희 : 같이 막 울분을 터뜨렸나? 출입처 드나들다 보면 감정이 좀 동화되는 것 있지 않나? 처음에는 안 캠프 취재하는 기자들이 짜증을 좀 내지 않았나? 임경구 : 기자 생활을 하다 보면 이렇게 된다. 평상시에는 막 설득을 한다. 그러다가 안 되면 자기가 하지 못했던 것까지 생각이 나면서 쭉 끌어 올라 짠해지게 된다. 이철희 : 대선 주자들과 같이 다니다 보면 아무래도 감정이 동화된다. 곽재훈 : 술자리 특성상 감정이 올라올 수는 있는데, 정계를 은퇴한 것도 아니고. 관계자들은 안 후보와의 추억담을 막 얘기했다. "그때 이랬어요, 저랬어요"라고 말하길래, 옆에서 술 먹다가 "다음 주에 또 볼 건데..." |
국민의 요구에 따라 지난 9월 19일 '시민 안철수'는 대통령 후보 출마 선언을 했다. 그렇게 '대선후보 안철수'로 66일을 지냈다. 그리고 문재인 후보와 야권 단일화 논의를 시작한 지 17일 만에 또 다른 의미의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곽 기자의 말처럼 다음 주 '정치인 안철수'를 또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이철희의 이쑤시개> 역시 12월 19일 대선까지 백의종군할 계획이다.
* 보다 자세한 내용은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4회 "사퇴한 안철수가 '수퍼甲', 문재인의 선택은?"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 바로가기 클릭! http://pressian.iblug.com/index.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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