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의 할인점인 월마트도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분주히 움직였다. 크리스마스트리를 한 켠에 가득히 쌓아놓고 블랙 프라이데이 전날인 추수감사절 저녁부터 본격적인 할인 판매에 돌입했다. 그런데 올해 월마트의 블랙 프라이데이에는 크리스마스트리 외에 다른 풍경이 목격됐다. 노동자들의 파업이다.
월마트 노동자들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블랙 프라이데이 때 파업에 돌입할 것을 공식 발표했다. 노동자들은 이번 파업을 통해 사측에 업무 환경 개선을 요구한 직원들에 대한 보복을 중단하라고 촉구할 예정이다. 사측은 이번 파업이 전체 직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지만, 노동 관련 전문가들은 파업의 여파가 작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클린턴 1기 행정부 당시 노동부 장관을 지냈고 UC버클리 정책대학원 교수인 로버트 라이시는 미국의 진보성향 웹사이트 '커먼드림스'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원문보기) 이 파업이 월마트와 같은 동종 업계의 다른 사업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러한 움직임이 대형 할인 매장에 근무하는 전체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것은 곧 노동자들의 구매력 향상으로 이어져 회사에도 더 큰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 미국 사기업들 중 가장 많은 노동자를 고용한 기업은 GM(제너럴모터스)였다. 당시 GM 정규직 노동자가 받는 평균 시간 수당은 의료 및 연금수당을 포함해 오늘날로 따지면 50달러 정도였다.
지금 미국에서 가장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곳은 월마트다. 월마트 직원들은 평균 시간 당 8.81달러를 받는다. 월마트 노동자 중 3분의 1이 일주일에 28시간 이하로 근무한다. 또 이들은 어떤 수당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차이가 생긴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미국 산업 전체의 고용을 줄어들게 한 세계화와 기술적 변화가 있었다. 한편으로는 소매업과 같이 개인 서비스와 관련된 분야는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 거대한 변화와 가장 관련이 있는 것은 바로 미국 노동조합의 감소다. 1950년대에는 민간 부분 노동자의 3분의 1 이상이 노동조합에 가입돼있었다. 오늘날에는 7% 미만의 노동자들만 노동조합에 가입돼 있다. 그 결과 미국의 보통 노동자들은 회사 이익의 상당 부분을 얻어내기 위한 협상에서 더이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 미국 최대 할인점 월마트. 월마트의 일부 노동자들은 블랙 프라이데이에 맞춰 사측에 항의하는 파업 및 시위 활동을 전개한다고 발표했다. ⓒAP=연합뉴스 |
노조의 힘과 영향력이 가장 높았던 1950년대, 전미(全美) 자동차 노조는 GM 수익의 상당 부분을 노동자에게 달라고 요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월마트의 노동자들은 그들을 대표할 노조가 없다. 그래서 그들은 회사가 얻는 수익을 가져올 수 있는 어떠한 수단도 갖지 못했다.
월마트는 지난해 16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월마트는 올해 3분기에는 수익의 9%가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 수익의 가장 큰 몫은 월마트의 주주들에게 돌아갔다. 주주 중에는 월마트의 설립자인 샘 월튼의 가족들도 포함된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PI)에 따르면 주주들이 월마트 주주로 번 돈은 미국 노동자 하위 40%가 벌어들인 소득의 총합보다 많다.
그럼 이제 변화할 때인가? 지난 수십 년 동안 노동조합 결성 시도가 실패했음에도 월마트의 노동자들은 파업과 더불어 이번 금요일, 미국 전역에 있는 최소 1000개 지역에서 파업 또는 다른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주 금요일은 이른바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불리는데,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연휴 쇼핑 시즌 시작을 알리는 날로,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쇼핑 하는 날이다.
적어도 이들의 행동은 월마트 노동자에게 그들의 고충을 대중에게 알리는 기회를 줬다. 월마트 노동자들은 시간당 8달러라는 형편없는 임금뿐만 아니라 위험하고 비위생적인 작업환경, 초과 근무, 성희롱 등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놓여 있다. 이 파업으로 인해 회사는 나쁜 평판을 얻게 된다. 블랙 프라이데이 때는 대중들이 산타클로스 같은 것들을 생각하기 원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50년 만에 처음 열린 이 위협적인 파업은 기세를 올리고 있다.
월마트는 이에 반격했다. 중앙노동위원회 게시판에는 블랙 프라이데이의 파업을 금지해달라는 회사의 탄원으로 가득 찼다. 회사는 이 시위가 식품노동자연맹이 자신들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계획한 불법적인 "대리" 파업이라고 주장했다. 월마트의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투쟁이 식품노동자연맹을 대표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불공정한 노동 관행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만약 법원이 월마트의 편이었다면 블랙 프라이데이 시위를 멈추라는 판결이 나왔을 것이다.
월마트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월마트를 넘어 외부로 확장될 것이다. 다른 대형 할인점들이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 월마트는 이러한 할인점들의 주요 경쟁상대다. 월마트의 임금 규모와 작업 환경은 곧 업계의 기준이 된다.
보다 광범위하게 보면 이처럼 커진 불평등은 월마트 노동자들의 임금과 월튼 가족을 포함한 월마트 투자자들 간의 투자 수익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 경제에서 계속 문제가 되어왔던 것이다.
소비자의 지출이 경제활동의 70%를 차지한다. 그러나 소비자 역시 노동자다. 그리고 수입과 부가 꾸준히 상위계층에만 집중되고 2000년과 비교해 임금이 8%나 줄어든 중간계층 노동자 비율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결국 경제를 빠르게 복구시킬 수 있는 구매력의 부족을 불러올 것이다. 중산층의 활발한 성장 없이 월마트는 그들이 필요한 소비자를 확보할 수가 없다.
미국에서 새로 생겨나는 대부분의 일자리는 저임금과 근무 시간이 좋지 않은 소매점과 같은 개인 서비스와 관련한 것들이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소매점 정규직 노동자가 1년에 버는 수입의 평균이 1만 8000달러에서 2만 1000달러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만약 소매점 노동자들의 임금이 인상되면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소비자들은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만 할까? 데모스(Demos) 연구소는 새롭게 발표한 연구결과를 통해 대형 할인점의 모든 정규직 노동자 연봉을 2만 5000달러로 올리면 7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에게는 오직 1%의 가격 인상만이 있을 뿐이었다.
결론적으로 이것은 대형 할인점 운영자에게도 이득이 된다. 연구에 따르면 임금 인상에 따라 주요 대형할인점 운영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208억 달러 정도인데 이것은 이들의 연간 매출액인 2조 1700억 달러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연구는 임금 인상의 결과로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구매력 향상에 대해서도 산출했는데. 그 결과 이들이 소매 판매에서 4~50억 달러를 추가로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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